소설리스트

〈 7화 〉Pride (Good Night, Shara) - 5 (7/72)



〈 7화 〉Pride (Good Night, Shara) - 5

“어떻나? 우리섹터의 벽은 견고하지. 크립톤들도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데다가 문도 닫아버리면 완전한 철벽이 되는 걸세.”


“괜찮긴 하네. 지금까지 봐온 섹터들 중에서.”

들어오면서도 대충 둘러보았지만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노인이 설명해주었다. 이들의 바리게이트는 크립톤들을 상대하는데 있어 나쁘지 않았다. 벽을 쉽게 오를 수 없도록 만든 미끄럽게, 찔리도록 가시 대용으로 박아놓은 못이나 철조각들로 위협적으로 표면을 만들었고 두께도 5cm인 철문. 일정거리마다 M60기관총들이 거치되어 있고 어디서 구해온 것인지 유탄발사기도 구비하고 있었다. 그 어떤 섹터에서도 쉽사리 볼  없는 견고함이었다. 물론 크립톤들과 외부의 적들에게만 한정되는 견고함이었다.

“우린 계속해서 몇 날, 몇 일을 싸우면서 크립톤들을 죽였고 그 결과로 지금과 같은 평화를 얻었지. 사람들은 모르지만 크립톤들도 일부 감정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네. 싸움 끝에 그것들은 이제 이곳을 두려워한 게지.”


“두려워한다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크립톤들에게는 인간에 한해서는 두려움이 없는 녀석들이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도 멀쩡히 존재하는 것이고. 하지만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기도 했다. 만약 녀석들이 ‘인간’이 아닌 다른 것에 두려움을느끼고 있다면? 노인의 말대로 크립톤 역시 감정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기는 했다. 마치 동물처럼.

예전, 어린 크립톤을 보았던 적이 있었다. 다른 개체들처럼 완전히 크지 않았고 반보다도 작은 놈이었는데 당연히 난 보자마자 그 놈을 쏴 죽여버렸다. 그리고 잠시 뒤 일반 개체들이 오더니  작은놈을 보고는 평소와는 다른 울음소리를 내었고 나한테 달려들었었는데 꽤나 빡쎈 싸움이었었다. 아무리 총알을 박아도, 칼을 쑤셔도 움직이면서 나에게 달려들었고 잡아먹으려는 것보다는 날 완전히 죽이겠다는  감각도 느껴졌었다. 그 때부터 나도 이놈들에게 조금이나마 감정이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었다.


만약,  가설이 맞다면 의문점이 들었다. 크립톤들은 이 섹터의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무엇이 두려워서 이곳에 오기를 꺼려하는 것일까. 어쩌면 크립톤들보다도 위험한 것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섹터에. 나의 모든 감각이 좋지 않다고 경고를 해왔다.


“엔. 역시 돌아가려면 조금 멀었으려나.”

“뭐? 왜?”


내 손을 잡으며 조심조심 따라오던 사라가 물었다. 그녀를 본 순간 물음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잠시 생각에 집중한다고 못 느꼈는데 지금 사라는 추위에 떨고 있었다. 다 뜯어진 스웨터보다 낫긴 해도 그녀가 입고 있는 것은 지금의 날씨에는 아직 적합하지는 않는 것이었다. 3월 말이긴 해도 밤이면 추운 기온이 되니까.

“잠시만.”


나는 곧바로 입고 있던 남색의 후드자켓을 벗어 사라에게 입혀주었다. 마침 가을용이라서 어느 정도 추위는 막아줄  있을 것이다. 벗은 자켓을 사라에게 입혀주었다. 덕분에 나는 탱크톱 차림으로 한 팔과 어깨가 추운 날씨에 노출되었지만 그녀처럼  정도는 아니었다. 이미 추위에는 어릴 때부터 단련이 되어있었다. 항상 산타를 기다렸었으니까.

“엔?”

내가 후드자켓을 입혀주자 그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괜찮다는 둥의 말을 하기 전 내가 먼저 사라의 말을 막고 말했다.

“그냥 입고 있어. 감기라도 걸리면 짐덩이만 되니까.”

“그래도.”

“됐어. 가자. 또 이동한다. 계단이니까 조심하고.”


어느새 리더와 준열이 섹터의 벽에 만들어놓은 계단을 타고 내려가고 있었다. 사라를 배려해 한 칸 한 칸씩 천천히 내려가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 다음으로 소개할 곳은 시청의 한 통신실이라나 뭐라나.


 섹터의 건물들뿐만이 아닌 도로의 가로등들도 희미하지만 불빛들이 켜져 있었다. 이제는 아예 기지가 아니라 한 소규모의 도시로 느껴지기도 했다.


“이 가로등들은 어떻게 키는 거야? 전기가 부족할텐데.”

“거기다가 고장나기까지 했다만 모두 태영씨가 해결해주었지.”

“그 일개 정비사가?”


의외였다. 이곳에서 차나 수리하면서 지내는  알았는데 이런것들까지도 손보고 있을 줄은. 이정도면 거의 슈퍼 공돌이네. 자칭 크립톤베테랑과 공돌이의 조합이라. 꽤 괜찮은 듯 했다. 이래서 이곳의 사람들이 그렇게 노인을 따르는 것일까.

두 번째로 맞이한 시청은 몇몇 공간만이 불을 켜고 있었다. 아마 저곳들  한 곳이 리더가 말한 통신실인 듯 했다. 세계는 이런 판국인데 위성이 아직도 날아다니며 돌아가고 있다는  신기했다. 전화기들은 오래전에 맛이 가버렸는데.


“이곳은 통신실이네. 우리의  번째 섹터, 그리고 경비원들과 연결해주는 중요한 곳이지.”


통신장비라고는 스마트폰이 전부였던 나였기에 어떤게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여러가지의 반짝이는 장비들이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햄스터가 쳇바퀴를 돌리듯. 그리고 장비들 앞에는 사람들이 각각 의자에 앉아 만지거나 무언가를 열심히 돌리고 있었다. 조금 신기해서 멀뚱히 쳐다보았고 사라는 기계음들을 신기해하며 듣고 있었다.

“24시간 모든 섹터들과 통신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알 수 있지. 크립톤들의 습격같은 걸 말이지.”

“이곳도  공돌이가 한 거야?”


“이건 태영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만들었네 아쉽게도 세상을 떳지만 말이야.”

이제는 흔한 일이었다. 사람이 죽는 다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일도 마찬가지였고.


통신실까지 구경을 시켜준 노인은 흡족해하는 표정으로 나와 사라를 바라보았다. 준열은 그 뒤에서 ‘어떠냐’라는 기세를 보이며 자신의 아버지의 위상을 높여주기라도 하듯 자신만만해하고 있었다. 곧 예상하고 있던 노인의 질문이 들어왔다.

“어떤가? 머무를 생각이 좀 들었나?”

“아니.”

고민도 필요없이 즉각적으로 대답했다. 애초에 이미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가  보여주든, 뭘 말하든. 이 관광도 그저 확인을 위한 것이었을 뿐, 갑자기 감동받거나 안심할 수 있다던가는 1도 없었다. 때문인지 노인의 눈도 놀라고 있었다.


“어디 부족한 부분이라도 있는 겐가?”

“그걸 내 입으로 말하라는 거야? 베테랑씨, 정말 스스로를 베테랑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대가리 좀 굴려보지 그래? 늙어빠진 머리로 얼마나 생각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엔!”

“이 썅년이.”


사라가 화를 내는 동시에 준열이 주먹을 들고 달려왔다. 나에게 쌓였던 스트레스와 분노가 결국 터진 것이겠지. 자신의 감정을 실으며 날아오는 묵직한 주먹이 나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그 순간 그의 모습이 쓰레기같은 아빠새끼의 모습과 겹쳐보였다. 그에  몸은 격하게 반응했다. 날아오는 그의 주먹을 피하고 다리를 뻗어올려 턱을 걷어 차버렸다. 사라와 노인이 무어라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들리지 않았고 내 손은 빠르게 허리츰의 권총을 꺼내 준열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여기서 방아쇠만 당긴다면.

“안돼! 엔!”

정말 아찔한 찰나 사라의 따뜻한 손이 나를 감았다. 어느 순간 방아쇠로 가 있던 손가락이 멈추고 조금씩 주위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준열아!”


노인은 나에게 깔린 준열을 일으켜 세우며 그가 괜찮은지 확인했다. 사라는 계속 나를 강하게 안으며 말리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계속 거칠어지기만 하는 내 숨은 멈춰지지 않았다. 놀란 것일까. 그래, 놀란 것이다. 이곳에 있던 모금 사람이 놀랐듯 나도 놀란 것이다. 원래 기껏해봐야 주먹을 피하고 가볍게  대만 갈겨주려고 했는데 갑작스럽게 격해지더니 권총까지 손이 뻗어진 것이다. 윤석이네에서 가져온 글록19였다. 나는 그 권총을 아직까지도 손에 쥐고 있었다.


“엔. 진정해. 숨을 쉬어.”


사라의 말을 듣고 천천히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뱉기를 반복했다. 천천히, 잠들듯이. 급기야 가슴을 움켜잡으면서까지 마시고 내뱉기를 반복했다.

“그래, 그렇게.”


얼굴을 사라의 가슴에 파묻었다. 그녀가 안아주는 것만으로 쉽사리 진정이 되지 않았다.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었지만 입은 계속해서 욕을 씹고 있었다. 제기랄, 시발, 시발! 겨우 진정이 되었을 때는 분위기가 많이 싸늘해진 뒤였다. 모두 내가 만든 것이었다. 그 사이에서 노인역시 나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결코 상냥한 눈빛은 아니었다. 나는 사라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돌아가겠어.”


그대로 통신실의 문으로 향했다. 뒤에서 준열이 아픈 부위를 만지며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다고 미안해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보상’은 해야겠지라는 생각에 문을 나서며 그의 눈을 보고 말했다.

“내가 있는게 몸뚱아리 뿐이라서 말이야. 뜨겁게 하고 싶으면 내가 있는 동안 찾아와. 화끈하게 당해줄테니까. 무료로.”

싸늘한 시선과 함께 사라의 따뜻한 손을 잡고서 나왔고 달빛 아래서 태영의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도 조용한 밤이라서 더욱 감정이 복받쳐 올라왔다. 그리고 오늘을 곱씹었다. 어째서 준열새끼한테 아빠새끼의 모습이 겹쳐 보인걸까, 하고. 물론 이유 따위는   없었다.

태영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사라를 침대에 눕혔다. 원래 그의 침대였으나 우리가 차지하는 바람에 태영은 거실의 소파에서 잡을 자야했다. 사라가 누운 침대 곁에서는 내가 의자에 앉아 손에 권총을 들고있었다. 그녀의 조용한 숨결이 새근새근 반복할 때마다 내 손을 간지럽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나의 진통제이자 진정제였다. 아무도 날 진정시킬  없었는데 사라만이 그걸 가능케 했다. 가장 큰 이유는 그냥 사라와 함께 있으면 내가 따뜻했다. 솔직히 이것말고는 모르겠다. 따뜻한 것이라면 다른 것들도 많은데 사라만이 이상하게 나를 진정시킬  있었다. 그 남자로부터.


나는 여기서도 권총을 쥐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게 일상이기 때문이겠지. 이제는  자신 말고도 지켜야  사람도 생겼으니까. 혼자 있었을 때나, 지금처럼 사라가 있을 때나 누워서 잠을 자본적은 손에 꼽힐 정도였다. 매일 밤마다 항상 경계해야 했고 항상 반쯤은 깨어있어야 했다. 이런 쓰레기같은 패턴덕분에 주로 잠을 자면 해가 떠있는 오전이나 오후에 잠드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나 혼자였으면 편하게 잤을 텐데 말이야.”


혼잣말. 그러면서 최악의 거짓말.

“개소리가 늘어버렸네. 시발.”

사라는 잠시 몸을 뒤척였다. 하얀 원피스의 끝자락도 따라 움직인다. 나의 손이 여전히 2개였다면 한 손에는 권총을 들고, 남은  손으로는 안심할 수 있도록 사라의 손을 잡아주었을 텐데. 그럴 수가 없어서 문제지.

“잘 자, 사라.”

오늘은 아무것도 울림이 없는 밤이었다. 덕분에 사라는 깊게 잠들 수 있었을까. 그러길 빌었다.




아침햇빛이 기분 나쁘게 나를 때리는 바람에 늘 그렇듯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몸을 기울인 채 한 손에는 권총을 놓지 않으며 깨어나는 것. 그게 내 모습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이상했다. 차가운 권총이 쥐어질 손에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이 느껴진 것이다. 순간 적인가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익숙한 느낌. 빠르게 눈을 떴다.

“......사라?”


“아, 일어났어? 엔.”


그 익숙한 느낌의 주인공은 사라였다. 사라가 내 손을 잡고 있던 것이었다. 밤새 쥐고 있었던 권총은 침대  바닥에서 구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조금 깊게 잠들어버린 것이다. 이러면 안되는데. 사라는 초점없는 푸른 눈으로 계속 날 쳐다보고 있었는데 내가 일어날 때까지 이러고 있던 걸까.

부스스한 눈을  수 있도록 손으로 눈을 비볐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권총을 주워 후드자켓 안에 넣고 그녀와 함께 몸을 일으켰다. 문 밖으로 무언가 굽는 냄새가 들어왔다.

“일어났어?”

먼저 일어난 태영이 정비고에서 작은 드럼통과 작은 불판을 가져와 무언가를 굽고 있었다. 사라와 함께 밖으로 나오자마자 보인 광경이었다. 아침의 차가운 공기가 우리의 뺨을 때리고 새 날이 떠오른 것이다. 조금씩 풀리기는 해도 여전히 추운 날씨. 벌써 사라는 몸을 떨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 그녀에게 목도리를 해주고 나의 후드자켓을 입혀주었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일어났어?”


정비사는 같은 말로 일부러 장난을 쳤지만 지금 내 상태는 받아쳐줄 정도로 잠이 다 깨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작은 의자를 2개 더 꺼내왔고 우리 쪽으로 놓아주었다. 내가 중앙자리를 앉고 사라를 끝에 앉았다.

“무슨 고기야?”


그가 굽고있던 것은 익어가는 고기였다. 서울에서는 쉽사리   없는 귀중한 것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만큼 벌써 군침이 돌았고 사라도 기대하는 기색이었다.


“조금만 나가도 이따금씩 고라니들이 있어.”

“사냥한 거네. 고라니고기라......”

사슴과 비슷하게 생긴 걔네들은 여기로 오면서 자주 보았다. 그 때 사냥을 해둘까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정착생활이 아닌지라 포기했다. 거기다 차에 실어도 햇빛을 제대로 맞아서 얼마 안가 상하기 때문에 들고 다닐 수도 없었다. 권총의 탄이 적은 것도 한몫했고. 그래서 지금까지 포기했던 고기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아침에 사냥한거야?”

“공용냉장고가 있어. 거기서 꺼내 온거야. 냄새 좋지?”

고기인데 당연히 좋을 수밖에. 그런데 냉장고라. 냉장고가 갖춰져 있을 정도면 식량면에서도 반이나 걱정이 없을 것이다. 미리 사냥을 하고 보관할 수 있으니까.


잠시 뒤 태영이 플라스틱 접시를 가져오더니 거기에 정확히라며 3등분으로 잘라 우리의 몫을 챙겨주었다. 접시위의 고기는 노릇노릇 잘 구워져 있었다. 약간 기름냄새가 강하긴 했지만 먹을 수만 있다면 상관없었다. 벌써 그는 한 입 베어 물었고 접시로 육즙과 기름이 쏟아지고 있었다. 나도 바로 먹기 시작하려다가 옆에서 놓아준 접시에 손을 올리며 조심히 고기를 만지는 사라가 보였고 보다 못 한 내가 어디를 잡아야 할지 직접 가르쳐주었다.


“고마워.”


그녀가 먹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나도 오랜만의 호화로운 아침을 먹어볼까 하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곧바로 태영에게 물었다.

“우리, 군부대까지 걸어간다고 했지? 1시간 걸려서.”

“어.”

“차는 없어? 네가 여기있는 차량을 싸그리 수리한다메.”

노인이 탔던 차량같은. 정비사가 있는데 설마 다른 차량이 없을까. 거기다 섹터마다 2,3대씩은 항상 차가 있었다. 기름때문에 잘 쓰지 않거나 완전히 똥차라도.

“있긴 있는데 쓸  없어.”

“어째서? 왜 그렇게 편한걸 두고 안 쓰는 건데?”


“지금 차가 리더가 쓸 것 밖에 없거든.”

“시발, 카섹용으로라도 남겨놓은  없어?”

“없어.”


걷는 것이 확정된 시점에서 나는 고기를 한 입 베어먹고 옆에서 깨작깨작 먹고 있는 사라에게 넘겨주었다.  고기가 자신의 접시에 담아지자 무거워진 것을 느낀 사라가 말했다.

“엔. 내 접시에 뭘 올린거야?”

“고기 맛있지? 그치?”

“응. 그렇긴 해.”

“그러니까 더 먹어. 나중에 더 달라고 조르지 말고.”


“잠깐, 그럼 지금 내 접시에 올린 거 엔거야?”

이럴 때는 정말 눈치가 빨랐다. 주면 그냥 좋아라하고 먹으면 안되는 걸까. 벌써 사라는 다시 되돌려주려고 하고 있었는데  전에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버렸다. 의자다리가 바닥에 긁히는 소리를 일부러 내면서까지.


“난 고기를 먹기에는 너무 뚱뚱해졌어. 육덕지고 싶지는 않거든.”


사실은 나도 고기를 먹고 싶었다. 미치도록. 하지만 정말 차가 아닌 도보만으로 이동하는 이상 사라에게는 많은 체력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배부르게 먹어본 것이라고는 과일통조림 뿐, 제대로 단백질이 풍부한 고기를 먹은 적이 없었던 그녀였다. 아직 팔팔한 나보다는 사라가 먹는 것이 더 옳은 선택이었다. 그녀는 체력도, 힘도 모두 모자랐으니까. 만약 길을 걷다가 정말 배가 고파져 쓰러질 것 같다면 지나가던 메뚜기라도 잡아서 씹으면 되는 나였기도 했고.

사라는 머뭇거리다가 내가 듣지도 않자 태영에서 호소하듯 말했지만 사라가 보지 못한다는 것을 이용해 내가 눈치를 주었다. 태영도 조금 고민하다가 사라에게 내 것이 더 있다며 그녀를 달래었다. 그게 또 다행히 먹히긴 했지만 사라는 내 몫을 먹으면서도 깨작깨작 거리기만 했다.

남은 둘이서 아침식사를 이어나가는 동안 나는 삼촌이 준 똥차에서 오늘 밖으로 갈 때  물품들은 챙겼다. 항상 소지하고 있는 허리츰의 글록17과 잠시 사라가 입고 있는 후드자켓 안에 글록19와 추가로 연막탄 한 개, 망원경 대신인 라이플 스코프, 묵직한 느낌의 쿠크리나이프와 칼집, 그리고 상처에 대비할 붕대도 쑤셔넣듯 챙겼다. 어느새 고기를 다 먹고 다가온 태영이 내가 열심히 챙기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는 내가 몸에 두르고 있는 것들을 보면서 꽤나 놀라했다.

“전쟁이라도 나가?”

“이 정도 밖에 안챙겼는데 전쟁이라니. 잠깐 산책이지.”


마지막으로 글록의 탄창들을 챙기고 차량의 문을 닫았다. 이로서 출발준비가 끝났다. 배가 약간 고프긴 했지만 산책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이봐, 넌 총쏴본 경험 얼마나 되냐? 떠나기 전에 실력은 알아놔야 내가 맞춰주지.”

“크립톤들?”

“뭐래. 당연히 사람새끼들이지.”

그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사람끼리의 싸움에 있어서는 경험이 없는 듯 했다.

“오늘 첫 경험가면 화끈하게 지리겠네. 어떻게 경험이 없어?”

“......군인이니까?”

“병신.”

그에게 무기라도 하나 쥐어주기 위해 차량의 뒷 편, 짐칸 위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커다란 나무상자와 단단히 잠긴 자물쇠가 걸려있었다. 자물쇠의 비밀번호를 맞추고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먼지와 함께 중고품처럼 박혀있던 여러 종류의 소총들과 권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사용하고 싶지만 지금의 내 상태로는 사용할 수 없는 것들뿐이었다.

“우리나라 소총이 K2였나?”

“내가 사용했던 것도 그거야.”


“잘됐네. 받아.”

나무상자 안에 있던 K2  정을 그에게 던졌다. 삼촌의 중고 콜렉션에서도 가장 상태가 좋은 것이었다. 5.56mm탄이 들어간 탄창 3개도 꺼내 그에게 건네었다. 나무상자를 잠그고 짐칸에서 내려왔을 때 그의 표정은 나따위가 어떻게 이런 것들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눈이었다. 제일 구하기 쉽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물론 얻은 루트가 다르긴 했지만 말이다.

“우리 삼촌이 지금은 사기꾼새끼지만 옛날에는 존나게 쩔어줬거든.”


“군인이야?”

“그래서 내가 삼촌도 싫어해.”


그는 예전 감각을 잃지 않았는지 능숙하게 탄창을 끼워 넣고 총기모드를 안전으로 맞춰놓았다. 안전모드로 맞추는 것은 그가 군인일 때의 습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난 항상 안전모드를 해제해놓고 있었다.

“잘 들어. 만약 싸움이 벌어졌을 때 얼타는 건 좋은데 그러기 전에 ‘나 얼탈거야!’라고 말해. 알겠지?”


“어이가 없네.”


마지막으로 그와 내가 각자의 가방을 챙겼다. 이 가방들에는 부품과 필요한 것들을 챙겨올 예정이었다. 사라에게도 가방을 메도록 시킬까 싶었지만 관두기로 했다. 그랬다가는 사라도 노려질테니. 사라가 이제는 괜찮다며 입고 있던 내 후드자켓을 돌려주었다. 그것을 입는 것으로 출발신호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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