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화 〉Pride (Good Night, Shara) - 1 (3/72)



〈 3화 〉Pride (Good Night, Shara) - 1

“5단.”

액셀로 속도를 충분히 높히고 클러치를 깊게 밟았다. RPM은 2000가까이 돌아가고 있는 상태였다.

“5단 넣을게.”

그러면 사라가 기어를 넣는다. 이것이 우리의 수동자동차 운전법이었다. 팔이라고는 오른팔밖에 없는 나라서 핸들만 잡아도 남는 손이 없었다. 그래서 사라가  손의 역할을 대신 해주었다. 기어를 넣는 것 정도는 어디가 몇 단인지만 알려주면 간단했다. 거기다 사라는 머리가도 좋은 편이어서 금방 외울 수 있었다.

지금 달리고 있는 도로는 주변이 꽤나 황폐화 되어 있었다. 아예 나무나 잡초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고 듬성듬성 박혀있을 뿐이었다. 원래는 산이나 작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었을 도로지만 지금은 반 썩어버린 땅만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치 사막같이. 그리고 그것에 어울리듯 하늘 높이 해가 쨍쨍하게 떠 있었다.

“4단.”


“4단 넣을게.”


이번에는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이면서 기어를 바꿔넣었다. 사라는 틀리지 않고 4단을 넣었다. 이대로만 도로를 달린다면 내 예전 기억상 휴게소가 나온다. 그곳에 들러 기름을구하고 디저트를 먹을 계획이었다. 물론 남아있다면 말이다. 사라는 보이지도 않을 창밖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옆모습이 예쁘다고 느끼고 있을 때였다.

‘덜컹!’


갑자기 차가 흔들리는 것이었다. 운전대를 잡고있던 나는 무척이나 놀랐고 급하게 브레이크와 클러치를 밟아 차를 세웠다. 이번에는 내가 직접 기어를 풀었다. 사라역시 놀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엔? 무슨 일이야?”


“내려.”

사라는 문 손잡이를 찾아 열어 밖으로 나갔고 나는 몰려오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겨우겨우  누르며 문을 세게 열어재꼈다. 방탄으로 만들어진 문이 ‘끼익’대며 큰 소리를 내었다.  사이로 내리자마자 차 앞에서 피어오르는 회색의 연기를 볼 수 있었다. 보자마자 참으려고 했던 스트레스가 구토하듯 급격히 올라왔다.


“이 좆같은 똥차가!”


한 번 강하게 발로 걷어 차버렸다. 누가 그랬다. 기계는 패면 고쳐진다고. 마침 스트레스도 풀겸 그 말의 사실을 입증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시발! 삼촌새끼가 주는 차가 다 그렇지 뭐! B급 중고차만도  한 걸 떠넘겨? 아끼는 조카한테까지 사기친거야?!”

“엔!”


마음껏 차를걷어차며 분풀이를 하고 있는 나를 사라가 부르며 제지시켰다. 그녀는 내가 화낼 때만큼은 시선을 정확히 나에게로 맞추었다. 그 때마다 앞이 안 보인다는 것이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덕분에 가끔씩 소름이 돋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꺼낸 총을 도로 집어넣으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안보이는게 맞았다.


“그런다고 차가 고쳐지지 않아.”


“그럼 어떻게 할래? 방법 있어?”


“지나가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래,  장님이라서 아무것도 안보여서 모르겠지만 여기는 사람새끼가 한명도 없어! 그것도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고! 엄지들고 하루 종일 기다려봐라. 차가오나, 크립톤들이 오지.”

“그래도.”

“좆 까. 그 지랄 할 바에야 내 스트레스나 풀거니까. 차라리 걸어가고 말지.”


마지막으로 차를 한 번 더 발로 차버렸다. 삼촌이 차는 계속해서 내 스트레스가 섞인 매를 맞아야 했다. 오죽 두들겨팼으면 내 발이 조금씩 아파오기 시작했다.


“엔.”


마침 차 옆에 묶여있는 도끼가 보였다. 나의 눈을 사로잡은 그 애틋한 도끼의 끈을 풀고 한 손에 꽉 쥐었다.


“엔.”

“말리지마.”


벌써부터 정신적 만족감이 내 몸을 채우는 것 같았다. 닥치고 화난채로 걷는 것보다는 이렇게나마 정신적으로 만족감을 채우고 걸어가는게 훨 배 나았다. 사라가 부르는 듯 했지만 무시했다. 지금 이 순간은 나에게 중요했고 그녀가 뭘 말하든 어차피 방법이 되지도 않으니까. 도끼가 저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디부터 내려찍지?

“엔!”

“아, 뭐?! 도대체 왜!”

“소리가 들려.”

이제 막 클라이막스처럼 도끼를 세게 내려찍으려는 순간 사라가 뜬금없는 소리를 하며 날 멈추게 했다. 분노와 별개로 생긴 짜증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억지로 빡침을 잠시 뒤로 하고 귀를 기울이지만 소리는 커녕 개미 지나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무슨 소리? 바람소리?  목소리? 아니면.”


“차소리야.”

어처구니가 없었다. 차소리라니. 정말 뜬금없었다. 내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있는데. 지금까지 내가 달려온 먼 거리를 본다.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가야할  먼 거리를 본다. 당연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줄 알았는데 무슨 작은 물체가 서서히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보고 도끼는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채 차안에 있는 라이플용 스코프를 꺼내 그 물체를 확인했다. 정확히는 트럭, 중형의 화물용 트럭을 개조한 것이었다. 그걸 본 나는 다른 의미로 놀라웠다.

“내가 장담하는데 넌 앞만 보였다면 지금쯤 쩔어주는 군인이나 용병이 되어있었을 거야.”


“난 싸움 잘 못해.”


“뭘 싸워, 세상에서 가장 이기기 쉽게 해주는 총이 있는데. 손가락만한 철을 조금만 당기면 되거든. 노력도, 기술도 필요가 없지.”

스코프로 트럭을 좀  자세히 보았다. 운전수 한 명, 조수석에 한 명, 그리고 천막없는 화물칸에 3명정도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모두 무장을 한 상태였다. 무슨 총인지는 보이지 않았다.


“난 그런거 싫어.”

“넌 싫은데 세상은 무척이나 좋아해.”


사라의 손을 잡고 전투차량의 뒤로 숨었다. 내 예상으로 단언컨대 저 멀리 보이는 이들은 ‘약탈자’이었다. 운전수와 조수석은 모르겠는데 뒤에 있는 사람들이 무장한 것을 보면 적어도 우리를 도와주려는 것으로 보기 어려웠다. 밤이라면 이해가 되겠지만 지금은 낮이다. ‘크립톤’이라고는 코빼기도 없는 오후였다.

허리츰의 권총을 꺼내고 총알을 확인했다. 5명을 상대하는데 17발. 충분하네. 머릿속으로 어떻게 싸울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여러번 해보고 이리저리 손목을 꺾으며 총구를 움직이며 서서히 몸을 풀었다.

“엔, 저 사람들보고 도와달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알았어. 여기로 오면 내가 한 번 대화해볼게. 넌 여기 있어.”


사라는 고개를 끄덕였고 앉은 채 일어선 내 다리를 쳐다보았다. 초점없는 눈동자. 언젠가 저 눈에 초점이 들기나  지 모르겠다.

멀리서 오는 차소리가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했고 점점 우리와의 거리가 좁혀지기 시작했다. 좁혀질수록 차의 소리도 크게 들려왔다. 이윽고 차는 우리가 있는 전투차량의 너머 앞 쪽에 멈추었다. 딱히 긴장은 되지 않았다. 언제나 겪어왔던 일이니까. 이제는 지겹다고 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저 차가 그냥 지나갔다면 좋았겠지만  난리통에 그냥 지나칠 리가 있나. 이제 움직이는 차는 꽤나 희귀했고 안에 어떤 좋은 물건들이 있을지 모르니까. 차문이 열리고 안에서 사람들이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네가 본  이 차야? 사람도 있었고?”

“예. 2명이 보였었습니다.”

이런, 벌써 우리의 존재를 알고있었다. 전투차량 밑으로 빠르게 누워서 그들의 발을 보며 위치를 확인했다. 앞쪽으로 2명, 운전석과 조수석 문 앞에 각각 1명, 나머지 한명은 보이지가 않았는데 차에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아직까지 움직이지 않으며 그들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이봐! 아무도 없어?”

 중 누군가가 발을 이쪽으로 내딛으면서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있는 조수석 쪽. 목소리를 젊지는 않았다. 중년이거나, 아니면 늙은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누웠던 몸을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금 일으킨 뒤 차량에 붙었다. 이대로 낚아채 인질로 삼으면 세상 편하겠지만 그러기에는 손이 부족했다.

“아무나 있으면.”


마침내 발소리가 내가 원하는 거리에 닿자마자 바로 몸을 날렸다. 순간적으로 본 그의 모습, 군청색의 코트에 왼팔에는 장식용인지 완장을 차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볼  없었다.  범죄자스타일인지 검은색의 비니를 쓰고 있었으니까. 거기다 더 볼 틈도 없이 내가 먼저 그를 발로 차버렸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란 그가 빠르게 팔을 들어 막기는 했지만 뒤로 고꾸라졌고 난 들고 있던 권총을 그의 머리에 겨누었다. 이대로 한 놈.


“잠깐!”

“엔!”


넘어진 남자가 외치는 건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사라가 외치는 것은 아니었다. 이럴 때 만큼은 그녀가 정말 멍청했다. 외침과 동시에 아예 차량 뒤에서 나오기까지  것이다.

“야! 이 멍청아!”

겨누던 총구를 그대로 빠르게 사라의 앞에 섰다. 상황이 한 순간에 최악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겨누고 있는 나를 어느새 다가온 몇몇의 남자들이 각자의 총으로 겨누고 있는 것이었다. 조금씩 사라를 물리며 뒷걸음을 쳐보지만 딱히 저 총구들을 치울 방법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를 향한 핀잔을 멈추지 않았다.

“도대체  나온거야?! 내가 가만히 있으라고 했잖아!”

“그게, 싸우길래.”

정말 어이가 없으면서도 사라다웠다.

“엔이 대화해보겠다고 했잖아.”

“대화해봤는데 저 새끼들이 격렬히 싫데. 지금도 그렇고.”


“이봐! 우린 아직 아무 말도 안했잖나!”

쓰러졌던 남자가 일어서며 말했다. 가슴팍은 막았어도 뒤로 넘어졌으니 뒷통수가 꽤나 아플 것이다. 이제보니 그는 반노인이었다. 얼굴도 늙은 주름이 많았고 벗겨진 비니로 보이는 머리카락도 하얀색이었다.

“괜찮습니까? 리더.”


나를 겨누고 있는 한 남자가 그에게 물었다. 완장을 차고 있었던게 그저 장식품은아니었나 보다. 아, 그냥 대가리를 겨누면서 바로 쏴버릴걸.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가 없었다. 우리를 포위되었고 상황은 어려웠다.

“난 괜찮네. 그보다 총구들을 내리지.”

“하지만!”


“어서.”

‘리더’라는 노인의 말에 남자들이 천천히 총구들을 내렸다. 하지만 경계하는 눈빛은 나에게 그대로였다. K2소총 2정, 어디서 구해왔는지 AK-47 한 정이었다. 나머지 운전대를 잡은 남자는 쳐다보고만 있어 무엇을 들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 노인도 어디에 숨기고 있는지 모르겠다. 겉으로들고 있는 총이 없는 것을 보니까 들고 있어도 권총밖에  되겠냐만은. 뭐가 됐건 그들이 총을 내린 이상 뜻밖의 이득인 상황으로 변하게 되었다.


“자네도 내려놓지.”


“야, 늙은이. 나이 쳐먹고 노망났어? 차라리 사라 팬티를 벗겨서 내려놓고 말지. 나이들어서 꼬추가 설지는 모르겠다만.”

“엔!”


“알았어. 그럼 내걸로 합의 볼게.”

“엔. 총 내려놔.”


사라의 손이 내 몸을 더듬다가 팔로 향하더니 내 손을 쥐었다. 그리고 그 손을 천천히 내리게 했다. 일단 저쪽도 바로  생각을 보이지 않아서 내리기는 했다만 나 역시 경계 가득한 눈빛은 거두지 않았다. 언제든지 바로 쏴버릴 수 있는 자세는 취해두었다.

내가 총구를 내리자 노인이 천천히 앞으로 다가왔다. 계속해서 그의 모습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그가 어디에 자신의 무기를 숨기고 있는지.

“우린 자네들을 도와주러 왔네.”


“그러신 분들이 뭐가 무서워서 그렇게들 무장하고 오셨나. 만우절은 아직 5일이나 남았어. 좀 더 그럴 듯한 거짓말을 해보지 그래?”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 무장을  것이네. 아까의 자네 행동같은.”

“나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한거야. 아까 당신네 따까리들 같은.”

노인의 뒤에서 줄곧 가까이 붙어있던 남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제 갓 청년이 되어보이는 남자였다. 아무래도 리더라고 불리는 이 노인과 가까운 사이인가 보다. 그렇지 않으면 나의 비꼬는 말에 저딴 식으로까지 반응하지 않았을 테지.


“차가 고장난 건가?”

멈춰있는 우리의 전투차량을 두드리며 물었다. 솔직히 단순고장인지 죽어 버린건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아는 차종은 맞는데 삼촌이 쓰던 고물딱지였으니.


“왜? 고쳐주기라도 하게? 근데 우리 돈 없거든.”


“어이. 보자보자하니까 태도가.”

결국 참다 폭발했는지 아까부터 표정이 좋지 않던 남자가 나에게로 다가오려 하고 있었다. 그것도 총을 두 손으로 가득 힘주면서.  행동에 난 기다렸던 짐승새끼처럼 내렸던 권총을 빠르게 올려 겨누었다. 그리고 내가 더 빨랐다. 하지만  사라가 막아서고 말았다.

“안돼! 엔. 안돼.”

“준열아!”

준열, 그게 저 자식의 이름인  했다.

“아버지. 이런 여자는 도울 필요가 없어요.”

그가 노인을 보면서 ‘아버지’라고 불렀다. 민감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누가 도와달래? 지들이 꼬추먼저 들이밀어 놓고는.”


급기야 그가 내 멱살을 잡고 올렸다.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죽일 기세는 아니었지만 몇 대라도 칠 기세였다. 그런데 이건 완전히 병신과도 같은 행동이었다. 그는 총구를 내렸고 나는 다시 올렸기 때문이다. 순간 멱살을 잡히며 끌어지던 때 다시   번, 그의 심장에 총구를 가까이 붙여놓았다. 그리고 이 녀석은  바로 죽이려는 들지 않은 것부터가 사실 패배였다. 상대를 죽일 생각이 없는 녀석들은 때리지도 못한다. 우리 아빠새끼가 말했던 법칙 중 하나였는데 꽤나 잘 들어맞는 법칙이었다.

“잠시만요.!”


분위기가 과열된 가운데 사라가 또 끼어들었다. 보이지도 않으면서 잘도 준열의 팔을 더듬더리며 잡더니 그를 진정시키려 들었다.

“대신 사과드릴게요. 엔이 말이 좀 거칠어서 그래요. 그리고 항상 힘들어하구요. 원래는 좋은 사람이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싸우지 말아주세요.”

“뭐야, 이 여자.”


준열은 사라를 보고서 놀랐다. 그녀가 끼어들어 갑자기 올바른 소리를 늘어놓은 것이 이유는 아니었다. 그가 놀라한 것은 사라의 시선이 자신을 보지 않고 저 멀리, 우리 사이너머에 있는 황폐해진 땅쪽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게 사라의 정상적인 행동이라 아무 말도 않았고 놀라지도 않았지만 그는 꽤나 당황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한 것이 맞는지 손으로 사라의 얼굴 바로 앞에서 움직여보았다. 역시 사라는 그 손은 보지 못했다.

“하......사라, 거기가 아니야. 옆이야.”


“아.”


그제서야 사라가 고개를 돌려 준열을 보았다. 그는 여전히 놀란 기색이었고 멱살을 잡은 손으로 나에게 묻고 있었다. 설명하라는 듯.

“내가 굳이 설명해줘야 할 정도로 눈치 없는 남자는 아니겠지?”

“후......”


그는 한숨을 쉬고서 천천히 내 멱을 잡았던 손을 놓았다. 그런다고 날 보는 시선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나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이게 세상이 나를 보는 시선이었으니까. 나는 잠시나마 총구를 내리고 사라를 뒤로 물렸다.

“이제 진정이 좀 되었나?”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노인이 넉살좋은 표정을 지으며 우리 사이에 섰다. 그러면서 슬쩍 사라를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여기서는 계속 신경 날카로운 대화만이 이어질  같은데, 어때? 우선 우리 섹터로 가면서 얘기하지 않겠나? 차도 고칠겸.”

“그래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지. 이게 내 일이니까.”


“와! 감사합니다.”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사라가 먼저 나서서 대답해버렸다. 덕분에 내가 낄 대화가 급격히 마무리되었고 모두 돌아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난 이들을 신뢰하지 않았다. 이런식으로 방황하던 생존자들에게 접근하면서 죽이고 빼앗는 이들이 결코 적지 않았고 나도 사라를 만나기 전까지 그런 부류였으니까.

“그럼 이동하지. 재열씨와 창수씨는 차를 연결해주겠나? 준열이는 두 분을 먼저 트럭의 뒤에 태워다드려라.”


“칫.”


재열, 창수라고 불린 남자들은 노일의 말을 따라 우리의 전투차량을 자신들의 차에 연결시키시 시작했다. 두  모두 30대쯤의 나이로 보였다. 준열은 썩은 표정으로 우리에게, 정확히는 사라를 아가씨처럼 모시기 위해서 다가왔다. 그는 자연스러운 듯이 더러운 손을 사라의 어깨에 올리려 하고 있었다. 그 꼴을 보기 싫었던 나는 먼저 권총을 집어넣고 사라의 손을 낚아채었다.


“가자, 사라.”

“응.”

그리고 보란 듯이 그를 비웃듯 쳐다보았다.그 때 그의 눈동자는 무척이나 볼만했다. 뭔 저 딴년이 다 있냐는 표정. 그런 그에게 암묵적으로 사인을 보냈다.  여자에게 손대지 말라고. 사라는 나만의 여자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