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프롤로그 2화
“아빠 왔다!”
폐가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집 안으로 크게 소리쳤다. 내 목소리로.
“사라?”
하지만 사라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잠이라도 자는 것일까. 빠른 걸음으로 침대가 있는 방에 들어섰다. 침대 위에는 없었거니와 누웠던 흔적조차도 있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옷장을 강하게 열어 재꼈다. 무슨 일이 있거나 누군가 찾아오거든 빨리 숨으라고 알려준 옷장이었다. 여기에 무사히 있기를 바랬다. 바보처럼 잠이라도 자고 있던가. 하지만 그녀는 없었다. 비어있었다. 순간적으로 내 머릿속으로 썩 달갑지 않은 장면들이 상영되었다.
“사라!”
빠르게 침실에서 나와 폐가의 방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TV를 부숴버렸던 방, 여전히 TV만 죽은 채 널부러져 있었다. 이번에는 화장실을 쳐들어갔다. 욕조 안까지 확인했지만 역시 있지 않았다.거실에도, 주방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크립톤’인 걸까? 아니다. 그 녀석들은 밤에만 활동을 할 뿐더러 설령 낮에 움직였다 하더라고 들어온 흔적같은 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허리츰에 끼워두었던 권총을 꺼내들었다. 바짝 긴장하고 신경이 날카로워진 나에게는 지금 오직 사라를 찾는 것만이 중요했다. 소리, 진동, 모든 것에 감각에 신경을 세우며 폐가를 돌아다녔다. 무엇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그런 나의 귀로 중요한 단서가들려왔다.
‘철벅.’
물웅덩이 소리였다. 시선이 내 신발로 향했다. 이미 헐어버릴대로 낡아빠진 내 신발이 작은 물웅덩이를 밟고 있는 것이었다. 피는 아니었다. 하얀 바닥을 적신 작은 웅덩이는 조금 노란색을 띄고 있었다.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몸을 숙여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히 냄새를 맡았는데 단번에 알 수 있었고 바로 머리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어쩌면 이건 내 잘못 일 수도 있었으니까.
거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베란다가 보였다. 불투명 유리로 막힌, 원래의 집주인이 창고로 쓰던 듯 한 베란다였다. 권총을 허리츰에 끼워 넣고 들고 온 짐가방을 거실 테이블에 올려둔 채 베란다로 걸었다. 문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열자 아니나 다를까, 무릎을 안고 고개를 푹 박은 사라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녀의 하얀 원피스에는 옅은 노란색이 묻어있었다.
“사라.”
“미안해, 엔. 정말 미안해.”
울먹이는 소리. 이제서야 완전히 정리되었다. 사라는 소변을 본 것이다. 자신이 원치 않은 상황에서. 그리고 이건 내 잘못이기도 했다.
“참을 수가 없었어.”
내가 예상한 대략의 상황은 이러했다. 사라는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로 찾았지만 끝내 화장실을 찾지 못하고 결국 참다 못 해 그대로 멈춰 선 곳에서 일을 보고 만 것이다. 그 증거가 원피스에 묻어있는 것이고. 여기서 내 잘못은 한 번도 그녀에게 화장실의 위치는 기억시켜주지 않은게 문제였다. 매번 그런 일이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하면 내가 직접 데려다주기만 했지 그녀의 머릿속 지도에 업데이트를 시켜주지 않았고 그 탓에 직접 화장실을 못 찾은 것이다.
“사라, 이건 내 잘못이야. 그러니까 그만 일어서.”
“그치만, 나 어른인데.”
“어른이면 내 말도 알아먹어야지. 일어서, 빨리.”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조심히 일어섰다. 고개는 여전히 아래로 향한 채. 어차피 보이지도 않으면서.
“우선 씻어야겠어. 옷 벗자.”
사라가 입은 원피스는 아무래도 입지 못할 것 같았다. 마땅히 빨래를 한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세탁기도 없었으며 제일 중요한 ‘물’도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사라의 원피스를 벗기고 거실로 던져버렸다. 나중에 걸레 대용으로나 써야지.
“속옷도.”
그녀의 아래도 꽤나 신나게 젖어있었다. 속옷도 새로 구해야 할 듯 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그 여자의 옷을 뺏어올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나중에 이 폐가의 옷장들을 뒤져봐야 할 것 같았다. 브라를 제외하고는 알몸이 된 그녀를 데리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 폐가는 화장실과 샤워실이 한 세트였다 그녀를 한 가운데에 서게 한 뒤 가져온 페트병을 그녀에게 뿌렸다. 원래는 내가 마셔야 할 물이었지만
“고마워, 엔.”
“피가 아니라 오줌이었으니까 됐어.”
“무슨 말이야?”
“눈이나 감어.”
차라리 소변이라서 다행이었다. 만약 그 웅덩이가 소변이 아닌 피였다면 ‘크립톤’들이 환호할만한 광경이었을 것이다 뭐가 됐든 피보다는 소변이 나았다.
사라를 씻기고 젖은 그대로 나와 옷장들을 뒤적거렸다. 수건으로 한 번 닦아주고는 싶었지만 있는게 없어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옷장을 뒤적거리다가 먼저 발견되는 헌 옷들이나 아직 뜯지도 않은 남자전용 티셔츠로는 사라의 젖은 물기를 닦는데 이용했고 운 좋게 찾은 깔끔한 여자옷은 사라에게 입혔다. 아직 조금 쌀쌀한 봄이니 따뜻한 옷으로.
패션감각이라고는 자멸이라고 불릴만큼 없는 나였기에 예쁜 것보다는 편의성과 기능성만 따져 입혔다. 그 결과 분홍색의 트레이닝 상의와 초록색의 츄리닝 바지가 선택이 되었다. 따뜻하고 활동하기 편한 차림이었다. 속옷은 사이즈가 맞는 아무것으로나 입혔다.
“다음부터는 나한테 집소개부터 시켜달라해. 특히 화장실부터.”
“그럴게.”
한바탕 나와는 맞지 않은 소동이 지나자 급격히 피곤해졌다. 오늘 격하게 몸을 움직이기도 했고 정신적으로도 한 순간 타격을 입었으니. 사라의 손을 잡아 침실로 이끌고 가 앉힌 뒤 바로 옆에 누워버렸다. 침대의 푹신함이 벌써 늙어가기 시작한 것 같은 내 허리를 받쳐주었다. 그럼에도 사라의 손을 절대 놓지 않았다.
“잘거야?”
사라의 시선이 내 배를 향했다. 그녀를 보지도 않은 채 내가 답했다.
“어. 뭔 일 생기거나 배고플 때 깨워, 그런 경우 외에는 깨우지말고. 또 절대 손놓고 혼자 움직일 생각 하지마.”
“화장실은?”
“그 땐 깨워야지. 안 그럼 나 입을 옷도 없어져.”
“알았어.”
“나머지들은 알아서 판단해.”
“응.”
눈이 감긴다. 그러다가 허리츰에 끼워놓은 권총이 불편해서 빼려다가 내 손이 사라의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내버려두었다. 항상 이 시간이 되면 좋든 싫든 잠을 자야했다. 혼자였을 때도 그러했고. 그러지 않으면 벌써 난 먹혀서 어떤 놈의 위장 속에서 굴러다니고 있었을 것이다. 사라가 남은 한 손으로 내 몸을 이리저리 만지고 있었다. 내 존재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릴 적에는 전혀 받지도 못했던 감촉. 마치 수면제 같았다. 덕분에 억지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눈을 떴을 때는 폐가 안을 붉은 빛들이 집어삼키고 있을 때였다. 여기든, 저기든 모두 붉은 빛이었다. 오죽했으면 베이지색의 머리카락도 붉은색으로 보일 정도였다.
“밥먹자.”
“일어났구나.”
배가 고파 일어나자마자 그 소리를 했고 사라가 반갑게 맞이했다. 목소리부터 그 기색을 느낄 수 있었다. 손은 놓지 않은 채 계속 잡고 있었다. 그녀의 손을 잡은 채로 데리고서 거실의 테이블에 앉혔다. 기본적으로는 마주 앉는게 보통이지만 우리는 서로의 옆에 앉는 것이 보통이었다. 테이블 위에는 오늘 얻어온 짐가방이 그대로 올려져 있었다. 가방을 열고 들어있는 과일 통조림을 두 개, 그리고 페트병 물을 하나 꺼냈다.
“복숭아? 후르츠?”
사라에게 먼저 선택권을 주었다.
“복숭아.”
복숭아 통조림을 그녀의 앞에 두고 후르츠 통조림은 도로 집어넣었다. 나도 복숭아 통조림을 원한지라 같은 것을 하나 더 꺼냈다. 내 물은 꺼내지 못했다. 이미 써버렸으니까. 사라의 물만 따로 꺼내두었다. 지금은 물을 아껴야 할 때였다.
베이지 않도록 조심히 통조림의 뚜껑을 따고 안에 있던 복숭아를 집어 사라의 입에 넣어주었다. 사라는 처음 입에 닿은 감촉에 놀라다가 입을 열고 복숭아를 먹었다.
“내가 먹을게.”
혼자서 하겠다는 사라는 테이블 밑에 두었던 손을 올려 조심히 여기저기를 만지며 통조림을 찾았는데 부딪혀 쓰러트릴까봐 내가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사라는 통조림도 이렇게, 저렇게 만지다가 직접 복숭아를 꺼내 먹기 시작했다. 이것은 그녀에게 있어 조금씩 연습하는 것이었다. 곧 따라서 나도 내 것을 먹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의 상황을 요약하자면 썩 좋은 편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당장 출발한다 해도 먹을 것도 3일치 뿐이고 물 역시 충분한 편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떠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계속 서울에 머물고만 있다가는 ‘그 친구들’이 우리를 찾아내어 덮칠 것이 분명하니까.
부족해도 출발해야 하는, 그렇지 않으면 위험에 처하게 되는 꼬인 상황이었다. 그런 것에는 관심 없다는 듯 지고 있는 태양 빛은 우리를 붉게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내일 우린 출발할거야.”
“부산으로 가는 거지?”
“그래, 그곳으로 갈 거야. 아주 긴 여행이 될 수도 있어.”
차를 타고 끝까지 갈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고속도로와 국도 대부분이 버려진 차로 막혀있거나 부서져 있어중간중간 걸어야 하는 구간들이 있을 것이다. 그 구간들까지 생각한다면 정말 긴 여행으로 변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3일치뿐인 물과 식량이 좋은 상황은 아닌 것이다.
“그러니까 오늘 푹 자도록 해. 무조건. 잠이 안 온다느니 그러면 침대에 묶어버리고 강제로 재워버릴거야.”
“알았어. 푹 잘게.”
사라는 알겠다며 내가 아닌 보이지도 않은 통조림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족한 저녁식사를 끝내고 난 곧바로 밤을 맞이한 준비를 했다. 문과 창문들을 단단히 잠그고 미리 만들어놓은 임시 커튼이나 커다란 나무판자들로 밖에서 안을 볼 수 없도록 막아버렸다. 특히 문은 테이블까지 옮겨 절대 열리지 않도록 했다.
이 뒤에는 글록의 탄창들에 부족한 총알들을 채워 넣었다. 윤석이네에서 꽤나 챙긴 덕분에 크게 부족하지는 않을 듯 했다. 추가로 글록19의 탄창에도 부족한 총알을 채웠다. 허리츰에는 글록17과 탄창 두 개, 후드자켓 안쪽에는 글록19를 꽂아 넣었다. 군인차량에서 챙긴 쿠크리나이프는 칼집과 함께 등에 둘러메었다. 이제 밤을 맞이할 준비가 모두 끝났다.
“엔?”
침실 쪽에서 나를 부르는 사라의 목소리가 들려와 안으로 들어갔다. 잠자기 전의 아이처럼 이불을 양손에 쥐고 있었다. 어느 나라처럼 굿 나잇 키스라도 해주면 좋은 그림이 될 것 같았다.
“왜.”
“잘 자.”
“......그래.”
사라는 그대로 잠에 들었다. 그녀가 누워있는 침대에 걸쳐 앉아서 눈을 감은 얼굴을 보았다. 무척이나 예쁜 얼굴. 폐허 속에서 핀 하얀 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안쓰럽기도 했다. 사라는 이런 세상에 있지 말아야할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이 세상의 사람이었다.
사라가 잠에 들고 한 시간쯤이 지났다. 그 동안 허리츰의 권총을 꽉 쥐며 기다리고 있던 나는 무언가 다가온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무언가가 벽을 타고 올라왔다. 우리 침실너머의 벽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침실 밖의 다른쪽에서도 소리들이 들려왔다. 무언가가 나무판자를 두드리는가 하면 또 다른 벽들을 타며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있었다.
‘쿵!’
무언가가 떨어졌다. 소리로 보아하니 차량의 지붕으로 떨어진 듯 했다. 가끔씩 있는 일이었다. 한 차례 소리가 지나갔다. 더 이상 벽을 타거나 부딪히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 이 무언가들, 크립톤들은 떠난 것이 아닌 지금 이 집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니까. 벽에 붙어서, 자신들의 눈으로 ‘사람’을 찾고 있을 것이다. 자신들이 가장 원하는 먹이이자 번식개체니까.
‘쿵! 쿵! 쿵!’
역시. 이제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까지 들렸다. 아마 크립톤들 중 조금 지능이 있는 개체거나 아니면 무리 중 한 마리가 호기심에 두드려 보는 것일테지. 사라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방문을 닫아버렸다. 조금이나마 소리가 줄어들었지만 대신 그 만큼 긴장감이 커지고 있었다.
그 ‘사건’이 있기 전 갑작스럽게 등장한 크립톤들. ‘사건’이 일어나고도 멀쩡히 살아 지금 생존해 있는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다. ‘사건’이전의 개체수 그대로라면 지금쯤 다 죽어버려서 멸종했겠지만 그러기는 커녕 매일 늘어나고 있었다. 나타난 지는 이제 2년 정도 된 시점이었다. 싸워본 적은 무척이나 많았다. 제일 최악의 때는 무기 없이 맨 몸으로 싸워야 했으며 그 녀석들의 소굴 안으로 납치된 적도 있었다. 번식을 위해서. 그 때마다 나는 살기위해서 싸워왔다.
이놈들은 당최 어디서 굴러온 녀석들인지 알 수 없었다. 누구처럼 우주비행선을 타고 날라 왔다던가, 갑자기 방사능이라도 맞아서 변했다던가도 아닌 어느 날 그냥 갑작스럽게 나타난 놈들이었다.
크립톤에 대해 알아낸 건 많았다. 많이 싸운 만큼 이 녀석들의 생활패턴이나 어떤 개체들이 있는 지 어떤 습성들이 있는지. 길게 쓰자면 에세이를 하나 출간해도 될 정도지만 중요한 것들만 집어서 말하자면 이러했다. 크립톤들은 시각과 청각으로만 반응한다. 둘 모두 사람보다 크게 발달된 정도는 아니지만 몇몇 특수한 개체들을 시각이 미치도록 좋거나 청각이 엄청 민감한 놈들이 있었다.
또 어떤 놈들은 지능이 있어 생존자인척 행동해 사람들을 꾀어내기도 한다. 방금 문을 두드린 놈이 그러했다. 개체는 달라도 공통된 점은 하나 있었다. 오로지 밤에만 활동한다는 것이다. 아침, 낮, 저녁에는 움직이지 않는다. 어딘가에 숨었다가 밤이되면 활동을 개시하는 놈들이었다.
생명력은 끈질기지는 않았다. 총으로 몇 발정도 맞추거나 칼로 쑤시면 죽는다. 사람과 비슷한다고 할까. 문제는 수가 많고 굉장히 공격적이라서 그렇지. 총알을 맞든 칼에 찔리든 죽을 때까지 달려 들어온다.
지금까지 본 특수한 개체는 10종류였다. 그 중 대표적인 4종류만 꼽자면 청각이 발달해 조그만 소리도 듣고서 달려오는 놈, 눈이 더럽게 좋아서 멀리서 보고는 달려오는 놈, 벽을 타고 기어다니거나 오르는 놈, 마지막으로는 이 모든 크립톤들을 지휘하는 왕. 나는 그 왕들을 ‘크립러스트’라고 부른다.
덩치만 해도 족히 3m는 되고 시각, 청각이 모두 발달되어 있으면 지능까지 겸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귀찮은 것은 다른 크립톤들과 달리 낮에도 활동을 한다는 것. 그게 가장 껄끄러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신들의 둥지 밖으로는 잘 나오지 않고 나오더라도 둥지 근처에만 가끔씩 왔다갔다 하기만 했다.
마지막으로 토나오는 특징 중 하나 더, 크립톤역시 다른 생물들처럼 번식을 한다. 다만 이놈들은 모두 수컷만이 존재하고 암컷이 없다. 이 말만 들으면 번식이 불가능해보이지만 크립톤들은 다른 특이한 방법으로 번식을 하며 개체수를 늘려왔다. 암컷이 없으면 다른 종에서 구해오는 식으로. 그 종은 ‘인간’이었다.
앞서 말했지만 나도 번식을 목적으로 그 놈들에게 잡혀간 적이 한 번 있었지만 기가막히게 따돌리고 탈출해서 크립톤들의 더러운 아기를 가지지는 않았다. 대신 바로 옆에서 진행되는 것을 보았었다.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장면이었다. 크립러스트가 인간을 통해서 번식하는 장면을.
‘쿵!’
다시 한 번 크립톤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서야 이곳을 떠난 것이다. 다른 장소로 사냥감이 있는지 찾으러 가는 길일테지. 아직 배터리가 남아있는 시계를 보니 3시간이 지나있었다. 크립톤들이 3시간을 여기서 머무르고 간 것이다. 확실히 떠난 것을 알게 되니 조금이나마 긴장감이 수그러들었다. 이걸 과연 알까.
사라는 깊게 잠들어 있었다. 작은 숨을 내쉬고 마시고를 반복하며. 나는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맞추었다.
“잘 자,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