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책빙의는 이제 지겹다

"책빙의는 이제 지겹다.
그도 그럴 게, 이번이 벌써 네 번째 빙의니까.
이번에 빙의한 인물은 피폐물 여주의 악녀 언니였다.

‘아, 지겨워.’

이젠 빙의도 인생도 감흥이 없다.
그저 가늘고 길게 살다가, 다음 생으로 넘어갈까 했는데...
어째, 이번 빙의는 조금 다르다.

‘내가 왜 2회차의 내공을 쓸 수 있지?’
‘여주는 또 왜 이렇게 신경 쓰이지?’

원작 속 여주 엘리샤는, 머지않아 진창을 구르며 피폐해질 예정이었다.
전직 피폐물 주인공으로서 동생이 진창길 걷는 걸 볼 순 없지.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이용해 엘리샤의 운명을 비틀 생각이다.

‘내 동생은, 여주 안 시켜.’

엘리샤 탈여주 프로젝트를 위해 남주의 형을 주워왔다.
<카시온 카터>
남주에게 살해당할 뻔한, 아니, 살해당할 운명의 악역을.

.
.

“살고 싶으면, 나랑 약속 하나만 하자.”

붉은 것이 엉겨 붙은 얼굴에서 거친 숨이 뱉어졌다.
버림 받은 들짐승의 것처럼, 가여운 숨결이.
나는 가여운 사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작게 속삭였다.

“내가 널 구해주면…….”

너는 목숨을 걸고, 내 동생을 지켜.


표지 일러스트 By 양개(@eggpongg)
타이틀 디자인 By 도씨(@US_DO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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