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세어 본 적 없다.
그저 이승과 저승의 가운데 떠도는 하나의 영(靈)이 되어 버렸으니까.
탈마의 경지를 넘어서부터 난 선택을 강요받았다.
불로불사의 선인이 될 것이냐.
아니면 초월적 존재인 마선(魔仙)이 될 것이냐.
아마 이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건, 어설픈 깨달음으로 신마경의 경계에 머무른 이유였을 것이다.
솔직히 나는 무엇도 되고 싶지 않았다.
여전히 강해지고 싶었고 나보다 더 강한 적과 맞서 싸우고 싶었다.
상대가 신(神)적인 존재라면 더욱 좋았다.
강하고 초월적 존재들은 언제나 나의 가슴을 뛰게 하니까.
결국엔 난 무엇도 선택하지 못했다.
그것이 지금 내가 구천을 떠돌며 흘러 다니는 원인일 것이다.
아마도 앞으로도.
나는 영원히 이곳을 계속 돌아다니게 되겠지.
분명 그렇게 믿었었다.
그들을 만나기 전까진.
“들리십니까? 제 목소리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갑자기 현계와의 경계가 무너지며 시야가 생겼고.
드넓게 펼쳐진 수백 개의 봉우리.
깎아진 암벽과 곧게 솟은 탑이 시야에 들어왔다.
기묘하게도 나를 부른 자들은…….
내가 세운 마교의 후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