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쉐프 조선을 부탁해-327화 (327/327)

327. 하나의 조선인. -완결-

"성균관 유생들이 군역을 지듯이 양반들도 토지에 대한 세금을 내어야 하옵니다."

"맞습니다. 평민들은 땅을 가지게 되면 소출에 따라 세를 내는 전분6등법과 연분9등법에 따라 세를 내는데, 양반들의 땅은 그런 세를 내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사옵니다.”

"맞사옵니다. 하삼도의 양반들은 옛 고려의 대농장에 버금갈 정도로 땅을 가지고 있음에도 세를 내지 안 사 옵니다. 이는 나라를 좀먹는 것이옵니다.”

"그리고 세습 되고 있는 과전·공신전·별사전·사사전 등의 땅도 개혁을 해야 하옵니다.”

“본래 나라에 공훈을 세운 이들이나 절의 운영을 위해 지급되었던 땅이지만, 계속 땅으로 보장해 주어야 할 이유가 없사옵니다. 춘봉 상단의 교환권으로 지급을 한다면 충분하다 생각되옵니다.”

노란 옷을 입은 평민들의 발언에 양반들은 짜증을 낼 수밖에 없었다.

모두 다 양반들의 권리를 빼앗는 것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논밭에 대한 세금을 내게 된다면 그 자체로 양반들의 힘을 빼는 일이었다.

그래서 들고 일어나려 했지만, 이번에는 원종이 먼저 나서서 막았다.

“그대들의 말도 일리가 있으나, 세종대왕께서도 땅에 대한 것은 조심스레 조사를 하고 진행을 하셨네.

해서 절에 주었던 별사전과 사사전만을 손보도록 하겠네. 이제 절은 종이를 만들어서 충분히 자립할 수 있으니 거두어들이는 게 맞을 것 같군."

대신들은 원종이 먼저 토지 문제를 막아주자 안심을 했다.

하지만, 이것도 큰 그림이었다.

지방에 군권을 가진 이와 군대를 주둔시키게 되면 그때 농지개혁을 할 생각이었다.

지금의 군사 여력으로는 한양과 경기도 일대만을 관리하는 것이 한계였다.

그래서 급하게 토지개혁을 하려고 하면 지방의 양반들이 들고일어날 터였다.

아직 지방까지 미치지 못하는 힘이었기에 지금은 참아야 했다.

지방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시민계급 출신의 관리들이 하나둘 생기게 되는 그때를 기다려야 했다.

토지개혁에 불만을 가지고 양반들이 들고일어나더라도 바로 처리가 가능할 정도로 힘의 차이가 있어야 내가 원하는 토지개혁을 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대화된 화약 병기로 무장한 강력한 군대가 우선이었다.

그런 군대를 상비군으로 만들어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했다.

“이씨 종친들의 재산 파악은 다 끝났는가?”

“네 전하."

내수사의 이치현이 이씨 종친들의 재산을 정리한 목록을 올렸는데, 목록이 쓰인 책만 다섯 권이 넘었다.

“많기도 많군. 종친이라 부를 만한 이들이 총 몇 명인가?"

이치현은 이씨 왕조의 후손들 호칭을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다 그냥 이씨라고 하기로 했다.

“이씨 후예들 중 군의 후예들은 325명이옵니다. 그 배우자와 집안 식구까지 합치면 1798명이옵니다."

왕위서열은 없으나 군 마마라 불리었던 왕자들의 후손들이 300명이 넘는다는 것이었다.

많긴 많았다.

“이들을 어찌하오리까?"

이씨 왕손들은 결국 위험인자였다.

힘이 있다면 언제든지 들고 일어날 자들이었다.

“조공국에서 편히 살게 해 줄 것이다. 선택을 하게 하라. 북해도와 대만, 왜, 유구 중 한 곳에서 살 수 있다고 전하라. 다만, 왕위계승권을 가진 이들은 북해도로 한정한다."

북해도의 배다른 동생인 진기가 계승 서열을 가지고 있던 이들을 알아서 관리해 줄 터였다.

망왕이라 불리었던 제안대군은 사실 별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앞으로 클 역사 속 연산군과 똘똘한 애들이 걸릴 뿐이었다.

해서 왕위계승 서열을 가진 왕자들은 다 북해도로 보내는 것이었다.

조공국 중에서 가장 척박하고, 좁은 문화 수준이었기에 자라면서 그릇이 커지는 것을 척박한 환경이 자연스레 막아줄 터였다.

"그리고 가지고 갈 수 있는 짐은 마차 한 대 분량에 한하며, 몸종 또한 한 집안에 5명으로 제한한다. 그 이외의 모든 재산과 노비들은 국고로 환수한다."

“자비를 베풀어 주셔서 감사하옵니다."

한명회가 목숨만은 살려줘서 고맙다고 읍을 하자, 재산을 다 빼앗고 멀리 귀향을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임에도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이성계가 왕씨들을 모아서 다 죽인 것에 비한다면 관대한 조치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몇몇은 말이 그렇지 눈을 피해 이 씨들을 식민지에서 다 죽이려고 한다고 생각을 했다.

“태극 선단과 각 지역 선단이 운행할 때 같이 움직이게 할 것이니 과거의 아픈 사실처럼 수장을 시키거나 다른 암수를 펼치지 않겠다고 약조하겠다. 그리고, 북방항로가 개척되어 쌀이 많이 난다는

미국 땅으로 갈 수 있게 되면 미국 땅으로 가서 다시 이씨 왕조를 세우는 것도 허락하겠다."

“전하 그게 무슨 말이옵니까? 다시 왕국을 세우게 허락하신다니요."

“조선은 이제 칭제건원하여 황제국이 될 것이기에 이씨들이 만든 군왕국들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미국 땅에 군왕군을 세울 수 있는 권한을 이씨들에게 준다는 것이다."

이씨 왕조에서 받은 것이 많았던 대신들은 조선 땅이 아닌 머나먼 땅이라도 나라를 세울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준다고 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비록 재물을 다 빼앗고, 얼마 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재물이야 다시 모으면 되는 것이고 나라를 세울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준다고 했으니 이는 큰 은혜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씨 왕조의 후손들에 대한 처리 문제가 반대 없이 스무스하게 넘어가자 원종은 앓던 이가 빠지는 듯했다.

대신들은 아마도 종친들이 식민지 조공국에서 재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과연 온실에서 자란 화초와 같은 종친들이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날 수 있을까 싶었다.

아마도, 대부분이 마차 한 대 분의 재산을 날리고 거리에 나 앉을 터였다.

개중 난 사람들이 성공을 하게 되더라도 북방항로를 따라 미국으로 넘어가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일거양득이었다.

야심과 야망이 있는 이들이 개척에 뛰어들어야 빠른 북미 개척이 될 터였다.

***

"저게 다 왜에서 사 온 곡식이라는 거야?"

부산항에 줄줄이 하역되는 쌀을 보며 상인이 물었다.

"이제는 왜가 아니라 구주국이라고 부르네. 전하의 둘째 형께서 총독으로 부임하셨다고 하네."

"아니 전쟁 없이 어떻게 왜의 구주가 식민지가 된 건가?"

춘봉 상단에 갓 들어와 부산항에 처음 온 상인은 전쟁 없이 왜의 땅에 식민지를 세웠다고 하자 어떤 방법이었는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삼식 행수가 땅을 구매해서 농장을 일구었네. 그러다 점점 땅이 넓어지자 조선의 식민지가 된 거지."

"그게 되나?”

"되지. 농장에서 노비처럼 일하던 왜구들에게 조선인이 되면 세금이 5할이라고 하니깐 다들 조선인이 되겠다고 했다더군. 그 소릴 듣고 왜인들이 다들 조선 사람이 되고 사람이 많아지자

자연스레 조선의 식민지가 되었어."

“세금 5할이면 적당한 거 아닌가? 왜 5할에 그렇게 다들 조선인이 된 거지?"

"왜에서는 7할이나 8할을 세금으로 냈다고 하네. 그러니 5할이라고 하자 다들 조선인이 되겠다고 한 것이지."

“허허. 이때까지 왜구들이 왜 그리 많은가 했더니 다 세금 때문이었구먼. 7, 8할로 세금을 내고는 못사니 배를 타고 노략질을 하러 나온 것이었군."

"그래. 조선인이 늘어나자 식민지의 안전을 위해 5천 총통병을 파견했는데, 그 총통병에 놀라서 아예 왜의 영주들도 귀화를 했다네."

"허허. 덕분에 이리 쌀이 흔해졌으니 이거 참으로 좋구만."

"그것뿐인가 이제는 여진인들도 조선인 신분 패만 있으면 어디서든 난전에서 물건을 사고, 팔 수가 있게 되다 보니 여진인들도 다들 조선인이 되겠다고 난리네."

"그런 여진인에게 지지 않게 장사를 해야 하겠구먼."

"조선인이 되는 조건이 조선의 복식과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라 이제 몇 해만 지나면 여진인이나 왜인들이나 다 구분이 안 될 걸세."

“허허. 하긴 옷차림이 이젠 다 같아지니 구분이 안 되겠군."

“그래도 만주의 노천 석탄 광산에서 석탄을 가지고 주로 거래를 하니 여진 출신들은 바로 알아볼 것이야."

“아하 그래서 석탄이 흔해진 것이구먼. 나무로 떼기보다 석탄으로 불을 지피니 이제 온돌도 더 따뜻한 거 같아."

“그런데 자네는 요하 영구항에서 왔다던데, 변방은 어떤가?"

"명나라가 개판이네. 강남에 괴질이 돌고 천연두가 돌아 대혼란이라고 하네. 만귀비의 천금 같던 태자도 죽었다는 소문이 도네.”

"그래? 태자가 죽으면 그럼 어찌 되는 건가?"

“황제가 있으니 그대로 있겠지. 뭐. 헌데, 만귀비가 죽은 아들과 닮은 소년을 태자로 다시 올렸다는 말도 있어.”

“허허. 개판이구만."

“덕분에 사천에 있는 폐 태자뿐만 아니라 옛 명나라의 왕족들이 서로 칭제건원하면서 봉기를 하고 있다네.”

"이런, 다시 옛날처럼 중원이 여러 조각이 되는 거 아닌가?"

"뭐 그렇게 되어도 우리는 상관없지 않은가."

"하긴. 우리야 중국에서 이득만 챙기면 되는 것이지."

원종은 중원의 소식 중에서 괴질로 인해 강남 사람들이 죽고, 천연두가 돌아 많은 사람이 죽는다는 소리에 종두법을 전국적으로 시행했다.

역시나 해외로 다니는 선원들에게 강제로 먼저 시행을 했고, 군인들에게 접종을 하자, 자연스레 전국에 퍼져 나갔고, 천연두가 조선을 비켜 갔다고 하며 왕에게 덕이 있다고 칭송을 하였다.

종두법을 식민지에도 시행을 시켰고 접종한 이는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안 여진인들은 더더욱 조선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원길이 여진인들의 족보를 만들어 주며 보래 성씨가 이씨나 석씨들의 한국식 성씨를 만들어 주었는데, 같은 뿌리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여진인들의 호감을 끌어냈다.

특히나 조선인들의 식습관을 원길이 퍼트렸기에 먹는 것이 같아졌고, 이런 문화를 같이 향유하고 있다는 것은 만주 벌판의 여러 민족을 조선인화시키는 시발점이 되었다.

덕분에 여진인들이 많이 사는 산해관까지 조선의 땅이라고 국서에 기록해서 명나라에 통보까지 했다.

명나라의 만귀비는 혼란한 국내 사정으로 인해 조선이 산해관까지 영토라고 주장을 했음에도 대응하지 못했고, 은근슬쩍 산해관의 여진인들까지 친 조선의 성향으로 바꾸어 갔다.

그리고, 성화제가 죽자 조선이 제국을 선포하고 칭제건원하며 명나라를 동생의 나라로 선포했다.

이러한 선포는 명나라에게는 아직 치욕적인 선포였는데, 그런데도 명나라는 대응하지 못했다.

우선은 천연두로 죽었다고 소문났으나 살아있는 태자를 대역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아 제대로 된 후계자로 인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사천의 폐 태자가 관중을 침략하고 있었고, 곳곳에서 주씨 성을 가진 이들이 왕을 칭하며 봉기를 했기에 명나라로서는 제대로 조선에 대응하기도 힘든 지경이었다.

그런 중국의 돌아가는 모습에 원종은 흐뭇해했다.

***

“북해도에서 급보가 왔습니다. 쌀이 많이 난다는 미국을 찾아 나선 함대가 돌아왔다고 합니다."

북방항로 개척을 위해 배를 보낸 지 무려 3년 만의 귀환이었다.

“선단 주 고형만은 살아왔는가? 배는 몇 척이나 온 것인가?"

“고형만 선장이 직접 왔사옵고, 2척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어서 한양으로 오라고 전하거라."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부산항에 도착했다는 전령선이 왔고 전령선보다 이틀 늦게 고형만의 선단이 한양에 도착했다.

미리 준비했던 악대로 노래를 연주하고 꽃목걸이를 만들어 신원들에게 씌어주게 했다.

"뭔가 이상하옵니다. 폐하. 분명 갈 때는 달랐는데 말이옵니다."

고형만은 황제가 된 나를 어려워했는데, 건강하게 돌아온 것을 본 나는 빨리 배에 싣고 온 것을 보고 싶었다.

"그래 내가 그려준 옥수수, 고추, 토마토, 감자, 고구마를 가져왔나?”

“그것이 폐하께서 그려주신 것과 닮은 것이 몇 없었사옵니다. 해서 최대한 비슷하게 생긴 것을 가져왔습니다."

고형만은 선창에서 자루들을 가져와 바쳤는데,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옥수수구나! 고구마로구나!"

현대에서 보았던 옥수수에 비해서 홀쭉했고, 알이 크게 영글지 않았지만, 분명 옥수수였다.

마찬가지로 손가락 2개 굵기의 얇은 고구마가 보라색의 껍질을 드러내고 있었다.

바로 반을 쪼개어 입에 넣어 보니 고구마의 맛이었다.

물론, 밤고구마니 꿀고구마니 하는 단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옥수수와 고구마만 있어도 식량 자원의 20% 이상의 증산이 가능했다.

“수고했네. 수고했어. 헌데 다른 건?"

가장 중요한 고추와 토마토, 감자를 찾았으나 없었다.

대신에 해바라기 씨앗과 호박 씨앗도 있긴 했으나, 부족했다.

"폐하의 명을 받고 더 찾아보았으니 찾지를 못하였습니다.”

"허허, 안타깝구나. 안타까워."

입으로는 안타깝다고 했으나, 고형만과 선원들에게 은을 내렸다.

이제는 고구마 맛탕, 옥수수 스프, 옥수수 팝콘, 해바라기, 호박씨로 만든 과자 등등을 먹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김치찌개의 그 매운맛!

스파게티의 그 토마토맛!

그걸 원했다.

"자네. 3개월 쉬고 다시 떠나게 고추와 토마토, 감자를 찾아오게."

"네?"

“이번 항로 개척이 성공을 했으니 아마도 많은 이들이 미국 땅으로 가려고 할 것이야. 그들을 데리고 가게. 미국 땅에 조선의 식민지를 만들게."

“하오나. 한번 출발을 하면 돌아오기까지 3년이 걸리옵니다."

“처자식을 데리고 가는 것도 허락하지. 대운선 10척을 지원하겠네. 고추와 토마토, 감자를 가져온다면 오늘 받은 은자의 2배를 줄 것이네.

아니면 아예 식민지를 꾸려 총독 자리를 주지. 어떤가?"

대운선 10척에 처자식까지 다 데리고 갈 수 있게 해주겠다는 말도 놀라웠지만, 포상 2배에 총독 자리까지 제안을 하자 뒤에 섰던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 땅 끝까지 가서라도 고추와 토마토, 감자를 찾아오겠나이다."

2차 개척 함대가 돌아오는 3년 동안 옥수수와 고구마를 전국에 보급했고, 알이 굵고 크게 나는 종자를 만들어 내는 이에게 큰 포상을 걸자 너도나도 조선 곳곳에 옥수수와 고구마를 심었다.

그리고, 3년째가 되자 옥수수와 고구마로 그토록 조선을 괴롭히던 보릿고개라는 것이 사라졌다.

"폐하! 북해도에서 연락이 왔사온데, 고추라는 것을 가지고 고형만 선장이 도착했다고 하옵니다!"

"오! 그게 정말인가?"

“네, 고추와 토마토, 감자까지 폐하께서 하명하신 것들을 모두 다 찾아왔다고 하옵니다!"

"오예! 그럼 이제 매운 양념치킨에 토마토스파게티를 먹을 수 있다는 거잖아!"

원종은 고추와 토마토를 가지고 왔다는 말에 덩실덩실 춤을 췄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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