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쉐프 조선을 부탁해-303화 (303/327)

303. 뒤바뀌는 전세.

만귀비가 15만에 이르는 군사의 대장으로 앉혔던 태감 양방이 북경성 40리 밖에서 패배하고 도망쳐 오자 북경성의 성문을 담당하는 오문제독 원창은 성문을 닫아걸어야 할지 열어야 할지를

결정하지 못했다.

“원 제독님, 전쟁에 패했다고는 하나, 양방의 위세가 죽은 것이 아닙니다. 패퇴한 군사를 성에 들이지 않았다고 훗날 치욕을 당할지도 모르옵니다. 병사들을 성안으로 들여야 합니다.”

원장은 부장의 말이 옳다 여겨 성문을 열고 도망쳐 온 병사들을 북경으로 들였다.

하지만, 패퇴한 병사들은 성안에 들어와 성 곳곳에서 약탈과 혼란을 일으켰고, 만귀비와 황제는 태자군이 벌써 성안으로 들어온 지 알고 부랴부랴 북경성을 버리고 도망을 쳐버렸다.

덕분에 공성전을 생각했던 태자군은 혼란에 빠진 북경성을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고, 북경성의 재화를 챙기기 바빠 황제와 만귀비를 쫓지 않았다.

덕분에 황제와 만귀비는 낙양에서 황보정 장군을 세워 전력을 정비 할 수 있었고, 황제는 장안으로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다.

왕조의 수도였고, 관중 땅을 가진 자가 천하를 가진다는 이야기가 있는 만큼 만귀비는 장안의 성세가 북경과 비슷할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러한 관중 땅과 장안의 중요성은 비단길, 실크로드로 인한 것이었다.

유럽과 중동을 거쳐 비단길의 끝이 장안이었기에 거기서 재화가 쌓이고 장안을 부유하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서서히 비단길을 통한 교역보다는 바닷길을 통한 교역으로 시대가 바꿔 가고 있었다.

낙타 50마리에 실을 물량이 배 한 척에 실리는 시대가 왔으니 자연스레 비단길도 쇠퇴하고 있었고, 장안 또한 쇠락하고 있었다.

만귀비는 악독했지만 멍청한 여자는 아니었기에 쇠락 중인 장안의 상황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군사를 일으켜 장안의 정기를 빼기보다는 자객으로 태자와 수뇌부들을 죽이는 방도를 찾았다.

"조선의 전 제조라는 자가 만든 조선의 요리들이 조선은 물론이고 남경에서도 인기라고 합니다. 그 조선의 음식으로 독살을 해야 합니다."

새롭게 서창의 우두머리가 된 태감 장당이었다.

그는 돈 좀 있고 권세가 있는 이들은 다들 조선 요리를 먹는다고 이야길 했고, 새로운 조선 요리를 올린다면 다들 처음 먹어 보는 음식이라 도 기꺼이 맛을 볼 것이라고 했다.

만귀비는 그 말을 옳게 여겨 태감 왕직을 조선으로 직접 보냈었다.

그리고, 조선에서 직접 배워 온 짜장면과 복어독을 마주하자, 만귀비는 그 괴이한 검은색에 놀랐고, 복어 독을 먹고 일각 후 숨을 쉬지 못하며 죽는 모습에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짜장면이라는 음식은 색깔이 특이하기에 독살의 기회는 한 번밖에 없을 것이다."

“네 마마. 한번 보았던 자들은 바로 기억을 할 것이고 맛을 보았던 자들은 소문을 낼 것입니다.”

“문제는, 요리를 만든 자가 직접 와서 하지 않는 이상 이런 기묘한 음식은 태자의 식탁에 바로 오를 수 없다."

왕직은 만귀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설령, 남경의 어선방에 잠입해 짜장면을 만들어 올린다고 해도 그걸 태자가 먹는지 안 먹는지 알 수가 없었다.

본래 황제의 식탁에는 황제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게 수십 개의 접시에 수십 개의 음식이 올라갔다.

황제가 어떤 음식을 좋아한다고 하면 그 음식으로 독살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수십 개의 음식을 올려 황제의 기호를 숨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식사 중에도 접시를 뒤집어 음식을 섞어 버려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도 알 수 없게 하는 것이 태감의 일이었다.

그런 식사 방식에서 검은색의 기괴한 색을 가진 음식이 올라간다면 시중을 드는 태감들선에서 걸러질 수도 있는 것이었다.

유명한 조선의 전 제조가 직접 해서 올리지 않는 한은 바로 먹게 만들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마마, 그렇다면 태자를 제외한 가장 많은 이득을 내는 대상에게 이 짜장면을 써야 하옵니다."

"그게 누구인가?"

“태자군의 주력이 몰려 있는 북경입니다. 북경의 장수들이 모이는 연회에서 짜장면을 먹이는 것이 가장 큰 이득일 것입니다."

"좋다. 왕직, 그대에게 일임하지.”

***

북경을 점령한 태자군은 남경에서 오는 명령서대로 군사를 내어 만귀비를 쫓아 나섰어야 했다.

하지만, 영락제부터 쌓인 북경의 부유함에 취한 장군들은 어떻게 하면 부를 더 차지할 수 있을지를 더 고민했다.

그러다 보니 각 장군들 마다 분쟁이 일어나기도 했고, 관계가 나빠지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알기에 북경에 남아있던 고관 중 태사 장소덕이 중재를 위해 나섰다.

“그렇다면 장흥로(路)는 반 장군께서 가져가는 것으로 합시다. 그럼, 이제 분쟁 지역의 분배는 끝이 난 것입니다. 분배가 달라진 지역은 내일 군사를 빼도록 합시다.”

9명의 장군들 중 불만이 있는 이도 있었으나, 다들 더는 분쟁을 원하지 않았기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을 것을 우리 모두 연판장에 서명하여 약속합시다."

그렇게 연판장에 서명을 할 때 태사 장소덕은 연회 준비를 시켰다.

특별히 조선에서 유명한 전원종에게 요리를 배워 왔다는 요리사를 초빙해 왔는데, 그 말에 장군들도 전원종이란 이름을 안다며 기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들 보는 앞에서 요리를 하기 위해 나온 이는 태감 초철이었다.

장군들이 보는 앞에서 밀가루 반죽을 하여 면을 만들었고 뽑은 면을 숙성시키는 동안 짜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래된 검은 된장을 기름에 볶고 야채와 고기, 생선, 해산물을 넣어 짜장을 볶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짜장은 짜장면과 짜장 볶음밥으로 장군들의 앞에 놓였는데, 다들 눈앞에서 보았음에도 그 괴이한 검은색의 모습에 쉽게 젓가락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들이 모이면 용기를 과시하고자 하는 이가 반드시 있는 법.

마삼 장군이 먼저 짜장밥을 먹기 시작하자 다들 짜장을 먹기 시작했고, 그 특이한 맛에 다들 기묘한 음식이라며 칭찬을 했다.

뒤이어 다른 음식과 술이 나오며 연회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일각 여가 지나자 다들 혀가 굳기 시작했고,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해 손발을 떨어대기 시작했다.

“도,독이...숨이...”

“도대체, 누, 누가 독을..."

숨을 쉬지 못해 얼굴이 퍼렇게 되어 가는 장군들을 보며 부장들이 어떻게든 숨을 쉬게 만들어 주려고 했다.

급히 달려온 의원들도 침으로 몸을 찌르고 엎드려 음식물을 토하게 했으나 숨을 쉬지 못해 부들거리며 죽어가는 장군들을 살리지 못했다.

그렇게 하루아침에 북경을 관할하고 있던 태자군의 장군들 9명이 죽었고,웃어른으로 이들을 다독이던 태사 장소덕도 죽어 버리자, 북경은 혼란에 빠져 버렸다.

더구나, 이들이 죽기 전 작성한 연판장에 나와 있는 수정된 영역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부장들이 나오며 북경 성내는 자중지란에 빠졌고, 만귀비와 황제를 호종했던 황보정 장군의 군대가 북경으로

다가오는데도 혼란이 잡히지 않았다.

***

독살로 인해 중국의 전세가 뒤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양으로 올라가니 그새 북경성이 함락되었고 태자군이 패퇴하고 있다는 소식이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태자군에게 생색내기로 보내었던 2만 명의 원군도 북경성 공방전에서 전멸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그래서 그런지 집집마다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번 원군은 승패가 이미 난 싸움에 간다는 것을 알았기에 6위(衛) 병사들뿐만 아니라 도성 출신이 많은 금군에서도 많이 지원을 했었습니다. 그들이 다 죽었다고 하니 사방이 초상집이 되어 버렸습니다."

“허허. 우리 상단 가족이 죽었다면 대행수 이름으로 위로금을 주도록 하고 쉴 수 있게 휴가를 주시오. 그럼, 형님은 어찌 하실 생각이십니까?"

“북경이 저렇게 전세가 바뀌어 버렸다면 나도 동항으로 빨리 들어가 봐야겠구나. 여진인들이 아마 들썩거리고 있을 것이다."

"그럼, 관찰사의 감명을 꾸릴 수 있게 주어지는 노비들과 병사들은 제가 챙겨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처와 아이들도 한양에 두고 가니 네가 잘 챙겨주거라."

어쩌면 요동반도와 동항까지도 전화가 미칠 수 있기에 형님은 형수와 아이들을 도성에 두고 바로 떠났다.

우선 조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 한명회를 먼저 보러 갔다.

하지만, 이미 한명회는 입궐해 있었고, 원종도 관복을 입고 동청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의 중앙군 규모가 4만 5천 명 정도였는데, 그들 중 절반 가까이가 죽어 버린 것이니 조정에서도 난리가 나 있었다.

“상황을 오판한 국구께서 책임을 지셔야지요!"

"옳습니다. 그저 물자만 지원하고 해야 했던 일을 국구께서 고집을 피워 원병을 보내었지 않습니까?"

“2만의 정병이 사라졌으니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한명회는 입을 다물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성종도 마찬가지였다.

2만 명의 원군을 보낼 때 둘이 합이 잘 맞아 서로 보내야 한다고 했었기 때문이었다.

“전하. 소신을 삭탈관작하여 주시옵소서."

"아니오. 그런 말 마시오. 국구를 삭탈관작 한다고 일이 다시 정도로 돌아오지 않소. 그대들도 마찬가지요. 누구를 탓하기보다는 지금 이 정국을 어찌 끌고 가야 할지를 고민하시오."

성종은 한명회와 한배를 탄 것이나 마찬가지였었기에 한명회를 내칠 수가 없었다.

도망치지 못하고 북경성에서 전멸한 좌참찬 허종을 속으로 욕할 뿐이었다.

“전하. 황제 측에 다시 원군을 보내는 것이 어떠할는지요? 사죄의 의미를 담아 물자를 넉넉하게 지원해 준다면 황제의 진노가 가라앉지 않겠습니까?"

"그게 말이 되는가? 다시 원군을 보내다니. 그건 황제를 능멸하는 것 아닌가? 박쥐도 그렇게는 하지 않을 것이다."

"전하. 먼저 만귀비에게 재물을 바쳐 그 화를 꺼트리는 것이 좋지 않겠사옵니까? 만귀비의 수족이라는 태감들에게 먼저 줄을 대어야 하옵니다."

“전쟁터에서 무슨 태감이오!"

정전의 대신들은 서로 대책을 내놓았지만, 성정이 보기에는 뾰족한 대책이 하나도 없었다.

“전하. 병마 절제사인 전원종을 황제 측에 사신으로 보내어 만귀비에게 직접 요구 사항을 듣는 것이 어떠하겠사옵니까?"

갑자기 한명회의 입에서 내 이름이 거론되자 깜짝 놀랐다.

“국구께선 그 말이 무슨 말이오?"

“지금처럼 상황이 좋지 않으니 그 누구를 보내어도 만귀비의 화를 가라앉히기 힘이 들 것입니다.

하지만, 전 제조이던 시절에 절제사가 만귀비에게 총애를 받았었습니다. 해서 그를 보내어 만귀비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를 직접 확인하고 우리가 대응하는 것이 어떨는지요."

"오, 그렇군. 지금의 황자를 낳을 수 있게 약선으로 치료한 것이 전 절제사이니 인선이 맞을 것 같군. 전 절제사는 앞으로 오라.”

어쩔 수 없이 뒤에 짱박혀 있다 앞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만귀비에게 사신으로 가야겠다. 시묘살이를 하지 않고 올라온 것이 바로 이런 중대사를 위한 것이겠지. 내 너의 충심에 마음이 든든하구나."

성종의 말을 듣고 나니 그냥 몸이 불편해도 시묘살이로 고생하는 것이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더해, 안동도의 관찰사인 전원길이 여진인들과 허물이 없는 사이라고 하니, 중앙군이 줄어든 지금 그의 영향력으로 여진인들을 우리 조선에 붙게 만들어 부족한 군사를 채우는 것이

맞는 방도 같사옵니다."

"하하하. 적절하오! 국구의 병략이 실로 신산이오! 이 전씨 형제야말로 나라의 동량지재요. 전관찰사는 어디에 있는가?"

"형님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하여 바로 배를 타고 요동으로 출발을 했사옵니다."

"좋구나. 전 절제사도 얼른 출발 준비를 하라. 국구께서 만귀비에게 보낼 서신을 써주시오."

"손녀사위 이리 오게나."

한명회에게 소매가 잡혀갈 수밖에 없었는데, 괜히 분위기 알아본다고 조정에 들어온 나를 탓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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