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쉐프 조선을 부탁해-295화 (295/327)

295. 식민지를 만들다.

박투르안이 도망치는 아이누족들을 뒤쫓을 때 고형만과 발해방 사람들은 피를 보았기 때문인지 기세가 살아나 있었다.

원수를 갚는다는 일념으로 잔인하게 아이누족들을 다루었고 그렇게 정보를 뽑아내었다.

“역시 예상이 맞았습니다. 총 여섯 곳의 부족들이 뭉쳤고, 귀부하는 척하여 안심시키고 새벽에 혈사를 일으키려 했다고 합니다. 이놈들을 모두 붙잡아 노예로 써야 합니다.”

피 맛을 본 고형만을 말릴 수 없기도 했거니와 발해방 사람들을 포용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화를 최대한 발산해줘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발해 사람 80명에 우리 선원 50명을 붙여 주겠네. 먼저 간 박투르안과 함께 이 근방을 뒤져 비겁한 술수를 쓰려한 아이누족들을 처리하게."

***

다친 이들 중 살릴 수 있는 이를 살리고, 식량을 거두어들였는데, 하루 이틀이면 올 것 같았던 고형만이 돌아오지 않았다.

무려 6일이나 지나서 박투르안과 고형만이 돌아왔는데, 200여 명의 아이누족을 줄에 묶어 왔고, 달구지마다 식량과 짐이 가득 실려 있었다.

“4개 마을을 불태웠고, 노예들을 잡아 왔습니다. 소 사다쿠니는 남쪽으로 도망을 쳤습니다."

고형만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풀어 줬다고는 하지만, 신대륙에 도착했던 유럽인들처럼 아이누족을 사냥하고 박살 내고 다닐 줄 몰랐었다.

남아메리카처럼 피의 지배를 할 생각이라면 이런 방식이 맞을지도 몰랐지만, 북해도를 그렇게 지배할 생각은 없었다.

가뜩이나 인구도 없는데, 사람을 죽이고 해서 뭐하겠는가.

"이 오목마을이 개척 마을 중 가장 크고 번화하다고 했으나, 싸움으로 인해 많은 것이 망가졌네. 그러니 자네에게 이 오목마을의 부흥을 맡기도록 하지."

배신자에 대한 보복은 확실히 했으니 이제는 숙이고 들어오면 받아준다는 유화책을 아이누족들에게 보여줘야 했기에 고형만을 여기에 묶어 둬야 했다.

다친 아이누족 중에서 움직이는 게 가능한 자들을 뽑아 6개 부족 연합이 비겁하게 싸우려고 한 것을 이겨냈으며 4개 부락을 불태운 것을 사방에 퍼트리게 했다.

비겁하게 행동한 소 사다쿠니는 아예 싸워 보지도 않고 도망쳤다는 용기 없는 자라는 말도 퍼트렸다.

물론, 이렇게 사방으로 보낸 자들은 발해방과 조선의 병사들이 잔인하게 아이누족들을 죽였다는 이야기도 할 것이고, 화포에 맞아 수십 명이 죽었다는 이야기도 할 터였다.

그런 독한 소문이 더 빨리 퍼져 대항하는 부족들이 줄어들길 빌었다.

“박투르안과 이태랑기 부족의 몇은 육로로 움직여 소맥길 마을로 이동하도록 하지.”

배에 기마병을 싣고 다녀도 되지만, 상륙에 시간이 드니 기마병을 언제든 쓸 수 있게 육지로 움직이게 한 것이었다.

***

“그러면 싸워 보지도 않고, 도망을 쳤다는 소문이 맞다는 말이오?"

“발해방 사람들이 내는 소문이라 믿지 않았는데, 들려오는 말이 전부 진짜였군, 싸우지도 않았다니."

소 사다쿠니는 다시 싸우기 위해 여러 아이누족들을 돌아다니며 전사들을 모으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아이누족들이 몰살에 가까운 죽임을 당할 때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도망쳤다는 것이 알려졌기에 쉽게 설득되지 않았다.

“우리는 입으로만 싸우는 자는 믿지 않는다. 더구나, 비겁하게 거짓으로 항복한 후에 술을 먹여 죽이려고 했다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다."

“우리 타구루 부족은 그런 비겁한 자와 뭉치지 않으니 떠나라.”

"뭉치지 않고 있으면 놈들에게 휩쓸려 죽을 것이오. 6개 부족이 박살나고 부락이 불탄 것을 못 들었소! 뭉쳐야 그들과 싸울 수 있소.”

소 사다쿠니는 어떻게든 아이누 부족들을 연합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발해방 일도 그렇고 이번 일까지 정정당당한 싸움 없이 속여서 이기려고 하는 비겁한 자를 아이누 족들은 더는 신뢰하지 않았다.

“발해방 사람들의 개간이란 것을 한 땅에서는 더 많은 곡식이 열렸다고 한다. 애초에 저 소 사다쿠니의 말에 다른 이들이 속아 발해방을 친 것이니 다들 거짓말에 속았기 때문이다."

“맞소. 저자는 우리를 속여 싸우게 했고, 분란과 피를 뿌리는 싸움을 가져온 자요. 저주를 우리에게 내린 거요!"

타구루 부족을 설득하러 온 소 사다쿠니는 전란을 가져온 자라고 몰리게 되자 설득을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있어봤자 좋은 일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저자 때문에 평화롭던 이 땅에 분란이 생긴 것이니 저놈을 죽여서 바칩시다!"

타구루 부족은 이런 분란을 만들어낸 이를 잡아 바치게 되면 원인이 없어지는 것이니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되었다.

부족의 젊은 전사들이 나서서 소 사다쿠니와 일당들을 잡으려고 했으나, 체계적으로 검을 배웠고, 전란을 겪은 소 사다쿠니 일행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소 사다쿠니의 100여 일행과 타구루 부족의 싸움은 쫓고 쫓기는 싸움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런 싸움이 육지로 움직이고 있던 박투르안에게도 알려졌다.

급히 말을 몰아 오니 두 세력이 대치한 채 서로 밀고 밀리고 하고 있었다.

"왜놈인 소 사다쿠니 놈들이 밀리고는 있는데 아이누족들도 쉽게 승기를 못 잡고 있군. 이거 어찌한다. 아 그래. 저 아이누 부족은 발해방의 혈사에 참여를 한 부족인가?"

“타구루 부족은 훔쿠시 부족과 원래부터 사이가 좋지 않아 발해방의 혈사에는 참여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렇다면 왜놈들부터 처리를 하고 봐야겠군. 입 주위 문신이 이상하더라도 딸을 줄 수 있는 아이누족을 살리는 게 이득이겠지."

원종이 발해방을 제외하고 박투르안과 이태랑기 부족을 함께 보낸 이유가 여실히 발휘 된 것이었다.

박투르안과 50 기병은 활을 들어 밀리고 있던 소 사다쿠니를 공격하기 시작했는데 각자 2대를 쏘기도 전에 방어진이 무너지며 타구루족에게 박살이 나버렸다.

“소 사다쿠니는?"

박투르안의 말에 타구루 부족의 전사들은 죽은 이를 보여주었는데, 상투가 아닌

더벅머리였음에도 박투르안은 얼굴을 알아봤다.

"맞구만. 이 시체는 우리가 가져가지. 그대들은 어찌할 것인가?"

"조선 부족과 싸울 것인지 아니면 우리처럼 귀부를 할 것인지를 묻는 거요."

이태랑기 부족의 말에 타구루 족들은 이태랑기 부족 사람을 살펴보았다.

흔히 입는 털가죽 옷 대신에 고운 면으로 된 옷을 입고 있었고, 그 위로는 푹신함이 느껴지는 두툼한 옷을 입고 있었다.

"조선 부족이 되면 그런 옷을 입어야 하는가? 저런 말 탄 자들이 입고 있는 철로 된 옷은 못 입는가?"

“아, 저 철로 된 옷은 갑옷인데, 말을 탄 자들만이 입을 수 있고,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은 이런 옷을 주오. 물론, 옷과 식량이 공짜요.”

이태랑기 부족은 일부러 나이기온 옷을 만져보게 해줬는데, 푹신한 패딩 옷의 감촉에 다들 신기해했다.

"옷을 바꿔 입어야 하는 거 말고는 다른 문제는 없소?"

"전혀 없소이다. 그냥 조선 부족의 일원이 되면 생활방식을 좀 바꿔야 하는 거 말고는 없소. 아, 조선인들이 쓰는 말과 글은 배워야 하오."

"글? 그건 또 뭐지. 하여튼 사는 곳에서 계속 살 수 있다는 말이지?"

“맞소. 나는 오목마을에서 연합 부족과 조선 부족이 싸우는 것을 보았기에 하는 말인데, 이들과 싸운다면 절대 이길 수 없소. 우리가 든 칼만 해도 이들의 칼과 비교할 수 없소."

이태랑기 부족민은 박투르안의 허락을 받아 검을 뽑아 들게 했는데, 검신의 색이 푸르스름하고 마치 은과 같이 빛을 내고 있었다.

“우리가 가진 칼은 이 칼과 부딪히면 금세 부러지오, 싸운다고 해도 질 것이 뻔하니, 우리처럼 따르는 걸 추천하오."

타구루 부족의 전사들은 다른 것보다 박투르안과 기마병들이 들고 있는 칼과 무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후로도 발행방 사람들을 죽일 때 훔쿠시족과 함께 한 부족은 북쪽으로 도망을 치는 것이 유일하게 사는 길이고, 그때 참여하지 않았다면 조선 부족의 밑으로 들어가야지 살 수 있을 것이라

몇 번이고 타이르고 알렸다.

이런 부족민의 노력이 제대로 먹힌 것인지 다섯 번째 마을인 소맥길 마을에 있을 때 타구루 부족과 히메라 부족에서 딸과 함께 재물을 바치며 귀부해 왔고, 일곱 번째 마을인 칠석 마을에 있을 때도 한 부족이 귀부해 왔다.

“다른 두 곳은 해안가가 아니라 병사들이 직접 가야 합니다."

“기선 제압을 해야 하니 배를 지키는 최소한의 병력을 빼곤 모두 다 움직이도록 하지."

우리의 선단을 보지 않은 마을이라 나름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박투르안의 기병이 먼저 도착하자 마을에 있던 이들은 바로 항복을 했다.

마지막 마을도 이미 이야길 들었다며 자신들은 훔쿠시 부족과 상관없다며 오히려 훔쿠시 부족이 도망친 곳을 알려줬다.

발해방이 만들어 개척한 마을을 다 수복했으나 도망친 이들을 쫓지 않는 것도 문제였기에 박투르안에게 무리하지 말고 며칠 쫓다가 돌아오게 했다.

발해방이 개척하고 만들었던 9개 마을을 복속시켰지만 앞으로 어찌 운영할지가 문제였다.

이미, 복수를 해주는 대가로 그들이 개간하고 만든 마을을 받기로 했었기에 소유권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을 어떻게 이곳에서 섞여 살게 만드느냐가 문제였다.

혈사로 인해 줄어든 발해방 사람들로는 9개 마을을 모두 감당할 수 없을 터였으니 가장 큰 오목마을과 그 인근에 몰려 살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다른 마을에는 아이누족들을 살게 하고 연합체를 만들어 생활방식이나 말과 글을 가르쳐 조선 사람으로 만드는 식민지 작업을 해야 했다.

계획이 서고, 박투르안이 돌아오자 오목마을로 움직여 고형만과 마주 앉았다.

“대영일 공자의 아들이 있다고 들었소. 발해방은 여전히 대씨를 모시고, 새 발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오?"

발해방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대신들이 다 죽어버렸기에 전권을 가진 고형만에게 대놓고 물은 것이었다.

견제할 수 있는 웃어른들 중 제대로 나설 수 있는 자가 없으니 고형만의 행동에 따라 다시 발해를 건국하기 위해 움직이든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든지 할 터였다.

“대순호 공자가 계십니다만, 아직 연치가 어리시기에 공자께서 성인이 되신 이후에나 그 답을 드리겠습니다."

고형만은 여전히 대씨를 따르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흠. 알겠네. 그럼, 갈대마을과 오목마을, 소맥길마을을 발해방의 영역으로 주겠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마을을 준다는 말이었다.

이게 중앙에 위치한 핵심 마을을 준다는 것처럼 보였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다른 마을에 둘러싸이게 되는 형세가 되기도 하는 것이었다.

“발해방의 세 마을과 다른 여섯 마을의 대표로 연합체를 만들 것이네."

“그렇게 연합체로 한다고 뭉쳐지겠습니까? 아이누족들은 언제든지 약하다는 것이 보이면 뒤를 칠 놈들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해서 이 9곳 연합체의 수장으로 내 동생을 임명할 것이네. 동생이 다른 부족에서 바친 딸들을 거두어 그 세력을 조율할 것이고 총독이란 자리를 만들어 이곳을 맡길 것이네."

“흠. 단주님의 동생분이 온다면 괜찮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불만이 많던 고형만은 내 동생이 총독으로 온다고 하자 바로 동의를 했다.

다른 이도 아닌 혈족을 보내 관리시킨다는 것에서 무게감이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각 부족의 딸을 부인으로 맞아들임으로써 세력의 균형도 지킬 수 있을 터였다.

물론, 조선에서 잘 생활하고 있던 진기의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대순호 공자는 이곳에서 성장하게 두지 말게. 조선의 한양이나 중국의 번화한 곳에서 성장시켜야 하네. 이곳에서 키우게 되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될 뿐이네."

원종은 순수하게 어린 아이를 키우기 좋은 곳에서 키우라고 조언을 한 것이지만, 이야길 듣는 고형만에게는 대순호 공자를 인질로 넘기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모든 것이 부족한 이곳보다는 한양이나 중국에서 키우는 것이 맞는 말이었기에 대순호공자를 상단으로 보내겠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

귀부해 온 부족들에게 성씨를 내려 조선식 이름을 짓게 만들었고, 사람 가르치는 것이 좋은 선원이나 총각들을 이곳에 정착시켜 거주토록 했다.

고형만에게는 북해도에도 석탄이 있으니 겨울 난방을 위해 석탄을 찾으라고 시켰다.

북해도의 서쪽 면만을 다스리게 되었지만, 겨울에 추운 것 빼고는 확실히 비옥한 땅이었다.

동해에 있는 울릉도와 비슷한 기후이기에 강원도의 고산지대에서 화전민으로 사는 이들을 옮겨오면 될 것 같았다.

이미 여진족들의 압록강변으로도 많이 움직여 갔지만, 아직도 화전민이 남아 있었다.

배다른 동생 진기가 14살이니 이곳에서 20년만 총독으로 자릴 지켜준다면 조선 땅에 식량 부족은 없어질 터였다.

그리고 설탕과 후추, 마샬라인 카레 맛을 이들에게 보여주었고, 곡식을 거두어들인 것으로 이것들을 바꿔 먹을 수 있을 거라고 교역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물론, 가장 좋아하는 것은 럼주인 설탕주였다.

독한 술을 마셔보지 못했고, 값 또한 저렴했기에 조선 부족이 된 것에 불만을 가진 이들의 마음까지도 럼주가 녹여 주었다.

봄이 오면 총독인 동생이 올 때 술을 잔뜩 가져올 거라고 공약을 했고, 배에 설치했던 난로도 나눠주며 한겨울 난로에서 끓여 먹는 죽을 알려주었다.

단순히 불에 구워 먹고 향신료 없이 끓여 먹기만 하던 이들에게 소금과 설탕, 후추가 들어간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자 다들 조선 사람이 된 것을 행복해했다.

“이게 바로 곰죽이라는 거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