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쉐프 조선을 부탁해-290화 (290/327)

290. 드디어 하나를 찾았다.

중국이 내전으로 인해 혼란해지자 자연스레 곡물 가격이 올랐고, 곡물 가격이 오르다 보니 곡물로 만드는 술값 또한 오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거의 공짜처럼 생산 가능한 럼주가 생겼으니 땅 짚고 헤엄치기처럼 술을 팔 수 있을 터였다.

중원과 북방은 물론이고 왜와 동남아까지 럼주를 팔아 치울 계획을 잡았다.

하지만, 그렇게 이 설탕주인 럼주가 알려지게 되면 자연스레 생산지인 유구에 대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유구의 왕이 바뀌었다는 것도 알려지게 될 터였다.

그 바뀐 왕이 고려의 왕씨라고 알려지면 조선에서 괜히 자세히 알아보라고 하는 일이 발생할지 몰랐다.

그리고, 그 왕씨가 나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며 큰일이 날 터였다.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다른 이에게 왕위를 넘기거나 하면 될 것 같았는데, 3공을 자처한 배일욱과 김수, 케하루의 전언을 보면 그렇게 내세울 만한 사람도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대만의 영역으로 삼기에는 그 생활이나 문화가 너무도 달랐다.

우선은 유구까지 가는 조선의 상단은 우리 춘봉 상단밖에 없었기에 정보 조작을 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안전한 방법일 것 같았다.

조정에 먼저 표를 올려 유구의 왕이 바뀐 것을 알리고 대수롭지 않은 일로 만들어야 했다.

유구 왕의 성씨였던 상씨(尙氏) 왕조가 끝이 나고 새로운 성씨가 왕이 되었다고 하면 관심을 끌 수 있으니 이것도 작업을 쳐서 그대로 상씨로 가야 했다.

상왕 원조(原祖)가 유구의 왕이 되었다고 알리게 된다면 조정에서는 상씨의 왕 원조라고 기록이 될 터였다.

그렇다면 유구의 왕이 상씨에서 바뀐 것이 아니라고 인식할 터였고, 고려인이 왕이 되었다고 의심할 사람은 없을 터였다.

외교를 담당하는 예조에 교역을 하며 알게 되었다고 자연스레 보고를 하면 특별한 언급 없이 넘어갈 사안이었다.

상단 내 전령을 담당하는 다우선이 도착하자 원종이 예조에 올릴 서신을 들고 갔고, 중원의 싸움에 대해서 알려주고 갔다.

“만귀비 쪽이 어렵다고 하는군.”

“내시 놈들에게 군권을 줬다고 하던데, 전쟁에서 패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그렇지만, 태자 쪽에서 화북으로 올라가는 운하를 틀어막았다고 하는군.”

송나라 이후 중국의 생산력은 강남이 화북을 추월했었다.

곡식이 1년에 3번 수확 가능한 광동성이나 광서성의 생산력은 어마무시한 것이었고, 명나라에 들어서는 운하를 통한 수송으로 화북의 인구를 부양하고 있었다.

그런 운하를 막아 버렸으니 군량을 대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휘청일 터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곡식을 팔아 이익을 남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전쟁 특수를 노리자는 행수의 말에 원종은 고개를 저었다.

“실제 병량을 팔게 되면 은으로 받기 힘들 것이다. 아마도 어음으로 받게 되겠지. 하지만, 만귀비가 전쟁에서 패하게 되면 그 어음은 그냥 종잇조각이 될 뿐이다. 그리고, 태자 측에서는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아, 말라카로 가는 항로에서 들리는 항구들이 다 태자 측의 항구이니 밉보이면 안 되는 것이었군요."

“그래. 그러니 만귀비가 요청을 해서 거래를 하자고 해도 물자가 부족해서 팔 수 없다고 이야길 하여라."

“네. 하면 여진족의 일은 어찌 하오리까?"

만귀비가 예전부터 계속 요동반도의 여진족들에게 군세를 이끌고 전쟁에 참여하라고 종용하고 있었다.

물론, 원길 형이 여진족 족장들을 이끌고 사냥 겸 북쪽으로 떠나버렸기에 실제 만귀비 측에 달라붙는 여진족의 거의 없었다.

“여진족에게 큰 영향력이 없는 내가 전쟁에 참여하지 말라고 이야길 해도 여진족들은 듣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황제와 만귀비 측이 지고 있고, 참여를 한다고 해도 이득이 없을 거라고 소문을

내어라. 소문에 민감한 이들이니 지는 싸움에 나서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원종이 이런 결정을 내리자 여진족에게도 상인들이 만귀비 측에 물건도 팔지 않을 정도로 전세가 어렵다는 소문이 났고, 전쟁에 참여해도 이기기 힘들다는 소문에 만귀비 쪽에 붙는 여진족들은 거의

없었다.

***

우편과 빠른 연락을 위한 다우선이 다시 동항에 도착했는데, 예조에 올렸던 서신은 아무런 화제 없이 잘 처리가 되었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내수사의 우두머리인 이치현이 보낸 서찰을 가져왔다.

"흠. 한양으로 가야 할 것 같군."

“어떤 내용인지 소신이 알아도 되겠습니까?”

“내가 한양으로 가게 되면 동항의 수군들을 지휘할 사람이 자네이니 당연히 알아야 되네. 만상과 내수사가 다시 말라카로 가는 배를 띄우려고 하는데, 중국 남부의 항구를 쓸 수 없게 되었다고

하는군."

"네? 그러면 우리 선단도 말라카로 가는 데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닙니까? 태자 측에서 일을 벌인 것입니까?"

"그래서 한양으로 가봐야 할 것 같아. 강남을 점령하고 있는 태자 측과 협의를 해야 할 것 같거든.

그러니 자네가 내가 없는 동안 중원에서 넘어오는 적들을 잘 막아줘야 하네."

"소신에게 맡겨 주시옵소서."

그렇게 수군을 박치산에게 맡기고 한양으로 가니, 물가가 많이 올라 있었다.

중국 명나라의 전쟁 여파가 알게 모르게 영향이 있는 것이었다.

“태자 측에서 조선의 상선들이 중국 남부에 기착하는 것을 막았네. 조선에서 만귀비 측으로 원병을 보낸 것을 이유로 들었네.”

내수사의 이치현은 이제 말라카로 가는 항로 자체가 막혔다며 큰일이 났다고 난리였다.

설탕과 후추 등의 향신료는 물론이고 중국과 안남에서 사 오는 값싼 곡식을 조달할 수 없게 되니 물가가 오르는 것이 걱정이라고 했다.

“태자 측에 있는 텅신황이란 상인과 연이 있다고 하던데, 그자를 통해서 항구를 쓸 수 있게 교섭이 가능하겠는가?"

“텅신황은 양주의 상인으로 태자 측에 물자를 대어주는 상인일 뿐입니다. 아마도 그런 정책을 바꿀 만큼의 권세가 없을 것입니다. 우선 항구라도 열어 달라고 서신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허허. 잘되어야 할 터인데. 기항지도 없고, 중국에서 배를 살 수도 없으니 이제 남방무역 자체가 없어질 판이야."

“태자 측이든 만귀비든 빨리 전쟁이 끝이 나는 것 말고는 답이 없겠군요.”

“그래서 중국에서 건너온 뱃사람들에게 방법을 전해 들었는데, 계절이 바뀔 때 부는 바람 방향을 타고 목포에서 바로 대만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고 하던데, 그 항로로 한번 가볼 생각이네."

“흠. 그 거리가 10여 일이 걸리는 먼 길이옵니다. 중간에 태풍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치현이 이야기한 바닷길은 유명한 바닷길이었다.

대만이나 동남아에서 여름 계절풍을 타고 한 번에 조선까지 올 수 있는 길이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그 바람을 타고 태풍도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일기예보도 모르는 상황에서 망망대해로 나가 태풍을 만난다면 조난당하기 딱 좋은 상황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제주도에 표류했던 것이 하멜이었고, 일본에 조총을 전래한 네덜란드의 상인 또한 여름 계절풍을 타고 오다 태풍을 만나 표류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이란 동물은 실제 그 위험이 눈앞에 닥쳐와야 그 위기를 실감하는 존재였다.

당장 이치현만 봐도 태풍 때문에 위험하다고 했지만, 듣지 않았다.

특히나, 직접 자신이 배를 타는 것이 아니니 그저 한 번에 대만국으로 가는 항로가 딱 맞는다며 추진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만상과 송상까지 그 항로를 이용하려 한다면 배의 손실과 선원들의 희생이 뒤따를 것이었다.

그냥 가만히 놔두면 잭팟과 같은 교역 성공과 태풍으로 인한 전멸에 가까운 실패가 오고 갈 터였다.

그렇게 바다에서 사라질 배와 선원들이 아까웠다.

하지만, 막상 규슈와 오키나와를 통한 우회 항로를 알려주게 되면 왠지 대마도와 일기도, 오키나와에 퍼트려둔 내 재산과 세력들이 들통날 것 같기도 했다.

숨겨둔 내 세력을 아끼고자 우회 항로를 비밀로 하게 되면 비밀은 지킬 수 있겠지만, 왠지 살릴 수 있는 생명을 내가 죽게 놔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간의 고민 끝에 우회 항로를 알려주기로 했다.

물론, 우회 항로를 쓸 것인지 대만으로 바로 가는 직항로를 쓸 것인지는 저들의 판단에 맡겼다.

그리고, 약간은 이들을 이용하기로 했다.

"중국 항로 말고, 안전한 우회 항로가 있긴 있는데, 돌아가야 하는 거리가 2배는 될 것입니다. 알려드리오리까?”

“안전하게 돌아가는데 2배의 거리라고? 기일이 너무 늘어나겠군."

“하지만, 안전한 항로입니다. 배를 잃는 것보다는 좋지 않겠습니까?”

"흠. 일단 알려주게나."

원종은 만상과 송상, 동래의 내상 사람들까지 불러서 따로 만들어 둔 지도를 건네주었다.

"왜의 구주라는 곳의 해안선을 따라 내려가면 사츠마라는 왜의 장수가 관리하는 땅이 나옵니다.

거기서 서쪽으로 흩어진 섬들 사이로 가다 보면 유구가 나옵니다. 여기까진 아시는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유구로 다녀온 뱃사람이 있긴 있네. 하지만, 이렇게 지도가 있다면 더 수월하겠지."

"색으로 칠하고, 거리 단위가 있는 지도라니 특이하군."

"그리고 지도의 옆을 보시면 유구의 옆으로 사흘을 더 가게 되면 대만 국이 나옵니다. 거기서 다시 서남쪽으로 움직이게 되면 말라카로 갈 수 있습니다."

"유구와 대만 국이 가까웠군"

“이렇게 지도가 있으면 거리가 2배로 늘어난다고 해도 안전하게 갈 수 있으니 이쪽 길을 선택해야지. 헌데 우리 조선이 이리 작고, 왜가 이리 컸나?"

그제야 상인들은 왜의 땅이 조선보다 크게 그려져 있다는 걸 발견했다.

"우리가 왜를 업신여기며 야만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우리 조선보다 땅이 더 넓습니다. 해서 구주의 중앙에 보시면 산에 둘러싸인 평야가 보일 겁니다."

“음. 왜 이리 넓은 평야가 있었다니."

"그래서 제가 추천하는 무역은 2배 넘는 거리로 해서 말라카로 가기보다는 왜의 이 평야지역에서 나는 곡식을 사 오는 무역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오호! 명나라의 전쟁으로 인해 곡식값이 계속 오르고 있으니 여기서 곡식만 사와도 수익이 나겠군.”

“네. 아직은 왜의 땅에 명나라의 전쟁이 알려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니, 왜의 곡식을 먼저 사 와서 이득을 만들고, 이후 우회 항로로 가든지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러다 보면 명나라의

전쟁도 끝이 나지 않겠습니까?"

“흠. 그렇군. 우선은 왜의 구주부터 교역망을 다져둬야겠어."

왜와 가장 가까운 동래 내상이 먼저 돌아간다고 나가 버리자 다른 이들도 황급히 떠나갔다.

우회 항로를 알려주는 대신 왜에서 곡식을 수탈해오는 일을 시키는 것이었다.

왜구의 발호가 있다고는 하나 수영의 수군과 우리 선단이 규수의 북부를 어느 정도 장악했기에 그리 큰 문제는 없을 터였다.

다른 상단들이 선단을 꾸리는 것을 보고 있는데 염호진의 태극 선단이 말라카에서 돌아왔다.

전쟁의 여파가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멀쩡했고, 배가 2척 더 늘어서 왔다.

“단주님. 예전에 석달래라는 자를 기억하십니까? 경주에서 온 자 말입니다."

"석달래? 아, 회교인의 후손이라고 했던 자 아닌가?”

"맞습니다. 일전에 말라카로 갈 때 단주님이 명을 내려 회교도들의 고향으로 가는 명을 내렸지 않습니까? 그가 돌아왔습니다.”

"오! 놀랍군. 아랍을 다녀왔다니. 그래 그는 어디 있는가?"

"말라카에 머물고 있사온데, 그가 이 콩을 구해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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