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쉐프 조선을 부탁해-277화 (277/327)

277. 권리권? (2)

“허허 그럼, 한양 전장에서는 3만냥에 달하는 무역선 이익에 대한 교환권을 팔아 치운 건가?”

"네. 다들 무역선이 말라카를 다녀오면 몇만 냥의 이익이 남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너도나도 한양 전장에 모여들어 교환권을 구매했습니다."

"큰 전장에서 2할의 이자를 준다고 하니 너도나도 다 뛰어들었구먼. 쯧쯧.”

“네. 양반들도 교환권을 사고자 은과 곡식을 한양 전장에 넘겼기에 교환권을 모아 공격할 시기를 놓쳐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자금을 모았다면 어쩔 수 없지. 헌데, 어제 도착했다는 무역선은 경상과 송상의 배가 아니라 만상과 내수사의 무역선이라고 하지 않았나?"

"맞습니다. 만상과 내수사의 배가 조선을 출발해 말리카로 갔고, 보름 뒤 경상과 송상의 선단이 뒤를 이었는데, 둘 다 중국 남해에서 배를 사서 움직인다고 말라카로는 함께 움직였다고 합니다."

“두 선단이 합쳐지면 규모가 꽤 되니 해적들도 쉽게 건드리지 못했겠군."

“네. 다만, 말라카에서 교역을 끝내고 올라오는 길에 대월에서 쌀과 다른 곡식을 가지고 오는 문제로 싸움이 나서 따로 떨어져 올라왔다고 합니다."

"위험한 곳에서 자중지란이라니. 그래서 어찌 되었나?"

“배의 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들었으니 해적을 만났다고 합니다.”

"해적?"

“네. 화포를 가지고 있던 내수사 덕에 만상과 내수사의 배는 절반을 손해 보고 세척이 돌아왔지만, 경상과 송상의 선단은 일곱 척의 배 중에서 여섯 척이 해적에게 당했다고 합니다."

"여섯 척이나? 그 정도로 큰 해적들이 없었을 터인데."

분명 원종이 대만에서 중국 양주의 상인 텅신황과 함께 남중국해의 해적들을 토벌했었다.

날짜 계산을 해보아도, 원종이 토벌한 이후에 해적들에게 털린 것이었다.

“실제 만상이나 내수사의 사람에게 들은 것이 아니다 보니 어떤 해적들이고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괜찮네. 그럼, 경상과 송상의 배 중에서 한 척 남았다는 배는 어디에 있다는 건가?"

“산동 반도에 있다고 하는데, 만상과 내수사의 배들과 함께 오지 못할 정도로 손상이 심해 배를 고치고 있다고 합니다."

“황해를 건너오지 못할 정도라면 심각하게 배가 망가졌나 보군.”

"그런 경상과 송상 선단의 소식을 만상과 내수사의 배에 탔던 선원들이 이야기를 해주다 보니, 한양 전장의 교역선 교환권을 구매했던 사람들 표정이 어두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허허. 그러면 그 3만냥 치의 교환권이 날아가 버리겠군"

“네. 그렇게 되겠지요."

“배 한 척에서 5천 냥의 이익을 본다고 해도 2만5천 냥의 손해가 날 것인데, 이 일을 어찌할꼬."

이자 2할을 받기 위해 무역선의 교환권을 산 이들은 백이면 백 모두가 손해를 볼 터였다.

하지만, 그 손해를 교환권 구매자에게 전가한 한양 전장은 몇만 냥의 이익을 본 것이었다.

“소문을 들은 이들은 지금 한양 전장 앞으로 몰려들어서 손해를 보상하라고 난리입니다. 저도  어젯밤 이야길 듣고, 아침 일찍 한양 전장에 가서 잡곡으로 1900냥 치를 다 받아 왔습니다. 그리고 한양 전장의 교환권을 오늘부터는 받지 말라고 했습니다."

“잘했네. 헌데, 이거 참 난리가 나겠구만 난리가 우리 상단이나 우리 교환권이 피해 보지 않게 김 행수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네."

"네. 그렇지 않아도 그 불똥이 우리에게 튀지 않게 아예 금과 은이 쌓여 있는 모습을 공개할까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새로 지은 고래 등 같은 건물의 중간에 경비무사를 세우고 금, 은을 직접 보여주면 신뢰가 가겠지. 그렇게라도 해서 이번 사태를 잘 넘겨 보세나.”

***

한양 시전이 들썩일 정도의 이야기를 들으며 처가로 가니 3년 상을 치른다고 다들 상복을 입고 있었다.

안장한 무덤에 가니 풀로 엮은 집을 짓고 셋째 아들 신찬이 곡을 하고 있었다.

진정으로 부모님을 잃은 슬픔도 있겠지만, 다른 양반들에게 뼈대 있는 집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3년 상을 치르는 것이었다.

상을 치르기 위해 관직을 내놓고 산에서 3년 동안 야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뭔가 사회적 낭비 같아 보여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3년 상을 치르고 오면 충과 효를 같게 여기는 유교적 관습상 사람을 더 높게 봐주는 것이기에 어찌 보면 통과의례와도 같았다.

원종도 신찬 옆에서 곡을 하고 제주를 올리며 처조부이던 신숙주와의 추억을 회상했다.

그렇게 무덤가에서 신찬과 하루를 묵고, 다음 날 처가로 오니 한명회가 급히 찾고 있었다.

***

“그래. 나는 오래 살겠는가?"

오랜만에 본 한명회는 활기가 없어 보였는데, 성종에게 시집보낸 막내딸 공혜왕후 한씨가 결국 병을 이기지 못하고 죽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조정을 함께 운영해 왔던 신숙주도 죽었으니 인생사 허망함을 느끼고 있을 터였다.

그래서 한명회도 앓아누웠는데, 그런 일들과는 별개로 앞으로 10년은 더 건강하게 살 터였다.

“단순한 고뿔입니다. 대감께서 어서 쾌차하셔서 전하를 보필하셔야지요."

"죽지는 않겠구만. 그래, 자네도 이번 경상의 교역선 교환권에 대해 들었을 것이네. 몸져누운 내게도 몇몇이 찾아와 큰일이 날 것 같다고 이야길 하고 갔는데, 자네가 보기에도 그런가?"

“사실, 배가 풍랑을 만나 침몰하거나, 해적에게 나포되는 등의 일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해서 교역이 어려우면서도 많이 남길 수가 있는 것입니다. 헌데 한양 전장은 그런 교역의 성패에 돈을 걸게 만든 것이니, 실지로는 내기 도박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도박이라..."

“이 도박판이 집안에서 그냥 친인들끼리 내기를 한 것이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허나, 이걸 3만 냥이나 되는 큰 도박판으로 만들어 많은 사람을 참여하게 한 것이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은자 3만냥 이상의 파급력을 가져올 것입니다."

“나쁜 쪽으로 파급력이 크겠지?"

"분명 2할의 이자에 욕심 난 이들은 여윳돈은 물론이고, 집안 기둥뿌리를 뽑아서 넣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것이 다 날아가게 되었으니 평민들이 올 겨울을 넘길 여유가 없을 것입니다.”

“흠. 평민들뿐만 아니라 양반들도 돈을 넣었다고 하니 문제로군. 그럼, 어찌해야 하겠나?"

“우선은 배가 들어오는 것을 직접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 척 남은 배가 금은보화를 싣고 와서 3만 냥의 수익이 날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훗,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 같군. 우선은 최악과 최선을 정해야겠군."

최악과 최선을 정하겠다는 한명회는 갑자기 원종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한양 상단은 교환권을 발행할 때 보관하던 은보다 더 많은 수를 발행했다고 하던데, 우리는 얼마나 더 발행했나? 그리고, 보관해야 하는 은은 제대로 있는가?"

"대감께서 쓰시기 위해 더 찍어 오라고 했던 것을 빼면 더 이상의 발행은 없었습니다. 교환권을 단속해서 죄를 따져보겠다는 것이 조정의 생각이라면 아무 걱정 마십시오."

한명회는 질문 하나에 앞으로 조정이 어떻게 나올지를 예측한 원종을 보며 웃었다.

“이미 대비가 되어있다니 다행이군. 자네 말처럼 우선 교환권 발행이 제대로 된 것인지 따져 볼 것이야. 그러니 갈 때 은을 받아 가게. 내가 더 찍으라고 했던 만큼 은을 주겠네."

“네, 그렇지 않아도 교환권의 가치를 위해 내일부터 건물의 대청에 금과 은을 놓아두고 누구든지 볼 수 있게 전시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대응을 한다면 조정에서 나서기도 쉽지. 우선 경상과 송상의 배가 도착하면 그때 자네를 정전으로 불러들일 수도 있으니 어딜 가지 말고 한양에 있게."

***

“단주님! 우리 배가 도착했습니다요!"

해 질 녘에 처가로 뛰어온 일꾼의 말에 부두로 향했는데, 생각하다 보니 말이 이상했다.

“이보게. 우리 배가 도착했다니 그건 무슨 말이지? 염 선장의 말라카로 가는 선단은 이제 출발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터인데."

"네? 그건 소인도 잘 모르겠습니다요. 태극 선단의 배가 들어왔다고 하여 급히 알려야 한다고해서 달려온 겁니다요."

중국에서 배를 고치고 온다는 경상과 송상의 배 대신 염호진 선장의 배가 왔다는 말에 긴장하며 부두로 향했다.

이런 원종과 비슷한 감정의 사람들이 부두로 몰려들어 마포나루에 사람들이 콩나물 시루처럼 버글버글했다.

"경상의 배 한척이랑 춘상의 배 한 척이 왔다고 하는데, 그럼 춘봉 상단의 배도 해적들에게 털린 것인가?"

"내가 보기엔 멀쩡해 보이던데. 헌데, 경상의 배에는 뭐가 실려 있다고 하던가? 진짜 3만 냥

어치의 가치가 있어야 할 터인데."

주워듣는 말에서 염호진의 태극 선단에서 한 척만 왔다는 소리에 마음이 급해졌다.

하지만, 실제로 누전선을 개조해서 만든 배를 보자 마음이 안정되었다.

전투의 흔적도 없었고, 배를 정박해서 짐을 내리는 이들도 다들 정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경상과 송상, 만상의 배들이 나포되면서, 선원들이 잡혀가기나 도망을 쳤었는데, 그런 선원들을 조선으로 보내기 위해 염호진 선장이 배를 한 척 뺐다고 합니다."

“다행이군. 나는 염 선장의 태극 선단도 큰일이 났는지 알고 걱정을 했네.”

김채원은 나를 안심시킨 이후에 따로 은밀한 곳에서 입을 열었다.

“경상의 배 한척에 실려 있는 것은 물소의 뿔과 설탕이라고 합니다.”

“그 한 척으로는 뭘 어떻게 해볼 수 없겠군. 교역 이익금에 대한 교환권은 다 박살이 났다고 봐야 하겠군."

“그렇다고 봐야겠지요. 헌데, 한명회 대감을 뵈었을 때 무슨 말은 없으셨는지요?"

“무슨 말?"

"이 이익금에 대한 교환권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그런 내용 말입니다. 무려 은자 3만 냥의 규모이니 이렇게 천 조각이 되게 놔두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조정에서 그 이익금이 없더라도 한양 전장에게 뱉어내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김채원의 말을 듣고 보니 뭔가 좋은 생각이 났다.

"지금 우리는 한양 전장의 교환권을 받지 않고 있는데, 혹시 우리 전장에 와서 한양 전장의

교환권을 받아 달라고 하는 이들이 많은가?"

"그러믄요. 미리 받지 않는다고 사용금지를 하달해 두었으나, 무작정 받아 달라고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받아주게. 대신 일반 교환권이 아닌 이익금에 대한 교환권만 받게나."

"네? 이렇게 돌아온 한 척에서 수익이 크지 않을 것 같은데, 받아도 되겠습니까? 한양 전장에 따로 정산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원 가격 그대로 받으라는 말이 아니네. 다들 무역 이익금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반값으로

쳐주어도 이익금 교환권을 쓰려고 할 것이네."

“반값으로요? 흠. 그렇게 반값이라도 쳐준다고 하면 사람들이 몰릴 수도 있습니다. 반값이라고 해도 은자 1만5천 냥이면 도성의 모든 시전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금액입니다.”

“그렇게 사람이 몰리면 반값 이하로 가격을 재측정해야지."

“허면, 그렇게 모은 이익금 교환권은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교역선에서 수입이 나지 않았으니 그냥 천 조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조정을 움직여 다시 원가격 그대로 받아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네. 자네 말대로

절반인 만오천 냥만 해도 큰 금액이야. 헌데 3만 냥이라면 조선 상계가 다 주저앉을 수도 있어. 그걸 조정에서 그냥 보고만 있겠나?"

"수익금이 없으면 교환권을 살 때 얻은 현물이라도 토해내게 만들겠군요."

"한양 전장은 교역에 실패했지만, 손해를 보지 않았다고 생각할 거야. 손해를 다 전가했으니.

하지만, 그 손해를 본 사람이 엄청나게 많고, 양반들도 손해를 봤다면 그냥 넘어가겠나? 어떻게든 돌려받으려고 할 것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김재원도 내가 어찌할지 알아챈 것 같았다.

“후에 다시 정가로 쓸 수 있게 될 수도 있으니 가지고 있는 교환권의 절반만 절반 가격으로 쓸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춘봉 주보를 찍어 내일 아침에 뿌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본래 안되는 것을 우리가 손해를 보고 사준다는 인상을 줘야 하네. 그게 중요한 것이야."

원종은 한명회와 성종을 움직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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