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쉐프 조선을 부탁해-276화 (276/327)

276. 권리권? (1)

“한양 전장 때문에 사람들의 얼굴이 어둡다고? 한양 전장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아! 김재원 행수가 일을 시작한 건가?"

“네? 김재원 행수가 관여된 것이 아니라 한양 전장이 벌린 일에 다들 관여가 되어 있다 보니

그렇습니다."

"벌인 일? 그건 또 뭔가? 아니지. 여기서 들을 게 아니라 상단 본부로 가야겠구만."

처조부인 신숙주가 돌아가신 소식을 듣고 한양으로 올라왔지만, 처가에 가지 않고 상단으로 먼저 움직였다.

사실, 제주도와 거리가 있다 보니 돌아가신 소식이 제주도에 전해졌을 때 이미 장례식은 물론이고 무덤 안장까지도 끝이 난 이후였다.

그러니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가지 않아도 되었다.

“박투르안과 제2호위대는 상단 직원을 따라 도성 구경도 하고, 우리 상단의 사업체를 한번

둘러보게나."

"감사합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과 물산을 보며 몸이 달아있던 이들은 상단 직원을 따라 사라졌다.

본부에 가니 김재원이 도착해 있었는데,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어제 만상과 내수사의 배가 들어온 이후 정보를 알아본다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어서 드시지요.”

“그래. 오면서 듣기로는 배와 사람이 상해서 돌아온 문제도 있지만, 한양 전장에서 뭔가 일이 벌어졌다고 하던데, 그거나 이야기해 주게."

"그렇지 않아도 난리가 나서 오전 내내 바빴습니다."

"헌데, 만상과 내수사의 배가 들어왔는데, 왜 경상이 만든 한양 전장에서 문제가 생긴 것인가?"

"그것이 일전에 한양 전장의 교환권을 모아 한 번에 은을 받아 낸다는 작전을 준비하였지

않습니까?"

"그래. 알고 있지. 그걸 작업한 것인가?”

“아직 실행에 옮기진 않았으나, 한양 전장 측에서 우리가 교환권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은 그전에 알아챘습니다.”

“흠. 권하필이란 작자가 눈치가 빠르긴 빨랐지. 그럼 대량의 은을 한 번에 바꿔 온다는 작전은 실패했겠군."

“네. 저쪽에서 눈치를 챘을 때 이미 실패라고 보고 어찌할까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헌데 이게 아주 재미있게 돌아갔습니다.”

"재미있게?"

“네. 먼저 저희가 교환권을 모은 것이 은 1700냥을 좀 넘었을 때쯤일 겁니다...”

***

“권항필 행수님, 큰일입니다. 춘봉 상단에서 우리에게 피해를 주려고 일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권항필은 이른 오전부터 급하게 뛰어 들어온 노복의 경거망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춘봉 상단의 일이기에 몸을 일으켰다.

"그게. 춘봉 상단에서 우리 전장의 교환권을 모아서 한 번에 은으로 바꾸려고 한다고 합니다요.”

"뭣이? 그걸 어디서 주워들었느냐?"

“주워들은 게 아니라, 행수님이 춘봉 상단에 심어둔 말봉이가 이야길 해주고 갔습니다요. 춘봉 상단에 들어오는 한양 전장의 교환권은 다시 사용하지 말고 무조건 본단으로 다 보내라고 했답니다요."

“이런. 너는 경상의 최홍서 대감을 어서 모시고 오거라.”

한양 전장에는 교환해줄 은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권항필은 급히 몸을 일으켜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

“한 번에 은으로 교환하기 위해 춘봉 상단에서 준비 중이리 이 말이지요?”

한강 변에 점포를 가지고 있거나 한양 전장에 출자한 경상들이 한자리에 다 모여들었다.

“춘봉 상단에서 그렇게 한 번에 교환권을 들고 온다면 그냥 은으로 바꿔주면 되는 것이 아니오?"

포목 상인인 임길만은 태평스럽게 그냥 바꿔주면 되는 것인데, 이게 무슨 큰일이냐며 의아해했다.

하지만, 한양 전장의 내부를 좀 더 많이 알고 있는 상인들은 입안이 바짝 마를 정도로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랫것들을 시켜 춘봉 상단이 가진 교환권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니 최소 천 냥을 넘는 교환권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그냥 은을 주면 되겠구만. 설마 그 천 냥의 은이 없다는 말이오? 교환권을 은자 6천 냥만큼 찍어 유통을 했으니 은자 6천 냥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오?"

임길만의 말에 최홍서가 나섰다.

"송상과 우리 경상이 연합하여 선단을 꾸릴 때 지출이 많았소. 그래서 전장의 은을 임시로

융통했소이다. 말라카에 갔던 선단이 돌아오기만 하면 몇만 냥이 남을 것이었기에 급하게 융통을 좀 했소이다."

사실, 공시한 것은 은 6천 냥 치의 교환권이었지만, 실제 찍어서 유통한 것은 은자 만 냥이 넘었다.

그래서, 그것들이 한 번에 교환하고자 찾아오게 되면 6천 냥이 아니라 1만 냥을 찍어 유통했다는 것이 들통날 판이었다.

"저런. 그럼 이거 어찌해야 하오? 춘봉 상단이 당장 내일이라도 교환권을 들고 찾아오면 어찌해야 하는 것이오?"

몇몇은 최홍서가 교환권을 쓸 때 같이 받아 쓴 이도 있었고, 몇몇은 임길만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다들 이 상황을 초래한 최홍서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었다.

마음대로 은을 썼으니 최홍서의 집과 전답을 팔아서라도 돌아오는 교환권을 막아 내라는

것이었다.

"외람되오나, 생각을 좀 바꿔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자신과 함께 교환권을 도입했던 최홍서가 몰리게 되자 권하필이 나섰다.

"춘봉 상단이 가진 교환권을 은이 아닌 현물로도 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춘봉 상단에서 무조건 은으로 받아야 한다고 거부하면? 그렇게 되면 교환권의 신용이 떨어지게 될 것이네. 신용이 떨어진 교환권은 천조각이 될 것이네."

"네 그렇게 되겠지요. 하지만, 춘봉 상단에게 은 대신 곡식이나 포목으로 주는 조건으로 50냥에서 100냥 치를 더 얹어 준다고 하면 받지 않겠습니까? 만약 그렇게 얹어 주는데도 받지 않는다고 하면,  이는 고의로 우리 상단의 목을 조르겠다는 것이라 춘봉 상단도 욕을 듣게 될 것입니다."

“더 준다는 현물로 받지 않고 없는 은으로 무조건 달라고 하는 것이라면 우릴 괴롭히겠다는 것이니 공론화해서 조정의 중재를 받을 수 있을 것이오."

최홍서도 현물로 처리할 수 있다고 권항필을 지원했다.

"흠. 50냥에서 100냥 치의 손해를 보더라도 그렇게 막는 것이 맞을 것 같군."

"춘봉 상단도 이것이 공론화되면 불리할 테니 중재를 받아들이겠지."

현물을 더 얹어 주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자는 의견이 모아지자 현물을 받지 않을 때 조정에 상신할 수 있는 관리는 누구로 해야 할지까지 순식간에 결정이 되었다.

“그리고, 이 현물을 위해서 추가로 교환권을 발행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일이 끝나가는데 다시 일을 만드는 권항필이었다.

“허허. 지금도 보관해야 할 은이 없어서 이 난리인데, 교환권을 더 찍어서 어쩌겠다는 겐가?

그리고 현물을 더 얹어 주었다는 거래를 알게 된 이들이 춘봉 상단과 똑같은 방법으로 우릴 공격하게 되면 어찌하려고 하는 건가?"

“맞네. 더 발행하더라도 선단이 돌아온 이후 은이 모아지면 그때나 추가 발행을 해야 하네.”

교환권을 더 발행하자는 권함필의 의견에 다들 부정적이었다.

이미 한 번의 손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발행하는 교환권은 보관해야 하는 은을 담보로 해서 발행하는 교환권이 아닙니다.”

“응? 그럼, 담보로 무엇을 잡고 발행하는 것인가?"

"바로 말라카로 간 선단이 돌아오면 볼 수 있는 이익을 담보로 잡아서 발행하는 것입니다."

"선단 교역에서 생기는 이익금을 담보로?"

“네. 춘봉 상단이 말라카로 두 번 다녀오며 거두어들인 이익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거래를 했던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략 한 번 교역에 3만냥 이상의 이득을 보았었습니다."

“은자 3만 냥! 대단하군."

"네. 말라카로 갔던 배가 돌아오기만 하면 은자 3만 냥의 이익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 이익인 3만냥 분량의 교환권을 발행하는 것입니다."

"오오! 말라카를 다녀오면 그만큼의 이익이 생기는 것이니 담보로서의 가치는 충분히 있어

보이는군."

셈이 빠른 몇몇이 권하필의 말에 동조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배가 풍랑을 만나 침몰하거나 하면 어찌 되는 것인가? 가만히 전장에서 보관되는 은과 달리 위험 요소가 있어서 교환권 자체가 위험하게 인식될 수도 있네. 그러면 교환권이 가지는 가치가 훼손될 것이야."

“맞습니다. 배가 침몰하거나 해적을 만나서 화물을 빼앗길 수도 있겠지요. 위험 요소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 위험 요소에 대한 것을 이익으로 얹어 준다고 하면 어찌 되겠습니까?”

“이익을 얹어 준다고? 춘봉 상단의 교환권처럼?”

“네. 무역 선단의 이익금에 대한 교환권은 기존 교환권에 2할의 교환 가치를 얹어 주는 것입니다.”

“흠. 그럼 일반 교환권이 보리 한 말 (18리터) 이라면 교역선 교환권은 보리 한 말 두 되의

가치라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흠. 그렇게 한다면 위험성이 있더라도 2할의 추가 이익을 얻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니 교환권을 사겠구만."

“맞습니다. 그리고 교역선에서 3만 냥의 이익보다 더 많이 이익이 난다면 추가로 더 이익을 얹어 줄 수 있다고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한다면 금세 3만 냥의 교역선 교환권이 팔리게 될 겁니다.”

"그리고 더해서 교환권을 받기 위해 3만 낭 분량의 곡식이나 포목이 상단으로 들어오게 된다면 그 현물을 이용해서 추가로 이익을 남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최홍서의 지원 발언에 상인들은 무릎을 쳤다.

상인들은 순식간에 3만냥 치의 교역선 교환권을 팔 방도가 생기자 다들 들뜨기 시작했다.

"그렇구만. 좋은 방법이야."

"이런 수를 만들어 내다니 대단하군. 범재는 생각도 못 할 방법이야."

"이거 원, 자네는 이제까지 어디에 있다 온 건가! 자네를 맛난 것이 행운이구만. 하하하"

"헌데, 초치는 거 같아 미안하지만, 이건 꼭 물어보고 싶소이다. 만약, 교역선이 풍랑을 만나 침몰하거나, 해적에게 나포되어 배를 잃게 되면 어찌 되는 것이오.”

한강 변에서 구운 소금을 팔고 있는 송윤호란 상인의 말에 웃음 가득하던 회의장이 굳어 버렸다.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우선, 되묻고 싶습니다. 춘봉 상단의 교역선이 풍랑에 침몰했다는 말은 들어보셨습니까?”

“그런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네."

상인들은 그러고 보니 춘봉 상단의 배가 40척이 넘어가는데도 풍랑에 해를 입어 침몰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춘봉 상단의 배들이 해적들에게 나포되어 화물이나 배를 잃었다는 것을 들어

보셨습니까?"

"그것도 들어 보지 못했네. 그럼, 침몰하거나 나포되는 배가 있음에도 춘봉 상단이 속이고 있다는 것인가?"

"그게 아닙니다. 속이고 있다는 그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런 사건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교역선을 타고 말라카로 다녀오는 것이 위험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응? 이상하군. 그렇게 위험하지 않은데, 왜 선원들에게 1년에 은자 10냥씩을 주는 것인가? 안 위험하다면 그렇게 큰돈을 줄 필요가 없지 않은가?"

“배가 침몰할 정도로 위험하지 않다는 말이지 선원들이 상하지 않을 정도로 안전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저도 춘봉 상단주와 함께 말라카를 다녀왔기에 자신 있게 이야길 드릴 수 있는 겁니다.”

상인들은 권하필이 첫 교역선을 타고 말라카를 다녀온 것을 다들 알고 있었다.

해서 그가 하는 말이 맞는 것이라 여겼다.

“선원들은 해적들과 싸우기도 하기에 목숨이 위태로울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배가 침몰할

정도로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 교역선이 침몰하거나 해적에게 나포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오호! 그렇다면 교역선의 이익에 대한 교환권은 안심하고 발행할 수 있겠구만."

다시 상인들은 안심하고 교환권을 밀어붙이려고 했다.

"하지만, 백에 하나, 만에 하나라는 게 있지 않겠습니까? 그럴 때는 어찌 됩니까?"

소금 장수인 송윤호는 배가 침몰할 만큼 안 위험하지만, 그래도 모른다고 되물었다.

"정말 천에 하나, 만에 하나 배가 침몰하거나 나포되게 된다면 손해가 발생하게 될 수밖에

없지요."

권항필도 손해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그럼, 배를 잃어 3만 냥 이하의 이익을 얻게 된다면 교역선 교환권은 어찌 되는 것이오?"

“교환권을 판 우리가 다 책임을 져야 한다면 몇천 냥의 손해를 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하면 됩니다. 위험성에 대해서 2할의 이익을 주었지 않습니까?”

"하긴, 보릿고개에 곡식을 빌려줄 때 가을에 못 받을 수도 있으니 선이자를 떼고 곡식을 주는 것이기도 하지."

“돈놀이도 마찬가지이지, 돈을 떼일 수도 있으니 이자를 붙이는 것이지. 이 교역선에 대한 교환권도 마찬가지겠지. 교역선에 대한 이익이 작으면 그 손해는 교역선 교환권을 구매한 이들이 짊어져야지."

이미 보릿고개에 곡식을 빌려주고 사채를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기에 교역선 교환권의 2할

이자에 손해에 대한 위험이 다 들어가 있다고 판단을 했다.

“그럼 묻겠습니다. 교역선이 실패하게 되면 손해를 보게 되지만, 성공하게 되면 2할의 이익을 보게 됩니다. 이 교환권을 구매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위험해서 구매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하하하. 답은 방금 전 권항필 자네가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춘봉 상단은 수십 번의 말라카 교역과 중국 교역에서 배를 잃은 적이 없다고."

"맞아. 위험성이 있지만, 실제 일어나지 않는 위험성이라면 충분히 떠안을 용의가 있지. 2할의 이득이 좀 박하긴 하겠지만, 무조건 2할의 이득을 보는 것이라면 기둥뿌리를 뽑아서라도 사야지."

소금 장수 송윤호는 평소에도 비에 맞아 녹는 소금의 손실까지도 알뜰하게 살피는 이였기에

교역선이 돌아오지 않을 위험성도 반드시 확인하고 위험성을 생각해야 된다고 여겼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송윤호와 생각이 달랐다.

다른 상인들은 이제까지 일어난 적이 없는 위험성이다 보니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고 교역선 교환권을 빨리 발행해야 한다고 난리였다.

***

"이봐 이야기 들었나?"

“무슨 이야기?"

“한양 전장에서 새로운 교환권이 나오는데, 이게 사두기만 하면 2할의 이자를 준다고 하네.”

"응? 그게 무슨 말인가? 돈놀이를 할 수 있다는 말이야?"

“그렇대두, 우리가 이제까지 돈을 빌려서 이자만 물어줬지 이자를 받아 본 적이 없잖은가. 헌데 이번에 나오는 교환권은 배가 도착을 하면 2할의 이자를 준다고 하더군."

"오호! 교환권이란 게 닭이나 개를 줘도 준다고 하던데, 나도 그 이자라는 거 한번 받아 보세나.”

*

[작가의 말]

실제 네덜란드에서 채권시장이 만들어지고 발달한 이유가 이런 무역선에 대한 채권이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다 주식이 나오고 선물시장이 만들어지게 되었지요. 사실상 국가공인 도박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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