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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쉐프 조선을 부탁해-273화 (273/327)

273. 뜻밖의 전력강화. (2)

투르안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말을 잡는다는 곳으로 가서 말을 이리저리 살폈다.

말의 갈기를 움큼 쥐어서 피부의 탄력을 보았고, 입을 열어 어금니를 살폈다.

평평하게 갈려있는 어금니가 보였고, 썩은 이빨도 많았다.

“나이가 든 말이니 그 진미가 기가 막히겠군. 본래 말을 잡아먹을 때는 3~4살의 어린 말을 잡아야 냄새가 없고 고기가 부드럽다고 하는데, 그거 다 말을 제대로 먹어본 적 없는 놈들의 말이야. 나이가 든 말을 먹어야 제대로 된 말의 맛을 알 수 있지.”

투르안은 직접 말을 잡기 위해 줄과 칼을 들고 나섰다.

먼저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말의 눈을 가렸다.

그러곤, 말의 앞다리 두 개를 줄로 묶고, 그 줄을 그대로 뒷다리에 감아 줄을 잡아당겼다.

그제야 말은 다리가 모이지 않게 도리질을 치고 몸을 비틀었지만, 오히려 그런 움직임 때문에 다리가 모아져 옆으로 쓰러졌다.

투르안은 넘어진 말의 머리 옆에 앉아 귀에 대고 휘파람을 불어 주며 입을 줄로 묶었다.

반항이 심했으나 금세 바람 소리와 같은 휘파람 소리에 말이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말의 피를 받을 그릇을 땅에 놓자 그대로 말의 멱을 땄다.

마치 물총처럼 피가 투르안의 몸에 쏘아지듯 튀었고, 나이 든 말은 번개에 맞은 듯이 몸을

튕겨대며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힘차게 뿜어져 나오는 핏물이 그릇에 담겨 갈수록 말은 힘이 빠졌고, 이내 조용해졌다.

투르안은 그릇에 받은 말의 핏물에 술을 타선 수십 잔의 그릇에 술을 분배했다.

"아라길을 섞는 것이오?"

“그렇소. 오래전 조상들은 전투에 나서기 전에 말의 피에 술을 섞어 마시며 몸을 덥히고, 전쟁

의지를 다졌었소."

수십 명의 남자들이 잔을 받자 투르안이 나서서 잔을 들었다.

"우리는 오늘 싸움에 나서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삶, 새로운 일을 위해 나서는 것이니 옛날의 전투와 다를 바 없다. 이 술이 우리에게 의지를 주길!"

"의지를 주길!!"

투르안의 제창에 다들 술을 비웠다.

피에 섞은 아라길이 본래 독하지 않았는지 술맛보단 말의 피 맛이 더 강했다.

그리고, 이렇게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니 원종은 깨닫는 게 있었다.

주위에서 백안시하는 고립된 마을을 이렇게까지 유지하고 존재하게 했던 것은 원나라의 혈통이 아니라 투르안의 능력이었다고.

모든 것이 부족하고, 살기 힘들었지만, 모두를 이끌고 가겠다는 우두머리의 카리스마가 마을을 존재하게 했던 것이었다.

배고프게 하지 않는 풍부한 지원과 안정감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르안처럼 전장의 리더와 같은 군인의 모습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종은 사람을 대함에 있어, 현대인의 관점에서 일을 시키고 보상을 주는 회사의 사장과 같았는데, 오늘 투르안을 보니 그런 회사 사장의 모습보다는 군인의 모습이 필요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강인한 지도자의 모습이 이 시대 사람들에게 더 안정감을 준다는 것도 깨달았다.

원종이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고민하는 동안 투르안은 말의 배를 갈라 창자를 꺼내었다.

보통 짐승을 잡을 때는 생각을 먼저 꺼내 먹는 것이 기본이었는데, 투르안은 간보다 창자를 먼저 꺼내었다.

"검은지름부터 꺼내는군."

말의 막창자를 부르는 이름인 검은 지름은 말의 대장 부위인데, 이 김은지름을 먹지 않았다면 말을 먹은 게 아니라고 할 정도로 중요시하는 부위였다.

뱃속에서 꺼내 놔두면 창자 속의 지방 기름이 검은색으로 변해버린다고 해서 검은기름이라

불리는데, 방언 특성상 검은지름이라 부르는 것이었다.

막창자에 이어 말의 간을 썰어 내왔는데, 기름장 같은 것도 없이 다들 그냥 먹었다.

원종도 한 조각을 들어 입에 넣어 보니 음쿰한 식감에 물컹거리며 씹히는 쫄깃한 맛이 있었다.

그렇게 나쁘지 않은 생각의 맛이었지만, 찾아다니며 먹을 정도는 또 아니었다.

좀 더 맛있게 먹어보기 위해 원종은 참기름에 소금, 후추를 넣어 기름장을 만들었고, 말라카에서 가져온 쿠민가루도 종지에 풀어 찍어 먹게 했다.

후추의 참기름의 향이 더해지자 간도 먹을 만했다.

그런 원종을 따라 투르안도 기름장에 찍어 먹었다.

“본래 고소한데, 이 기름에 찍어 먹으니 더 고소하고 맛이 있구만. 이 톡 쏘는 향도 특이하고. 그런데 말 한 마리뿐이오? 이 한 마리로는 부족하오. 말고기를 끓여서 국으로 먹는다고 해도 부족하오."

말에서 고기를 떼어낸 이후 뼈 부위와 창자는 큰 솥에서 끓여 탕으로 먹고 떼어낸 말고기는

구워서 먹는데, 200여 명이 먹기에는 양이 부족했다.

해서 돼지, 양, 염소도 한 마리씩 잡으라고 했다.

사람들은 다 자란 돼지의 먹을 바로 따서는 창자를 꺼내지도 않고, 바로 위아래로 풀을 쌓아 불을 붙였다.

말이나 양, 염소는 가죽이 중요하지만, 돼지가죽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듯했다.

풀을 태워 겉을 익힌 돼지는 이후 배를 갈랐는데, 불에 익은 돼지 뱃속에서 김이 술술 올라왔다.

거기에서 돼지 간을 꺼내었고, 돼지의 내장도 꺼내었다.

창자를 빼지 않고 겉을 불태워서 그런지 돼지 간은 마치 블루레어(고온에서 겉만 아주 살짝 익힌 단계) 굽기로 구운 듯이 겉이 살짝 익어 있었다.

블루레어로 구워져서 그런지 말의 간과는 또 다른 식감이 있었고, 간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김을 보며 그제야 왜 다른 동물과 달리 돼지 배를 가르지 않고 굽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말, 양, 염소는 풀을 뜯어 먹고살지만, 돼지는 인분을 먹고 살기에 그 뱃속의 기생충 같은 것들을 불로 익혀 죽이기 위해서 이렇게 하는 것이었다.

역시, 유목민 출신들은 도축 쪽으로 자신들만의 노하우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생것을 먹는데도 확실히 달랐다.

채 익지도 않은 돼지 소장을 물에 그냥 씻어서는 소금만 찍어서 그대로 라면 면빨 먹듯이 후루룩해서 먹어댔다.

조상들의 언어는 잊었지만, 그 습식은 원나라 몽골의 습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 듯했다.

그게 아니라면 일부러 남자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저렇게 먹어대는 건가도 싶었다.

남자다움을 위해 저리 먹는 것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또 대단하긴 했다.

말은 고기 부위별로 크게 분리가 되었고, 탕을 끓이기 위해 솥에 무와 파를 넣어 끓이는데, 가장 먼저 말의 창자들이 솥에 들어갔다.

노란 기름이 떠오르면 당연히 기름을 걷어내야 하는데, 기름은 걷어내지 않고 익은 창자들을

꺼내었고, 준비된 뼈와 고기를 넣어 끓였다.

푹 끓여내는 곰탕에도 몽골 민족만의 방법이 있는 것 같았다.

가장 먼저 삶아진 창자 중에서 검은지름을 썰어 내었는데, 역시나 소금을 뿌려서 먹는 것이 양념의 전부였다.

원종은 생간을 찍어 먹던 기름장에 검은지름을 찍어 먹어보았는데, 그렇게 특별하게 맛있다는

느낌이 오지 않았다.

창자에 연골이 섞인 것처럼 뽀득거리는 식감이 특이하긴 했으나, 수육처럼 삶아 먹으니 그 강점이 오히려 줄어든 것 같았다.

간장에 파와 간 마늘, 생강을 넣어 양념장을 만들어 찍어 먹으니 맛이 조금 나아졌지만, 그래도 뭔가가 부족했다.

그래서, 순대처럼 썰린 검은지름을 대나무 꼬치에 끼워 간장 양념을 발라가며 불에 구웠다.

간장의 감칠맛과 불 향이 검은지름에 입혀지자 그제야 뽀득거리는 식감이 돋보이기 시작했다.

뽀득거리면서 아삭거리는 식감에 불에 타며 나오는 고소한 기름 맛이 더해지자 그제야

검은지름의 맛을 제대로 알아낸 것 같았다.

돼지나 소와는 또 다른 창자 속 고소한 기름 맛이 불꽃의 뜨거운 힘에 의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니 기름 맛이 향기로웠다.

말 특유의 진득하고 짙은 향기가 불향과 어울린 것이었다.

인도에서 가져온 후추와 쿠민가루를 간장 양념에 뿌려 찍어 먹으니 커민의 톡 쏘는 강한 쓴맛이 고소한 기름과도 잘 어울렸다.

“이게 딱 알맞군. 다들 직화로 굽고 여기에 찍어 먹어보게나."

고추가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톡 쏘는 쿠민가루가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다들 내가 먹는 것을 보았기에 서로 앞다퉈 불에 구워 양념장에 찍어 먹었다.

"엇!"

투르안은 후추와 쿠민의 강한 맛에 먼저 놀랐고, 이 강한 맛과 어울리는 불 향에 섞여 느껴지는 검은지름의 고소한 맛에 놀랐다.

이제까지 검은 지름은 삶아서 먹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불 향과 여러 향신료가 만들어내는 맛이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제까지 잘못 먹어왔군. 이런 맛이 있을 줄이야."

투르안은 자신이 먹으면서도 이게 진짜 검은지름의 맛인지 확인하듯이 이리저리 살펴보며 먹었다.

그만큼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었다.

“말고기도 꼬치로 먹지 말고 간장 양념을 발라 굽게나. 통째 구우면 질겨지네."

말고기를 그냥 썰어 나무에 꽂아 구우려는 걸 원종이 고기를 평평하게 다듬고 칼집을 넣어줬다.

그리고 간장 양념을 발리 석쇠에 굽게 했고, 먹기 전에 후수와 소금도 팍팍 뿌려줬다.

“이게 후추라는 기물이라 하던데, 이걸 이리 많이 써도 됩니까? 저 소금도 그냥 막 뿌리던데."

투르안과 달리 신중한 성격인 듯 보이는 조쿠낙은 후추와 소금값을 걱정했다.

"조선의 후추와 소금을 좌지우지하시는 분이시니 얼마든지 마음대로 먹게나. 단주님은 먹는 것에는 아끼지 않으시네."

박치산의 먹는 것에 아끼지 않는다는 말에 다들 부담 없이 양념장에 고기를 찍어 먹어대기

시작했다.

상단 사람들도 말고기를 먹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고기가 부드럽자 놀라워했다.

"이거 소고기와 맛이 비슷한데. 말고기는 질기다고 제대로 씹히지도 않는다고 들었는데, 전혀 아니었군."

"그러게. 어디서 듣기로는 말고기는 노린내가 심해서 제대로 먹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전혀

아니야. 냄새도 안 나는데."

"그게 다 말을 군마로 쓰기 위해 말을 잡아먹지 못하게 하려고 만든 말이라니까."

“그런데, 군마로 써야 한다면 못 먹게 할 만도 해. 이런 말고기 맛을 알았으면 다들 잡아먹으려고 할걸. 응?"

말고기 예찬을 하던 이들의 눈에 훈련원 밖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이 보였다.

혹여나 고기와 술을 마셨을 때 들이닥치지나 않을까 호위대 갑사들이 경계를 서는데, 투르안이 나서서 말렸다.

“냄새를 맡고 온 것이니 별거 없을 겁니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현대에서는 고기 굽는 냄새를 50m만 넘어가도 맡지 못하지만, 이 시대의 사람들은 달랐다.

평소 고기의 지방이 타는 냄새 자체를 거의 맡아보지 못했기에 몇백 미터 밖에서 구워지는 고기 냄새를 맡고 온 것이었다.

문제는 원종은 그런 가난한 이들을 방치하는 것이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훈련원 인근의 백성이라면 나중에 이들에게서 조세를 걷기도 해야 하는 것이라 그냥 방치하기에는 마음에 걸렸다.

“고기는 빠듯하니 곰탕 국을 좀 나눠주도록 해라.”

“네. 그것만 해도 감지덕지할 겁니다."

박치산과 호위대가 나서서 곰탕을 나눠주고 있으니 투르안은 너무 무르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들은 오늘 얻어먹은 곰탕의 고마움을 내일이면 잊어버릴 겁니다. 그냥 흩어지게 해야 했습니다. 너무 무른 것 같지 않소이까?"

“먹는 것에서는 늘 퍼주고 싶은 게 내 마음이네. 그리고 내가 무르면 자네가 독하면 되는 것 아니겠나? 자네가 매서운 채찍을 휘둘러 아픔을 주면 내가 뜨거운 국물로 저들을 안아주면 되는 것이야."

“오호라. 사준사구(四駿四狗)의 역할이라니. 하하하.”

투르안은 칭기즈칸이 생각났다.

칸에 오른 칭기즈칸은 충성스러운 사준사구라 불린 장수들이 말과 개처럼 움직이면 그 뒤에서

그들과 병사들을 껴안아 주었었다.

그런 역할을 하자고 하는 젊은 원종을 보니 뭔가 제대로 사람을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게 사준사구처럼 이름을 지어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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