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쉐프 조선을 부탁해!-226화 (226/327)

< 226. 강군으로. >

“남도의 전라 좌수영, 우수영은 물론이고 경상 좌수영, 우수영의 수군절도사들에게서 모두 상소가 올라왔다고 합니다.”

궐에 들어가니 처조부(신숙주)가 손을 써준 것인지 내관이 옆에 달라붙어 먼저 이야기를 해주었다.

“수영에서 상소가 올라왔다면, 아마도 누전선과 새로 만들고 있는 배 문제인 것 같습니다. 병조선(兵漕船)으로 수영의 배들이 교체 되며 생기는 문제일 듯하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처조부님께 이야길 전해 주십시오.”

“네. 부원군께는 이미 대전에 계시옵니다.”

처조부가 이미 와 있다고 하니 수영에서 올라온 상소는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을 듯했다.

참군 염호진이 호조에서 받은 2천 냥의 가치만큼 배를 개삭하여 인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부족한 재원이 문제라면 돈을 더 써서 바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원종은 급하게 불려 왔음에도 마음이 그리 촉박하지 않았다.

허나, 대전에서 들은 상소의 내용은 예상하던 그 문제가 아니었다.

[...본시 수군은 신량역천(身良役賤)의 신분이거나 섬에 사는 이들과 연안에 사는 이들 중 물질을 하는 자를 역(役)으로 데려와 수군으로 종군케 하옵니다. 허나, 근래 섬에 사는 이들 중 대부분이 수군이 아닌 선원이 되고자 역을 거부하고 있사옵나이다...수영의 역으로 수군을 시키려고 하나, 전권특사를 뜻하는 여덟 마리의 마패가 찍힌 증서로 역을 거부 시킬 수 있사오니. 수영에서 수군으로 있겠다는 자들이 없습니다....]

대전에 드니 직접 상소를 내게 주었고, 찬찬히 읽어보니 염호진 참군이 배에 선원으로 수군을 고용하며 생긴 문제였다.

선원으로 너무 많은 수군을 빼갔기에 문제가 생긴다는 상소였다.

“전 제조. 상소에 나와 있는 것처럼 선원 1명에서 1년 녹봉으로 백미 20섬을 주고 있나? 그래서 다들 선원이 되고 싶어 한다고 하는데.”

“네. 전하. 목숨을 걸고 배를 타고, 머나먼 이역만리를 다녀오는 험한 일이기에 그렇게 주고 있습니다. 물론, 쌀로 다 주는 것이 아니라 은 1냥이 백미 2섬이라 은으로 주고 있습니다.”

“배 한 척에 50명씩만 해도 500명. 녹봉으로만 은 5천 냥이로군. 그 만큼의 은을 가졌다면 전 제조야 말로 조선 최고의 거부겠구만.”

성종은 평상시와는 다르게 툴툴거렸는데, 어린아이의 심술이 난 것 같아 뭐라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전하. 각 수영에서 고정적으로 배를 타는 수군이 일천이 되지 안 사 옵니다. 그런 4곳의 수영에서 배를 탈 수군이 부족하다고 할 정도라면 절반에 가까운 수군을 선원으로 빼돌렸다는 말이 되옵니다. 전 제조의 마패를 회수하여야 하옵니다.”

수군에서 선원을 빼낼 수 있는 권한이 되는 마패를 빼앗으라고 말하는 이는 원철이었다.

경상 우수영의 수군절도사로 있다 북방의 무장직으로 옮겨갔다고 했는데, 다시 중앙으로 돌아왔는지 대전에 들어와 있었다.

“수영의 수군에게는 1년에 4번 잡곡과 어포 등으로 녹봉을 내리게 되는데, 그 가치를 따지면 채 백미 3섬이 되지 안 사 옵니다. 헌데, 교역선을 타는 선원들은 1년에 백미 20섬을 탄다고 하니 그 누가 수군으로서 배를 타고 싶겠나이까.”

“맞사옵니다. 그렇게 수군을 빼서 선원으로 만들게 되면 왜구들은 어찌 막아야 할지 걱정이 되어 밤잠을 자지 못할 것 같사옵니다.”

원철과 그 계파로 보이는 이들이 몇몇 나섰는데, 1년에 백미 3섬도 안되는 녹봉도 떼먹던 놈이 할 말은 아니었다.

“과인이 상소를 보고 호조에게 물어보니 은 2천 냥에 달하는 재료로 배를 만들고 있다 들었다. 그럼, 거기에는 선원이 몇 명이 타는 것이냐?”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소신도 정확한 숫자를 알 수가 없사옵니다. 금액에 맞추어 배를 만들라고 했기에 몇 척의 배를 만들어내는지 소상하게 알지를 못하나이다. 또한 중국의 정크선이라는 큰 배를 만들라고 했기에 그 배에 몇 명이 필요한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다만...”

“다만?”

“다만, 추정하기로 10척을 만든다고 했을 때 500명 이상의 선원이 필요한 것 같사옵니다.”

“흐음....”

성종이 500명에 다시 500명, 일천 명의 선원에 대한 생각을 하자 원철을 비롯한 몇몇이 다시 나섰다.

“4곳의 수영에 수군으로 있는 이가 3천이 조금 넘는데 여기서 다시 500명이나 빠져나간다면 타격이 크옵니다. 그리고 추정이 500명이지 그 이상일 수도 있사옵니다.”

“왜구들을 방비함에 있어 수군이 부족하게 되옵니다. 무역선을 더 늘리지 못하게 전 제조의 마패를 회수해야 하옵니다.”

“무역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고 하오나, 수군이 없어 왜구의 침입을 받게 되면 그 피해가 무역으로 얻는 이득보다 더 클 것이옵니다.”

왜구의 침입으로 생기는 피해가 무역의 이득보다 클 것이라 말하는 말에 성종은 결정을 한 것 같았다.

“전하. 판단을 해서 결정하기에는 아직 정보가 부족하옵니다. 좀 더 시일을 두고 결정을 하시지요.”

다행히 한명회가 나서줬다.

“부원군(한명회)께선 어떤 것을 그럼 더 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옵니까?”

“알아보기 보다는 좀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아서 그러하옵니다.”

“좀 더 좋은 방법?”

“네. 수군의 역을 지는 이들이 돈을 보고 선원이 된다고 하면 그 선원들이 받는 녹봉을 줄이면 될 것입니다. 그럼 비슷한 돈을 받게 되니 수군들이 선원이 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수영에서 올라온 상소의 문제점을 모두 다 해결 할 수 있습니다.”

“오호라. 그렇군요. 돈을 따라가는 것이니 애초에 그 돈을 줄이면 돈을 따라가지 않을 것이군요.”

성종은 한명회의 말에 아주 만족스러워 했다.

그리고 한명회는 원종을 보며 ‘어때? 인건비를 줄여 줄 수 있으니 좋지?’ 하는 표정을 지어주었다.

한명회의 말처럼 인건비를 대폭 삭감해서 수군들이 받는 녹봉과 비슷하게 만들면 되긴 되었다.

그것이 가장 간단하며, 효과가 빠른 방법이었고, 원종이 이득을 얻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개인의 이득이 없는데, 그 누가 선원이 되어 배를 타려고 하겠는가.

진취적인 도전 의식이자 미국을 만들게 한 프론티어(frontier) 정신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일확천금(一攫千金)’이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었다.

미국 서부의 큰 농장을 가질 수 있다는 꿈. 금광을 찾아 거부가 될 수 있다는 꿈.

그런 꿈을 이루기 위해 사람들은 인디언들과 싸웠고, 무법자들과 총싸움을 하며 서부를 개척하고 도시를 만들었던 것이었다.

헌데 그런 일확천금에는 못 미치지만, 진취적으로 바다 무역에 도전하게 만드는 원동력인 높은 임금을 없애버리겠다고 하니 원종은 갑갑했다.

겨우 무역과 교역으로 부를 일구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맛보여 주었는데, 명나라의 대외 무역 체계처럼 관에서 주도하는 한계를 정해두고 하는 무역만 하겠다는 말이었다.

“전하. 제게 보름의 시간을 주시면 이 일을 해결토록 하겠나이다. 윤허해 주시옵소서.”

성종은 부원군이 내놓은 해결 방안이 있음에도 다르게 해결하겠다고 시간을 달라하는 원종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해결 방법이 이미 있으니 시간을 줘도 괜찮을 것 같다고 여겨 보름의 시간을 주었다.

***

“아니 우리는 왜 선원이 안된다는 거요? 내가 저치들 보다 더 수군으로 오래 있었다는 말이오.”

“이거 전라도 수영 소속이라서 안된다고 하는 거라면 수영 차별 아니오?”

“나보다 더 배를 잘 모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시오! 내가 최고의 수부인데, 나를 선원으로 뽑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되오!”

참군 염호진은 아침나절부터 몰려든 콸콸한 수군들로 인해 귀가 다 따가웠다.

말라카에 다녀온 선원들이 배를 타고 남도로 돌아왔고, 자신들이 받은 녹봉으로 곡식과 면, 포를 사서 가족들에게 주자 동네마다, 섬마다 잔치가 열렸다.

그리고, 선원들은 같은 신량역천의 역에 묶여 수군을 하는 이들에게 선원이 되면 언문도 배울 수 있고, 1년에 백미 20섬을 받을 수 있다고 자랑 같은 이야길 했다.

그런 소리를 들은 수군들은 당연히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래서 선단의 선장이라는 참군 염호진의 집으로 모여들었고, 염호진도 새로운 누전선 다섯 척을 받게 되니 거기에 탈 선원들을 수군에서 뽑았다.

그렇게 300명 가까이 선원으로 뽑았는데, 소문을 늦게 듣고 찾아온 이들이 늘어나 지원자 천명에 달했다.

그리고, 수영의 수군절도사들은 염호진을 찾아와 선원으로 뽑아 간 수군들을 내놓으라고 했고, 그런 수군절도사들에게 염호진은 원종이 준 마패가 찍힌 종이를 보이며 선원으로 쓸 것이라고 돌려보냈다.

그렇게 자신의 사람을 빼앗긴 수군절도사들은 상소를 올릴 수밖에 없었고, 뒤 늦게 소식을 들은 수군들은 염호진의 집으로 몰려들어 자신도 선원으로 뽑아 달라며 난리를 치는 것이었다.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리자 염호진은 원종에게 급하게 사람을 보내었고, 상소와 염호진의 서찰을 받은 원종이 내려 온다고 하고 있었다.

***

“이거 이야길 듣고 보니 인건비를 줄이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구만.”

“단주님 정말입니까? 수군절도사들의 반발이나 수군들의 반발을 다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거기에 더해 수군을 더 강화할 수 있는 방도이기도 하네.”

“어떤 방법이기에 그것까지 가능한 것이옵니까?”

“우선은 누전선 3척에 선원들을 태우는데, 1번 함에는 수군 출신으로 말라카를 다녀온 선원 중에서 최고의 선원들을 태우고. 2번 함에는 수군 출신으로 5년 이상 된 선원으로. 3번 함에는 수군인데 1, 2년 밖에 되지 않은 이들을 태워 배를 움직이게 구성하게. 그렇게 3척을 한강으로 올려보내게.”

염호진은 갑자기 누전선에 선원들을 구분해서 태우라는 말에 의구심이 들었지만, 원종이 시킨 대로 선원과 수군을 태워 한강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원종은 한명회와 신숙주의 힘을 빌려 성종과 대신들을 한강 변으로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

“그래. 보름의 시간 동안 좋은 방법을 만들어 낸 것인가?”

“네. 전하. 우선 전라수영에서 올라온 배들의 움직임을 한번 봐주시옵소서.”

원종은 큰 깃발을 흔들어 서로 맞추어둔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전하 우선은 전속 돌진부터, 좌현으로 크게 회전하기, 우현으로 크게 회전하기를 보여 드리겠사옵니다.”

멀찍이 떨어진 세척의 배가 깃발의 신호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구경하는 그 누가 보더라도 첫 번째와 두 번째 배가 빠릿빠릿하게 움직였고, 세 번째 배는 어딘가 모르게 굼뜨게 움직였다.

그리고, 다시 명령을 내리자, 돛을 올렸다가 다시 펴며 크게 회전을 한 이후 한강 변으로 세척의 배가 다가왔다.

그러곤 닻을 내리고 배에서 널빤지가 내려지더니 화물이 내려지기 시작했다.

배가 움직이는 것은 첫 번째와 두 번째 배가 거의 비슷했지만, 배를 세운 이후의 선원들 움직임은 첫 번째 배의 선원들이 확실히 빨랐다.

“첫 번째 배의 선원들이 몸이 날래고 빠르구만. 두 번째 배는 약간 느리고, 세 번째는 아주 많이 느리군. 이걸 왜 내게 보여주는 것인가?”

“네 전하. 연차에 따른 숙련도와 직접 화물을 내리고 접안 하는 실력을 보여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연차에 따른 움직임이 차이 나는 것이라면 확실히 알 것 같구만.”

“네. 그래서 소신이 제안하는 것은 수군을 강병으로 키우기 위해 수군과 선원 학교를 만드는 것이옵니다.”

“수군과 선원 학교? 그것이 어떻게 수군절도사들이 상소로 올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인가?”

“네 전하. 세척의 배가 연차에 따라 숙련도가 틀리듯이 최고의 선원은 수군에서 경험을 쌓고, 다시 선원으로 경험을 쌓은 이가 최고입니다. 그래서, 선원이 되려면 수군에서 3년 이상 근무를 한 사람으로 다시 선원 학교를 거쳐 선원을 시켜주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수군이 없어서 문제라는 상소와 무슨 상관인가?”

“선원의 임금을 깎지 않고 1년에 백미 20섬을 준다고 하면 신량역천의 신분이 되더라도 선원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 선원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3년 동안 수군에서 역을 반드시 거치게 하는 것이옵니다.”

“아하, 그러면 큰 돈을 노리고 선원이 되고 싶은 이들은 수군부터 되려고 하겠구만.”

“맞사옵니다. 그러면 역으로 끌려오는 것이 아닌, 돈을 벌기 위해 직접 지원한 것이니 강제로 역으로 수군을 하는 이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훈련을 하고 배를 타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수군이 강군이 될 것이옵니다.”

< 226. 강군으로. > 끝

작가의말

사실, 전라 좌수영과 우수영은 성종 10년에 생기게 됩니다.

그 이전에는 전라도 수군절도사영 이라고 한개만 있었으며, 성종 10면에 좌우 수영으로 나눠지는것이 진짜 역사입니다.

허나 배 늘리기에 들어가야 하다보니 이때 부터 전라 좌우 수영으로 나눠져 있었다고 설정을 하였습니다.

(사실 뒤 늦게 알아버려서 어쩔수가 없습니다 하하하. 넘어가 주세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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