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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쉐프 조선을 부탁해!-214화 (214/327)

< 214. 장터 연회. (2) >

비싼 설탕만을 넣은 고급 호떡이라는 말에 성종은 물론이고, 다른 대신들도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내관이 양손에 기름칠을 하곤 반죽을 들어 손에 편 상태로 그 안에 숟가락으로 설탕을 듬뿍 집어넣어 둥글게 말았다.

둥글게 말린 반죽을 철판 위로 올렸는데, 이미 달궈진 철판에서 파라라라락 하는 기분 좋은 굽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기름을 더 치게. 철판이 흥건하게 기름이 들어가야 하네.”

숙수가 아닌 내관이 만들다 보니 어설퍼서 원종이 나서서 돕기 시작했다.

둥근 반죽을 널찍하게 펴기 위한 누르개에 기름을 듬뿍 묻혀 눌러주었고, 기름에 튀기듯이 호떡을 굽기 시작했다.

원종도 손에 기름을 묻힌 김에 호떡을 더 구웠는데, 반죽에 계핏가루를 넣고, 설탕 고명에 잣과 호두, 참깨를 썰어 넣어 견과류 버전도 만들어 내었다.

땅콩과 아몬드가 들어가야 제대로 된 씨앗호떡, 견과류 호떡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땅콩은 그 원산이 남미였고, 아몬드는 인도 근처 히말라야가 원산이라 구할 수는 있어도 문제가 있었다.

이 당시의 아몬드는 청산가리 급의 맹독을 품고 있었기에 사람이나 동물이 먹으면 죽는 음식이었기 때문이었다.

몇백 년간의 품종개량 대신 독 없는 아몬드 돌연변이를 찾아 키운 사람이 나오지 않는 한 아몬드는 먹을 수 없는 음식이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호떡에서 기름을 최대한 털어내고 그 특유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두꺼운 닥종이 두 장에 싸서 성종에게 호떡을 건네었지만, 종이를 뚫고 느껴지는 뜨거운 느낌에 호떡을 제대로 들고 있지도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접시에 호떡을 담아 주었는데, 먹는 법이 아쉬웠다.

기름기가 종이에 배 손에 묻는 그 느낌과 뜨거운 그 열기를 식히고자 후후 불어가며 먹는 그 감성이 있어야 호떡은 완성이 되는 음식이었다.

그런 감성 없이 그냥 그릇에 담아 젓가락으로 찢어 호떡을 먹고 있으니 아쉬웠다.

뜨거운 온도에 녹은 설탕물에 입천장도 데어보고, 뜨거움에 혀가 얼얼하게 되면서도 먹는 그런 단맛의 고통이 호떡이 가진 감성이었다.

원종은 그런 감성을 성종이나 대신들이 느껴보길 원했다.

물론, 그게 고의로 성종의 옥체를 상하게 할 목적이었다고 탄원을 넣는다면 난감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목이 막히지 않게 유자차를 드시지요.”

이 유자차도 설탕을 제대로 넣어 만들었기에 기존에 먹던 쓴맛과 신맛만 가득한 유자차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호떡에 가득 든 설탕 맛이 혀를 잡고 있었기에 유자차의 단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호떡을 더 먹게 만들었다.

“이 잣과 호두가 들어간 호떡이 나는 더 맞는군. 이건 나중에 비(妃)들에게 주게 몇 개 더 만들어 두게나. 그럼 다음은 또 뭔가?”

“네. 이번에는 핫떡입니다.”

“핫떡? 그건 어디서 온 떡인가 이것도 오랑캐들의 떡인가?”

“저 멀리 서역에서 유래가 되었다고 하는데, 뜨거운 떡이라는 의미라고 하옵니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기름에 튀기는 것이로군. 장터에서 팔기에는 너무 비싸지 않겠는가?”

“식용 기름이 아직 비싸기는 하오나, 점차 가격이 낮아지고 있사옵니다. 소신의 상단에서 낙동강과 영산강 유역의 농사가 힘든 지역에 유채꽃 씨앗을 엄청나게 뿌리고 있기에 기름값은 더 낮아질 것이옵니다.”

“유채꽃? 거기서 기름이 나나?”

“네. 콩기름이 가장 좋사오나, 사람이 먹을 콩도 부족한 상황에서 기름을 짜는 것은 말이 안 되는듯하여 유채꽃을 찾아내었나이다. 콩기름에 비해 점도가 강하오나, 이런 요리에 쓰기에 좋사옵니다.”

“오, 유채꽃이 노랗게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로군.”

“네. 유채씨에서 기름도 나지만, 유채꽃에서 얻는 꿀도 양이 많사옵니다. 그리고 그 줄기는 소의 여물로도 쓸 수 있기에 이득이 많은 꽃이옵니다. 해서 상단의 양봉하는 이들에게 유채꽃 씨앗을 큰 강 유역에 뿌리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을 전 제조가 하고 있는가?”

“네. 소신의 상단에서 양봉으로 꿀도 얻고, 밀랍으로 양초도 만들어 팔기에 저희가 필요해서 씨앗을 뿌리고 있나이다.”

“허허 그대가 참으로 보배로다. 조선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구만. 승지는 강을 끼고 있는 관아에 조서를 내려 유채꽃 씨앗을 뿌리는 이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라고 내리게.”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사실 크게 와 닿는 혜택은 없겠지만, 그러한 조서 내용으로 인해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터였다.

“이 핫떡은 서역에서 유래하긴 하였사오나, 소신이 조선의 상황에 맞게 변경을 하였나이다. 돼지와 소를 잡아 순대를 만들 때 그 순대 속으로 다진 고기를 넣어 고기 순대를 만들었사옵니다. 그 고기 순대로 핫떡의 중심을 잡았사옵니다.”

고기 순대라고 이야기한 햄을 대나무 꼬치에 끼우고 그 앞으로 흰색 사각형 치즈를 꽂았다.

“그건 무엇인가?”

“유병(乳餅 치즈)이라고 하옵니다. 수유(酥油 버터)처럼 우유에서 얻어지는 재료이온데, 유병은 수유와는 다르게 끓여 만들어 내는 물건이옵니다.”

다들 수유는 알아도 유병은 몰랐는데, 생산량 자체가 거의 없기도 했고, 우유에서 얻어지는 버터와 치즈를 구분 없이 다 수유라고 불렀기 때문에 대신들은 그런 이름이 있는지도 몰랐다.

“수유만큼 귀한 것을 넣는다고? 핫떡은 호떡과 달리 귀한 음식인가 보구나.”

“전하. 본래 핫떡이란 음식이 귀한 음식이 아니옵니다. 조선에서는 수유와 유병이 귀하오나, 농사를 짓지 않고, 목축을 주업으로 삼는 이들에게는 그리 귀하지 안 사 옵니다.”

원종은 햄과 치즈를 꽂은 꼬치에 밀가루 반죽을 씌워 기름에 집어넣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의주 옆 동항에서 의주 목사인 소신의 형이 여진족들에게 수유와 유병을 구해와 조선으로 보내주고 있기에 구하기가 한층 쉬워졌사옵니다. 이 유병 또한 여진족들이 만든 유병이옵니다.”

“허허 우리에게 흔한 것을 저들에게 주고 저들에겐 흔한 수유와 유병을 가져온다라. 이것이 보한재(신숙주) 대감이 이야기한 교역의 이득이라는 것이겠군.”

“맞사옵니다. 모든 것을 조선에서 나는 것으로 다 보충하기에는 수유나 유병 같은 것은 너무나 귀하옵니다. 교역으로 서로가 남는 것을 주고받으면 서로가 이득이니 핫떡은 교역이 만들어 낸 음식이옵니다.”

원종은 노릇노릇하게 튀겨진 핫도그를 꺼내 설탕을 넓게 펼친 곳에서 굴려주었다.

기름에 튀겨져 뜨거운 핫도그의 겉면에 설탕이 닿으니 뜨거운 열기에 녹듯이 핫도그의 표면에 달라붙었다.

“크헉! 고급스러움과 과소비의 극치로다! 설탕을 이리 무심하게 뿌린 듯이 발라 먹는 떡이라니. 자네가 말라카로 가서 가져온 설탕이 없었다면 먹어보지 못했을 음식이로다.”

성종이 흐드러지게 붙은 설탕에 놀랐듯이 대신들도 설탕이 떨어질까 싶어 긴 소매로 받쳐가며 핫독을 입에 물었다.

“엇! 이 유병이... 유병이 살아 있는 듯이 늘어 나옵니다!”

“헛, 저 저도.”

한입 깨물어 끊어내려고 했던 이들의 입에서 치즈가 주욱 늘어나자 다들 신기한 광경에 놀라워했다.

“마치 오적어(烏賊魚)의 다리 사이에서 긴 다리 두 개가 늘어나는 것 같사옵니다. 이 식감과 단맛에 따뜻한 맛이 섞이니 참으로 놀랍사옵니다.”

단순하게 설탕의 단맛만이 나는 것이 아니었다.

계란과 밀가루의 반죽이 기름에 튀겨지며 고소한 맛을 만들어 내었고, 그 노릇노릇한 겉면의 안으로는 뽀얀 밀가루의 속살과 유병의 백설 같은 식감이 있었다.

성종도 유병의 식감에 즐거워 한 입을 더 베어 물자 이번엔 그득한 육향과 고기의 맛이 느껴졌다.

단맛과 고소한 맛 그리고 고기의 맛이 느껴지자 진정한 맛의 완성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구나! 맛있어. 설탕이 발렸다고 단순하게 단맛이 아니야.”

“전하 여기에 소금과 후추를 아주 약간 뿌려 먹으면 더 맛이 있나이다.”

원종은 손가락으로 소금과 후추를 한 꼬집 집어 핫도그에 뿌려 주었는데, 핫도그의 따뜻한 온기와 함께 후추의 향이 올라오니 더 식욕을 자극했다.

맛 또한 후추와 짠맛이 더해지니 당연히 더 맛있었다.

“참으로 맛있군. 이런 맛이 있을 줄이야. 이 핫떡도 몇 개 더 해주게 비(妃)들에게 주고 싶군.”

“전하 경희 장터는 내일까지 운영할 예정이옵니다.”

“하하하. 내일 다 같이 오라는 말이로군.”

“맞사옵니다. 그럼, 식후 놀이까지 한번 즐겨 보시겠습니까?”

“식후 놀이?”

“놀이이면서 주전부리를 같이 먹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들었사옵니다. 여기에 앉으시지요.”

성종은 원종이 앉으라는 자리에 앉으니 닥종이가 깔린 서탁이 놓였다.

“내가 뭔가를 해야 하는 거구만.”

“맞습니다. 먼저 제가 하는 것을 봐주시옵소서.”

원종은 석탄불이 피어져 올라오는 화로에 유기로 만들어진 종발 크기의 큰 국자를 올렸다.

국자 가득 넣은 설탕은 열기에 금세 녹았고, 노란색의 액체가 되었는데, 거기에 초록색의 가루를 넣어 색을 입혔다.

그러곤 국자를 들고 닥종이 위에서 가늘게 설탕물을 흘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허허, 설탕으로 난을 친다고?”

난의 잎을 다 그리자 붉은색의 꽃가루를 넣어 설탕물을 붉게 만들었고 그걸로 다시 난의 꽃잎을 그렸다.

설탕물이 식어 완전히 굳자 그림을 조심스레 들었는데, 한 송이의 난이 설탕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받침대에 세워두고 방에 둘 수 있사옵니다. 그리고 단 것이 당길 때에는 언제든지 이렇게 부수어 먹을 수 있사옵니다.”

원종은 난 잎을 똑똑 잘라 먹었고 주위에도 잘라 주었다.

현대 한국에선 잘 먹지도 않는 설탕 조각이었지만 설탕이 귀한 시기이다 보니 다들 입에 설탕 조각을 머금고 단맛을 느꼈다.

“엿이나 조청과는 확연히 다른 설탕의 맛이 나며, 이 색을 넣을 때 신맛이나 다른 맛을 첨가도 할 수 있사옵니다.”

“하하하. 이거 아주 고급스러우면서 특이하고 멋진 취미로구나. 내가 그린 그림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아주 생각지도 못한 것이야. 어찌 이런 것을 다 만들어 낸 것인가? 놀라우이. 나도 한번 해보겠네.”

“네 전하 뜨거우니 조심해야 하옵니다.”

성종도 녹은 설탕물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미리 준비시킨 도화서의 화가는 매란국죽을 멋들어지게 그려내었다.

그리고 그런 작품들을 세워서 구경하게 하니 다들 새로운 예술에 신기하다며 입을 모았다.

물론, 성종이 그린 그림은 형편없었기에 다들 언급하지 않았다.

“재미있구나! 재미있어. 이 설탕 그림 그리기도 재미있어. 헌데, 설탕을 이리 써도 될 만큼 많은 것이냐?”

“네. 전하 아직 많사옵니다. 그리고 조만간에 다시 배를 띄어 설탕과 후추를 더 실어 올 것이옵니다. 이제는 후추와 설탕을 쓰는데 걱정을 하실 필요가 없사옵니다.”

“하하하. 그거 좋구나! 좋아. 그럼, 대신들에게 오늘 설탕 그림을 하나씩 그려 내리도록 하라.”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단순한 설탕물이었으나, 이렇게 그림으로 그린 설탕을 하사받아 집에 놔둔다는 것은 그 괘가 달랐다.

그리고 언제든지 잘라 먹을 수도 있으니 그 효용성도 높은 선물이었다.

배도 부르고 그림 그리는 유희까지 즐긴 성종과 대신들은 아주 만족해서 내일 비(妃)들과 같이 오겠다며 사정전으로 돌아갔다.

원종은 오늘 장터에서 일해준 내관들과 숙수들에게 남는 것을 만들어서 풍성하게 안겨주었다.

다들 새로운 경험을 해보았고, 맛있는 먹거리까지 생겼다고 즐거워했으나 유일하게 얼굴이 굳어있는 이가 있었다.

천축의 장이라는 카레를 담당했던 철금이란 숙수였다.

‘다들 전하의 치하를 받았고, 맛있으니 다시 먹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어제저녁 급하게 불려가 난(naan)이란 천축의 부침개를 굽는 법과 천축 장을 만드는 법을 배웠음에도 맛으로 칭찬받지 못했으니 어깨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철금은 퇴청하려던 전 제조의 앞길을 막아 세울 수밖에 없었다.

< 214. 장터 연회. (2) > 끝

작가의말

원래는 달고나를 넣고 싶었는데, 식용 소다 없이는 달고나 자체가 불가능하더군요.

그래서 그냥 설탕물을 굳힌 것으로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요.

소다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강산이 들어가는 전문화학의 분야라 불가능했습니다. ㅠ.ㅠ

달고나 말고 프랑스에서 예술로 대우받는 이소말트를 이용한 설탕공예도 생각해 봤으나,

그걸 성종이나 대신들이 하기에도 힘들고...그냥 조선에 맞게 설탕물로 사군자를 그리는 것으로 했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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