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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쉐프 조선을 부탁해!-201화 (201/327)

< 201. 최고의 고객. (2) >

이슬람의 선지자 마호메트는 언행록인 하디스(ديث نبوي)에서 정치적 지배자들인 술탄들의 과소비를 비판하며 호화로운 그들의 생활이 알라의 가르침에 어긋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남자들이 금과 은으로 된 그릇으로 식사하는 것을 금지했고, 특히나 금, 은으로 된 장신구를 남자가 하는 것 자체를 금지했다.

술탄들이 과소비와 허영을 떠는 것이 금, 은장식의 천박함 때문이라고 여긴 것이었다.

문제는 금은 그릇으로 식사를 하던 이슬람의 상류층들이었다.

선지자의 말 한마디로 인해 그들은 새로운 그릇을 찾아야 했던 것이었다.

이슬람의 상류층은 금은으로 만든 접시에 음식을 담아 중앙에 두고 둘러앉아 손으로 먹는 수식(手食) 생활을 하였는데,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먹어야 했기에 그들 앞에 내놓는 그릇에는 격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그런 격을 위해 금과 은으로 만든 그릇들을 내놓았던 것이었는데, 이제 그런 금은으로 만든 그릇을 쓰지 못 하게 하니 대체재를 찾아야 했다.

가문의 위신을 생각해 하층민들이 사용하는 나무로 된 그릇을 내놓을 수는 없으니 나무와 흙으로 만들어진 그릇은 애초에 생각지를 않았다.

그런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유리와 도자기 그릇이었다.

금은으로 만든 그릇처럼 가격이 비싸 그 격을 따질 수 있었고, 금은보다 더 구하기 어려웠기에 격에 맞았다.

하지만 유리의 경우 그릇을 만들더라도 균형감을 제대로 만들 수 없었고, 투명하지 않은 유리그릇의 경우 오히려 그 격을 떨어지게 만들었다.

반면 중원에서 들어온 도자기는 그러한 균형감에서 유리를 압도하였고, 푸른색으로 그림이 그려져 있어 이슬람의 종교적 가치와도 맞아떨어졌다.

이슬람에서는 하늘을 상징하는 푸른색을 고결하다고 여겼기에 모스크에도 푸른색을 많이 섰는데, 이런 푸른색으로 그림이 그려져 있는 청화 백자는 금은 그릇을 대체하기에 알맞은 격식 있는 그릇이었다.

물론, 중국에서 들여온 청화 백자의 경우에는 이슬람 사람들이 둘러앉아 먹는 넓고 큰 접시가 없었기에 여러 그릇으로 나눠 담아 내놓는 것이 불편하긴 했다.

하지만 오늘 조선에서 가져온 접시는 그러한 이슬람의 식문화에 딱 알맞은 접시였다.

벽에 벽화처럼 걸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그 크기가 컸고, 그 중앙에는 알라신의 위대함이 쓰여 있으니 다른 이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격을 지닌 접시였다.

이 접시를 내놓았을 때 사람들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며 알라의 위대함을 계속 보게 된다고 생각하자 뚠빼락은 기분이 좋았다.

거기다 가져온 그릇마다 선지자가 강연하는 모습이나 모래 산을 지나는 낙타의 모습, 물이 흐르고 대추야자 나무가 그늘을 드리우는 모습 등등 이제까지 중국에서 만들어온 그릇에선 볼 수 없었던 풍경이었기에 더 마음에 들었다.

‘아 그래, 이 그림들은 성지 메카로 가는 경로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담은 것이구나.’

메카에 다녀온 자나 아직 가 보지 못한 자나 이 그릇들을 가지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성지 순례의 과정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내가 본 그 어느 보물보다 귀한 보물이다.”

말라카의 재상 뚠빼락은 벽에 걸린 8개의 접시에 담긴 뜻을 느끼자 감탄을 뱉어냈다.

뚠빼락의 말을 들은 인도 상인이나 중국 화교는 접시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금전적 가치는 알아챘다.

“저 그릇을 나도 사고 싶네.”

“알라신의 위대함이 쓰인 그릇을 사겠네.”

“가지고 있는 그릇이 더 있는가?”

“무슨, 내가 먼저 물어봤지 않았나!”

무조건 사면 돈이 된다는 생각에 상인들이 나섰지만, 원종은 말을 무시하고 앞에 나섰다.

“안타깝게도 이번에 가져온 접시는 저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말라카의 여러분께서 좋아하시니 내년에 조선에서 충분한 수량을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중국의 경덕진에서 만든 게 아니라고?”

“경덕진에서는 저 그릇이 나오지 않는 것인가?”

늦게 참석한 유대 상인이나 통역에게 이제야 이야길 들은 상인들은 조선의 도자기라는 것에 놀랐고, 옆에 있는 화교 상인들에게 저런 그릇은 경덕진에서 못 만드는지를 물어 왔다.

그런 물음에 화교 상인들은 난처했다.

사실 화교 상인들은 경덕진에 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왜냐면 명나라 5대 황제였던 선덕제의 명으로 경덕진에서 나오는 도자기의 아래에 ‘대명선덕’이라고 한자를 새기게 했는데, 황제의 이름이 도자기에 쓰이게 된 이후 순무 대신이 경덕진을 관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경덕진의 관리들은 외부의 잡인들을 경덕진에 아예 들이지 않았는데, 이는 도공이나 기술을 빼가는 것도 막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화교 상인들은 남경이나 항주, 영파에서 경덕진 도자기를 사 올 수밖에 없었고, 이런 접시가 비싸게 거래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경덕진에 직접 가서 이 모양대로 만들어 올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조선의 춘봉상단은 이제까지의 도자기 거래와는 다른 방식을 취해볼까 합니다. 주.문.제.작. 이라는 방식입니다.”

원종은 품에서 책을 꺼내었고, 접시를 꺼낸 상자에서 돌돌 말린 종이 두루마리를 꺼내 펼쳤다.

“우리 춘봉 상단에서는 화병, 주발 그릇, 접시, 주전자, 잔을 주문 제작 받습니다. 이 종이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도자기마다 10여 종의 종류가 있습니다.”

상인들은 넓게 펼쳐진 종이에 그려진 그릇들을 보며 감탄했다.

크기와 모양에 따라 10여 종으로 분류한 그릇과 접시, 주전자의 종류가 이제까지 본 적이 없었던 모양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구분된 모양에 원하시는 글귀, 그림을 넣으실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 큰 잔 1호에 아랍어로 글자를 넣고 물길 그림을 넣는다면 ‘큰 잔 1-2-4’입니다.”

원종은 카탈로그를 보여주며 방문 판매하는 장사꾼처럼 주문제작 하는 방법을 설명했고, 상인들은 종이에 그려진 그림과 설명을 들으며 이슬람인들이 좋아하는 그릇을 만들기 위해 조합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 재상님이 가져가신 그릇은 1개에 백은 100냥으로 가장 큰 그릇에 주문제작을 한 가격입니다. 그릇 종류와 넣는 글귀에 따라 다르지만, 백은 30냥에서 100냥까지의 가격입니다. 주문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니 이 가격표도 확인 하시구요.”

‘음. 청화백자 상등품이 이스탄불에서 백은 150냥에 팔리니 50냥 정도 이득인가. 아니지, 내가 원하는 글귀를 넣어서 만들 수 있으니 더 비싸게 팔 수 있지. 그러면 이 가격이 비싸지 않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상등품이 120냥에 팔리지만, 그건 경덕진에서 만들어진 보통 상품이다. 주문제작이라는 방식으로 베네치아 공국이나 스페인의 글자가 들어 간다면 가격은 배를 높여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알라신의 글자가 들어간 것이 비싼 것처럼 로마 교황이 가르친다는 그 라틴어로 글자가 들어간다면 더 비싸게 받을 수 있다.’

‘프랑크의 왕 이름과 생일을 넣는 도자기를 주문해서 팔면 3배 이상 남길 수 있다. 주문제작이란 것은 상대에 맞게 팔기만 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구나.’

상인들은 원종의 설명을 들으면서 자신의 유통 가격과 마진을 계산하기 시작했고, 이 주문제작 상품을 사줄 이들을 머리에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반 청화 백자보다 2배의 가격으로 사더라도 충분히 이득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 왕국의 왕 이름이나 가문의 역사를 담은 그릇을 만든다면 그 가치를 더 높여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깨지지 않고 얇고 따뜻한 색을 내는 본자기로 주문 제작을 할 경우에는 추가로 백은 20냥이 추가되니 이 조건들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십시오.”

원종은 다시 옵션 질로 추가 금액이 붙는다고 하면서 떨어트려도 깨지지 않는 최고 옵션으로 본자기로 만드는 것을 안내했다.

“귀한 분에게 드리는 귀한 물건은 역시 깨지지 않는 본자기입니다! 최고 등급 로얄(royal)은 최고 등급을 알아보는 법입니다. 그것이 로얄이니깐요.”

“대단하군, 어떻게 주문을 받아서 도자기를 만들어 파는 생각을 한것이지. 취엉청 자네를 통해서도 주문이 가능한가?”

“네네. 제가 말라카에서 춘봉 상단을 대행하는 일을 합니다. 제게 주문을 주시면 조선의 춘봉 상단 배가 들어 왔을 때 주문을 할 수 있습니다. 제 상관이 어디에 있냐면...”

취엉청도 말이 쉽게 통하는 자신에게 화교 상인들이 몰리자 눈코 뜰 새가 없었다.

‘해적에게 붙잡혀 죽을 날만 기다렸었는데, 인생사 정녕 새옹지마구나.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이날 원종이 받은 주문제작은 300개가 넘었고, 취엉청도 50개가 넘었다.

“계산해 보니 평균 단가가 개당 백은 80냥 이구나. 그러면 대충 28,000냥. 캬 쌀로 치면 56,000 섬이다. 크흑.”

단순 계산만 했음에도 어마어마한 가격에 기뻤다.

물론, 주문제작 이기에 절반 가격인 50%를 선불로 받고 내년에 물건을 건네주어야 최종 50%를 받는 것이었지만, 절반인 14,000냥만 해도 엄청난 금액이었다.

경덕진에서 가져온 보급형 도자기와 교역물을 판 금액까지 하면 한 번의 교역만으로 조선의 만석꾼 모두를 합친 것만큼의 매출을 올린 것이었다.

“말라카에서 사갈 후추와 설탕, 물소 뿔을 조선에서 팔면 또 이득이 생기니 이것이야말로 도깨비놀음이로구나. 하하하.”

원종도 어느 정도는 인기가 있겠구나 싶었지만, 이렇게 하루 만에 주문이 쏟아질지는 몰랐다.

그리고 오늘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던 상인들도 소식을 듣고 올 것이고, 주문제작이니 만큼 의견을 받아 주문제작 신청을 하는 자들도 있을 터이니 얼마나 더 벌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렇게 두세 번을 교역하게 되면 아마도 명나라도 알게 되어 경계하게 될 터이니 아예 이슬람 상인들에게 받을 백은 대신 안료를 달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

인도 상인에게는 마살라로 대금을 달라고 하고, 화교나 말라카 토착 상인들에게는 물소 뿔로 대금을 달라고 하면 최고의 교역이 될 터였다.

***

주문제작으로 받을 선불금을 향료로 받자 정크선에 한가득 실렸고, 후추와 설탕은 누전선들에 가득 실렸다.

물론, 사탕수수의 씨앗도 가마니째로 구해 실었다.

조선에서는 힘들더라도 제주도에서 한번 심어 보고, 그게 힘들다면 유구 쪽에 심어 볼 요량이었다.

그리고 한 달을 기다려 물소 뿔 6천 개를 구해 싣자 8척의 배에 화물이 가득 차 버렸다.

각궁 하나에 물소 뿔 2.5개가 들어가니 각궁 2천 개 이상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이었다.

명나라를 통해 사정사정하여 100개 200개를 수입하던 때와 비교하니 격세지감이었다.

화물로 받는 금액을 제하고 백은과 금을 가득 담은 큰 궤짝이 누전선에 실리자 참군 염호진을 따로 불렀다.

“우리가 말라카로 온 지 한 달 보름이 지나 무역풍이 다시 북동쪽으로 불게 된다고 하는군. 그 바람을 타기 위해 이틀 후 말라카를 출발할 것이네.”

“네.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도자기 주문제작으로 벌어들일 28,000냥을 조정에는 보고하지 않을 것이야.”

“네? 그럼?”

염호진은 무역으로 벌어들인 가장 큰 수익을 조정에 보고하지 않을 거라는 말에 놀랐다.

“나는 이번 수익금의 대부분을 배를 늘리고, 수군으로 있는 섬사람들을 선원으로 만드는 데 쓸 것이야. 물론, 나의 이런 생각은 염 참군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원종은 염호진의 눈을 뚫어지라 보며 물었다.

“선택을 하게. 조정의 명에 따라 후추를 구하러 여기까지 왔으니 무역으로 얻은 수익을 모두 다 조정으로 헌납할지. 아니면 나를 따라 태극 선단의 선단장이 되어 춘봉 상단의 사람이 될지.”

< 201. 최고의 고객.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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