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쉐프 조선을 부탁해!-163화 (163/327)

163. 태극선단. (3)

“...이건 고양이가 싸지른 오줌이 문제가 아니다. 고양이가 아무리 많이 싼다고 해도 이렇게 되지 않아. 너는 가서 도련님을 모시고 오거라. 이건 도련님이 직접 보셔야 한다. 그러고 너는 가서 배의 화물담당을 모두 깨워서 데리고 오고, 태극 2호에 실린 선창도 이 모양인지 확인하거라.”

김고도개는 해가 진 밤시간에 찾아온 만철이의 말을 듣곤 뭔가 싶어 배의 선창으로 왔는데, 문제가 아주 심각했다.

켤 수 있는 솔 불을 모두 켜서 배의 선창에 걸곤, 밑에 깔린 좁쌀들을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코를 가까이 가져가자 상한 냄새가 나는 가마니들이 한두 가마가 아니었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의 가마니들을 갑판으로 끌어올려 냄새나는 좁쌀을 헤집으니 물에 젖어 썩기 직전의 좁쌀이었다.

“이런, 어찌 된 것이냐?”

“저 만철이가 고양이를 찾다가 발견했사온데, 물에 젖은 좁쌀이 한두 가마가 아닙니다. 태극 2호에 실린 좁쌀도 마찬가지입니다.”

“화물을 받아서 배에 선적할 때는 몰랐느냐? 화물담당들은 뭘 한 건가? 직접 옮기면서도 몰랐는가?”

부산 지점의 들고 나가는 것을 확인하는 담당은 울산 마을 출신인 삼정이였는데, 얼굴이 흑색이 되어 앞으로 나섰다.

“저... 그것이... 내상 송만기 측에서 좁쌀을 가져올 때 그쪽의 일꾼들도 같이 도와주겠다고 하여 같이 들어 옮겼습니다.”

“그럼, 대 놓고, 그놈들이 우릴 속인 것이로군. 물에 젖은 것은 자기들 일꾼으로 옮기게 한 것이야. 송만기와 계약한 운송계약서를 가져오거라.”

부산 지점의 지점장인 희재는 강산1호를 타고 문경으로 가는 뱃길을 알아보고 있었고, 나는 삼식이를 마중 나갔을 때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그런데, 당시에 내가 있었다고 해도 이걸 간파하지 못했을 것 같았다.

인력으로 나르는 일이니 분명 도와준다는 상단의 일꾼들을 거부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가져온 계약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지극히 단순한 운송계약이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날씨로 인해 늦게 운송이 되더라도 별문제 삼지 않는 부분도 들어가 있었기에 나쁜 계약은 아니었다.

그저 아주 깔끔하게 상품 가치가 없는 좁쌀에 당한 것뿐이었다.

어쩌면 좁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배가 출발하기 전에 알아챈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한양 관흥창에 도착해서 좁쌀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아챘다면, 빼도 박도 못하는 것이었다.

좁쌀값은 좁쌀값대로 나갈 것이고, 상단으로서의 신뢰도 박살 날 뻔한 것을 막아낸 것이었다.

“내일 출항은 연기한다. 우선 날이 밝으면 모든 좁쌀을 꺼내어 일일이 확인하거라. 젖은 좁쌀을 골라내어야 한다. 그리고, 화물을 맡은 삼정이는 한 달 감봉이다. 그리고 금산이는 사람을 시켜 송만기라는 자의 뒤를 알아보거라.”

“네에.”

“그리고, 이걸 찾아낸 고양이에게는 고등어 한 마리를 주고, 만철이는 태극 1호의 화물검수관으로 임명한다. 청남이는 태극 2호의 화물검수관으로 임명한다. 이제는 상단의 화물담당이 확인한 것을 다시 배의 화물담당관이 화물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정한다. 이중으로 물건을 확인해야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다.”

감봉이 결정된 삼정이는 울상이 되었고, 만철이는 뭔가 승진을 한 것 같자 기분이 좋았다.

냐아앙~.

“그래. 네 놈이 똥오줌을 싸질러서 좋게 된 것이니 내가 직접 고등어를 구워주마!”

***

“800가마를 모두 꺼내어 확인해보니 그중 350가마가 젖어 있었습니다. 곡식을 잘 아는 자를 불러 물어보니 홍수에 젖은 묵은쌀 같다고 합니다.”

“그대로 운송했으면 썩던지, 싹이 나던지 했겠군. 젖은 쌀은 건번으로 만들도록 하지. 상단 앞마당에 문경에서 운용중인 건번가마를 만들게나. 좁쌀 350가마를 다 건번으로 만들어서 식량으로 쓰자고.”

“그럼 부족한 350가마는 어찌해야 할까요?”

“송상에게 이야기해서 사흘 안으로 구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챙겨 달라고 해야지. 그러고도 부족한 것은 한양에서 구해야 하겠지.”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군요.”

“어쩔 수 있나. 이렇게 경험을 얻고 빈틈을 막아 가는 것이지. 한번 당한 사기는 이제 안 당하면 되는 것이지.”

“도련님. 송만기라는 자에 대해서 알아 왔습니다. 내상 박영철과 같이 일을 하는 자였습니다.”

“박영철? 그럼 삼식이를 습격했던 그놈들이란 건가?”

“네. 그런 것 같습니다.”

“허허 이놈들이 우리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다고 이러는 것이지.”

동래에 지점을 만들었기에 내상들이 텃세를 부리는 건가 싶었는데, 텃세치고는 너무했다.

이리 앞뒤 없이 움직이는 놈들이면 무슨 짓을 더 저지를지 걱정이 되었다.

“혹시 송만기나 박영철에게 배도 있는가 확인 좀 해보아라.”

왠지 화물에 장난을 친 것만이 아닐 것 같았다.

아니, 삼식이를 습격해서 본자기를 빼앗으려 했던 놈들이라면 왜구로 분(扮)해서 배를 습격할지도 몰랐다.

“배가 있다고 한들 참군 염호진의 배와 같이 있는데 습격하겠습니까?”

김고도개는 설마 수군이 있는데 공격할까 싶었다.

“참군의 배를 우리가 쓰는 배로 알지만, 다른 이들은 참군의 누전선을 우리가 쓰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두 척만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습격에 주의해야 한다.”

“저기... 상단주님. 한양으로 우리 배가 간다는 걸 알고는 배를 얻어타고 싶다는 자들이 왔는데, 어찌할까요? 삯은 낸다고 합니다.”

감봉에 기가 죽은 삼정이가 들어오며 배를 얻어 타고 싶다는 이가 있음을 알렸다.

“몇 명이나? 그들의 행색은?”

“한양의 별시를 보러 간다는 자들이라고 하는데, 갓을 쓴 양반은 없고, 남자만 8명입니다.”

“그래? 그러면 내일 배가 출발한다고 이야길 하고 내일 아침 일찍 태워준다고 하거라.”

삼정이를 내보내고는 김고도개와 금산이를 가까이 불렀다.

“나는 배를 얻어타고 싶다는 이들도 내상의 흉계라고 본다. 배를 운영하는데 15명이 타는데, 8명이라면 충분히 안에서 내응을 일으킬 수 있는 숫자라고 본다.”

“그럼, 4명씩 따로 나눠서 배에 태울까요?”

“그래. 4명씩 나눠서 태우고, 배가 출발해서 거제로 접어들면 바로 제압해서 묶도록 해라. 미리 선창에 선원 외에도 힘쓰는 이들을 더 태워두고.”

“부산 지점에서 활을 쏘는 연습을 자주 시켰는데, 활을 잘 다루는 이들을 선창에 미리 태워두도록 하겠습니다. 헌데, 참군 나리의 배가 있는데 습격을 하겠습니까?”

“참군의 배는 먼저 출항해서 울산 방향으로 가다 멀리서 따라오게 시키겠다. 진짜 습격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박영철을 잡아 보자.”

***

“네? 방패와 창을 거적으로 덮어서 몰래 선창에 실어두라고요?”

만철이는 갑자기 김고도개의 부름을 받고 뭔가 싶었다. 하지만, 이번 좁쌀 일과 더불어 다른 상단 놈들이 해코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겨우 얻은 일자리에 다른 이들과는 달리 승진까지 하게 되었는데, 그런 춘봉상단을 해코지하겠다는 놈들이 있다는 생각에 분노가 차올랐다.

아마, 섬에서 수군이었던 이들은 모두 다 분노를 끓어 올릴 터였다.

그래서 무기를 숨겨두고, 수군에서부터 마음이 맞던 포수와 방패수들에게 말을 해두었다.

배가 출발하고 거제도에 접어들자 누구랄 거 없이 승객으로 탄 네 명의 사내들을 덮쳐 사로잡았다.

“아니 한양에 무과 별시를 보러 가는데, 왜 이러시는 거요?”

“별시를 보러 가는 놈이 봇짐에 병략서 한 권도 없는 것이냐? 그리고, 도끼를 들고 별시를 보러 간다는 놈은 처음이구나.”

원종은 말도 안 된다며 봇짐에서 나온 손도끼를 들어 보였다.

“언제 박영철이 습격을 할 것인지를 말하거라. 그러면 무사할 것이다.”

놈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이럴 때는 분리해서 서로 믿지 못 하게 하는 심문법이 딱이었다.

한 놈은 배의 앞쪽으로 다른 놈은 배의 맨 뒤로 그리고 다른 두 놈은 선창의 끝과 끝으로 데려가 간단하게 주먹으로 교육을 시작했다.

놈들은 따로 끌려갔지만, 입을 열지 않았는데, 일각이 지난 후 다른 쪽의 놈이 불었다고 다른 셋은 물에 빠트려 죽이라고 이야길 전달하자, 서로 살려 달라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통영을 지나게 되면 배들이 들이닥치리라는 것을 알게 되자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역시, 건달들은 다르구만. 넷의 눈을 가리고 묶어서는 선창에 던져두거라.”

태극 2호에서도 승객으로 올라탄 녀석들을 포박하여 잡아두고 있었다.

그리고,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따라오고 있을 참군 염호진까지 있으니 박영철의 뒤통수를 칠 준비는 된 것 같았다.

***

“작은 배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하는데, 고기잡이를 하는 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염탐하러 온 것이겠지. 다들, 평상시처럼 일하고 숫자가 작아 보이도록 최소 인원만 두고 선창으로 내려가 몸을 숨기고 있거라.”

선창 안에서 창을 들고 있는 금산이나 수군 출신 선원들을 보니 뭔가 든든하기도 했고, 습격할 것을 미리 알고 있다는 우쭐한 기분도 들어 어서 빨리 습격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통영을 지나 유한도라는 작은 섬을 지나는데, 작은 섬의 뒤편에서 다섯 척의 배가 나타났다.

우리가 타고 있는 태극호 누전선도 느린 편이 아니었지만, 화물이 실려있다 보니 금세 다섯 척의 배가 우릴 따라잡았다.

배들의 크기는 누전선보다 작았지만, 그 위에 20명 정도씩 타고 있었기에 그 숫자가 100여 명은 되는 것 같았다.

배들이 가까이 다가와 붙기 시작하자, 선원들은 당황해하는 연기를 시작했는데, 그런 모습에 만족했는지, 놈들은 본색을 드러냈다.

“바가야로! 배를 세워라!”

가까이 다가오던 놈들의 배에서 갈고리가 던져지고 화살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거리가 있었기에 갈고리가 걸리지는 않았지만, 화살은 충분히 위협적으로 보였다.

당장이라도 선창에서 수군들이 뛰어나오려고 했지만, 기다리게 했다. 서로 배에 갈고리를 걸어 잡아당길 수 있을 만큼 가까워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철컥! 차악!

누전선 양쪽으로 왜구로 분한 놈들의 갈고리가 걸리자 양쪽으로 두 척의 배가 들러붙게 되었다.

이제는 떨어지려고 해도 못 떨어지는 단계가 되자 신호를 했다.

선창에서 금산이와 수군 30여 명이 큰 귀면 방패를 들고나오자, 갈고리 줄에 의지해 배로 넘어오려던 놈들이 깜짝 놀랐다.

금산이와 수군들의 손에 들린 장창이 그런 놈들을 찌르기 시작했고, 애초에 약탈이나 하던 놈들에 비해 훈련이라는 것을 받은 수군들의 대응은 시기적절하게 배를 넘어오는 놈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덩치 큰 금산이의 창에 왜구로 분한 놈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져 버리자 배로 넘어왔던 놈들은 다시 배로 도망치기 위해 난리였다.

그런 놈들을 쫓아 놈들의 배로 넘어가자 기세에 밀린 이들은 무기를 버리고 바닥에 납작 엎드려대기 시작했다.

“어서 무기를 버리지 못하겠는냐!”

금산이의 귀청 떨어질 듯한 소리에 저항하려고 하던 몇몇 놈들도 겁에 질려 항복을 해버렸다.

태극 2호를 맡은 청남이와 김고도개의 상황도 우리와 비슷했는데, 갈고리를 던지지 않고 있던 나머지 한 척은 상황이 뒤집힌 것을 보고는 다른 이들을 구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바로 방향을 바꿔 도망쳐 버렸다.

하지만, 놈들은 운도 없는지 도망치는 쪽에서는 참군 염호진의 배가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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