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타 쉐프. (1)
“자 오늘 ‘요리를 부탁해’에 새로운 쉐프 분이 오셨는데요. 정말 모시기 힘든 분이 나와 주셨습니다.”
아나운서 출신 MC 김성준은 정말 어렵게 섭외했다며 강조를 했다.
“아니, 얼마나 힘들게 모셨기에 이렇게 바람을 잡아요?”
축구선수 출신으로 방송인으로 전향한 MC 임정한은 이렇게 바람을 잡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투덜거렸다.
물론, 이렇게 퉁명스럽게 이야기하며 맞춰 주는 것이 둘의 티키타카 호흡이었다.
“아아~ 그런데, 이분 이력을 보면 제가 이렇게 주접을 떨 만합니다.”
“도대체 누군데 그래요? 이력이 어떻게 되는 거예요?”
“그럼, 먼저 약력 소개 들어갑니다. 일단, 고등학교를 조리과학 고등학교를 나오셨어요. 축구로 치면 유스 출신이라는 거죠. 그리고 고등학생 때 한식, 양식, 중식, 일식 자격증을 다 땄다고 되어 있습니다. 무려 18세에! 임정한 씨는 그때 뭐 했어요?”
“나야 뭐, 청소년 국가대표로 볼 차고 있었죠.”
“아, 그러고 보니 거기도 레전드네. 이야~ 이거 늘 보는 사이다 보니깐 잊고 있었어요.”
“아 흰소리 그만하고 약력이나 빨리 이야기해봐요.”
“그렇죠. 소개! 조리과학 고등학교 졸업 후엔 바로 군대에 갔습니다. 그. 런. 데. 군대도 조리병으로 갔어요. 이야~ 이거 완전 요리계의 정통 코스에요! 그리고 제대 후에는 무우려! 그 유명한 프랑스의 르 코르동 블루(Le Cordon Bleu)로 유학을 갔어요. 정한 씨는 여기가 뭐 하는 곳인 줄 알아요?”
“당연히 알죠. 유명한 요리학교잖아요. 거기 어렵다는 건 나도 알아요.”
“네 맞습니다. 여기까지 갔다는 건 요리계의 정통 코스를 갔다는 거예요. 르 코르동 블루 졸업 후엔 무려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칠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 호텔에 입사를 했어요. 그 사막 한가운데 돛 모양으로 되어 있는 그 호텔 있잖아요. 칠성급 호텔!”
“아 거긴 나도 알죠. 나도 거기 묵어봤다니깐. 거기 밥 잘 나와요. 고기 좋아. 써니 사이드 업도 잘 구워주고 좋았어.”
“아? 그래요? 그럼 임정한 씨는 거기서 이분 요리 먹어봤을 수도 있겠네요.”
“그럴 수도 있겠죠.”
“그리고, 더 대단한 게 또 있어요.”
“아, 또 있어요?”
“네. 그 버즈 알 아랍 호텔에서 아시안 파트 책임 쉐프를 역임하고는 무우려, 브루나이 왕궁의 전속 요리사로 들어갑니다. 왕의 요리사! 우리나라로 치면 이거 청와대 요리사예요.”
“청와대 요리사라고 하니 대단하다는 게 확~ 와 닿네요.”
“그렇죠. 그래서 제작진들이 진짜 어~엄청 어렵게 섭외를. 아니 이건 모셔온 거네. 삼고초려라도 해서 모셔온 거 아냐? 맞아?”
김성준 MC는 스탭에게 진짜 삼고초려라도 했는지 묻는 제스처를 취했다.
“아, 그만 됐어. 약력 소개하다 시간 다 가겠다.”
“그렇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분 약력이 이게 끝이 아니에요. 한국에 와서 가게를 차렸는데, 그 가게들이 다 미슐렝 스타를 받았어요.”
“가게가 몇 개인데요? 별이 몇 개예요?”
“우선, 이분이 이때까지 받은 미슐렝 별이 무려 다섯 개입니다. 별이 다섯 개! 우리나라에서 미슐렝 스타를 가장 많이 가지신 분이에요. 이제 30대 중반인데 대단한 거예요.”
김성준 MC는 과장되게 오른손을 활짝 펴며 별이 다섯 개라는 걸 강조했다.
“이야, 별 부자네.”
“그렇죠. 그럼 이런 화려한 이력을 가지신 쉐프 전춘봉 씨를 모시겠습니다! 박수 주세요!”
“이름이 춘봉? 이름은 완전 한식 전문 쉐프 같은데.”
임정한은 투덜거리면서도 일어나 손뼉을 치기 시작했고, 다른 쉐프들도 일어서서 박수로 맞아주었다.
밝은 조명을 받으며 나오는 전춘봉 쉐프는 30대 중반이라 소개되었지만, 작은 얼굴과 흰 피부 덕분인지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훈남이었다.
“전춘봉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방송에 나오는 게 처음인데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첫 방송 출연이었음에도 전춘봉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고, 능숙하게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자 그럼, 오늘 요리를 부탁하러 오신 게스트 분을 소개하겠습니다. 미국 빌보드 차트를 점령하고 돌아온 블루핑크의 크리스탈! 양수정 씨입니다!”
“우와아! 양수정!”
“와 블루핑크!!”
“나 블루핑크 완전 찐팬인데!”
여자 게스트가 소개되자 남자 쉐프들의 환호성이 자동 발사되며 오디오를 가득 채웠다.
방금 전춘봉이 나왔던 문으로 블랙 미니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나왔는데.
키는 165cm 정도였지만, 얼굴이 작아 8등신으로 보일 만큼 매끄러운 몸매를 가진 여자였다.
“수정 씨는 오늘 어떤 요리를 부탁하기 위해서 나오신 건가요?”
“아, 그게... 김칫국이에요.”
양수정은 이야길 하면서도 뭔가 부끄럽다는 듯이 혀를 내밀며 귀여운 웃음을 지었다.
“네에? 김칫국요? 이거 우리에게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는 건가요?”
“김칫국은 늘 먹는 거 아니에요? 아!! 미국에 있다 보니 김칫국이 땡기던가요?”
“네. 맞아요. 활동 때문에 미국에서 일 년 넘게 있었는데, 어릴 때 먹었던 김칫국이 너무 생각나는 거예요. 그래서 요리를 부탁해에 신청을 하게 되었어요.”
“캬, 그냥 김칫국이면 너무 흔한데요. 그건 내가 따로 만나면 끓여 줄 수도 있는 건데.”
“나도 언제든지 끓여 드릴 수 있어요! 제 전화번호는 010-...”
“아 다들 조용히 좀 해요!”
평소 양수정을 좋아하던 총각 쉐프들은 서로 끓여주겠다고 따로 만나자고 난리였다.
그런 쉐프들을 임정한이 뛰어다니며 입을 틀어막았다.
“그런데, 요즘 레토르트 식품도 잘 나오고 미국 한인타운에 가면 김칫국은 언제든 먹을 수 있지 않나요? 한식 가게들이 많아졌던데.”
“네, 그게 그렇긴 한데요. 제가 어릴 때, 학교 급식에서 먹었던 김칫국을 잊을 수가 없어서요. 그 김칫국이 먹고 싶어요.”
“아, 무슨 사연이나 추억이 있는 건가요?”
“네. 제가 호주에서 살다가 한국에 오면서 전학을 했는데, 학교 급식에서 처음 먹어본 국이 김칫국이었어요.”
“아, 인생 처음으로 먹어본 김칫국이었구나. 그러면 충분히 기억에 남지.”
“아, 그건 아니에요. 엄마가 호주에서도 해주긴 했는데, 그날 급식으로 먹은 김칫국은 정말 맛이 달랐어요. 진짜 맛있었어요.”
“추억의 소스가 들어간 맛인 거구나. 이러면 힘든 요리가 되어버리죠.”
“맞아요. 가장 요리하기 쉽다고 느끼는 게 김칫국인데, 이렇게 추억의 맛이 들어가 버리면 가장 요리하기 힘든 음식이 되어버려요. 흔하면서도 특별한 맛이어야 하는 거거든요.”
MC 김성준과 임정한은 말을 주고받으며 난이도가 올라간 김칫국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댔다.
“저기 보세요. 쉐프들도 어렵다고 고민하네요. 뭔가 그 추억의 요리를 재현시킬 힌트 같은 건 없나요?”
“아 그게, 김칫국인데 색이 붉지가 않았어요. 김치찌개의 진한 색이 아니라 진짜 된장국 같은 아이보리색보다 조금 진한 김칫국이었어요. 달걀도 들어가 있었고요.”
“달걀요? 그럼 김칫국에 달걀을 푼 건가? 아, 이거 벌써 눈치챈 쉐프분들이 있는 거 같습니다. 오늘 처음 출연하신 춘봉 쉐프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어요.”
“그럼, 결정되었네요. 블루핑크의 크리스탈 양수정 씨의 김칫국 주문을 받아주세요!”
“자 다 같이!! 요리를 부탁해요~!!”
***
사실 어느 정도 대본이 있는 방송이다 보니, 사전에 어떤 요리를 주문할 것인지 춘봉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양수정의 숙소 냉장고라고 가지고 나온 냉장고에는 우연히도 김치 종류만 8종류가 채워져 있었다.
‘어떤 김치로 김칫국을 끓여야 하는지가 핵심이라는 말이지.’
춘봉과 경쟁하는 최현하 쉐프는 익지 않은 포기김치를 선택해서 물로 김치 양념을 씻어내고 있었다.
“최현하 쉐프는 일반적인 김치를 선택했는데, 전춘봉 쉐프는 물김치를 선택합니다! 물김치로 김칫국이 끓여지나요? 이야 이건 처음 보는데요?”
김성준 MC는 물김치를 선택한 전춘봉 쉐프의 알 수 없는 행동에 호들갑을 떨었다.
“물김치로 김칫국을 끓인다고요? 요리 안 하는 내가 봐도 그건 뭔가 이상한데.”
두 MC는 물김치로 김칫국을 끓이겠다는 전춘봉을 보며 ‘이건 뭔가요’를 연발했다.
“물김치로 김칫국을 끓인다는 건 처음 보는데요. 이일원 쉐프가 한식 전문이잖아요. 물김치로 끓이는 김칫국이 있는가요?”
“아, 저도 처음 보는데요. 엇, 국에 된장도 넣으시는데요. 저러면 우리가 아는 김칫국과는 맛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아아 알겠어요! 이거 르 코르동 블루 스타일의 김칫국인 거에요! 프렌치 스타일의 김칫국인 거죠.”
김성준은 큰 비밀을 알았다는 듯이 외쳤다.
“이 사람아 거기선 프랑스와 양식 요리만 가르친다고요.”
“그건 저도 알고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런 색다른 요리가 설명이 되지 않잖아요. 앗! 이번엔 김칫국에 옥수수와 완두콩도 넣습니다. 진짜 이거 르 코르동 블루 스타일인 거 아니에요? 너무 특이해요. 특이해! 제가 한번 가까이 가보겠습니다.”
김성준 MC는 숟가락을 마이크처럼 들고 조리대로 움직였다.
“부탁한 요리가 급식 식판 한 상이다 보니, 밑반찬으로 소야! 소시지 야채 볶음도 하고, 진미채 무침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야채 샐러드인가요? 이야 이거 뭔가 특이한 급식인데요. 퓨전 급식이에요. 퓨전!”
“아 최현하 쉐프도 김칫국에 달걀을 넣고 있습니다. 풀어헤친 달걀을 아주 천천히 넣고 있습니다. 아, 달걀 물을 넣는데도 국에 국자를 넣어서 돌리면서 넣고 있습니다. 이건 왜 이러는 건가요?”
“냄비 안의 국이 돌면서 풀어진 계란 물을 천천히 받아들이라고 하는 겁니다. 계란도 한 번에 다 넣게 되면 김칫국의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져 버리거든요. 그렇게 되면 국에서 계란 특유의 비린 맛이 날 수도 있는데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야! 이런 디테일함! 이런 디테일함을 급식 애들이 알아줘야 할 텐데 말이죠. 엇? 전춘봉 쉐프는 왜 그렇게 달걀을 넣는 겁니까?”
김성준 MC의 깜짝 놀란 외침에 다들 고개가 전춘봉 쉐프에게 쏠렸다.
“전춘봉 쉐프는 김칫국에 달걀을 그냥 깨서 바로 넣었어요. 넣고는 아예 젖지도 않았어요. 이야~ 이거! 이러면 달걀이 국 안에서 그냥 뭉쳐있게 되는 거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젖지 않으면 달걀은 그대로 둥글게 뭉쳐있게 됩니다.”
“이야, 그러면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요? 그렇게 넣는 이유가 따로 있는건가요?”
“네 그게...”
“아! 시간이 1분 남았습니다. 1분!! 어서 식판을 준비해 주세요!”
춘봉이 질문에 대답하려는데 시간이 없다며 김성준 MC가 난리를 부렸다.
20분 안에 급식 한 상을 차려야 하다 보니 출연 경험이 많은 최현하 쉐프도 정신이 없었고, 전춘봉도 정신없이 식판에 음식을 옮겨 담기 바빴다.
그리고 겨우 시간에 맞추어 식판 한 상을 제출했다.
“자! 미국 빌보드 챠트를 폭격하고 돌아온 블루핑크의 크리스탈, 양수정 씨가 부탁한 급식 김칫국의 맛을 과연 재현했을까요? 그럼, 먼저 최현하 쉐프의 급식 한 상입니다.”
“저의 급식 한 상 이름은 ‘Sour Soup’입니다. 직역하면 신맛 스프라는 뜻이죠. 사실 미국이나 유럽에는 김치의 익은 맛인 신맛 스프가 없거든요. 그래서 미국에 있으면 더 이런 김치의 신맛이 그리워지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발음을 굴리면 소울(SOUL) 스프가 되기도 하네요.”
“그겁니다! 바로 그걸 노린 작명이죠! 하하하!”
최현하 쉐프는 특유의 웃음으로 자신이 지은 이름에 감탄했다며 크게 웃어댔다.
그런 최현하 쉐프가 웃든 말든 양수정은 마치 그때의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듯 조심스레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입으로 가져갔다.
“으음. 뭔가 김칫국의 진한 맛보다는 약한 신맛이 나는 게 맛있어요. 부담스럽지 않아요.”
“하하하 그게 포인트입니다. 교포분들은 완전히 익은 김치의 신맛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래서 김치의 양념을 다 씻어서 신맛을 최대한 줄이고자 노력했습니다.”
“맞아요. 이런 약한 김칫국의 맛이라면 한국에서 자라지 않은 사람이라도 쉽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양수정은 수저를 바삐 놀리기 시작했다.
“워워! 양수정 씨 밥 다 먹으면 안 됩니다. 다음 한 상도 있다는 거 잊으시면 안 됩니다.”
“헤헤. 너무 맛있어서요. 나중에 싸가고 싶을 정도예요.”
양수정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 모습을 본 최현하 쉐프는 벌써 자신이 이긴 것처럼 승리의 포즈를 취하며 오두방정을 떨어댔다.
“자 그럼, 전춘봉 쉐프의 급식 한 상 차례입니다. 이 한 상은 이름이 어떻게 되는가요?”
“제 급식 한 상의 이름은 Long time no see입니다.”
“이야! 오랜만에 만났다는 건가요? 그만큼 그때 먹었던 급식 김칫국 맛에 집중했다는 뜻이겠죠?”
“네 맞습니다. 아마 양수정 씨도 오래전 먹었던 급식 김칫국 맛이 생각나서 여러 김치찌개 전문점이나 김칫국을 파는 곳을 찾아다녔을 겁니다.”
“네 맞아요. 그런데, 진짜 제가 예전에 먹었던 그 김칫국과 비슷한 곳을 찾지 못했어요.”
“그래서 제가 그걸 재현했습니다. 오랜만에 그 맛을 다시 만나 보실 수 있기에 롱타임노씨 인겁니다!”
“이야 춘봉 쉐프는 그 맛을 재현했다고 확신에 찬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런 자신감을 보이던 허풍 쉐프가 여러 번 박살이 난 걸 저는 알거든요.”
김성준의 말에 여러 번 박살 났다는 허풍 쉐프가 다 죽어 가는 표정을 지었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허풍이랑 춘봉 쉐프를 비교하면 안 되지. 르 코르동 출신인데. 그런데, 허풍이란 이름은 춘봉이란 이름과 비교할 만하긴 하네. 둘 다 입에 착 달라붙는 이름이야. 하하하.”
MC 임정한은 허풍과 춘봉의 이름이 묘하게 입에 달라붙는 거 같다며 몇 번이나 불러댔다.
“자, 그럼 양수정 씨 Long time no see를 시식해주시면 됩니다.”
양수정은 조심스레 김칫국을 숟가락으로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아...”
양수정은 짧고 가는 소리를 내더니 다시 숟가락을 움직였다.
이번엔 잘게 썰려 들어있는 김치와 옥수수를 같이 떠먹었고, 다시 숟가락을 움직일 때는 풀어지지 않아 덩어리로 뭉쳐있는 달걀까지 숟가락으로 잘라 입으로 가져갔다.
“아무 말이 없으신데, 어떤가요? 옛날 급식실에서 먹었던 바로 그 김칫국의 맛인가요?”
“...”
김성준 MC의 말에 뭔가를 말하려고 하던 양수정은 몇 번 더 입을 오물거리더니 그대로 눈물을 흘렸다.
“앗! 이런...”
“뭔가요? 도저히 못 먹을 국이었어? 춘봉 저 사람이 말이야. 이름부터 뭔가 이상했어! 춘봉이 뭐야!”
“양수정 씨! 도저히 못 먹을 거 같으면 뱉으셔도 됩니다.”
김성준은 급하게 티슈를 뽑아 들고 뛰어갔다.
“아. 아니에요. 그게 아니에요. 진짜 옛날 초등학교에서 먹었던 그 김칫국의 맛이에요. 그때 그 맛이다 보니 그때의 추억이 떠올라서 울컥했어요.”
양수정은 씹고 있던 음식물을 삼키더니 이번엔 밥을 아예 김칫국에 말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식판에 같이 올려진 소시지 야채볶음까지 야무지게 씹어먹기 시작했다.
“이 쏘야도 진짜 학교에서 먹던 그 맛이에요. 뭔가 기성품의 맛이 섞인듯한 케찹의 맛이 진짜 그대로예요.”
양수정은 원래 눈물이 많은 여자인지 눈물을 계속 흘리면서도 급식을 먹었다.
“이야, 제가 요리를 부탁해 방송을 해온 지 5년이 넘었는데요. 이렇게 울면서 밥을 먹으시는 분은 또 처음입니다.”
“수정 씨 고양이 띠에요? 고양이는 맛있는 음식 먹으면 눈물 흘린다고 하던데. 아니 왜 사람이 맛있는 거 먹는다고 눈물을 흘리는 거예요? 난 이해가 안 가네.”
축구선수 출신인 임정한은 음식을 먹으며 우는 양수정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며 신기한 듯이 쳐다봤다.
“진짜 우릴 때는 선배들에게 줄빳다 맞고 나서 친구들이랑 순대국밥에 소주 한잔하면서 맞은 곳이 아파서 울었었는데. 음식이 맛있어서 운다는 건 진짜 처음 보네. 아아! 혹시 블루핑크에서 줄빳따 때리는 멤버가 있는 거 아니에요? 누구야? 누가 빳따 휘두르는 거야?”
“네에? 쿡쿡쿡 절대 그런 거 아니에요.”
“아, 울다가 웃으면 그거 알죠?”
MC 김성준이 개구쟁이 같은 멘트를 날리며 웃자, 눈물을 흘리며 밥을 먹던 양수정도 눈물을 닦아내곤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전춘봉 쉐프는 어떻게 저 김칫국 맛을 재현한 겁니까? 아, 아까 달걀을 젓지 않고 달걀 그대로 넣은 그게 맛의 이유인가요?”
“그러고 보니 김칫국을 물김치로 끓였잖아요. 양수정 씨가 옛날에 먹었던 김칫국이 물김치로 끓인 국이란 걸 어떻게 안 거예요? 난 그게 신기하네.”
“맞아, 맞아. 김칫국을 물김치로 끓이고, 된장도 넣었는데 어떻게 그 맛인 줄 알았어요?”
두 명의 진행자는 물론이고, 다른 쉐프들도 어떻게 이 맛인 줄 알았냐며 궁금해했다.
“아, 그건 말이죠. 제가...”
“잠시만요!”
MC 김성준은 전춘봉 쉐프가 이야기하려는 걸 급히 끼어들어 말을 막았다.
“중간 광고 잠시 보고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