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타쉐프. (1)
프롤로그
야! 혹시 말이야. 네가 조선 시대에 살게 되면 어떨 것 같아?
사람들이 자학하듯이 말하는 헬조선일까, 아니면 그럭저럭 살만한 곳일까? 궁금하지 않아?
내가 조선 시대에 한 번 살아 보니깐, 사람들이 재미 삼아 말하던 헬조선이라는 그 단어에 공감할 수밖에 없더라고.
신분제나 유교 탈레반 같은 거 때문이냐고? 뭐, 그것도 좀 문제가 있지만, 그게 가장 큰 문제가 아니야.
내가 조선 시대가 헬조선이라고 공감하는 건 시바... 치킨 한 마리를 튀겨먹으려고 해도 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야.
일 끝내고 먹는 치맥이 최고인데, 그게 없어. 닭 튀길 기름이나 밀가루도 문제지만, 시발꺼 닭이 아예 다르더라.
조선에도 토종닭이 있는데 그게 무슨 개소리냐고?
그래 네 말처럼 조선에도 토종닭이 있지.
토종닭이 있긴 있는데, 그놈은 우리가 아는 그 토종닭이 아니더라.
조선 시대 진짜 토종닭은 살이 없어. 슬렌더 닭이야.
거기다 얼마 없는 그 살도 질겨서 고무줄 씹는 느낌이고. 뭐? 치느님이 그럴 리 없다고?
그럴 리 있거든. 내가 지금 조선에 살고 있어서 잘 알고 있거든.
현대의 우리가 늘 먹는 치느님은 최첨단 축산과학으로 만들어 낸 육계(肉鷄)라는 품종의 치느님인데, 그 치느님이 옥수수와 밀이 들어간 사료를 든든하게 먹고 벌크업이 되어야 우리가 아는 그 치느님이 되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제아무리 치느님이라고 해도 노맛이야.
뭐? 건강 생각해서 튀기지 말고 능이백숙 같은 거 해 먹으면 안 되냐고?
야! 치킨이랑 백숙이 어떻게 같냐!! 말 같잖은 소릴 하고 있어. 그냥 확!
휴우... 쏘리... 쏘리, 내가 좀 급발진을 했는데.
그냥 튀긴 음식, 기름진 음식을 못 먹어서 내가 좀 날카로운 거니깐 네가 좀 양해해주라.
근데, 진짜 햄버거도 먹고 싶고, 짜장면도 먹고 싶고 새우튀김도 먹고 싶어서 미치겠다.
다행히 일 안 해도 되는 양반으로 태어나서 편하게 살긴 하는데, 진짜 하루 온종일 뭐 먹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뭐? 새우튀김을 편하게 먹는 비용? 결혼은 했냐고?
아직 어려서 안 했는데, 시바 새우튀김 먹고 싶다는데 무슨 비용이고 결혼이야!!
뭐? 내 입이 험하다고?
야, 너도 한번 조선에서 살아봐. 너도 나처럼 입이 험해질 거다. 아마 넌 나보다 더하면 더 했지 못하진 않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