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부 24권 - 11화 (484/513)

《484》2부 24권 - 11화

제5장. 내 앞에 나선 용기는 인정한다.

움직일 수 있는 인원을 한국으로 보낸 강성태는 이병렬의 침대 곁에서 시간을 보냈다.

“괜히 내 뒤에서 그러지 말고 한국으로 돌아간 인원을 대신해서 부상자들 살피고, 위로라도 해줘.”

강성태는 먼저 내내 뒤를 지키던 아르윈과 김대진을 환자들에게 보냈다. 환자를 돌보라는 지시가 빈말은 아니었지만, 조금이라도 여유를 가지라는 강성태의 배려였다.

“너도 앉아.”

이어서 강성태는 키란에게 의자를 권해 함께 앉았다.

악착같이 버티고 있지만, 사실 강성태와 키란, 아르윈과 김대진 역시 침대에 누워 상처를 치료해야 할 상황이었다.

“고맙다. 함께 있어서 정말 큰 힘이 된다.”

상체와 팔, 목덜미에 붕대와 거즈를 두른 키란을 향해 강성태는 고마움을 진솔하게 전했다.

뭐가 저렇게 쑥스러울까.

목덜미에 피가 배어 나온 거즈를 붙인 키란이 고개를 떨구고는 뒤통수를 쓸었다.

키란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면 이해하지 못할 만큼 상반된 모습을 지닌 용병이었다.

믿고 따르는 사람에게는 더할 수 없이 순박한 미소를 보여주지만, 자신과 주변 사람을 위협하는 적을 상대할 때면 글자 그대로 악귀처럼 달려들었다.

인간 대 인간으로 그를 존중해주고, 진심으로 대하며 아껴주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고 난 이후로, 키란은 어떤 고난이 오더라도 변치 않았고, 오랜 세월 못 보더라도 강성태에 대한 마음이 변치 않았다.

가족을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하는 구르카 용병들의 심성이 주변 사람들을 지키려고 애쓰는 강성태의 모습과 비슷해서 더욱 공감대가 형성된 건지도 모른다.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인원을 한국에 보냈다.

궁금할 법도 한데, 아르윈과 키란, 김대진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저 강성태의 결정에 따른다는 태도였고, 떠나지 않고 남았다는 사실에 감사한다는 모습으로 움직였다.

그 밖에도 빌라에는 의사와 간호사, 코렌과 그가 이끄는 일본의 가디언스파 조직원들이 남아서 강성태 일행을 챙겼다.

특히, 코렌과 그의 조직원들은 강성태를 가디언스파 보스라도 된다는 양, 공손하게 대했다.

40명이 달려와 관동 연합의 멱살을 움켜쥐고서 개 패듯 두들긴 듯한 싸움, 강성태를 대하는 아르윈의 태도와 자세, 필리핀 보스의 위협 섞인 당부, 충격이라고 할 만한 보상, 거기에 관동 연합을 구성한 오야붕에게 도게자를 요구하는 당당함까지, 필리핀 조직원들의 고개가 숙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강성태가 이병렬을 바라볼 때였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강성태의 스마트폰이 울었다.

“여보세요?”

- 통화되나?

“괜찮습니다.”

- 광주와 필리핀 식구들 모두 병원에 도착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조태완이 전해주는 서울의 상황을 듣고 난 강성태는 스마트폰을 짧게 내려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5시였다.

- 이곳에서 밤 10시에 출발한다는데 괜찮겠어?

강성태가 답을 하기 전이었다.

- 당장 놈들이 밀고 들어오면 어떻게 하려고 모조리 보냈어? 한 놈이라도 더 남겨뒀어야지?

더는 참기 어렵다는 투로 조태완이 갑갑한 속내를 드러냈다.

서울에 도착한 광주 식구들과 필리핀 조직원들의 상태를 보고 나서 짐작했던 것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했음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일본입니다. 야쿠자들이 작정하고 달려든다면 경찰과 합의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총으로 맞붙어야 합니다. 위급한 환자까지 있어서 다른 곳으로 쉽게 움직이지도 못합니다.”

- 설마 그래서? 그래서 광주와 필리핀 식구들 뺀 거야? 그래? 최후를 각오한 거야?

지금 당장에라도 공항을 향해 달릴 것처럼 조태완의 음성은 다급했다.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강성태는 차분한 음성으로 조태완을 달랬다.

“오늘 자정까지로 사과할 시간을 정한 건 관동 연합의 상황을 알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내부가 정리되지 않으면 야마다라는 놈이 다시 와서 여유를 달라고 할 테고, 예상보다 빨리 수습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오늘 자정까지 답이 있을 겁니다.”

- 그러니까, 관동 연합이 수습되면 사과 대신 보스를 노릴 수도 있잖아?

“수습했다고 해도, 식구들을 보내는 데 은선곤 대표가 직접 나섰고, 형님이 일본으로 올 식구들을 불러들인 일을 알았을 테니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아카시 마오와 카르텔까지 계산하면 달려들기 쉽지 않습니다.”

- 정말이지? 나 안심시키려고 좋게 말하는 거 아니지?

아직 안심하지 못한 것처럼 조태완이 재차 강성태에게 답을 재촉했다.

“달려들려면 관동 연합도 존폐를 걸어야 합니다. 그러니 엎드리지 않는 선에서 사과하겠다고 나설 확률이 높습니다. 대신 우리는 이 정도로 빠르게 관동 연합을 수습한 인간이 누군지 확인해서 그를 찍어놓고 경계해야 합니다.”

- 우리가 관동을 먹을 것도 아니고, 사과까지 했으면 끝이지, 굳이 알아봐서 경계할 필요가 있어?

“겉으로야 별거 아닌 척하지만, 야쿠자는 절대 한국을 포기하지 못합니다. 거리도 그렇고, 그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장이라서 그렇습니다.”

의아해하는 조태완을 향해 강성태는 생각하는 점을 차분하게 들려주었다.

“이번 사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하는 행동일 겁니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십 년 이상 태완이 형님과 노익이 형님께 고개 숙일 테고, 각 숙소의 책임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겁니다.”

- 십 년을 그렇게 지낼 정도면 식구라고 봐야 하잖아? 그런 사람을 의심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 아냐?

“야쿠자들이 바라는 게 바로 그런 반응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들이 칼을 뽑았는데도, 그럴 리가 없다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숙소나 그들이 뿌린 돈에 길들어서 동조하는 숙소가 나올 때까지 머리를 굽히겠죠.”

- 흐음.

조태완이 묵직한 신음을 토해냈다.

가장 믿었던 김동팔의 칼에 찔려 죽을 뻔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강성태가 던진 경고의 의미를 확실하게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 보스가 그렇다면 그게 답이겠지.

“예. 그러니까 이곳은 염려하지 마시고 야쿠자들의 사과가 있을 때까지는 서울에 인원을 모아주십시오.”

- 벌써 2백 명이 넘었어. 부산 이교창이는 아예 우리 집 1층에서 버티고, 유충일하고 광주 식구들은 검은색 정장에 흰색 완장을 차고서 대기 중이다.

조태완의 말을 들은 강성태는 새삼 고룡동을 잃었다는 사실이 떠올라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중환자 이송 준비는 어떻습니까?”

- 은선곤 대표가 다 준비했더라고. 아! 그 뭐냐? 지경그룹! 그곳에서 의료진과 의료시설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줬다고 하던데 자세한 건 은선곤 대표와 한번 통화해 봐.

“고생하셨습니다.”

- 나야 뭐 한 게 있나? 아무튼, 밤 10시가 돼도 야쿠자들의 사과가 없다면 지금 있는 동생들 데리고 내가 건너갈 테니까 그건 다른 소리 하지 마.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강성태는 스마트폰을 내리고 이병렬을 바라보았다.

쉽게 답했지만, 밤 10시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면 관동 연합이 강성태 일행을 밀어버리기 위해 달려드는 최악의 경우도 각오해야 했다.

강성태와 키란만 있다면 빠져나가기라도 할 텐데, 이병렬은 물론이고, 중상을 입은 광주 식구들과 필리핀 조직원들을 두고 자리를 피할 마음은 없었다.

야쿠자 놈들을 얼마나 죽일지 모르겠지만, 조태완이 신강남파 식구들과 빌라에 도착했을 때는 강성태 일행 모두 불행한 결과를 받아들인 후일 확률이 높았다.

용병 생활을 할 때, 늘 각오했던 상황이었다.

레드 워터가 아무리 최신 무기와 경험이 많은 용병들을 갖췄다고 해도 소수 정예로 움직이는 특성상 고립돼서 포위되면 대개 전원 사망으로 교전이 끝났다.

아쉬운 것도 있고, 그리운 사람도 있었다.

이곳에 남긴 아르윈과 키란, 김대진, 그리고 코렌과 그의 조직원들에게 한없이 미안한 일이기도 했다.

사건 기록에는 한국의 신강남파가 일본에 들어와 많은 숫자를 죽였고, 그에 분노한 야쿠자가 처절한 복수를 했다는 몇 줄로 정리되겠다.

그렇지만, 마약, 고리대금업을 하기 전에 신강남파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면 나름대로 의미 있었던 삶이 아닐까.

마약과 고리대금의 수렁에서 고통받을 사람들을 구했으니 말이다.

생각의 끝에서 강성태는 이병렬을 보았다.

저런 남자가 한국에 남아 있다면 진심으로 든든하겠다.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유충일, 최치곤, 그 외에도 강성태의 의지를 가슴에 담은 이들이 있으니 한동안 한국에서 마약이 유통될 일은 극히 적으리란 믿음쯤 있었다.

강성태가 각오를 다졌을 때였다.

왼쪽 이마에 거즈를 붙인 김대진이 독한 눈매로 들어왔다.

“야쿠자들입니다, 형님.”

아예 최후를 각오한 얼굴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키란이 한 걸음 물러선 뒤였다.

강성태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승용차가 줄줄이 들어서는데 제가 들어오기 전까지 확인한 것만 스무 대가 넘었습니다.”

강성태는 의자에 내려두었던 쿠크리를 집어 들었다.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는 심정으로 먼저 이병렬을 돌아보았고, 다음으로 키란과 김대진에게 차례로 시선을 주었다. 그런 뒤에 두 사람과 함께 밖으로 나섰다.

태양이 훌쩍 기울었지만, 아직 어둠은 흔적을 드러내지 못하는 늦은 오후였다.

엄청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검은색 승용차가 길게 늘어서 있었고, 오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숫자의 야쿠자들이 승용차 바깥에 나와 있었다.

강성태가 밖으로 나가자 아르윈이 다가와 고개 숙이고는 뒤에 섰다.

“형님이 사용하실 권총을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아르윈 역시 최후를 각오했는지 무겁게 내려앉은 표정으로 나직하게 말을 전했다.

코렌과 필리핀 조직원 열 명 정도가 빌라의 벽에 붙어서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비하는 것도 보았다.

강성태가 나서서 늘어선 승용차를 바라보았고, 아르윈이 다가와 뒤에 선 다음이었다.

세 번째 승용차의 조수석과 뒷문이 열리며 두 명의 남자가 내렸다.

조수석에서 내린 남자는 분명 야마다 코신이었다. 그리고 뒷문에서는 일본 전통 복장을 한 마흔 후반의 남자가 내렸다.

단정하게 정리한 머리, 관록이 묻어나는 눈빛, 마흔 후반의 남자는 움직임마저 중후했다. 그러나 어딘가 야비한 느낌의 입술과 상대를 내려다보는 듯한 시선을 지녀서 지극히 이중적인 인상이었다.

‘저 인간이 관동 연합을 손에 쥐었구나.’

강성태는 마흔 후반의 저 남자가 관동 연합을 예상보다 빠르게 손에 쥔 인물이라고 확신했다.

우리식 저고리처럼 두 겹으로 받쳐 입은 상의, 허리 앞으로 늘어진 커다란 장식, 검도복을 연상시키는 헐렁한 바지, 커다란 소매와 무릎까지 늘어진 외투, 야마다 코신이 뭔가 말한 직후에 남자는 곧장 강성태를 향해 움직였다.

그의 뒤로 야마다 코신과 통역을 위한 듯한 야쿠자 한 명이 따랐다.

승용차 옆에 서서 지켜보는 야쿠자 놈들만 족히 이백 명이 넘었다. 그러니 이곳에서 붙는다면 강성태 일행이 살아남을 방법은 없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밀어버릴 생각이라면 굳이 강성태 앞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 강성태의 능력을 보고 받고 확인한 뒤에는 더더욱 더.

사과를 선택했다는 의미였다.

다만, 그 전에 만나봐서 혹여라도 안 되겠다고 여겨지면 밀어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게 틀림없었다.

강성태는 다가오는 전통 복장의 남자를 보며 옅게 웃었다.

야쿠자라는 타이틀, 관동 연합을 새로 쥐었으니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충동을 억누르고 사과를 택할 정도로 냉정하고 독한 구석이 있는 인간이었다.

뭐든 해 봐.

이백 명?

최소한 백 명은 넘게 데려가 주마.

마음을 비우면서 상어나 독수리의 눈처럼 강성태의 눈빛에서 감정이 사라졌다.

세 명의 야쿠자가 이백여 명의 야쿠자들을 뒤에 세운 채 강성태의 앞에 멈췄다.

“새롭게 관동 연합을 맡은 기무라 쿠니오키요.”

기무라 쿠니오키가 묵직한 저음으로 건넨 말을 뒤따른 야쿠자 놈이 우리말로 전해주었다.

“기백이 대단합니다.”

기무라 쿠니오키가 강성태를 바라본 상태에서 건넨 말이었다.

강성태의 침묵을 확인한 그가 어쩔 수 없다는 투로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이 아카시 조직의 재산을 지니고 있다고 단정 짓고 벌인 일에 대해서는 사과를 표하고, 보상도 하겠소. 또한, 이번 일로 우리 조직원 백 명 이상이 사망했소.”

감정이 담기지 않은 강성태의 눈을 마주하는 게 부담스러운 눈치였는데, 기무라 쿠니오키는 먼저 시선을 피하지 않겠다는 투로 눈에 힘을 주었다.

“당신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방법이 없지 않소? 위태로운 부상자도 있다니, 이 정도에서 서로 양보하는 게 어떻겠소?”

이 정도가 최선이다.

더 요구하면 그때는 밀어버릴 수도 있다.

기무라 쿠니오키의 제안은 분명했다. 그리고 이제는 강성태가 답을 줘야 할 차례였고.

“내 앞에 나선 용기는 인정한다. 이 상황에서 내가 당신을 죽여 봐야 지켜보는 놈들의 독기만 올려주는 꼴이 되겠고. 알았다.”

강성태의 말을 전해 들은 기무라 쿠니오키가 눈가를 좁혔다. 마지막에 던진 “알았다.”라는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반응이었다.

“차에 타고 5분이다. 그대로 있든, 돌아가든, 선택은 알아서 하고, 5분 뒤에도 이곳에 남아 있는 놈은 모두 죽는다.”

“숫자의 차이를 보고도 그런 소리를 하시오?”

“당신이 나선 의도와 같아. 나와 부상자들이 이곳에서 죽는다면, 자정 넘어 달려올 우리 식구들이 관동 연합을 모조리 부숴줄 테니까 그 정도면 만족해.”

“흐음.”

일부러 나온 게 아니라 어쩌지 못해 토해낸 기무라 쿠니오키의 신음이었다.

“오늘 밤을 무사히 넘긴다고 해도, 우리 식구들에게 박살 난 관동 연합을 카르텔이 완전히 삼킬 테니까 어떤 식으로든 너희는 모두 죽어.”

“사과의 방식도 솔직히 납득하기 어렵소. 굳이 바닥에 엎드리라고 요구할 필요가 있소?”

“지금도 내 눈을 똑바로 마주 보는데, 최소한 그 정도 성의는 보여줘야 사과했다고 믿지 않을까?”

단호한 강성태의 답을 들은 기무라 쿠니오키의 볼이 씰룩했다.

“사과할 게 아니면 돌아가. 차에 타면서부터 5분이다.”

“한 가지만 묻겠소. 멕시코에서 건설하는 신도시를 책임진 거로 알고 있소. 그 일을 맡은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감 정도는 고민해야 하지 않소?”

“멕시코 공사를 염려하기 전에 관동 연합의 안위에 대한 고민이 먼저 아닐까? 한 가지 더, 내가 없어도 은선곤이 있고, 조태완, 박노익, 박배근, 김진용, 유충일. 그 뒤로도 내 뜻을 이어줄 남자들이 있어서 멕시코 공사는 중단되지 않는다.”

강성태의 답을 들은 기무라 쿠니오키가 칼에 찔린 사람처럼 아픈 표정을 지었다.

강성태가 탐나고, 한편으로는 부럽다는 감정이 스치듯 그의 눈가를 지나갔다.

“후.”

나직하게 숨을 뱉는 순간, 그의 시선이 강성태의 발치 아래로 떨어졌다.

이대로 돌아선 뒤에 밀어버릴까, 아니면 바닥에 엎드릴까.

마음이 정해지면 시선을 들겠지만, 당장 그는 결정을 내리지 못한 듯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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