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2》2부 24권 - 9화
제4장. 강성태를 우리 아래 꿇릴 때까지다.
사람의 계획은 늘 틀어진다.
강성태도 예외는 아니어서 목표를 향해 가는 도중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튀어나와서 계획했던 길을 비틀곤 했다.
코렌이 애쓴 덕분에 샌드위치로나마 모두 아침을 해결한 다음이었다.
“형님.”
목에 건 보조대에 왼팔을 걸친 아르윈이 급하게 강성태가 있는 빌라로 들어왔다.
“흰색 깃발을 단 검은색 승용차들이 줄줄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우리한테 오는 게 확실해?”
“앞에 보이는 도로에 들어서면 우리가 있는 빌라밖에 없습니다. 이곳을 지나서 20미터쯤 더 들어가면 도로가 끊깁니다.”
이병렬을 생각해서인지 아르윈의 음성은 나직했다. 그러나 최후를 각오한 모양으로 다부진 각오를 선명하게 담고 있었다.
흰색 깃발을 꽂았다면 협상을 위해 왔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말이 되든, 안 되든 조건을 내놓을 테고.
어느 조직에서 왔을까?
강성태는 스마트폰을 들어서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9시 15분이었다.
달려오는 놈들이 관동 연합이라면 남은 세 개 조직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빠르게 뜻을 모았다는 뜻이고, 만약 구마오 조직이라면 도쿄를 먹을 준비가 어느 정도 됐다는 의미였다.
“경계는?”
“제가 데려온 동생들과 코렌이 데리고 있던 조직원들이 권총을 들고 경계하고 있습니다.”
아르윈의 답이 끝날 때쯤이었다.
빌라 바깥에서 자동차의 엔진과 바퀴 소리가 아스라이 들려왔다.
어차피 한 번은 마주쳐야 할 일이었다.
확인해서 능력이 보이면 상대하고, 수준이 안되는 놈들이라면 쫓아버린다.
강성태는 먼저 주방의 식탁 의자에 내려놓았던 쿠크리를 집어 들었다.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해. 절대 흥분하지 마.”
몸을 세운 강성태는 함께 움직이기 위해 기다리는 아르윈과 키란, 김대진을 돌아보았다.
“그렇더라도 혹시 붙게 된다면 앞뒤 가릴 거 없다. 아예 끝장을 본다는 생각으로 달려들어.”
말을 마친 강성태는 현관을 향해 움직였다.
앞선 키란이 열어주는 현관문을 나선 강성태는 네 개의 빌라 앞 도로를 돌아보았다.
승용차는 모두 열한 대였다.
운전석 쪽 범퍼에 국기 봉을 매달았는데 그곳에 달린 흰색 깃발이 아래로 늘어져 바람에 일렁였다.
중간의 한 대를 제외한 열 대의 승용차마다 운전석과 그 뒤쪽, 조수석, 모두 세 명씩 서 있어서 당장 보이는 인원만 서른 명이었다.
협상을 위해 왔다는 사실을 증명하겠다는 투로 놈들은 무기를 들고 있지 않았다.
그와 대조적으로 빌라 벽에 붙어선 필리핀 조직원들은 양손으로 붙잡은 권총을 아래로 늘어트리고 있어서 여차하면 방아쇠를 당기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드러냈다.
강성태는 아무도 내리지 않은 가운데 승용차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시선을 기다렸던 걸까?
그 직후에 조수석에서 내린 야쿠자 조직원이 바로 뒤편의 문을 열었다.
마흔 정도로 보이는 남자였다.
야쿠자치고는 퉁퉁한 느낌이었는데 뭐라고 해도 조직에 속한 사람 특유의 분위기만큼은 확실히 풍기는 인상이었다.
차에서 내린 그가 강성태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눈에 힘을 담뿍 주어서 제법 강단 있게 보이기는 했으나 솔직하게 말하면 웃기지도 않는 짓거리였다.
백기를 달고 와서는 강성태가 나올 때까지 차에서 기다렸다. 그래놓고 기껏 한다는 짓이 노려보고 있으니 누군들 저런 놈들과 협상하고 싶겠나.
강성태는 통화의 끝에서 조태완이 해주었던 말을 떠올렸다.
“제 놈들이 아쉬운 일인데도 늘 이쪽이 고개 숙여서 청하는 모양새를 갖추려고 애쓰고, 그렇게 득을 얻어놓은 뒤에는 마치 큰 은혜를 베푼 놈들처럼 거들먹대지.”
저런 놈들에게 매달릴 거였다면 신강남파와 필리핀 조직원들의 생때같은 목숨을 담보하지도 않았다.
어쩐지 초인종이 울려서 나가봤더니 ‘혹시 도에 관심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은 집주인이 된 느낌이었다.
그래, 너 잘났다. 인정해주마.
나직하게 숨을 내쉰 강성태는 마흔으로 보이는 남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꺼져.”
문을 열어주었던 야쿠자 놈이 마흔으로 보이는 남자를 향해 상체를 기울이며 뭔가를 속삭였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강성태는 도에 관심이 없는 집주인처럼 몸을 돌렸다.
앞서 움직인 키란이 현관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붙잡은 직후였다.
“어이!”
있는 대로 내리깐 음성이 강성태를 붙들었다.
이 새끼들이 진짜?
강성태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왼팔을 걸쳐놓은 보조대의 회색 자루에서 권총을 꺼낸 아르윈이 두 번째 승용차에서 소리 지른 놈을 겨눴다.
“어디에서 조무래기가 나서? 머리통을 날려줄까?”
철컥. 철컥. 철컥.
그와 동시에 빌라에 붙어있던 필리핀 조직원들이 권총을 앞으로 들었다.
여기까지야 위협이나 경고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그런데 권총을 앞으로 내민 필리핀 조직원들이 빌라의 벽에서 출발해 아예 도로로 나섰다.
권총이라는 게 거리가 멀어지면 터무니없을 정도로 명중률이 떨어진다. 그 거리를 필리핀 조직원이 5미터 정도로 단숨에 좁혀버렸다.
숫자는 양쪽이 비슷했으나 야쿠자들은 맨손이었다.
총을 뽑을 때까지, 필리핀 조직원들이 세 번은 방아쇠를 당길 여유가 있었다.
반대로 승용차 건너편에 서 있는 놈들이 권총을 뽑는다면 도로에 나선 필리핀 조직원들은 그냥 죽은 목숨과 같았다.
우리 중 몇 명 죽는 거, 누구도 신경 안 써.
대신 우리 보스 지시가 떨어지면 너희는 모조리 죽는다.
상처를 몸에 단 필리핀 조직원의 태도는 분명했다.
막말로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야쿠자 놈만큼은 모조리 죽이겠다는 극단적인 선택이었다.
얌전히 돌아갈까, 아니면 매달려볼까?
예상 밖의 반응에 마흔으로 보이는 남자는 아직 망설이고 있었다.
저런 게 야쿠자랍시고 강성태를 찾아왔다.
정치인의 뒤에 숨어서 일반인의 피를 빨아먹는 데 익숙해진 폭력 조직, 모든 능력을 잃어버린 채 병원에서 빼돌린 혈액으로 생계를 잇는 드라큘라처럼 보이는 모습이었다.
대놓고 한숨을 내쉰 강성태는 남자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인데 귀찮아서 알려주마.”
이번에도 문을 열어주었던 야쿠자 놈이 마흔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상체를 기울여 강성태의 말을 전했다.
“이번 일은 관동 연합의 사카구치 소우타가 삼합회의 칼잡이를 앞세워서 나와 내 주변을 노린 데 대한 응징이다. 그러니까 괜한 싸움에 끼어들지 말고 조용하게 돌아가.”
말을 전해 들은 남자가 고개를 비틀더니 곧바로 통역하는 야쿠자에게 말을 건넸다.
“아카시 조직의 재산을 가로챘다고 들었습니다!”
“멕시코 공사로 벌어들이는 돈이 수조 원 단위다. 그 일을 준비하는 것도 정신없는데 아카시 조직의 천몇백억 원이 탐나서 이런 싸움을 하겠냐. 도쿄나 아카시 조직의 재산 따위 나는 관심 없어.”
“그렇다면 아카시 마오를 왜 데려갔습니까?”
생각이 모자란 건지, 한국의 조직들이 야쿠자, 야쿠자 하며 뜻을 받아주는 바람에 버릇이 나빠진 건지는 몰라도 마치 빌려준 돈을 내놓으라는 듯한 질문에 강성태는 울컥 짜증이 올라왔다.
“후-.”
흥분하지 말자.
자꾸만 희생된 고룡동과 필리핀 조직원들이 떠올라 쿠크리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지만, 이런 상황을 생각해서 아르윈과 키란, 김대진에게 흥분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게 아니었나.
막말로 저런 놈들 죽여 봐야 총알만 아깝지, 얻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너는 이름이 뭐냐?”
놈의 속삭임을 듣고 난 남자가 퍼뜩, 불편한 시선으로 강성태를 보았다.
이것들이 진짜 죽고 싶은가?
강성태의 눈빛이 바뀐 직후였다.
“관동 연합의 야마다 코신입니다.”
마지못해 건너온 답이 있었다.
저 멍청해 보이는 놈이 관동 연합을 대표해서 온 거라고?
찾아온 놈의 상태가 내심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말을 좀 더 건네 볼 필요는 있었다.
“멕시코 공사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카르텔이다. 내가 그들에게 내건 조건은 간단하다. 이번 일을 돕는다면 아카시 마오를 넘겨주겠다.”
“카르텔이라고 했습니까?”
“그래. 아카시 마오는 멕시코로 간다. 너희가 죽인 멕시코 남자들이 바로 마약 카르텔의 조직원들이고.”
멕시코 카르텔의 조직원이라고?
야마다 코신이 당황한 얼굴로 통역한 야쿠자와 강성태를 번갈아 보았다.
아직 필리핀 조직원들이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 보기에는 별거 아니지만, 실제로 권총을 든 채로 팔을 오래 뻗고 있으면 팔과 어깨, 심지어 허리까지 통증이 올라온다.
“아르윈.”
강성태는 나직하게 아르윈을 불렀다.
분명 강성태의 뜻을 알아채리란 믿음에서였다. 그리고 아르윈은 그 믿음에 더할 수 없이 확실하게 반응했다.
권총을 내린 그가 고개로 빌라를 가리키자 권총을 아래로 내린 필리핀 조직원들이 뒷걸음질로 빌라의 벽까지 움직였다.
“아카시 마오가 현금을 쥐고 있다면, 카르텔이 차지할 테고, 거짓말을 지껄여서 이 일을 벌인 거라면 잔인하게 죽게 되겠지.”
“아카시 마오는 분명 조직의 재산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카시 마오가 카르텔과 함께 관동을 손에 넣기 위해 일본으로 돌아올 거다. 그게 조건이었으니까. 그놈들과 싸워서 이기면 관동을 지키는 거고, 지면 그 여자가 관동을 손에 넣는다. 의심스러우면 돌아가서 확인해 봐.”
뜻밖의 내용을 들은 야마다 코신이 통역하는 야쿠자 놈에게 빠르게 말을 전했다.
“그렇다면 창고에 카르텔 조직원을 왜 남겨두었습니까?”
기다리던 질문이었다.
예상 밖으로 일찍 찾아온 멍청이에게 주절주절 상황을 설명한 수고를 보상받는 듯한 질문이기도 했다.
“일본의 야쿠자 조직에게 붙으려던 놈들이었다.”
이해하지 못했는지 통역하던 놈이 미간을 좁힌 채 말을 전하지 못했다. 그런 야쿠자 놈을 또 야마다 코신이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아카시 마오에게 정말 재산이 있다면 카르텔은 그녀를 앞세워 일본으로 돌아온다. 그놈들은 그 계획을 다른 야쿠자 조직에 건네고 득을 얻으려는 놈들이라 버렸다.”
말을 전하는 야쿠자와 내용을 전해 들은 야마다 코신 모두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아침 일찍 관동을 먹게 해주면 이곳에서 나가는데 협조해준다는 제안이 있었다. 아마 그놈들과 연결했던 게 아닌가 싶은데 그걸 알아보는 것 역시 너희 몫이다.”
야마다 코신이 통역에게 시선을 주었다. 얼른 강성태의 말을 통역하라는 독촉처럼 보였다.
“다시 말하지만, 이번 일은 삼합회 칼잡이를 사서 나와 내 주변을 노린 데 대한 응징이라 도쿄를 누가 차지하든 난 상관없다.”
강성태는 놈이 질문할 틈을 주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조금 뒤에 멕시코 건설 공사를 진행할 한국 컨소시엄의 대표가 자가용 비행기로 일본에 도착한다. 우리 중 대부분은 그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떠나겠지만, 나와 몇 명은 남는다.”
강성태의 말을 전해 들은 야마다 코신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건 저놈 사정이니까.
“오늘 밤 자정까지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아카시 조직의 돈을 내놓으라며 칼잡이를 보낸 데 대해 관동 연합이 정식으로 사과해.”
통역하는 짬을 잠시 기다려준 강성태는 차가운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자정까지다. 그 시간이 지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든 그건 관동 연합의 책임이다. 자신 있다면 작정하고 달려오든가.”
“어제의 일로 이미 응징은 끝난 거 아닙니까?”
“응징은 끝났지. 대신 사과는 못 들었다.”
“여기는 일본입니다.”
통역의 말이 떨어진 직후였다.
강성태는 곧장 야마다 코신에게 걸어갔다.
움찔, 야쿠자 놈들이 자세를 낮추는 순간, 기다렸다는 것처럼 아르윈이 다시 권총을 꺼내 들었고, 필리핀 조직원들이 도로로 뛰어들었다.
쿠크리를 든 키란과 회칼을 움켜쥔 김대진이 강성태의 뒤를 따랐다.
당장 김대진만 해도 야쿠자의 몸뚱이에 회칼을 꽂아 넣고 싶어 칼자루를 쥔 손에 핏줄이 굵직하게 올라온 상태였다.
동료를 잃은 필리핀 조직원들 역시 비슷한 감정을 지녔는데 거기에 강성태의 뒤처리를 전해 들은 참이라 오히려 이런 상황이 반가운 눈빛이었고, 죽음 따위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그래도 용기나 강단 있는 놈은 있었던 모양인지 야쿠자 두 놈이 불쑥 나서서 강성태의 앞을 막았다.
쩌어어어억! 쩌어어억!
강성태는 두 놈의 얼굴에 진심을 담은 주먹을 날렸다.
흐물흐물 무너진 두 놈이 바닥에 널브러진 직후였다.
훅훅훅훅. 퍼윽!
“끄아-악!”
권총을 꺼내려던 놈 하나가 키란이 던진 쿠크리에 팔뚝을 뚫리고는 비명을 질렀다.
놈에게 시선이 쏠리는 순간에 강성태는 야마다 코신 앞에 있었다.
“40명만 데리고 넘어왔다. 응징하고 사과받는 선에서 끝내기 위해서였다. 일본? 관동 연합? 한 번만 더 헛소리를 지껄이면 관동 지역에 속한 야쿠자 놈들의 씨를 모조리 말려줄 테니 자신 있으면 더 지껄여.”
말을 마친 강성태는 쿠크리를 뽑았다.
통역하던 놈이 양팔을 들어 얼굴을 가리는 순간이었다.
콰으응.
강성태는 쿠크리를 승용차의 지붕에 힘껏 꽂아 넣었다.
손잡이만 남은 쿠크리를 돌아보았던 야마다 코신이 당황한 시선으로 강성태를 찾았다.
“다친 식구들을 생각하면 머리통을 뚫어버리고 싶은데 사과할 기회를 주기 위해 참는다. 내 도움을 받아서 아카시 마오를 앞세운 카르텔과 싸울래? 아니면 내 손에 관동 연합이 무너질래?”
꿀꺽, 마른침을 삼키는 야마다 코신을 향해 강성태는 말을 이었다.
“자정까지다.”
또다시 마른침을 삼키는 야마다 코신을 들여다보며 강성태는 차갑게 웃었다.
“카르텔과 싸우지 않겠다면 그건 인정해주마. 네놈 말대로 마오가 진짜 재산을 가지고 있다면, 어차피 그 여자가 카르텔과 이쪽으로 넘어올 테니 이곳에서 싸우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끄드등.
승용차의 지붕에서 쿠크리를 빼낸 강성태는 뒤를 돌아보았다.
붕대를 감은 키란이 움직이자 야쿠자 놈들이 움찔거렸는데 그에 상관 않고 걸어간 그는 팔뚝이 뚫린 놈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끄윽.”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던 키란이 대뜸 놈의 팔을 잡고는 쿠크리를 뽑아냈다.
“사과만 하면 됩니까?”
몸을 돌리는 강성태를 통역의 음성이 붙들었다.
강성태는 천천히 돌아섰다.
“아카시 조직을 제외한 관동 연합의 네 개 조직 우두머리가 와서 도게자를 하는 게 진정한 사과다.”
말도 안 돼!
바닥에 무릎을 꿇고 양손을 앞으로 모은 뒤에 그 위에 머리를 조아리는 방식이라 우리식으로는 납작 엎드려 절을 하라는 요구였다.
극도로 존경하는 사람에게 보이는 예법, 혹은 죽을죄를 지었다는 뜻이어서 야쿠자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식이기도 했다.
“그렇게 하면 아카시 마오와 카르텔의 싸움을 도와줄 수는 있습니까? 멕시코의 신도시를 관리하는 사람이 바로 당신 아닙니까?”
우두머리들에게 사죄를 설명할 뭔가 명분이 필요한 눈치였다. 그래놓고는 강성태가 보일 격한 반응을 염려한 것처럼 급하게 질문이 하나 더 뒤따랐다.
“요청을 내놓는 건 사죄가 아니라 거래다. 그러니 사죄에 조건을 달지 마. 명심해. 자정까지다.”
마지막 경고를 던진 강성태는 몸을 돌려 빌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