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부 24권 - 3화 (476/513)

《476》2부 24권 - 3화

복도의 중앙을 달린 강성태는 창호 문을 앞두고 오른쪽 벽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는 왼쪽 팔뚝에 감은 가죽 자루를 목 앞으로 들고서 벽에 붙다시피 창호 문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자작! 콰드등!

일본도를 들고 벽에 붙어있던 덩치가 강성태에게 들이받혀 안쪽에 나뒹굴었다.

쉐에엑!

그와 동시에 벽에 의지해 몸을 트는 강성태를 향해 맞은 편에 서 있던 놈이 일본도를 휘둘렀다.

번쩍, 일본도가 강성태의 목덜미와 어깨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카응!

왼팔에 감긴 칼집을 들어 막았으나 배트로 맞은 것처럼 팔뚝에 강렬한 통증이 올라왔고, 가죽 자루의 중간이 썰리듯 갈라졌다.

“이야아!”

또다시 칼을 머리 위로 쳐드는 놈을 향해 강성태는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콰악, 위로 든 팔뚝을 왼팔로 밀었고, 눈과 눈이 빤히 마주치는 사이에 목을 그었다.

서거-억!

“크륵!”

놈의 비명이 터지는 순간, 두 뼘 길이의 날에 자루가 두꺼운 칼을 든 두 놈이 강성태를 향해 달려들었다.

왼쪽으로 몸을 돌린 강성태가 한 놈의 칼을 쿠크리로 감은 직후였다.

오른쪽 놈이 기회를 잡은 듯 날을 번득이며 달려들었다.

팔뚝이나 옆구리를 내주더라도 쿠크리로 감은 놈을 먼저 해결한다.

이를 악문 강성태가 쿠크리의 날을 뒤집어 앞에 있는 놈의 옆구리를 깊게 가르는 순간이었다.

휙!

날카로운 칼날이 강성태의 옆구리로 날아들었고,

콰자작! 콰드등!

창호 문을 부수며 뛰어든 이병렬이 남은 한 놈을 어깨로 들이받았다.

“이 씨발 새끼들아!”

넘어진 놈에게 달려든 이병렬이 피로 물든 회칼을 놈의 가슴에 찔러넣고는 곧바로 목 아래를 길게 그었다.

“허억. 헉.”

억지로 몸을 세운 이병렬은 한눈에도 상태가 심각했다.

재킷의 어깨가 뜯어졌고, 팔뚝과 상반신 여러 곳이 갈라졌는데 특히 일본도에 제대로 맞았던 모양인지 왼쪽 쇄골부터 가슴까지, 재킷과 셔츠, 살이 기다랗게 벌어져 있었다.

안은 정사각형의 서재였다.

가장 안쪽 벽에 붙어 서 있는 병풍이 먼저 강성태의 눈에 들어왔다. 반들거리는 이마, 정수리 뒤로 묶은 머리, 눈이 길게 찢어진 사무라이 그림이 과장된 모습으로 그려진 병풍이었다.

시선을 돌린 강성태는 병풍 바로 앞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남자를 눈에 담았다.

관동 연합의 대가리 오다 스미야기, 사진을 통해 인상을 또렷하게 기억하는 바로 그 장본인이었다.

그 옆에서 짧은 머리의 중년이 강성태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관동 연합의 부두목쯤 돼 보였다.

두 사람의 앞에 책상 대신 사용하는 듯한 꽤 큰 상이 놓였고, 마지막으로 열 명쯤 되는 남자들이 앞에 놈들과 비슷한 두 뼘 길이의 칼을 들고 강성태와 이병렬을 번갈아 살폈다.

“이 새끼들 권총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주택가에서 권총 소리가 나면 뒷감당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숫자도 아직 여유 있고. 조심해. 이놈들은 지금까지와 달라.”

짧은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에,

콰자작! 콰등!

“끄아악!”

복도 저쪽에서 키란이 외롭게 버티는 소리가 들렸다.

그 고함이 앞을 막아섰던 놈들을 자극한 모양이었다.

칼을 든 열 놈이 둥글게 퍼지며 강성태와 이병렬에게 다가왔다.

“씨발 새끼들이 폼은?”

지친 모양이었다. 목도 마르고.

마른침을 삼킨 이병렬이 피범벅인 왼팔을 들어 팔뚝으로 입가를 닦았다.

강성태는 쿠크리를 든 채 좌우를 빠르게 훑었다.

서 있는 자세, 칼을 들지 않은 왼손의 위치, 낮은 어깨,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얼굴, 심지어 다가오기 위해 내미는 발바닥이 바닥에서 떨어지지도 않았다.

특수부대가 아니라 따로 이런 종류의 무술을 익힌 놈들, 지금 다가오는 놈들은 진짜였다.

“병렬아. 뒤로 물러나.”

뭔 헛소리를 하느냐는 투로 이병렬이 강성태를 힐끔 돌아보았다.

아르윈이 일행과 함께 창고에서 피를 토하듯 싸우고 있을 테고, 고룡동이 미친놈처럼 회칼을 휘두르고 있을 텐데 뒤로 빠져서 시간을 끌 여유가 있냐는 의미였다.

또, 지금까지보다 훨씬 강한 놈들을 혼자 감당하겠냐는 염려도 있었다.

물러나라고 해서 들을 것도 아니고. 설득한답시고 시간 끌 여유는 없는 상황이었다.

“뒤를 맡아줘.”

“그래 줘야지, 보스.”

이병렬의 답을 들은 강성태는 다시금 열 명이 서 있는 위치를 확인했다.

“후-.”

대놓고 숨을 내뱉었다. 그런 뒤에 시선을 들어 오다 스미야기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눈이 마주친 순간이었다.

강성태는 훅, 앞으로 달려들었다.

쉐엑! 쉑! 카가각! 카각! 쉑! 쉐에엑!

왼팔에 감은 칼집으로 날아드는 칼을 막았고, 오른손을 휘감아 쿠크리의 날로 상대방의 겨드랑이와 목덜미를 끊어내듯 갈랐다.

카각! 피잇! 쉑! 피이잇! 핏!

강성태의 뒤를 지키겠다며 등을 마주 댄 이병렬의 몸이 움찔거렸다. 야쿠자 놈들의 칼이 몸을 가르고 지난 모양인데 이병렬은 신음을 쏟아내지 않았다.

강성태에게 부담 주지 않고자 악착같이 신음을 참은 이병렬이 대신 “씨발!”이라며 거친 욕을 뱉어냈다.

카각! 쉐엑! 쉐에엑! 피잇! 서걱! 핏!

다시 달려들었지만, 이번에 얻은 건 별로 없었다. 대신 왼쪽 팔뚝과 어깨, 어깻죽지를 놈들의 칼이 연달아 가르고 지났는데 강성태는 물러서지 않았다.

피이잇!

몸을 비트는 사이 이번에는 오른쪽 옆구리를 놈들의 칼이 가르고 지나갔다.

꽉, 놈의 손목을 붙잡은 강성태는 잡아채는 척하다가 그대로 밀고 들어갔다.

콰직, 놈의 미간을 이마로 들이받았고,

서걱! 핏핏핏핏!

목덜미 아래를 깊게 한 번, 그리고 그 주변을 빠르게 네 번 갈랐다.

야쿠자?

뭐가 그렇게 잘나서 남의 땅에 칼잡이를 보내는 건데?

야쿠자란 이름을 듣고도 무릎 꿇지 않아서?

아니면 우리 땅에서 마약 장사와 고리대금업을 못 하게 해서?

카가각! 쉐엑! 쉑! 쉐엑!

날아드는 칼을 쿠크리로 감아 누른 강성태는 휘어진 쿠크리 날을 뒤집어서 놈의 팔뚝과 겨드랑이, 목덜미를 깊게 갈랐다.

너희나 우리나 어둠 속에서 사는 놈들이잖아.

우리 뭐 있냐?

이렇게 몸으로 부딪쳐서 이긴 놈이 주인 하는 거지!

“끄응!”

강성태의 뒤를 막아주던 이병렬이 끝내 신음을 터트렸다.

쉐엑! 쉑! 쉐에엑!

쿠크리를 커다랗게 휘두른 강성태는 휙, 뒤로 물러나며 이병렬을 왼팔로 당겼다.

복도는 좌우가 막혀서 지금처럼 안쪽에 서 있으면 이병렬이 당할 위험이 반으로 줄어든다.

대신 이렇게 버티며 시간을 끄는 사이, 언제 바깥에서 야쿠자 놈들이 지원 올지 모른다는 위험은 있었다.

“보스….”

터억, 복도 벽에 부딪히듯 기댄 이병렬이 혼잣말처럼 강성태를 찾았는데 그의 눈에서 기운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안 돼, 병렬아. 그러지 마. 견뎌. 견디라고.”

이병렬의 숨소리는 가빴다.

이마와 볼에 피가 요란하게 튀었고, 목덜미에는 바가지로 부어놓은 것처럼 피가 흥건했다. 그런 몰골로 강성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술을 늘이며 웃었다.

“뭐하냐? 이러다가 다른 곳에서 더 달려오면 어쩌려고?”

“예비 인원 백 명 정도가 여기나 창고를 지원하는 구조인데 그걸 고룡동과 광주 식구들이 틀어막고 있어.”

“그 새끼, 그거. 빗자루 같은 놈이라 쓸어대는 건 잘할 거야.”

이병렬의 목소리에서도 힘이 빠지고 있었다.

또한, 강성태를 향해 붉게 물든 이병렬의 눈에 눈물이 올라와 있었다.

어떤 순간에도 “씨발!”이라고 외치며 툴툴거리던 이병렬의 독한 눈에 말이다.

“커흑.”

강성태의 시선을 의식해 참으려고 애썼으나 가슴을 찔린 탓인지 이병렬은 기침과 함께 핏물을 뱉어냈다.

시간을 끌면 유리하다고 여기는지 남은 놈들은 자리를 지킨 채 달려들지 않았다. 어쩌면 좁은 복도에서 강성태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건지도 몰랐다.

“뭐하냐? 얼른 치우고 가자.”

“네 놈 남았다.”

“씨발. 이래서 내가 보스를 좋아하는 거지.”

강성태와의 헤어짐이 아쉬운 사람처럼, 혹은 흐릿해진 눈에 강성태를 담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이병렬이 억지로 시선을 들었다.

이대로는 어렵다.

복도에 계속 서 있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쪽 서재로 혼자 뛰어들면 이병렬은 저놈들이 한 번 휘두른 칼에 재물로 바닥에 널브러질 게 분명했다.

오다 스미야기를 죽이기 위해 이병렬을 던져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강성태가 이를 악물어서 볼을 씰룩인 직후였다.

콰드등.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던 문을 부수며 키란이 들어왔다.

키란은 아예 핏물에 푹 담갔다가 꺼낸 것처럼 머리칼부터 발끝까지 온통 피범벅이었다.

가까이 다가온 뒤에 알았다.

키란 역시 상체 곳곳이 벌어지고 갈라진 상처로 가득했다.

“형님?”

키란이 부르는 소리를 들은 이병렬이 벽을 타고 스르륵 아래로 내려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강성태가 혼자가 아니란 사실을, 키란이 있다면 더는 뒤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운이 빠진 모양이었다.

“달수 이 새끼. 더럽게 보고 싶었는데….”

이병렬의 혼잣말은 확실히 위험한 수준이었다.

‘뒤를 맡아.’

‘맡겨주십시오, 형님.’

뒤를 맡으라는 의미로 키란을 돌아본 강성태는 서재를 향해 몸을 돌렸다.

네 놈 뒤에 서 있는 오다 스미야기가 질린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죽어.”

무슨 말인가 하고 놈이 눈가를 꿈틀하는 순간이었다.

훅, 앞으로 달려든 강성태는 가장 왼편 놈을 노리고 쿠크리를 휘감았다.

카가각! 피잇! 핏핏!

강성태가 놈의 팔뚝을 가르는 사이, 오른쪽 팔뚝을 다른 칼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를 악문 강성태는 팔뚝을 가른 놈의 왼손을 잡아챘다.

서거-억!

쿠크리의 구부러진 날을 놈의 목덜미에 걸고 힘껏 잡아채자 깊숙하게 파고들었던 날이 목을 반 이상 가르고 튀어나왔다.

카강! 카각!

강성태를 노리던 다른 놈의 칼을 키란이 악착같이 막아냈고,

서걱! 서거-억!

상체를 비튼 강성태는 키란의 쿠크리에 칼이 밀린 놈의 어깨와 겨드랑이를 깊게 갈랐다.

더는 안 되겠다고 여긴 모양이었다.

머리 짧은 중년 남자가 허리에서 권총을 꺼냈다.

“키란!”

강성태는 키란을 짧게 부르고 뒤로 물러났다.

휙, 쿠크리를 왼손으로 옮겨 쥐고, 오른손을 뒤로 넘겨 허리춤에 꽂아두었던 회칼을 꺼냈다.

피이-잇!

회칼이 허공에서 빙글 회전한 다음이었다.

퍼윽!

중년 남자의 목을 깊게 파고든 회칼의 날이 뒤로 불쑥 나왔고, 그의 턱 아래에서는 손잡이만 보였다.

콰드등!

그 인간이 자빠지는 걸 돌아볼 여유가 있어?

두 놈 남았다.

일대일의 대결이라면 강성태나 키란이 밀릴 이유는 없었다.

훅, 강성태가 오른쪽 놈에게 달려들자, 키란이 왼쪽 놈을 향해 몸을 날렸다.

카가각! 서걱! 서걱! 서거-억!

강성태는 놈의 칼을 감기 무섭게 상대방의 목덜미 근처를 세 번이나 길게 갈랐다.

“끄윽!”

그 직후에 키란의 방향에서 처절한 비명이 들렸다.

“허억. 헉.”

방울방울 강성태의 손과 들고 있는 쿠크리에 매달렸던 핏물이 거실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이미 아래는 물이 고인 것만큼이나 피로 흥건했다.

“코오쇼오시요오!”

“신강남파 보스를 상대할 때는 한국말을 써. 그리고 지금은 네가 일본을 다 내놓겠다고 해도 관심이 없어.”

강성태가 다가서자 뒤로 물러나던 오다 스미야기가 병풍과 함께 가장 안쪽 벽에 기댔다.

“앞으로 우리 쪽에는 시선도 주지 마.”

무슨 말인지 모르는 눈치였는데도 오다 스미야기가 연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강성태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강렬한 몸부림이었다.

이놈도 하나, 바닥에 이미 죽어 있는 야쿠자 놈들도 하나, 강성태와 이병렬, 키란도 하나밖에 없는 목숨이었다.

마약 팔겠답시고, 혹은 돈을 빌렸던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잔인한 이자를 받아먹겠답시고, 강성태 주변을 노렸다면, 오다 스미야기 역시 그 하나뿐인 목숨을 거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일본도 아닌 한국 땅에서 그랬다면 더더욱 더.

그가 간절한 눈빛으로 강성태를 보는 순간,

꽈악, 강성태는 왼손으로 그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그의 목에 쿠크리의 날을 밀어붙인 뒤에 단호하게 가로 그었다.

스거-억!

“커흑! 커르륵!”

바닥에 널브러져 버둥대는 오다 스미야기를 내려다본 강성태는 쿠크리를 옷에 닦은 뒤 왼쪽 팔뚝에 걸린 칼집에 꽂아 넣었다.

두꺼운 가죽 자루가 표현 그대로 넝마가 된 것처럼 너덜거리고 있었다.

“형님?”

이병렬을 향해 쪼그려 앉았던 키란이 울 것 같은 얼굴로 강성태를 돌아보았다.

이런 곳에서 시간을 끄는 것만큼이나 바보 같은 짓은 없다.

“업혀.”

강성태가 몸을 굽히자 키란이 이병렬을 들어 등에 올려주었다.

쿠크리를 든 키란이 앞섰고, 강성태가 뒤따랐다.

강성태의 등에 고개를 묻은 이병렬의 온기가 아직 식지 않았고, 숨을 쉬기 위해 들썩이는 상체가 분명하게 느껴졌다.

부서진 하얀 창호 문을 핏물이 이리저리 물들였고,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찰박일 정도로 바닥이 흥건했다.

복도를 달려 거실을 지났고, 이어서 정원으로 나섰다.

“바깥을 먼저 살펴!”

강성태의 지시를 받은 키란이 철컹, 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는 고개를 내밀었다.

“보스!”

강성태라고 오해했던 모양이었다.

키란이 연 문 바깥에서 필리핀 조직원의 다급한 음성이 들렸다.

“차가 계단 앞에 바로 있습니다, 형님!”

“뒤를 살펴!”

강성태는 이병렬을 업은 상태로 곧장 대문을 나섰다.

키란의 말대로였다.

세 칸짜리 계단 바로 앞에 승합차가 서 있었다.

강성태가 열린 승합차 문 안으로 뛰어들었고, 이어서 키란이 승합차에 올라타 이병렬을 받아주었다.

그 직후에 필리핀 조직원이 안으로 뛰어들고는 문을 닫았다.

“달려!”

그의 고함이 채 끝나기도 전에 승합차가 앞으로 내달렸다.

“치료가 급한데 의사가 있나?”

“필리핀 보스가 몇 차례나 지시했던 일이어서 확실하게 준비했습니다.”

강성태는 나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룡동은? 업소에 달려간 우리 식구들.”

“보스가 가장 먼저 나오셨습니다.”

“고룡동은 어디에 있는데?”

“가는 길입니다. 저기! 저 앞쪽 코너에 있는 건물입니다!”

흔들리는 승합차 안에서 필리핀 조직원이 검지로 여자들이 가득한 간판을 가리켰다.

“저기에도 승합차가 대기 중이지?”

“승합차 두 대, 승용차 한 대가 있습니다.”

필리핀 조직원이 설명과 동시에 건물 입구 바로 옆에 서 있는 승합차와 승용차를 가리켰다.

“그럼 나는 저 앞에 세워줘.”

“형님?”

지시가 떨어지자 지켜보고 있던 키란이 강성태를 급하게 불렀다. 키란의 성격상 고룡동을 외면하라는 뜻은 아닐 테니 함께 가고 싶다는 의미가 분명했다.

“병렬이를 맡아줘. 고룡동이와 함께 바로 갈게.”

이 몸으로 진짜 저 건물에 들어가겠다고?

필리핀 조직원이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바라보는 앞이었다.

“고룡동과 광주 식구들이 막아주지 않았으면 저 업장에 있는 놈들이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열 명이 상대하기에 많은 인원이고.”

키란에게 말을 건넨 강성태는 필리핀 조직원에게 고개를 돌렸다.

“멈췄다가 바로 출발해. 치료 부탁한다.”

“건물 앞에 잠깐 세워! 보스께서 내리시면 바로 출발해!”

이미 거의 건물 앞에 있었다.

승합차가 좁은 로터리를 돌아 건물 앞에 멈출 때였다.

양손을 모아 이마에 댄 키란이 강성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신께 강성태의 안전을 기원하고, 최악의 경우가 생긴다면 비겁하지 않았으니 용사로 받아달라는 간절한 기원이었다.

고개를 드는 키란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 승합차가 멈췄다.

문이 열리기 직전에 강성태는 이병렬에게 시선을 돌렸다.

‘견디고 있어. 바로 갈게.’

드르륵.

필리핀 조직원이 열어준 문을 통해 강성태가 곧장 안으로 뛰어들었고, 급하게 승합차가 출발하는 소리가 도로에 울려 퍼졌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