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9》2부 22권 - 16화
그랜드 서울은 시청 앞쪽에 자리 잡은 특급 호텔이었다.
주차장에 도착한 강성태가 이병렬과 함께 로비에 들어서자 김진용이 곧장 다가왔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이었다.
“오셨습니까, 형님?”
강성태의 눈짓을 받은 김진용이 과하지 않게 고개를 숙였다.
“다른 식구들은?”
“지하 주차장에서 대기 중이고, 나머지는 입구랑 혹시 몰라서 뒷문 쪽에 깔았습니다, 형님.”
듬직한 김진용의 답을 들은 강성태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무턱대고 올라가서 문을 열라고 했다가 괜히 신고라도 하면 여러 가지로 꼬인다.
잠시 고민하던 강성태는 김진용에게 시선을 주었다.
“장기봉이하고 통화한 건 없지?”
“통화는 안 했고, 형님. 그 새끼가 서울에서 부렸던 꼬마 두 명을 잡아서 아래 주차장에 데려다 두었습니다.”
“서울에서 부리던 꼬마가 있어?”
“운전이랑 잔심부름 부탁하고 몇 푼 쥐여주었답니다, 형님. 장기봉이가 지금 호텔 객실에 함께 있는 것도 그놈들 통해서 알았습니다.”
그런 것까지 알아내? 대단한데?
강성태의 표정을 알아본 모양이었다.
“돈 먹고 튄 새끼들 찾을 때 사용하는 방법인데 우리끼리는 이렇게 연결해서 잠수 탄 놈들 잡아내. 하여간 생활하던 놈이 잠수 타는 게 제일 미련한 짓이지.”
대화를 지켜보던 이병렬이 부연 설명을 전해주었다.
사람들이 오가고 있어서 계속 홀에 서 있는 건 불편했다. 강성태는 안쪽에 놓아둔 소파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의논해야 하니까 그냥 앉아.”
이병렬의 곁에 서 있던 김진용이 실례한다는 인사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일단 장기봉이한테 전화해서 내가 아카시 마오를 만나러 로비에 와 있다고 말해. 딱 10분 준다고, 그 안에 연락 없으면 우리 방식으로 하자.”
강성태의 지시를 들은 이병렬이 같은 생각이라는 투로 김진용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구석에 놓인 소파였고, 이병렬과 김진용이 풍기는 거친 느낌에 가까이 오는 사람은 없었다.
스마트폰을 꺼낸 김진용은 “실례하겠습니다.”라는 짧은 인사와 함께 주저하지 않고 번호를 찾아 눌렀다.
“여보세요? 기봉이냐? 나 신강남파 진용이다.”
깡패 특유의 쭉 깔린 쇳소리가 잔뜩 찌푸린 김진용의 눈매와 정말 잘 어울렸다.
“긴말할 거 없고, 성태 큰형님과 병렬이 형님이 로비에 와 계시니까 거기 아카시 마오에게 연락해. 10분 준다. 그 안에 연락 없으면 우리 식으로 정리할 테니까 알아서 해.”
할 말을 마친 김진용이 재미있는 말을 들은 사람처럼 히죽 웃었다.
“야, 이 씨발 새끼야? 승용차로 우리 큰형님 따라붙어 놓고, 이 정도도 생각 못 했어? 서면 식구파는 교창이 형님이 이미 정리 끝냈어, 이 개새끼야. 불편해? 그래, 그럼 어디 편안하게 한번 보자. 주둥이를 찢어줄 테니까.”
통화를 마친 김진용이 스마트폰을 내렸다.
“이 새끼 완전히 저쪽에 붙은 모양입니다. 일본에 함께 가기로 했으니까 다녀와서 편하게 뵙겠답니다.”
“흐하하하하!”
별로 웃기지 않은 말이었다. 그런데도 이병렬은 로비가 울리도록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아, 씨발 새끼! 오랜만에 또 이렇게 사람을 웃게 해주네! 푸하하! 흐하하하!”
뭐가 저렇게 웃기는 걸까?
한참을 웃은 이병렬이 숨을 길게 내쉰 뒤에 겨우 표정을 가라앉혔다.
“이번 일은 나한테 맡겨주라.”
그런 뒤에 그는 강성태를 향해 짧은 요청을 내놓았다.
“어떻게 하려고?”
“이런 거 소문 돌아. 호텔까지 찾아간 신강남파 강성태가 장기봉이한테 씹혔다고 말 돌면 서면 식구파 애들을 모조리 바다에 던져도 돌이키기 어려워.”
아무래도 이런 면은 이병렬이 전문이었다.
강성태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병렬이 픽 웃은 뒤에 시선을 돌렸다.
“강남 숙소부터 신월동, 강서구, 대림동 식구들 전부 이리 불러. 지하 주차장부터 로비, 식당, 레스토랑, 출입문 앞과 뒤에 모조리 깔고, 그 새끼들 사용하는 층으로 해서 객실 두 개 잡아.”
“예, 형님.”
“야! 고룡동이네 식구들도 아직 안 내려갔을 거다. 그쪽 애들도 다 이리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형님.”
몸을 세운 김진용이 스마트폰의 번호를 확인하며 로비로 움직였다.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병원에 가봐. 내일 아침에 단정한 얼굴로 만나게 될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으면 돼.”
“그러다가 신고 들어가면 감당되겠어?”
“우리가 기물을 부쉈어? 사람을 때렸어? 신고해 봐야 겁날 것도 없고, 또 태완이 형님하고 이쪽 관리하는 종로 식구들하고 전화 한번 하면 끝나.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가.”
점잖게 해결하려고 했었는데 어떻게 보면 이병렬의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었다.
“기봉이 새끼가 저쪽에 붙었다고 껍죽대는 거 그냥 두면 진짜 개망신당하는 거야. 보스가 이 정도 양보했는데 저쪽이 거절한 거니까 명분도 우리한테 있고. 여차하면 서면 식구들 불러서 기봉이 작업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하고 시간 보내.”
“알았다. 혹시 일 생기면 연락해.”
강성태가 몸을 세웠을 때였다.
로비로 갔었던 김진용이 급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형님? 장기봉이가 형님과 통화하고 싶답니다, 형님.”
“이런 씨발 새끼가?”
김진용이 조심스럽게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낚아채듯 가져간 이병렬이 바로 귀에 붙였다.
“여보세요? 장기봉? 너, 이 개새끼? 네가 뭔데 보스를 직접 찾아? 내가 동생들 전부 호텔로 불렀고 같은 층에 객실도 잡았으니까, 너는 지금부터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반드시 일본으로 가라. 못 가면 진짜 슬퍼진다. 알았냐?”
확실히 낮게 깔린 채 으르렁대는 이병렬의 음성은 조금 전에 들었던 김진용의 쇳소리와는 차원이 달랐다.
“뭐?”
통화를 끊을 줄 알았던 이병렬이 거칠게 반문하며 강성태는 보았다.
“끊고 기다려.”
통화를 마친 이병렬이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아카시 마오란 여자가 올라오라고 했다는데?”
이건 또 무슨 전개야?
강성태만큼이나 소식을 전한 이병렬도 황당하다는 얼굴이었다.
“나야 원래 조용하게 만나보려고 했던 거니까 상관없는데 네 생각은 어때? 식구들을 불렀으니까 이 뒤도 네가 생각하는 대로 해.”
“이 새끼가 일본하고 사업 연결하니 뭐니 하며 돌아다녀서 마당발이거든. 내가 떠들기 전에 이미 신강남파 비상 걸렸다는 걸 알고 있는 눈치였으니까 효과는 이미 얻은 거지.”
“이렇게 빨리 말이 들어가?”
“술자리 하기 좋은 시간이잖아? 연락받은 동생 중에 지방에서 올라온 놈들이나 다른 조직 놈들과 함께 있던 놈들이 대강 내용을 떠들거든. 그럼 그거 들은 놈이 장기봉이한테 연락하는 거지. 형님 때문에 신강남파 비상 걸렸다, 이렇게.”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은데?”
“우리 셋이 올라가지, 뭐.”
단칼에 내놓은 이병렬의 제안에 강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강성태가 앞섰고, 이병렬이 뒤따랐다.
엘리베이터는 키를 넣어야 층을 입력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버튼을 확인한 김진용이 주머니에서 카드키를 꺼냈다.
“그새 객실을 잡았냐?”
“예, 형님.”
“잘했다.”
키를 꽂아 넣고 10층을 누르자 엘리베이터가 곧바로 움직였다.
“연장은?”
“두 자루 챙겼습니다, 형님.”
“들어가서 장기봉이가 보이면 바로 두들길 거니까 알아서 맞춰.”
“장기봉이는 제가 맡겠습니다.”
엘리베이터 상단에 찍힌 숫자가 6으로 바뀌었을 때 김진용이 청을 내놓았다.
“너는 이 새끼야, 조절이 안 되잖아, 조절이! 툭하면 컵으로 내리쳐서 대가리를 터트리지 않나. 그것도 아니면 테이블에 얼굴 처박아서 꼭 일을 키우잖아!”
“조심하겠습니다, 형님.”
얼핏 들으면 좋은 걸 서로 하겠다고 다투는 사람들처럼 보일 광경이었다.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강성태가 앞서고, 이병렬과 김진용이 좌우에서 따라 걸으며 복도에 들어선 직후였다.
“고찌라이 도조.”
복도 저 안쪽에서 정장 차림에 눈매가 매섭고, 구레나룻 수염을 기른 남자 둘이 열린 객실을 가리켰다.
“염병들 하네.”
이병렬의 감상을 들으며 강성태는 그들이 가리키는 객실로 들어섰다.
거실이 따로 있는 스위트룸이었다.
문을 바라볼 수 있도록 방향을 바꾼 1인 소파에 다리를 꼰 상태로 앉은 아카시 마오가 강성태와 이병렬, 김진용을 거만하게 바라보고 있었고, 그 왼편으로 한 놈, 오른쪽으로 두 놈, 야쿠자인 듯한 남자들이 뻣뻣한 눈매로 서 있었다.
입구 오른쪽은 화장실로 보였다.
거실 안쪽으로 들어서자 화장실 벽에 숨어 있던 것처럼 오른쪽에 서 있던 남자가 강성태와 이병렬, 김진용을 향해 어색하게 고개를 숙였다.
‘장기봉이구나.’
강성태는 대놓고 장기봉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삼합회, 야쿠자와 손잡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돈 몇 푼에 넘어가 객실 안쪽에 쪼그리고 서 있는 꼴을 보자 지금껏 눌러두었던 분노가 훅, 올라왔다.
“장기봉? 이 개새끼?”
퍽! 퍼윽! 퍽!
이병렬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남자였다.
안으로 들어선 그는 구석을 확인하기 무섭게 주먹을 연달아 뻗어 장기봉의 눈과 턱에 꽂아 넣었다.
“난데요?”
거실 구석에 몰아넣고 거칠게 주먹을 꽂는 이병렬이 못마땅하다는 투로 객실로 안내했던 두 놈이 다가왔다.
미친 새끼들.
쩌어억! 쩌어어어어억!
김진용이 나설 것도 없이 강성태는 두 놈에게 있는 힘껏 주먹을 꽂아 넣었다.
흐물거리던 두 놈이 다리에 힘이 풀린 사람처럼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그 직후였다. 소파 좌우를 지키던 놈들이 움직였는데 아카시 마오가 왼손을 들어 세 놈을 멈춰 세웠다.
콰작! 콰자작!
장기봉의 머리칼을 움켜쥔 이병렬이 무릎으로 두 번이나 올려 쳤다.
“커흑! 쿠훅!”
머리칼을 이병렬에게 잡힌 채 무릎을 꿇은 장기봉이 기침을 토해낼 때마다 시뻘건 핏물이 스위트룸 거실에 넓게 퍼졌다.
강성태는 덤덤하게 걸어서 아카시 마오가 앉아있는 앞으로 다가갔다.
“이 씨발 새끼. 남은 계산은 이따가 마저 하자.”
장기봉을 던진 이병렬이 김진용과 함께 강성태의 뒤를 받치듯 섰다.
“우리말 할 줄 아는 사람?”
강성태가 질문을 던졌고,
“내가 할 줄 알아요. 그러니까 앉아요.”
뜻밖에도 아카시 마오가 우리말로 강성태에게 자리를 권했다. 일본말 억양이나 발음이 묻어 있기는 했지만, 제법 능숙한 우리말이었다.
강성태는 주저하지 않고 움직여 아카시 마오의 앞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3인용 소파였는데 김진용과 이병렬은 등받이 뒤에 서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무슨 일로 이러는 건가요?”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재킷과 바지를 입었는데 아카시 마오는 아직 다리를 꼰 상태였다.
강성태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진용아. 연장.”
“예, 형님.”
강성태가 왼손을 뒤로 넘기자 상체를 숙였던 김진용이 품에서 회칼을 꺼내 손잡이를 올려주었다.
움찔, 또다시 아카시 마오의 좌우에 있던 놈들이 움직였는데 그녀가 손을 들자 숨을 길게 내쉬며 원래 자세로 돌아갔다.
아카시 마오의 좌우에 서 있는 세 놈을 돌아보았던 강성태는 회칼을 테이블의 중간에 가로로 올려놓았다.
시선을 내려 회칼을 확인했던 아카시 마오가 승용차 안에서 보였던 잔인한 느낌에 불편함을 잔뜩 바른 눈매로 강성태를 찾았다.
“누가 먼저 싸움을 걸었는지는 나중에 따지고, 아버지를 잃은 심정을 이해하니까 이번 한 번은 봐준다. 내일 돌아가. 그리고 다시는 이쪽으로 관심도 두지 마. 그렇지 않으면 여자고 남자를 떠나 조직 싸움으로 간주하고, 이 칼로 정리하겠다.”
강성태의 말이 끝난 직후였다.
“끄응.”
주먹에 얻어맞고 쓰러졌던 두 놈이 고개를 흔들며 상체를 세웠다.
강성태는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병렬아?’
‘그러지 뭐.’
말은 필요 없었다.
몸을 돌린 이병렬이 두 놈에게 다가가 발등을 거칠게 휘둘렀다.
콰작! 털썩! 콰자작! 털써-억!
더는 참기 어려웠던 모양이었다.
아카시 마오 좌우에 서 있던 세 놈이 앞으로 뛰어나왔다.
이 새끼들은 보고 배우는 게 없나?
쩌어어어어억!
자리에서 일어난 강성태가 주먹을 꽂아 넣자, 왼편에서 달려오던 놈이 비틀거리며 밀려나 진열장에 부딪히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이왕 나선 길이었다.
오른쪽에 있던 놈이 움찔하며 상체를 흔들었으나 강성태의 주먹을 피하지는 못했다.
쩌어어억! 콰등! 콰드드등!
주먹을 제대로 얻어맞은 놈이 소파 중간에 놓인 탁자에 허리가 걸리면서 함께 뒤로 처박혔다.
한 놈이 남았다.
퍼윽! 퍽! 퍼으윽!
고개를 돌린 강성태 앞에서 달려간 놈의 얼굴을 두들긴 김진용이 대뜸 놈의 머리칼을 양손으로 움켜쥐고는 벽으로 끌고 갔다.
그런 거 하지 마라니까!
휘익! 콰자자작!
구석에 세워놓은 스탠드의 전등에 쥐고 있던 얼굴을 힘껏 처박은 김진용이 흐물대는 놈의 머리를 누른 뒤에 다시 무릎을 힘껏 올려 쳤다.
콰자작! 털써-억!
구석 벽에 기대 늘어졌던 장기봉이 강성태와 시선이 마주치자 기절한 척 벽에 고개를 떨궜다.
에라, 이 불쌍한 새끼야.
이병렬과 김진용이 강성태의 뒤에 선 다음이었다.
강성태는 다시 자리에 앉아 아카시 마오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까불지 말고 돌아가. 좋게 말하는 건 여기까지다.”
“이게 좋게 말한 거예요?”
“먼저 따라붙어서 사람 신경 긁은 건 너야. 그런데도 연장을 사용하지는 않았으니까 우리 방식에서는 좋게 말한 거다. 이 정도면 정말 적당하게 봐준 거니까 까불지 말고 돌아가.”
분해서 달려왔고, 나름 강성태를 당당하게 노렸는데 실력은 개뿔도 없는 그저 그런 후계자, 강단은 있는데 이런 경험이 전혀 없고,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는데 능력도 없는 보스, 신강남파 식구들을 모조리 부른 게 미안할 정도로 아카시 마오는 철부지 느낌이었다.
심지어 그나마 강단 있게 달려들었다가 거실 바닥에 쓰러진 야쿠자 놈들이 안 됐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이대로 돌아가면 우리는 죽어요.”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몸을 세우려던 강성태는 삐딱하게 아카시 마오를 보았다.
“관동 조직 연합이 우리 자리를 노리고 있어요. 강성태 씨에게 복수하지 못하면 우리 조직 간부는 모조리 죽게 된다고요.”
“그건 그쪽 사정이고.”
“내가 여기에서 죽어야 우리 조직 간부들이라도 살아요. 그러니까 차라리 죽이든가, 일본 싸움을 도와주든가 해요.”
뭐 이런 개 같은 상황이 있지?
멍하니 바라보는 이병렬과 김진용의 얼굴이 거실 창을 통해 강성태에게 고스란히 보였다.
기가 막힌 건, 엉뚱한 말을 쏟아낸 아카시 마오의 눈에는 여전히 잔인한 기운이 맴돈다는 점이었다.
겁이라는 게 원래 없는 성격이거나 아니면 그냥 이렇게 생겨 먹은 눈을 가지고 태어난 여자이거나, 둘 중 하나지 싶었다. 본인은 평범하게 있는 건데 남들은 웃는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한국말은 드라마를 좋아해서 혼자 배웠어요. 배욘준 씨랑 박보금 씨 좋아해요.”
누가 물어봤냐?
이상하게 엇나가는 대화에 강성태는 기가 막힌 웃음을 토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