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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22권 - 13화 (446/513)

《446》2부 22권 - 13화

행복이란 말이지, 강성태를 맞이해 한껏 들뜬 조태완의 얼굴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의 반응이었다.

“뭐 해? 얼른 앉아.”

“시간이 급해서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받으십시오.”

“이게 뭐야?”

강남의 태완이파 보스로 지내면서 세상 온갖 명품은 모두 만져봤던 사람이고, 관리하는 인맥들에게 수도 없이 명품을 뿌렸던 조태완이었다.

그런 그가 강성태가 건넨 보이차 세트, 이병렬과 유섭우가 내놓은 양주를 연신 매만지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은 박노익의 차례였다.

“TV 화면만 봐도 숨이 막힐 정도로 정신 없더구만 동생은 뭐 나까지 신경을 썼어?”

강남 삼대장 중 한 명으로 상장사 마귀들과 함께 수백억을 주물렀던 박노익의 반응 또한 다르지 않았다.

“앉아서 차 마실 시간 있지?”

강성태와 이병렬, 유섭우에게 자리를 권한 조태완은 김석문을 닦달해서 홍삼 달인 물을 세 사람 앞에 내놓았다.

손등이 시커멓게 죽은 이병렬, 턱 아래와 목덜미에 커다란 거즈를 붙인 유섭우, 역시 비슷한 상처를 지닌 강성태를 앞에 두고 조태완은 연신 질문을 쏟아냈다.

삼합회를 상대한 이야기, 멕시코에서 보낸 가페 대원들을 수습한 과정, 아카시 조직의 회장 머리를 날려버린 내용을 최대한 간략하게 설명했는데도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시간이 훌쩍 흘러버렸다.

“보도대로 멕시코의 공사를 우리나라 그룹 컨소시엄이 맡게 됐고, 새로 짓는 도시의 식당부터 유흥업소 전체의 권리를 우리 신강남파가 쥐게 되었습니다.”

방송을 통해 대강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성태가 이렇게 직접 말해주는 건 확실히 다른 느낌으로 조태완과 박노익에게 다가왔다.

“조만간 멕시코로 출발할 인원을 선발할 텐데, 그에 따른 경비로 우선 천억 원 정도를 배정받았습니다.”

“지금 얼마라고 그랬어?”

“천억 원입니다. 멕시코에 파견할 인원이 결정되면 출발 전에 인건비를 선지급할 계획입니다. 그것 때문에 형님께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나한테? 뭔데?”

조태완은 처음으로 눈을 반짝이며 강성태가 내놓을 말에 집중했다.

혹시 천억 원에서 조용하게 얼마쯤 녹여달라는 요구이거나, 아니면 경찰 쪽에 뭔가 협조를 요청하지 않을까?

그것 말고 조태완이 당장 떠오르는 역할은 없었다.

“멕시코에 인원을 파견하는 회사를 하나 만들려고 합니다. 워낙 인원도 많고, 비용 처리도 있어서 그룹 컨소시엄 소속으로 하기에는 그쪽도 부담스럽고, 무엇보다 사고가 터졌을 때 처리도 불편합니다.”

조태완이 목을 쭉 내밀며 고개를 갸웃하는 옆에서 박노익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상장사 일을 하다 보니 고용과 노무에 관한 상식이 조태완보다는 좀 더 깊어서 나온 반응이었다.

“그건 보스가 알아서 만들면 되잖아? 회사 만드는 거야 거기 은선곤인가 하는 젊은 대표도 있고, 아니면 여기 노익이가 전문가 아냐?”

“고생스러우시겠지만, 새로 만드는 회사의 대표를 맡아주셨으면 싶습니다.”

강성태의 요구는 조태완에게 정말이지 뜻밖이었다.

눈을 끔벅이던 조태완이 정신이 퍼뜩 든 사람처럼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나더러 멕시코에 인원을 파견하는 회사의 대표를 하라는 거야? 왜 그걸 내게 맡겨? 그런 자리는 무조건 보스가 해야지?”

확실히 갱년기를 맞은 중년 남자처럼 조태완은 전에 없이 질문이 많았다.

“지금껏 살펴주신 덕분에 병렬이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편히 쉬고 계시는데 짐을 드리는 거 같아서 죄송하지만, 신강남파의 어른이 나서주셨으면 싶은데 병렬이와 아무리 의논해 봐도 제게는 형님밖에 없습니다.”

한정된 면회 시간을 받은 사람처럼 내내 조급하게 굴던 조태완이 입을 다물고는 물끄러미 강성태를 바라보았다.

강성태가 신강남파를 상징하는 보스로 우뚝 선 지금, 조태완은 물러앉는 게 올바르고 현명한 처신이었다.

현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더라도 사람 마음은 또 달라서 뒷방 늙은이로 밀려나면서 기운이 빠진 것 또한 사실이었다.

어쩌면 그런 이유들로 강성태가 오기를 바랐고, 막상 찾아왔을 때 감정이 울컥했는지 모른다.

강성태를 물끄러미 보던 조태완은 먹먹한 눈빛과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보스가 나를 이렇게 생각해주는데 속없이 나서면 안 되는 거지?’

그래.

조태완 말년에 강성태 같은 보스와 이병렬 같은 행동대장을 만났고, 이 정도로 대우받는데 여기에서 무슨 욕심을 더 내겠나.

이렇게 챙겨주는 보스가 있으니 진짜 욕심 없다.

이따금 강성태와 이렇게 마주 앉아서 홍삼 달인 물이나 마실 수 있다면….

“그렇지 않아도 체력이 문제가 될 거 같아서 걱정되기는 하는데 아무래도 어려우십니까?”

“체력이 문제가 되다니?”

마음을 가라앉히던 조태완은 강성태가 건넨 질문에 불쑥 오기가 솟구쳤다.

“멕시코와 우리나라를 오가야 하는 데다, 현장 지휘를 하는 도중에 상대 조직이 노리기도 할 테고, 사고 수습도 있고 해서 워낙 힘든 일입니다.”

“그러니까 뭐야? 내가 힘이 달려서 못 한다, 그런 말이야?”

“꼭 그런 건 아닌데 편하게 지내시는 형님께 너무 큰 부담을 드리는 거라서 그렇습니다.”

“내가 해! 그거! 내가 한다고!”

빤히 지켜보던 박노익이 이병렬을 향해 의미심장한 시선과 옅은 미소를 던졌다.

‘태완이 형님이 진짜 나이 드셨나 보다.’

이병렬은 뭐라 대꾸하지 못했다.

‘꿩 잡는 게 매라고 이 고집불통 형님을 이렇게 다루는 사람은 세상에서 동생 한 명일 거다.’

대놓고 던지는 박노익의 능청맞은 눈짓을 알아본 이병렬과 유섭우가 볼을 씰룩이며 나오는 웃음을 참고 있었다.

“맡아주시겠습니까? 체력이….”

“내가 한다니까!”

그리고 그 앞에서 조태완은 테이블에 주먹을 올려놓은 채 힘이 있음을 강조했다.

**

고룡동은 광주 식구들 열 명을 데리고 유충일의 병실에 들어섰다.

“오셨습니까, 형님?”

클럽 오픈 전에 들렀던 조성호가 급하게 침대 옆에서 몸을 세우며 인사했고, 누워 있던 유충일이 악착같이 손을 짚어가며 고개를 세웠다.

“너, 시방 뭐 허냐?”

볼과 목덜미, 손등이 시커멓게 멍든 고룡동이 얼른 침대로 다가가서 유충일의 상체를 잡아주었다.

“좀 어떠냐?”

“많이 좋아졌습니다, 형님.”

“안 그래도 생기가 쪼까 돌아온 거 같기는 허다.”

유충일을 살핀 고룡동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의 시선을 받은 덩치 한 명이 앞으로 나서 고급 쇼핑백을 내놓았다.

“오는 길에야, 성태 큰형님께서 시간을 주셔서 너 허고 성호 거, 벨트 하나씩 넣었다.”

“형님?”

“암말 말고 받아야. 그라고 우리는 그냥 성태 큰형님께 목숨 바친 거로 알고 살자.”

고룡동은 봉투를 침대 옆에 내려놓고는 마카오에서 있었던 일과 했던 일, 보고 들었던 것 중 특별한 내용을 유충일에게 덤덤하게 전해주었다.

“깡패 시작하고 말이다. 이렇게 당당하게 선물 사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우리 이제 그라고 살자.”

강성태를 떠올렸는지, 아니면 새롭게 마주한 현실에 감동했는지 고룡동은 잠시 숨을 내쉬며 여유를 가졌다.

“내가 말이다, 혹시라도 다른 마음먹으면야, 네가 칼 주라. 대신에 네가 엉뚱한 짓 하면 내가 칼 줄란다. 우리 그런 마음으로 성태 큰형님 모시자. 알아 묵었냐?”

“예, 형님.”

“씨벌. 언제까지 이라고 자빠져 있을래? 얼른 일어나야 나랑 같이 멕시코에 가지.”

“제가 꼭 모시고 갈랍니다, 형님.”

“그래. 우리 서울은 저기 성호 새끼한테 맡기고 함께 멕시코 가자.”

혹시나 진짜 떼어놓고 갈까 봐 지켜보던 조성호가 안절부절못했으나 차마 고룡동과 유충일의 대화에 끼어들지 못했다.

“차 드시겠습니까, 형님?”

기껏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서 생각해 낸 게 차를 권하는 거였는데,

“생각 없다.”

고룡동의 답은 냉정했다.

저런 조성호의 심정을 유충일이 왜 모르겠나.

“그런데 형님. 성호는 데려가면 안 됩니까, 형님?”

환자치고는 능청맞게 유충일이 질문을 내놓았고, 고룡동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말없이 조성호를 바라보던 고룡동이 히죽 웃었다.

“저 새끼가 밥이나 제대로 허것냐?”

“꼬막무침 정말 잘 만듭니다, 형님!”

고룡동의 혼잣말 같은 질문을 조성호가 냉큼 받았고,

“에기, 속창시 빠진 놈아. 멕시코에 꼬막이 있다냐?”

조성호의 다급하고 간절한 대꾸를 고룡동이 정말이지 짓궂게 틀어막았다.

**

조태완이 그러더니 장숙경 역시 나이 먹은 게 분명했다.

벨 소리에 문을 열었던 장숙경은 낡은 현관문을 통해 들어선 강성태를 보고는 대뜸 부둥켜안았고, 등을 때려가며 울음을 터트렸다.

“이모. 왜 울어? 나 괜찮아요.”

“이이-잉.”

뭔가 거친 말을 쏟고 싶었지만, 울음이 멈추지 않는 모양이었다. 대신 장숙경은 애꿎게 자꾸만 부둥켜안은 강성태의 등을 때렸다.

“아후, 우리 이모 늙었네.”

이제는 작아져서 어깨에 머리가 오는 장숙경을 강성태는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괜찮다니까요.”

잠시 그렇게 다독이고 나서야 장숙경은 감정을 가라앉혔다.

“진짜 괜찮은 거지? 어디 봐?”

강성태의 얼굴을 살피던 장숙경이 목덜미의 거즈와 손등에 시커멓게 올라온 멍을 보고는 다시 입을 길게 늘였다.

“또 운다.”

“이눔이 진짜!”

“배고파요.”

“어?”

훌쩍이며 몸을 뗀 장숙경이 얼른 손등으로 눈가를 닦았다.

“민정아? 이거.”

두어 걸음 뒤에서 지켜보던 김민정에게 쇼핑백을 건넨 강성태는 그제야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직전까지 눈시울을 붉혔던 김민정은 확실히 젊은 시절의 장숙경처럼 한 번의 훌쩍임으로 감정을 다스린 눈치였다.

“화장품은 이모 거고, 향수는 네 거, 술은 이모부, 그리고 민재는 그냥 열쇠고리 사 왔어.”

김민재의 선물이 열쇠고리란 사실을 들은 김민정이 재미있다는 투로 웃음을 터트렸다.

“뭐 해? 얼른 와. 갑자기 말해서 반찬이랄 게 없어.”

그사이 좁은 부엌으로 움직인 장숙경이 김치와 찌개, 밥을 식탁에 올려놓고는 수저통을 뒤적였다.

“엄마, 이거 오빠가 선물로 사 왔어.”

“돈이 썩어난다.”

“엄마는? 이제 이런 선물 사 오면 고맙다, 그러는 게 맞아.”

“돈을 너무 헤프게 쓰니까 그렇지. 아무리 벌면 뭐 해? 집 사준다고 쓰고, 선물한다고 쓰고, 언제 모아서 장가 가? 뭐 해? 얼른 오빠 물이나 좀 떠!”

지쳤다는 투로 표정을 찌푸렸던 김민정이 눈치를 살피며 컵을 찾았다.

“얼른 먹어.”

실제로 그리웠었다. 장숙경의 손맛이 담긴 김치가.

“의사 선생은?”

“응급실 근무가 오늘 자정쯤 끝난다고 해서요. 아직 시간이 있어서 치곤이 아버지께 다녀와서 만나기로 했어요.”

“평택에?”

“한 시간이면 가는데요, 뭐.”

고작 몇 마디를 나누는 사이 강성태는 뚝딱 밥 한 공기를 비웠다.

“더 먹을래?”

“있어요?”

답을 하는 대신 밥그릇을 집어간 장숙경이 밥통을 열고 주걱을 움직였다.

“오빠는 그 경호원 일 계속하는 거야?”

“아니. 그보다는 전에 왔던 은선곤 대표 있잖아? 그 사람이 멕시코 건설 컨소시엄 대표를 하게 돼서 그쪽 일을 할 거 같아.”

밥그릇을 강성태 앞에 놓아준 장숙경이 손에 묻은 밥풀을 입으로 가져가며 방금 오간 대화에 관심을 보였다.

“멕시코 현장이 워낙 커서 근무하는 사람들과 주변 거주민들을 위한 신도시를 별도로 건설하거든. 그쪽 일을 할 거 같아.”

“그럼 안 선생님은 어떻게 해?”

“그쪽에서 병원을 지을 계획이라 멕시코에서 함께 지내게 되지 않을까 생각만 하고 있어.”

“너는 밥 먹는 사람을 붙들고 뭘 그렇게 꼬치꼬치 물어봐? 얼른 밥부터 먹어.”

궁금한 내용을 거의 들은 장숙경이 김민정을 나무란 뒤에 강성태에게 식사를 권했다.

“이사는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모레 이사라서 개인적인 짐들은 내일 먼저 싸야 해. 그래놓고도 있잖아, 오빠? 중간에 돈 돌려주자고 해서 민재 오빠랑 내가 두 번이나 겨우 말렸어.”

장숙경을 향한 질문에 김민정이 일러바치듯 답을 내놓았다. 밥을 입에 가득 넣은 강성태는 서운하다는 얼굴로 장숙경을 보았다.

“모레 간다잖아.”

“꼭 옮기세요.”

“이삿짐센터랑 다 계약해놔서 이제는 가지 말랄까 봐 걱정이다.”

잘 됐다. 정말.

강성태는 남은 밥에 김치를 커다랗게 올린 뒤에 젓가락으로 단숨에 입에 넣었다.

장숙경의 집에서 급하게 먹은 저녁이 삭막했던 강성태의 가슴을 다독여준 느낌이었다.

식사 뒤에 과거에 무슨 일을 했었는지 꼬치꼬치 따지는 김민정을 적당하게 무마한 강성태는 낡은 빌라를 나섰다.

안다미가 일을 마치는 자정까지는 여유가 있었다. 괜히 퇴근 시간에 평택으로 향할 이유도 없었고, 승용차를 준비하겠다는 제안도 있어서 강성태는 신월동 나이트로 향할 생각이었다.

김진용과 조봉진을 위해 선물을 사놓고도 이병렬은 분명 ‘오다 주웠다.’라거나 ‘남들 다 사는 데 뻘쭘하게 있기 싫어서 그냥 몇 개 사봤다.’라는 식으로 건네줄 게 뻔했다.

모처럼 홀가분하게 김진용과 조봉진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강성태는 좁은 도로를 따라 볼링장과 포장마차 방향으로 걸었다.

2차선 좁은 도로였다.

길을 따라 주차된 차들 때문에 도로가 반쯤 막혀서 이쪽 빌라 동네는 맞은편에서 차가 오는지를 먼저 살피고 지나치는 게 좋았다.

택시를 잡을 생각으로 걷던 강성태는 그 좁은 도로를 천천히 움직이는 승용차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삼각별 대형 승용차였다.

걷는 사람이 강성태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승용차를 자랑하고 싶은 건 아닐 테고, 이 도로를 저런 속도로 가는 건 더럽게 할 일이 없어서 공연히 욕을 먹고 싶거나 아니면 뭔가 다른 의도가 있다는 의미였다.

물론 건물을 찾는 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요즘처럼 내비게이션이 발달한 세상에서 양쪽에 빤히 빌라가 서 있는 좁은 도로를 강성태가 걷는 속도에 맞추듯 움직일 일은 없었다.

뭐지?

뭔가 껄끄러운 느낌에 강성태는 걸음을 멈췄다. 그런데 걸음을 멈춘 강성태를 따라 승용차 역시 좁은 도로 중간을 막듯이 멈춰 섰다.

배짱은 죽여주는데 한국에서 총을 쏠 것도 아니고, 아직 해가 남은 시간에 강성태에게 대놓고 시비를 거는 건 일종의 미친 짓에 가까웠다.

자신 있으면 해 보든가.

강성태가 대놓고 옅게 웃은 직후였다.

삼각별 승용차의 뒷문 창이 부드럽게 아래로 내려갔다.

커튼을 여는 것처럼 내려가는 창의 안쪽에 앉은 사람은 뜻밖에도 젊은 여자였다.

왼쪽 눈 위쪽에서 탄 가르마를 기준으로 양어깨에 닿을 정도 길이의 생머리, 만화책에서나 볼 법한 커다란 눈을 지녀서 뭔가 깜찍한 느낌에 잔인함을 절묘하게 처바른 인상이었다.

대놓고 빤히 바라보던 여자가 강성태의 미소를 흉내 내듯 옅게 웃었다.

‘너는 내 손에 죽어.’

여자의 눈빛과 미소가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 직후에 창문이 다시 위로 올라왔고, 이어 승용차가 출발했다.

조금은 빨리 달리는 삼각별 승용차의 뒤를 보면서 강성태는 픽 웃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조만간 여자의 따귀를 때리게 생겼다는 생각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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