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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20권 - 8화 (401/513)

《401》2부 20권 - 8화

이병렬의 퇴원 소식은 징그럽게 매달려 있던 부상의 악몽을 털어낸다는 조짐처럼 들렸다.

아침을 먹고 난 강성태는 이병렬의 전화를 받고 나서 기분 좋은 미소를 그려냈다.

- 지금 신월동 나이트로 가려는데 이따가 점심, 오케이?

이병렬 역시 들뜬 모양으로 평소에 쓰지 않던 농담까지 곁들여서 질문을 던졌다.

“그건 봐서 결정하자. 차웅진이 태완이 형님께 전화해서 점심때 찾아오라고 했다더라고.”

강성태는 조태완과의 통화 내용을 이병렬에게 들려주었다.

- 일단 신월동 나이트에 가 있을게. 그리고 그 운영진이라는 새끼들은 내가 알아서 한다?

“너무 심하게 하지 마. 여차하면 검찰에 넘길 수도 있으니까.”

- 맡겨줘. 아! 혹시 차웅진 회장에게 가게 되면 연락 줘. 또 이야기하지만, 보스가 어디 갈 때는 모양새 좀 갖추자.

통화를 마친 강성태는 몸을 일으켜 아침을 먹느라 사용했던 그릇들을 개수대에 담았다.

사실 그릇 몇 개 닦는 일쯤 뒤로 미루고 싶을 정도로 몸이 편치 않았다.

어제 생긴 상처들이 욱신거렸고, 이전에 꿰맸던 실이 녹는 자리는 그릇을 잡을 때마다 꼬집는 듯한 통증을 뿌렸다.

강성태는 싱크대에 붙어서 몇 개 되지 않는 그릇을 닦았다. 그런 뒤에 건조대에 하나, 둘 식기를 올렸다.

통증이 점점 심해지자 설거지가 아니라 무술 수련을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싸우게 되면 그때는 모든 걸 놓고 나랑 지내요.”

방지병원에서 안다미가 건넸던 당부였다.

개인적인 요청인지, 의도하고 전한 메시지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강성태에게는 마치 어떤 자세로 신강남파 보스를 할 건지에 대한 가르침처럼 들렸다.

달그락거리는 그릇 소리, 식기건조기에 가지런하게 세우거나 엎어놓은 그릇들, 세제, 수세미, 이렇게 먹고 난 뒤치다꺼리가 하기 싫어서 덩치를 부른다면, 그때가 바로 신강남파 보스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순간이었다.

‘참 엄한 선생님 뒀다.’

뜨거운 라면의 면발을 호호 불어가며 먹던 안다미를 떠올린 강성태가 옅게 웃을 때였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손에 든 스마트폰이 울었다.

무슨 일이지? 이 시간에?

“여보세요?”

강성태는 급하게 통화버튼을 눌렀다.

- 오빠? 나, 민정이.

“그래. 무슨 일이야?”

- 내가 묻고 싶다. 오빠야말로 무슨 일 있어? 오랜만에 전화한 건데 왜 그렇게 놀라? 혹시 안 선생님하고 둘만 있는 거야?

“뭐?”

김민정의 질문을 받은 강성태는 나직하게 오른손에 든 스펀지를 꽉 짜서 싱크대 옆에 내려놓았다.

김민정의 말이 옳았다.

워낙 급한 일이 많다 보니 오랜만에 걸려온 김민정의 전화를 날카롭게 받았다.

- 혹시 둘만 있는 거면,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지금 빌라에서 혼자 밥 먹었어.”

- 이 시간에? 왜?

“오늘은 좀 느지막이 출근하려고. 그건 그렇고 어쩐 일이야?”

- 그게 오빠. 오늘 엄마랑 수원에 중고차 사러 갈 거거든. 혹시 시간 돼?

“이모랑 너랑 둘이서만 가?”

- 응. 민재 오빠가 오늘 일이 많아서 시간이 안 된대.

강성태는 스마트폰을 빠르게 내려 액정을 확인했다.

오전 9시 40분이었다.

“민정아. 내가 10시 30분까지 전화해 줄게. 점심 약속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그래.”

- 사실은 엄마가 차 선물해 주는 거라서 내가 점심 사려고 했거든. 혹시 오빠 시간 되면 함께 먹었으면 싶어서 그런 거니까 바쁘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알았어. 전화할게.”

통화를 마친 강성태는 남은 정리를 마치고 커피를 만들었다.

이모 장숙경은 하겠다고 결심한 일을 미루는 법이 없었다.

그 빠듯한 살림에서 모으고 모은 돈으로 김민정에게 중고차를 사주겠다고 결심했으니 마음에 드는 차가 나올 때까지 검색을 멈추지 않을 거고, 줄기차게 중고차 판매장을 방문할 게 틀림없었다.

커피를 우려낸 강성태는 식탁에 앉아서 이병렬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차웅진 회장이 연락했어? 어떻게 하기로 했어?

“그게 아니고.”

강성태는 김민정과의 통화 내용을 들려주었다.

“내 성격 빤히 알 테니까 길게 말 안 할게. 강서구 중고차 매장에 민정이가 탈 만한 차가 있을까? 가격이 더 나가더라도 제대로 된 중고차를 구입하고 싶은데?”

- 그걸 뭘 어렵게 말해? 방문할 시간이 정해지면 알려줘.

“다시 말하지만, 내가 평범한 커피전문점 매니저인 줄 아시니까 오버하지 말자. 그리고 절대 가격을 후려치지 마. 그런 거 내가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지?”

- 그런 건 그냥 맡겨두면 돼. 혹시 오전에 시간 되면 나이트 사무실에서 보자.

통화를 마친 강성태는 머그잔을 들어 커피를 마셨다.

이병렬이라면 강성태의 뜻을 잘 알 거다.

생각은 그런데 어쩐지 갑갑해 하는 개구쟁이한테 강아지를 맡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

조태완은 차웅진의 번호를 눌렀다.

새벽에 걸려온 그의 전화를 급하게 받았던 것과 달리 지금의 조태완은 제법 여유를 갖춘 얼굴이었다.

- 여보세요?

“조태완이라고 합니다. 차웅진 회장 계십니까?”

- 누구라고요?

그런데 이 새끼들은 따귀를 맞았다는 데도 이상하리만치 전화 응대만큼은 항상 개판이었다.

“조태완이라고 합니다.”

기다리라는 말도 없이 느닷없는 침묵이 달려들었다.

전화를 끊은 건가?

스마트폰을 내려 액정을 살핀 조태완이 다시 귀에 가져갔을 때였다.

- 여부세요?

입을 제대로 놀리지 못해 어색하게 들리는 차웅진의 음성이 건너왔다.

“조태완입니다. 우리 보스가 함께 방문하겠답니다. 괜찮으십니까?”

- 끄응.

분노를 누르는 차웅진의 신음을 듣는 순간, 조태완은 차갑게 웃었다.

도저히 넘볼 수 없었던 거물이 어느 틈에 찌그러져 조태완의 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느낌 때문이었다.

- 내가 너 따위를 노리기라도 한다는 말이냐?

“조직에 속한 몸이라 보스의 지시를 전하고 따를 뿐입니다.”

- 네 나이가 몇인데, 새파란 아이…, 보스를 따라?

봐라. 지금도.

천하의 차웅진이 강성태의 호칭을 조심할 줄 꿈에서라도 생각이나 했었나.

- 알았다. 그렇다면 그만둬.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조태완은 스마트폰을 테이블에 올리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런 뒤에 고개를 들어 김석문을 비롯해 1층을 지키는 새파란 덩치들을 돌아보았다.

“물 드시겠습니까, 형님?”

“놔둬.”

“예, 형님.”

시선이 마주친 것만으로 김석문이 고개를 조아렸듯이, 이전에 조태완은 비슷한 모습으로 차웅진의 차 심부름을 했었다.

당대의 큰형님들조차 조심하던 인물, 매서운 눈빛, 손짓 한 번에도 뿜어져 나오던 카리스마, 사람이 참 묘해서 그렇게 주눅 들자 차웅진이라는 인물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생각과 자세가 구부러졌다.

그런 차웅진의 따귀를 때리고 와?

조태완은 실없는 사람처럼 킬킬대는 웃음을 토해냈다.

강성태가 얼마나 무서웠으면 ‘새파란 아이’라고 했다가 얼른 ‘보스’라고 말을 바꿀까.

따귀가 아프긴 아팠나 보다.

겨우 웃음을 수습한 조태완이 스마트폰을 집어서 강성태의 번호를 눌렀다.

- 강성태입니다.

“지금 막 통화했는데 함께 만나야 한다고 했더니 그만두라네.”

- 역시 짐작대로네요. 알겠습니다.

“왜? 뭐 짚이는 거라도 있었어?”

- 형님께 손을 쓰지는 않겠지만, 야쿠자와 트러블을 일으킬 계획쯤 있었을 겁니다. 야쿠자의 자존심만 건드리면 되니까요. 형님을 제거하는 게 첫 번째 목표가 되게 하는 거죠.

“흐음.”

함께 가겠다는 한마디에 저런 계산을 심었단다, 강성태는.

조태완은 강성태를 잡아보겠다며 설치던 과거의 자신이 어쩐지 무척이나 불쌍하게 여겨졌다.

- 형님께서 거절하는 바람에 차웅진의 자존심이 상한 꼴입니다. 하지만, 그 인간은 또 당장 마카오로 출발해야 합니다. 죽음보다는 자존심을 꺾는 게 쉽겠죠?

“알아듣기 쉽게 말해주면 안 될까?”

- 다시 전화할 겁니다. 받지 마세요. 받게 되더라도 저와 통화하라고 말씀하시고 끊으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정말 차웅진 회장이 다시 전화할 거라고 생각하나?”

- 이익을 위해서 야쿠자에 매달려 살았던 인간입니다. 죽을 길에 당당하게 나서는 건 명예를 아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고요. 전화합니다. 차웅진은.

“알았다. 보스가 시키는 대로 하지.”

통화를 마친 조태완이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순간이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손안에서 스마트폰이 또 몸을 떨었다.

정말 차웅진이 전화한 건가?

급하게 액정을 확인한 조태완은 비릿하게 웃으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 회장님. 강욱입니다.

“그래. 이번에 내가 우리 정보과장 덕을 톡톡히 봤어. 잠깐 들를 수 있어?”

- 바쁘지 않으십니까?

“아무리 바빠도 정보과장하고 차 한잔 못 마시겠어? 어여 와. 얼마나 걸려?”

- 30분이면 도착합니다.

통화를 마친 조태완은 김석문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거기 안쪽에 쇼핑백 있다. 갈색으로 꺼내와.”

“예, 형님.”

김석문이 구석에 있는 사물함으로 움직일 때, 조태완은 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세상은 참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서, 영원히 권력과 지위를 누릴 줄 알았던 차웅진이 따귀를 맞고 조태완에게 만나자며 전화하는 세상이 되었다.

**

김민정과 약속을 정한 강성태는 깔끔한 정장에 셔츠 차림으로 빌라를 나섰다.

“나오셨습니까, 형님?”

그런 강성태를 덩치 한 명이 주차장에서 맞았다.

“언제 왔어?”

“병렬이 형님께서 형님 도착하실 때부터 자리를 지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형님.”

하여간, 이병렬.

입맛이 썼으나 새벽부터 아침까지 자리를 지켰던 덩치에게 뭐라 할 일은 아니었다.

“신월동 나이트로 가려는데 차가 있나?”

“예, 형님.”

덩치가 손짓을 하자 골목 안쪽에서 승용차가 다가왔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해 빠르게 승용차에 오른 강성태는 신월동 나이트에 도착했다.

오랜만이었다. 그런데도 먼지 낀 몸뚱이를 햇볕에 고스란히 드러낸 촌스러운 디자인의 네온사인과 색이 바래서 타락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입구의 둥그런 기둥은 그대로였다.

“오셨습니까, 형님?”

입구를 지키고 있던 덩치가 고개를 숙인 뒤에 강성태를 안내했다.

점심을 먹기 전이었다.

고즈넉할 줄 알았던 계단에는 밴드의 연주 소리가 홀 안에서 아련하게 달려 나오고 있었다.

대낮에 영업할 리는 없고?

덩치가 열어준 문 안쪽은 조명을 올려놓았다.

무대에는 실제로 밴드가 올라가 오래된 팝송을 연주했고, 여섯 명이 홀에 앉아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디션입니다, 형님. 나중으로 미룰까 했었는데 병렬이 형님께서 그냥 진행하라고 하셨습니다.”

가장 바깥쪽 통로를 통해 걷는 강성태를 향해 홀에 있던 몇 명이 급하게 몸을 일으키고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나이트 직원으로 보였다.

강성태가 사무실에 들어서자 소파에 있던 이병렬과 김진용이 몸을 일으켰다.

“오셨습니까, 형님?”

이병렬의 곁에서 고개 숙이는 김진용도 새로운 상처를 이마와 목덜미에 달고 있었다.

힘겹게 지난밤을 보냈다는 증거인데 눈이 마주치는 순간에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

“너는 가서 마실 거 좀 가져와. 시원한 거 괜찮지?”

고개를 끄덕인 강성태는 이병렬이 가리킨 대로 상석에 앉았다.

괜히 상석을 비우면 이병렬과 김진용이 맞은편에 함께 앉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같이 앉자.”

“괜찮습니다, 형님.”

강성태의 권유를 김진용이 정중하게 거절했다.

“내가 그런 거 싫어하는 거 알지? 다른 조직이 있어서 뭘 보여줘야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끼리 있을 때까지 불편하게 하지 말자.”

강성태의 뜻을 알았다는 듯 이병렬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실례하겠습니다, 형님.”

그제야 김진용이 오른쪽의 기다란 소파에 앉았다.

“그러고 보니까 광준이 형님 두들겼지, 아르윈 가슴에 맺혔던 거 풀었지, 보스가 강남 클럽 혼자 갔던 영상 봤지, 이 사무실에서 참 많은 일이 있었더라고.”

감회가 새롭다는 듯 이병렬이 사무실을 돌아보았다.

짧은 기간에 워낙 큰일들이 많기는 했다.

강성태 역시 비슷한 느낌으로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덩치가 가져온 음료를 앞에 둔 다음이었다.

통화로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누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강성태의 설명이 끝난 다음이었다.

“그것참. 태완이 형님도 답답해서 가슴 터지시겠네. 그래서 보스는 차웅진 회장을 어떻게 하려는 거야? 시원하게 설명이나 한번 해 주라.”

이병렬이 대놓고 질문을 던졌다.

“차웅진이 마카오에 갈 거 같냐?”

“거기 가면 야쿠자 손에 죽는다며? 그럼 나라도 안 갈 방법을 찾겠지.”

이병렬의 답을 들은 강성태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떻게 하는데? 차웅진 회장이 도망이라도 쳐?”

“야쿠자가 바로 찾아낼 텐데 그럴 수는 없지.”

“아, 진짜! 그러지 말고 시원하게 말 좀 해.”

재촉하듯 상체를 기울이던 이병렬이 인상을 버럭 찌푸렸다. 상처가 울린 눈치였다.

“차웅진은 절대 야쿠자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렇다면 야쿠자를 해결해 줄 사람이 필요하겠지? 당장 야쿠자와 붙어서 이길 만한 조직이 어딜까? 게다가 야쿠자들을 정리하겠다며 찾아다닌다면 더 좋겠지?”

“뭐야? 그럴 조직이 지금 우리 말고 더 있어? 그렇다면 차웅진 회장이 보스에게 야쿠자를 넘긴다는 건데? 그럼 직접 보스를 만나자고 하지, 왜 태완이 형님을 불러?”

“나를 부르면 야쿠자를 팔아먹은 게 바로 들통나니까.”

“듣고 보니까 그렇기도 하네.”

고개를 끄덕이던 이병렬이 홱 시선을 들었다.

“태완이 형님께 야쿠자들을 넘기려는 거잖아? 그런데 왜 태완이 형님을 못 가게 막았어? 그냥 가시게 뒀으면 야쿠자 새끼들 인원수하고 위치를 죄 가져왔을 거 아냐?”

“그럼 우리 중 누군가 죽겠지?”

“죽어? 누가?”

미간을 좁혔던 이병렬이 고개를 비틀며 강성태를 노려보았다.

“차웅진은 태완이 형님께 명단과 위치를 넘기고 다시 우리가 갈 거라는 걸 야쿠자에게도 알릴 거다. 야쿠자가 깡그리 박살 나거나, 내가 죽는 거, 둘 중 하나만 건져도 마카오에 갈 이유가 없어지니까.”

“그 새끼들이 보스를 어떻게 이겨?”

“야쿠자가 유리한 장소를 선택하겠지. 그놈들이 주로 사용하는 무기를 생각해 봐. 또 차웅진은 어지간한 사건쯤 충분히 덮을 힘을 지녔다.”

멍했던 이병렬이 눈을 독하게 치켜떴다.

“그 씨발 인간이 혹시 권총을 사용하고도 적당하게 덮을 장소에 우리를 밀어 넣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강성태는 대답 대신 이병렬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차웅진은 어떡해서든 우리를 그리 밀어 넣으려고 발버둥 칠 거다. 그게 유일하게 사는 길이니까. 결국, 오늘 중에 나를 만나야 하는 거지.”

“그걸 알면서 왜 이렇게까지 해? 보스 능력이라면 그냥 해치워도 되잖아?”

“그 인간이 지닌 걸 모두 뺏으려고. 일본놈들이 마약과 고리대금업으로 번 돈이라면, 차라리 어려운 사람들 돕는데 사용하는 게 좋지 않겠어?”

“뭘 어떻게 해야 보스처럼 그런 걸 들여다보고 계획을 세울 수 있냐?”

혀를 내두른 이병렬이 앞에 놓인 음료를 시원하게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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