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부 19권 - 7화 (379/513)

《379》2부 19권 - 7화

핸들을 붙든 덩치가 이를 악물어야 할 정도로 늘어선 인천 부천 연합 덩치들은 숫자가 많았고, 또 그만큼 살벌해 보였다.

이병렬의 지시였다.

실제로 이를 악물어 볼을 씰룩인 덩치가 핸들을 꺾자 타이어 타는 소리를 내며 승용차가 방향을 틀었다.

덜컹!

입구에 깔아둔 쇠판을 지나며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좌우로 쭉 늘어선 중고차 사이를 달린 승용차가 ‘U’자 형태의 내부를 따라 한 바퀴를 돌아서 다시 입구를 바라보며 멈췄다.

덜컹! 덜컹! 덜컹! 덜컹!

이병렬을 따라온 승용차와 승합차가 줄줄이 중고차 매장 안으로 들어와 뒤편에 늘어섰다.

어두운 조명, 바닥에 발라둔 방수 페인트, 연식과 가격을 앞유리에 붙인 중고차, 어둠에 몸을 숨긴 계단과 사무실, 전체적으로 어둑한 중고차 매장 건물을 줄줄이 늘어선 차량의 라이트가 환하게 밝혔다.

우르르, 인천 부천 연합 덩치들이 입구를 향한 자동차의 라이트를 정면으로 받으며 들어섰고, 차에서 내린 신강남파 이병렬과 덩치들은 아우라처럼 불빛을 등 뒤에 받으며 앞으로 나섰다.

“형님.”

뒤편에서 앞으로 나온 덩치 한 명이 내민 쇠파이프를 이종환과 김진용이 건네받은 다음이었다.

“앞마이는 제가 맡겠습니다, 형님.”

들어서는 인천 부천 연합 덩치들을 확인한 이종환이 재차 나직한 음성으로 이병렬을 말렸다.

“종환아.”

“예, 형님.”

“우리 보스를 따라다니며 감동 받을 때가 있는데 양아치 짓 하지 않아도 동생들이 살아갈 길을 만들려고 애쓰는 거였고, 하나 더 말하라면 절대 뒤에 서지 않는 거였다.”

말을 마친 이병렬은 강렬한 시선으로 이종환을 돌아보았다.

“내가 여길 막을 테니까 동생들 데리고 여기서부터 4층까지, 안에 있는 중고차 모두 깨부숴.”

“예? 형님?”

앞에 우르르 몰려오는 덩치들을 두고 숫자를 더 빼라고?

의아해하는 이종환을 향해 이병렬이 다시 입을 열었다.

왼편에서 달려드는 자동차의 조명 탓에 이병렬의 오른쪽 얼굴이 완벽하게 어둠에 싸여 있었다.

“이 씨발 새끼들 가장 굵직한 근거지가 여기, 중고차 매장 아니냐? 그거 우리가 박살 내면 저 새끼들은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민다.”

가장 앞에서 몰려오던 인천 부천 연합 덩치들이 이병렬의 10미터 앞쯤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런데도 아직 뒤편에서는 입구를 통해 줄줄이 덩치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숫자로는 확실히 이병렬이 밀리는 상황이었다.

“많이도 왔네.”

고개를 쭉 빼서 뒤를 살핀 이병렬이 다시 시선을 내려 가장 앞에 서 있는 황원남을 눈에 담았다.

“하여간 양아치 새끼들. 인사하는 법을 몰라.”

덩치가 꼭 새끼 곰 같다고 해서 ‘아동’이라고 불리는 황원남을 향해 이병렬은 근처의 덩치들이 모두 들을 만큼 대놓고 욕을 뱉었다.

“끝까지 이럴 거야? 정말 죽고 싶어?”

황원남이 지기 싫다는 투로 말을 뱉은 다음이었다.

“야, 이 씨발 새끼야! 어디에서 함부로 주둥이를 놀려!”

이종환이 바로 거친 욕을 쏟아냈다.

무언가 대꾸를 하려던 황원남, 좀 더 욕을 퍼부으려던 이종환, 순간 욱해서 튀어 나가려던 김진용, 세 사람 모두 이병렬이 든 왼손을 보고는 움찔했다.

“황원남. 내가 잠깐 고민했는데 너는 아무래도 안 되겠다. 지금부터 여기 있는 중고차 전부 깨부숴줄 테니까 어디 한번 막아봐.”

“뭐?”

이병렬의 말을 들은 황원남이 좌우를 돌아보았다가 아차 하는 표정으로 시선을 가져왔다.

말이 좋아 안으로 몰아넣은 거지, 이병렬의 말대로라면 중고차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제대로 빼앗긴 꼴이었다.

이병렬이 지시하기 위해 시선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형님. 자동차 부수는 건 제게 맡겨주십시오.”

이종환이 나서서 청을 내놓았다.

김진용이 알기로 이종환은 절대 이런 자리를 빠져나가기 위해 핑계를 대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가 먼저 나서서 중고차 부수는 일을 맡겨달라고 했으니 반드시 그만한 뭔가가 있을 일이었다.

아직 이병렬이 답을 주지 않았는데도 이종환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박호일. 숙소 식구 삼십 명 추려서 지금부터 여기 있는 중고차 전부 부숴!”

“예, 형님. 야! 가자-아!”

분위기를 탄 대림동 박호일이 고함을 지르자 숙소 덩치들이 우르르 뒤를 향해 뛰었다.

“야! 그걸 진짜…하면 어떻게 해!”

어쩌면 황원남은 이런 식으로 으르렁거리다가 적당히 끝내고 싶었을지 모른다. 아니면 그렇게 될 거라고 믿었던가. 그러나 이병렬이 중고차를 모두 깨부수라고 지시하면서 적당하게 넘어갈 단계를 훌쩍 건너뛰고 말았다.

“이이, 씨발.”

더는 어쩌지 못한 황원남이 고개를 좌우로 돌렸다.

“아, 이 씨발! 뭐 하냐! 저 새끼들 조져!”

그가 중고차 매장 안으로 달리는 대림동 덩치들을 가리킨 직후에,

“가자-!”

이종환이 맞받아 소리치면서 양쪽 덩치들이 우르르 앞으로 내달렸다.

“이리 와, 이 씨발놈들아!”

“이런 개새끼가!”

부응! 퍼석! 퍽! 퍼서석!

삽시간에 앞쪽에서 덩치들이 뒤섞였다.

이병렬은 처음부터 황원남을 향해 뛰었다.

왼편에서는 이종환이, 오른쪽에서는 독이 올라 눈이 번들거리는 김진용이 함께 달렸다.

“이병렬이 먼저 잡아!”

놀란 황원남이 고함을 지르자 인천 부천 연합 덩치들 한 무리가 곧장 달려들었다.

“이, 씨발 새끼들이 누구한테 달려들어!”

콰작! 퍼윽! 퍽!

앞을 막는 덩치들을 이종환이 사정없이 두들겼고,

퍼윽! 콰작! 퍽! 퍼윽!

김진용은 아예 욕조차 뱉지 않는 독한 얼굴로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뭐라 해도 셋이서 인천 부천 연합의 덩치들을 모두 상대하기는 어려웠다.

“야! 형님들 모셔!”

앞에서 버티던 신강남파 덩치 한 명이 인천 부천 연합 덩치들을 향해 배트를 휘둘렀다.

아직 혼자였다.

부응! 퍼윽!

숫자에 밀린 강남 덩치의 머리에서 피가 튀었고,

퍼서석! 콰으응! 콰응!

빗겨나간 쇠파이프와 배트에 옆에 세워두었던 중고차의 유리와 보닛, 천장이 찌그러졌다.

이병렬은 회칼을 거꾸로 들었다.

퍽! 퍼버벅! 퍽! 퍽!

그러고 연신 두 주먹을 날려 앞을 막는 덩치들의 얼굴과 목젖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그러면서 악착같이 황원남을 향해 직선으로 나갔다.

“형니-임!”

퍼윽!

이병렬을 노리고 날아드는 쇠파이프를 김진용이 등으로 막았고,

“이 씨발 새끼들아!”

부응! 퍼윽! 퍽! 퍼윽!

뒤늦게 달려온 신강남파 덩치들이 방금 김진용을 때렸던 인천 부천 연합의 덩치를 피범벅으로 만들었다.

김진용은 이미 머리가 터져서 머리칼이 피로 흠뻑 젖었고, 이마와 눈, 볼이 피범벅이었다.

이종환도 다르지 않아서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피가 턱을 타고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하나하나 놓고 보면 신강남파를 이끄는 이종환과 김진용이 박살 난 상황이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판세로 보면 황원남과 인천 부천 연합이 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쉽게 밀렸다.

“이이익!”

퍽! 퍼버벅! 퍽! 퍽!

강성태처럼 한 방에 한 명씩 쓰러트리지 못했지만, 이병렬은 비처럼 쏟아지는 배트와 쇠파이프 사이를 헤치며 여전히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야, 이 개새끼야!”

부응! 퍼윽! 퍽! 부으응! 퍼으윽!

거기에 머리가 터지는 바람에 미쳐버린 황소처럼 김진용이 날뛰었고, 이종환은 아예 독기로 저녁을 대신한 사람처럼 날뛰었다.

신강남파 덩치들 역시 한 치도 밀리는 법이 없었는데 심지어 손발이 척척 맞았고, 이종환과 김진용을 지키기 위해 쇠파이프와 배트에 몸을 던지는 것조차 주저하지 않았다.

황원남은 중고차 매장 입구까지 밀리고 말았다.

뒤편에서 주춤대며 고함만 질렀지, 앞으로 나서는 덩치들이 없는 데다, 무엇보다 기가 부러진 황원남이 뒷걸음질 친 탓이 컸다.

이대로 조금만 더 밀고 나가면 황원남이 중고차 입구 바깥으로 밀려 나간다.

부산 HK 맨션에서 한 층을 먹어들어갈 때마다 고함을 질러대던 기억이 고스란히 남은 신강남파 덩치들의 눈에 더욱 강한 독기가 피어나는 순간이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이병렬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만해! 뒤로 나와!”

이병렬이 악을 두어 번 쓰자 이종환과 김진용이 그의 좌우에 섰고, 밀고 나가던 신강남파 덩치들이 걸음을 멈추고 뒤편에 늘어섰다.

이병렬의 뒤편에 늘어선 신강남파 덩치들의 얼굴에 아쉬움이 진하게 올라왔다.

이렇게 조직끼리 붙었을 때, 지금처럼 완벽하게 밀어버리면 앞으로 최소 몇 년간 인천 부천 연합 소속 덩치들은 신강남파 덩치들 앞에서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한다.

소문도 쫘 하고 돌아서 행사장에 신강남파 덩치들이 나간다고 하면 인천 부천 연합 덩치들이 알아서 피해 다녀야 할 정도로 조직의 이름을 드높이는 일이었다.

어차피 도로에 서 있는 승용차와 몰려든 덩치들, 고함, 욕설, 비명, 그리고 자동차 부서지는 소리로 경찰은 온다.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황원남을 충분히 잡을 수 있었는데 왜 멈췄을까.

어쩌면 불만이 나올 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부산에서의 처절한 싸움을 겪었던 신강남파 덩치들은 잘 훈련된 군인들처럼 이병렬의 한 마디에 쇠파이프를 늘어트린 채 뒤에 서 있었다.

생각은 다르지 않아서 씩씩거리던 이종환이 아쉬운 얼굴로 이병렬을 돌아보았다.

그때였다.

퍼서석! 콰등!

조용해진 중고차 건물 위편에서 자동차를 부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깜박 잊었다.

피 튀기는 싸움을 하느라 듣지 못한 것도 있었고.

대림동 숙소 덩치 중 위로 뛰어간 삼십 명이 사명감을 가지고 중고차를 부수고 있었고, 그 증거로 차 부서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매장을 울리고 있었다.

콰드등! 퍼석! 퍼서석!

“그만해 좀! 씨발, 진짜!”

입구까지 밀렸던 황원남이 싸움이 중단된 걸 믿었는지 앞으로 나서며 악에 받친 고함을 터트렸다.

“뭐라는 거야, 이 멍청한 새끼야.”

위를 힐끔 올려다보았던 이병렬이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야 사람 깨는 것보다는 자동차 깨는 게 훨씬 낫지. 뒷수습하기도 그게 더 편하고.”

“알았으니까 그만하라고!”

발악하는 황원남을 보며 이병렬이 픽 웃었다.

“멈추고 싶어? 그럼 웃기지도 않지만, 너랑 나랑 일대일로 결판내도 좋고, 아니면 또 우르르 달려들어도 나쁠 거 없다. 아니면 이광선 그 개새끼 이리 데려와서 우리한테 넘겨줘도 된다.”

퍼석! 콰등! 콰자작! 퍼서석!

말을 마친 이병렬이 거꾸로 들고 있던 회칼을 돌려서 위층을 가리켰다.

“빠르면 빠를수록 너한테 좋아. 여기 다 부서지면 함태준이 널 가만둘 거 같아?”

“이이….”

분통을 터트렸지만, 황원남은 대꾸를 내놓지 못했다.

“아, 거 양아치 새끼. 맞다이는 겁나고, 한 번 밀리고 나니까 두 번은 못 밀고 들어오겠고, 자동차 부서지는 건 싫고. 어쩌자고?”

회칼을 든 오른손, 이전에 얻은 상처 탓에 힘겹게 움직이는 왼팔을 뒤집어 보인 이병렬이 ‘저 새끼, 찐따 같지 않냐?’ 하는 얼굴로 김진용을 돌아보았다.

‘형님?’

이병렬을 노리던 쇠파이프를 감당하느라 얼굴이 피범벅이 된 김진용이 미간을 좁혔다.

뭔가 있는 눈빛이었다. 이렇게 빛나는 이병렬의 눈은.

‘간다!’

‘예, 형님!’

이병렬의 눈이 번득한 뒤였다.

훅, 이병렬이 먼저 날렵하게 뛰었고, 덩치가 커다란 김진용이 거의 비슷하게 몸을 날렸다.

10미터쯤 떨어진 거리였다.

“뭐…야?”

놀란 황원남이 눈을 커다랗게 뜰 때, 이병렬과 김진용은 이미 5미터 앞에서 뛰어오고 있었다.

“뭐 해? 막아!”

황원남의 옆자리 덩치가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나설 때, 이종환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고, 그걸 신호로 신강남파 덩치들이 우르르 달려 나왔다.

“비켜, 이 개새끼들아!”

부응! 퍼윽! 퍽! 퍼윽!

쇠파이프를 휘둘러 이병렬의 앞을 뚫은 김진용을 노리고 쇠파이프가 비처럼 쏟아졌다.

“이 씨발놈들아! 비키라고!”

피범벅인 머리, 목덜미, 옆구리에 또다시 배트를 맞아서 휘청이면서도 김진용은 그 커다란 덩치로 이병렬의 곁을 지켰다.

퍼윽! 퍽!

김진용이 휘청이는 사이에 이병렬의 목덜미와 등에도 배트가 떨어져 내렸다.

“어딜 가! 이 개새끼야!”

그 처절한 장면 속에서 이병렬은 징그럽도록 악착같이 빠져나가려는 황원남의 멱살을 붙잡았다.

황원남은 이미 질린 눈빛이었다.

“계산은 해야지! 안 그래!”

푹! 푸욱! 푹!

이병렬은 마침내 황원남의 겨드랑이와 옆구리, 허리에 회칼을 박아 넣었다.

“야, 이 개새끼들아!”

그 직후에 이종환이 신강남파 덩치들과 달려들어 이병렬과 김진용을 둘러쌌다.

몸을 세운 이병렬과 김진용 모두 머리가 깨져서 머리칼이 흥건했고, 넘쳐난 피가 이마와 눈가, 볼을 적시고 있었다.

이래서 다들 신강남파는 어지간하면 건드리지 말라고 했을까?

“끄윽.”

무서운 광경이었다.

피범벅인 이병렬이 회칼을 거꾸로 들고, 바닥에 쓰러진 황원남의 목을 꽉 밟은 모습과 비슷하게 피를 덮어쓴 이종환과 김진용이 쇠파이프를 든 채 옆을 지키는 모습이 말이다.

“이 씨발 놈아. 우리 신강남파 식구들은 천안, 광주, 안산, 안중, 부산까지 한 번도 쉽게 먹은 적 없어. 얼굴 마주한 뒤에 적당하게 물러나는 거, 우린 몰라.”

“끄어억. 끄윽.”

짓이기듯 황원남의 목을 발로 비벼댄 이병렬이 자세를 낮췄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