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부 18권 - 14화 (366/513)

《366》2부 18권 - 14화

제6장. 야쿠자?

압구정동에 있는 ‘진도’라는 한정식집은 그저 그런 2층 양옥구조였다. 문 위에 달아둔 파란색 간판이 아니었다면 식당인 줄 모르고 지나갔을 만큼 외면은 구식 가정집이었다. 게다가 압구정동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구석에 박혀 있었다.

주차장이라고 해봤자 승용차 네 대 정도를 댈 수 있는 공간이 전부였고, 이미 안쪽에는 차들이 가득했다.

강성태가 탄 승용차가 식당 앞에 멈추자 근처에 있던 덩치들이 재킷의 앞을 만지며 자세를 잡았고, 내리기 무섭게 고개를 숙였다.

“뭐하냐?”

강성태는 가장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이병렬을 향해 농담 같은 질문을 던졌다.

“넘버 투가 보스를 봤으니까 인사를 해야지.”

“말도 더럽게 안 들어 먹으면서 무슨 넘버 투?”

식당으로 걸으며 주고받은 농담이었다.

바로 뒤에서 따르는 김진용을 제외하고 다른 덩치들이 들을 수 없는 상태라 가능한 농담이었다.

손바닥만 한 마당, 돌로 된 다섯 계단, 섀시와 유리로 된 현관문까지, 홍콩의 빌라를 옮겨다 놓았나 싶을 정도로 오래된 구조였다.

현관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이번에는 마루에 서 있던 정장 차림의 덩치들이 강성태를 향해 고개를 깊게 숙였다.

다른 놈들 아닌 최치곤이 꾸린 숙소의 덩치들이었다.

누군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박노익이 서울로 돌아왔다는 소식과 조태완과 아침을 함께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발설한 덩치가 저 중에 있었다. 그래서인지 인사를 받는 이병렬의 눈매가 곱지 않았다.

입을 놀린 덩치를 나무라는 건 조금 뒤에 해도 크게 문제 될 게 없었다. 게다가 이병렬이 김진용에게 뭔가 의미 있는 시선을 던지는 것으로 봐서 나름으로 계획도 있어 보였다.

“이쪽에 계십니다, 형님.”

강성태는 덩치가 안내하는 대로 거실을 가로질러 안쪽 방으로 움직였다. 방문 역시 세월을 꾸역꾸역 먹어서 기름때가 잔뜩 밴 갈색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마주 보고 앉아 있던 조태완과 박노익이 강성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늦었습니다.”

“출근 시간에 신월동에서 오는 건데 이 정도면 빨리 도착한 거지. 이리 앉아. 병렬이 너도 앉고.”

한 면에 한 사람씩 앉는 탁자에서 조태완이 문을 바라보는 중앙 자리를 강성태에게 권했다. 그리고 이병렬을 향해 문을 등지는 자리를 가리켰다.

바닥에 앉는 구조였다.

“저는 밖에 있겠습니다, 형님.”

“보스가 너를 얼마나 의지하는지 우리가 빤히 아는데 그럴 게 뭐 있어? 어차피 여기에서 의논한 내용을 전해 들어야 할 텐데 아예 함께 듣는 게 더 좋지. 앉아.”

“실례하겠습니다, 형님.”

조태완, 박노익에게 차례대로 고개를 숙인 이병렬이 강성태의 맞은편에 앉았다.

“식사는 준비되는 대로 나올 테니까 우선 이야기를 먼저 하자. 지금 바깥에 나를 따라서 경찰청 정보과 인간들이 와 있을 테고, 어쩌면 검찰 직원들까지 와 있을지 몰라.”

이병렬이 강성태의 몫까지 물을 따르는 동안, 조태완은 아침에 있었던 강욱과의 통화를 자세하게 들려주었다.

“보스에게 부탁이 하나 있다.”

“말씀하십시오.”

강성태를 바라보며 조태완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 대신 복잡한 감정이 담긴 한숨을 먼저 내쉬었다.

어떻게 보면 기특한 막냇동생을 보는 눈빛이었고,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산을 내려가는 수제자를 바라보는 듯한 사부의 표정처럼 보였다.

“마카오에 가야 한다고 들은 거 같은데 오늘 식사 마치고 오후에 바로 출국해. 보스만이라도 그곳에 있고, 나머지는 여기 사정 확인하면서 움직이자. 그렇게 해.”

이미 이야기를 마친 모양으로 조태완은 박노익을 돌아보았다가 다시 시선을 가져왔다.

“그럼 두 분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우리야 정 안 되겠으면 잠깐 들어가서 쉬다 오면 되지. 옛날처럼 코에 고춧가루 물을 부을 것도 아니고, 가진 거 뺏고 나면 적당히 처리하지 않겠어? 그나마 보스가 밖에 있어야 의지할 곳이라도 있지, 모두 골인돼버리면 일 봐줄 사람도 없잖아?”

이병렬을 앉으라고 하더니 여차하면 셋이서 교도소에 들어가는 상황까지 각오했던 모양이었다.

물론, 이병렬도 지금 이야기는 처음 듣는 눈치였다. 그런데도 당황하거나 억울해하기는커녕, ‘이렇게 푸는 것도 나쁘지 않지.’ 하는 얼굴로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차웅진 회장은 주먹이나 칼로 해결할 수 없는 상대야.”

강성태의 질문을 오해한 듯한 답을 조태완이 내놓았다. 말리고 싶어서, 절대 힘으로 해결할 생각하지 말라는 당부를 확실하게 전하고 싶은 게 분명했다.

“그런 게 아니라 차웅진 회장이 왜 갑자기 나섰는지 정확한 이유를 아십니까?”

“뭐?”

강성태의 질문이 있고 나서, 조태완은 바로 박노익을 돌아보았다.

“그때 박승양이라고 사채업자 봤잖아? 그 양반이 알려줘서 알았다. 조강치를 통해서 일본 돈을 돌렸는데 우리가 막아서니까 나선 거라고.”

조태완의 시선을 받은 박노익이 들었던 내용을 알려주었다.

“제가 궁금한 건 차웅진 회장이란 사람이 왜 조강치를 통해서 돈을 돌렸나 하는 겁니다. 여기 두 분이 합쳐도 감당 안 되는 엄청난 인맥과 돈, 막강한 권력을 쥔 양반이 왜 조강치를 상대했는지 아십니까?”

버스 요금이 얼마인지를 맞춰야 하는 사람들처럼 조태완과 박노익이 눈을 껌벅이며 답을 내놓지 못했다.

“아쉬운 게 있겠죠. 그러니까 조강치의 손을 빌렸을 테고요. 거기에 우리는 아직 차웅진과 맞선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일방적으로 밀고 들어온 겁니다.”

강성태의 말을 들으며 세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청이나 검찰이 움직이면 우리 네 명을 구속하는 건 일도 아닐 겁니다. 그런데도 감시를 붙여놓고 이렇게 모여서 의논하는 걸 그대로 둡니다.”

“그게 왜? 오늘 오후나 내일 새벽, 언제고 체포할 수 있으니까 그런 거 아닌가?”

“정보국장이 아직 출국 금지를 내리지 않았다고 했잖습니까? 그래서 저더러 마카오에 먼저 나가라고 하셨고.”

이제야 조태완은 강성태의 말에 담긴 뜻을 조금이나마 알아차린 눈치였다.

‘이거 봐?’

그의 눈이 그런 느낌으로 빛나고 있었다.

“과거 안기부가 어땠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조직의 생리도 병렬이에게 배우는 중이라 더더욱 과거에 어떤 모습이었는지도 모르고요. 다만, 과거부터 쭉 알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두 분이 지나치게 크게 보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위기를 빠져나갈 돌파구가 있어?”

“만나보십시오.”

강성태의 답을 기다렸던 조태완이 상체를 불쑥 세웠다.

강남 삼대장 중 두 사람이 차웅진을 만나라는 말 한마디에 긴장한 표정을 짓는 게 솔직히 우습기도 했다.

“동생? 만나서 뭐라고 하면 되는데?”

질문은 박노익에게서 나왔다.

“조강치와 붙은 건 조직 간의 싸움이었다. 오해가 있었다면 풀고 싶다. 우리에게 바라는 게 있느냐? 이 정도입니다.”

“보스가 고리대금업과 일본에서 들어오는 돈줄을 막아서 그런 거라고 보는데, 만약에 말이지. 차 회장을 만났는데 조강치가 했던 일을 우리더러 하라고 하면 어떻게 답해야 하지?”

요거 진짜 궁금하네.

조태완과 이병렬의 시선이 강성태를 빠르게 찾았다.

“시간을 달라고 해야죠. 보스가 꼴통이라서 당최 말을 들어 먹지 않으니까 작업을 해버리든, 설득하든, 시간만 좀 달라고 하십시오.”

“얼마나?”

“보름 정도면 됩니다.”

“그 뒤에는?”

“깡패 뭐 있습니까? 이래도 교도소 가고, 저래도 가는 거라면 차웅진 목을 그어버려야죠.”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세상 선량한 세 남자가 깡패 두목 강성태를 만나서 놀라고 당황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세 사람의 반응은 대단했다.

그나마 조태완이 가장 빠르게 얼굴색을 되찾았다.

“계획이 있어?”

“잠시 떠오른 건 있는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입술을 굳게 다문 조태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박노익을 다부진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차웅진을 만나보는 데도 그 정도 각오가 필요하다는 투였다.

잠시 정적이 흐를 때, 노크 소리와 함께 50 중반의 아주머니가 들어와 찬을 놓아주었다.

화려하거나, 비싸 보이거나, 평소 먹어보지 못한 고급 음식을 바란 건 절대 아니었지만, 여기가 식당이 맞나 싶을 정도로 소박한 반찬들이 줄줄이 놓였다.

고사리부터 시금치까지 나물만 대략 일곱 가지에 배추김치, 된장찌개, 소고기뭇국이 전부여서 마치 장숙경이 냉장고에서 되는대로 꺼내 뚝딱 차려준 아침상을 연상시켰다.

“들자.”

“맛있게 드십시오, 형님.”

가뜩이나 매콤한 걸 좋아하는 이병렬이 안 됐는데?

가볍게 웃은 강성태가 일행들과 밥을 먹기 시작한 다음이었다.

“형님. 숙소 지키는 동생 중에 김석문이라는 놈이 입을 함부로 놀려서 노익이 형님 서울로 올라오신 거랑 아침 식사 자리하시는 것까지 모두 소문났습니다. 식사 끝나고 버릇을 고칠까 합니다, 형님.”

이병렬이 내놓은 제안에 조태완은 쓰다, 달다, 말 한마디 없이 고개만 주억거렸다.

“차 회장에게서 보름만 시간을 얻으면 뭔가 있는 거지?”

“대강 짐작은 가는데 아직 확실하지 않아서 몇 가지만 알아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밥을 다 먹고 나서 커피를 마시는 동안, 강성태의 계획을 듣고 싶은 조태완이 은근슬쩍 질문을 건넸는데 딱히 답을 주지 못했다.

오랜만에 커피 둘, 프림 둘, 설탕 둘인 커피까지 다 마시고 나서 강성태와 세 사람이 몸을 일으켰다.

“보스, 잠깐만.”

문을 향하는 박노익과 이병렬에게 먼저 나가 있으라는 눈짓을 던진 조태완이 강성태를 찾았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단둘이 남은 방에서 조태완은 어색한 얼굴이었다.

“뭔데 그러십니까?”

“저기 말이지. 상황이 이렇게 된 건 아는데 세아가 강남 호텔에서 스테이크를 먹고 싶어 하거든. 저녁으로.”

레스토랑에 둘만 있게 해달라는 것도 아닐 테고, 저녁 식사 비용을 빌려달랄 것도 아닌데 그는 멋쩍은 표정으로 다시금 뜸을 들였다.

“세아가 아이를 가졌어.”

“예?”

“그래서 거기 스테이크가 먹고 싶은 모양인데 사정을 빤히 알면서도 속없이 가기도 그렇고.”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쭈뼛대는 조태완의 모습이 재미있어서 강성태는 유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축하드립니다. 하셔야죠. 식사.”

“속없어 보이지?”

“좋아 보입니다.”

“그래?”

잠시 조태완을 다독인 강성태는 그와 함께 방을 나섰다.

거실을 지나 주차장에 나왔을 때, 구석에 서 있는 김진용과 그 뒤에 고개를 떨군 덩치가 보였다. 아마도 입을 함부로 놀린 놈이 아닌가 싶었다.

“들어가십시오, 형님.”

덩치들이 줄줄이 인사를 건네고서야 조태완과 박노익이 식당을 떠났다.

“야! 그 새끼 이리 데려와!”

“예, 형님.”

김진용을 부른 이병렬이 곧바로 강성태에게 시선을 가져왔다.

“정영권이 이 개새끼. 부산 일 이후로 지방 선후배 불러서 어깨 힘 졸라리 주는 모양인데, 어젯밤에도 대구 식구들과 새벽까지 마셨단다. 이 새끼, 지금껏 전화가 없어.”

단속이 필요하기는 하구나.

경각심도 좀 줘야 하고.

강성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정영권은 신사 호텔에서 아침을 맞았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김정훈의 빈자리를 대신해 조태완의 심부름을 담당했고, 이어 강남 식구들을 이끌고 부산에 내려가면서 정영권은 이전의 어리바리한 모습에서 제법 틀이 잡힌 간부의 위용을 뿜어냈다.

위용만 그런 게 아니라, 이런저런 청탁이 정영권을 향해 달려들어서 지방의 작은 조직 선후배, 또래들이 수시로 찾아 고개를 조아렸다.

어젯밤도 대구에 클럽 하나를 오픈하려는데 도움을 좀 달라며 또래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잔을 기울였고, 마사지 받으며 잠든 탓에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

샤워를 마친 정영권은 아침을 먹을까 하고 옷을 입다가 스마트폰에 찍힌 이병렬의 이름을 보았다.

‘젠장!’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어쩌다 하루 늦게 일어났더니 그사이 전화가 왔었다.

이광준과 김종수가 클럽에서 두들겨 맞을 때 문 앞을 지켰던 사람이 다름 아닌 정영권이었다.

가장 먼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다음으로 이병렬과 강성태의 살벌한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부산에서 교창이가 당했는데 술을 처마시고 늦게 일어나?”

자칫하다가는 이병렬이든, 강성태든, 안주 그릇을 들어서 정영권의 머리통을 두들기기 꼭 좋은 상황이었다.

“에이, 씨…발.”

욕을 뱉어낸 정영권은 룸을 나서며 기다리고 있을 덩치에게 전화를 넣었다.

- 예, 형님. 일어나셨습니까, 형님?

“아침에 병렬이 형님이 찾으셨던데 무슨 일 있었냐?”

- 그게 형님. 태완이 형님과 노익이 형님, 성태 큰형님, 병렬이 형님께서 압구정동 진도에서 아침 식사 중이시랍니다, 형님. 태완이 형님을 정소국 형님이 모셨고, 노익이 형님과 큰형님을 신월동 진용도 형님이 숙소 식구들과 모셨답니다, 형님.

“야, 이 새끼야! 그런 일이 있으면 깨웠어야지!”

- 병렬이 형님께서 모임을 말하지 말랬다고 해서 저도 조금 전에 들었습니다, 형님.

“알았다. 지금 주차장이지?”

- 예, 형님.

엘리베이터를 대신해 계단을 내려가며 정영권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핑계가 필요했다.

강성태와 이병렬이 ‘아, 그런 줄 모르고 괜히 오해했었잖냐.’ 할 만한 핑계가.

주차장에 나설 때까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당장 절묘한 변명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나오셨습니까, 형님?”

“식사는 언제 시작했냐?”

“아침 일찍 자리하셔서 거의 끝날 때 됐을 겁니다, 형님.”

달려가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나저나 갑자기 왜 모이셨는지는 들었냐?”

“그게 형님.”

주변을 살핀 클럽 덩치가 정영권에게 상체를 기울이고는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경찰청에서 움직인 거 같답니다, 형님.”

“그 소리는 또 어디에서 들었어?”

“태완이 형님 모시는 동생들 사이에서 나온 말입니다, 형님.”

“그 정도야 성태 형님과 태완이 형님이 얼마든지 감당하겠지. 막말로 검찰과 경찰이 우리 노렸던 게 한두 번이었냐?”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다른 거 같습니다, 형님.”

이거 봐?

정영권은 클럽 덩치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경찰청이 왜 그러는데?”

그가 질문을 던진 직후였다.

신사 호텔에서 나온 일본인 관광객들이 줄줄이 앞을 지나갔다. 중급 호텔이어서 원래부터 일본인 관광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탓이었다.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형님. 병렬이 형님 뵙게 되면 말씀하시지 않겠습니까, 형님?”

“그렇지?”

역시 이병렬에게 연락하는 게 우선이었다.

스마트폰을 들던 정영권은 호텔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일본 관광객을 돌아보았다. 그런 뒤에 스마트폰의 번호를 눌렀다.

- 여보세요?

“정영권입니다, 형님. 식사는 마치셨습니까, 형님?”

- 너 지금 어디야?

“신사 호텔입니다, 형님. 업소 마쳤는데 일본 야쿠자로 보이는 놈들이 있길래 신사 호텔까지 따라왔다가 지금 막 나가는 거 확인하고 전화 드리는 겁니다, 형님.”

- 야쿠자?

됐다. 살았다.

정영권은 들리지 않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그놈들은 확인했어?

“예, 형님. 아무래도 잘못 짚은 거 같습니다. 아침에 관광객들하고 어울려서 주차장을 나갔습니다, 형님.”

어쩐지 이병렬의 음성이 배배 꼬인 느낌이었지만, 정영권은 나름 머리를 팽팽 굴리며 진심인 듯한 답변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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