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권 - 20화 (352/513)

《352》17권 - 20화

담을 잡아챈 강성태가 다리를 구부린 자세로 넘어설 때까지도 삼합회 조직원들은 출입문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시선을 빼앗긴 토끼를 노리는 것처럼 마당에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강성태는 앞으로 뛰쳐나갔다.

바람이 머리칼을 휘날렸고, 마당의 잔디에서 올라오는 풀냄새가 강성태의 코를 간질였다.

훅, 달려가는 강성태를 그제야 돌아본 조직원 둘의 눈에 ‘어?’ 하는 놀라움이 담기는 순간이었다.

강성태는 가까운 쪽 조직원을 덮쳤다.

개인적인 원한은 없다.

네가 바르지오 만시니에게 다른 원한이 없는 것처럼.

서거억!

쿠크리를 왼쪽으로 휘둘러 가까이 있는 조직원의 목을 가른 강성태는 몸을 빙글 돌리며 그 옆에서 자세를 비트는 또 다른 조직원의 목을 길게 그었다.

이대로 두면 소란이 일어난다.

목을 부여잡고 비틀대는 놈의 머리를 왼손으로 당긴 강성태는 두 번째 조직원의 목을 오른팔로 강하게 감았다.

“크르륵.”

“커흑.”

왼손으로 틀어막은 입과 오른 팔뚝으로 꽉 조인 머리에서 고통에 찬 소리가 새어 나왔는데 안에 들릴 정도는 아니었다.

왼손과 오른팔이 단박에 피로 물들었고, 연달아 뿜어지는 핏물이 강성태의 턱과 목덜미, 상체를 적셨다.

경련처럼 버둥대는 놈들의 다리 아래 발목과 허리에서 권총은 보이지 않았다.

안에 있는 놈들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가슴에 두른 가죽 칼집에 무쇠 칼을 꽂은 게 전부였다.

숨을 한 번 길게 내쉬는 사이, 두 놈이 늘어졌다.

입을 틀어막고 있던 왼쪽 놈을 바닥에 내려놓은 강성태는 오른팔로 감고 있던 놈의 뒤로 돌았다. 이어 놈의 겨드랑이에 팔을 끼워 끌어서 빌라의 담벼락에 기대 놓았다.

같은 방법으로 남은 한 놈도 끌고 가 그 옆에 앉혔다.

당장 보기에는 밤을 꼬박 새운 뒤에 함께 잠든 모습이었다.

물론 두 놈이 지나온 자리를 따라 핏자국이 길게 이어졌는데 마당에 널브러져 있는 것보다는 훨씬 자연스러운 자세였다.

아직 뒷마당에서는 어떤 소리도 나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키란 역시 두 놈을 완벽하게 해치웠다는 뜻이었다.

빌라 안에 얼마나 있는지 모른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고.

벽에 기대 놓은 놈의 가슴에서 무쇠 칼을 뽑아 허리 뒤로 넣은 강성태가 시선을 돌린 직후였다.

날카로운 눈매를 한 키란이 볼과 목, 가슴, 팔을 시뻘겋게 물들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담을 넘어 앞과 뒤에 있던 넷을 해치우는 데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깔끔하게 해결했습니다.’

묻고 답하며 확인할 필요 없이 마주친 눈빛만으로 충분했다.

만족할 만한 결과였다. 그러나 옆에 있는 빌라에서 누가 볼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시간을 끌면 그만큼 불리했다.

강성태는 빠르게 현관을 확인했다.

은선곤이 알아봤던 대로 손잡이를 잡은 뒤에 엄지로 눌러 여는 자물쇠 방식이었다.

강성태가 눈짓을 던지자, 고양이처럼 현관으로 움직인 키란이 문이 열리는 방향에 붙어섰다.

이런 경계에서는 대개 현관을 잠그지 않는다.

바깥에 세워 둔 네 명이 수시로 드나들어야 하고, 덮친 뒤의 반응으로 봐서 그저 독종들을 골라 데려다 놓았을 뿐, 훈련받은 대응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예상은 그렇더라도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게 현명했다.

자세를 낮춰 움직인 강성태는 벽에 기대두었던 놈 중 하나를 당겨서 현관 앞으로 끌고 갔다. 그런 뒤에 놈을 위로 들어 현관문 앞에 세웠다.

바다가 가까이 있는 모양이었다.

앞에 세워 둔 놈에게서 나는 피 냄새를 뚫고 날아온 바다 비린내가 코를 간질였다.

나직하게 숨을 내쉰 강성태는 허리 뒤에 꽂아두었던 무쇠 칼을 뽑아 들었다.

이 공간 안에 있는 모든 삼합회 조직원들을 죽여야 하기 때문에 문을 여는 순간 지옥이 펼쳐진다.

바르지오 만시니를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려면 피할 방법은 없었다.

강성태가 시선을 돌리자 키란이 엄지로 누르는 현관의 문을 붙잡았다.

끼이익.

예상대로 문은 바로 열렸다.

앞에 세운 놈의 어깨로 넘겨다본 시선에 내부가 들어왔다.

현관 왼편으로 거실, 그 안쪽에 방, 옆에 방, 주방, 오른쪽으로 화장실, 그 옆으로 계단.

소파에 있던 두 놈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강성태는 죽은 놈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아침잠이 덜 깬 얼굴들이었다.

훅, 키란과 함께 뛰어든 강성태는 멀리 앉아 있는 놈을 향해 들고 있던 무쇠 칼을 힘껏 뿌렸다.

훅훅훅훅. 퍼윽.

반쯤 몸을 세우던 놈이 이마에 무쇠 칼을 깊숙하게 꽂은 모습으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고, 그와 동시에 키란이 남은 놈을 덮쳤다.

돕거나 도움을 바랄 상황이 아니었다.

몸을 돌린 강성태는 곧바로 계단을 뛰어올랐다.

나무로 만든 계단이 ‘강성태가 올라간다!’라고 소리치는 것처럼 요란하게 삐걱거렸다.

열댓 계단을 뛰어오른 강성태는 쿠크리를 뽑으며 방향을 틀었다.

두 번째 계단은 일곱 개쯤 되었다.

단박에 계단을 올라간 강성태가 2층 거실에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소리를 듣고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오던 조직원과 마주쳤다.

‘뭐…?’

놈의 눈이 그렇게 묻고 있었다.

서거-억.

강성태는 놈의 목을 그으며 2층 거실로 뛰어들었다.

중앙에 묶어둔 바르지오 만시니를 중심으로 열 명에 가까운 덩치들이 소파에 앉아 반쯤은 졸고 있었다.

강성태를 본 놈들이 중국어 고함을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강성태는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바르지오 만시니를 향해 곧장 달렸다.

가장 가까이 있는 소파를 지나는 순간,

서걱! 서거-억!

급하게 몸을 세우는 두 놈의 목을 갈랐고, 달려가는 탄력을 이용해 바르지오 만시니의 가슴을 걷어찼다.

콰악. 콰드등.

됐다.

비록 비참하게 처박히기는 했지만, 바르지오의 목이나 가슴을 찌르려는 놈들이 있다면 반드시 몸을 숙여야 했다.

훌쩍, 바르지오를 넘어간 강성태는 맞은편에서 몸을 세운 조직원 둘을 덮쳤다.

서걱.

몸을 세우며 반사적으로 내민 왼팔 손목을 가른 강성태는,

서거-억.

연달아 놈의 목을 깊게 그었다.

핏! 핏핏핏핏핏!

그런 뒤에 다급하게 뒤로 물러나는 놈의 사타구니 안쪽을 빠르게 갈랐다.

“끄으윽!”

사타구니를 양손으로 붙잡으며 주저앉은 놈이 공포에 질린 비명을 질렀다.

저놈은 그냥 둬도 과다출혈과 쇼크로 무조건 죽는다.

남은 놈은 모두 여섯이었다.

다행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한 표현이지만, 그중 다섯은 무쇠 칼을 뽑아 들고 강성태를 노리고 있었다.

남은 한 놈이 문제였다.

뒤로 빠진 놈이 허리에서 권총을 꺼내고 있었다.

그 총알이 몸뚱이에 박히든, 빗겨나든 결과는 같았다.

한 발만 발사돼도 상황 더럽게 꼬인다.

이를 악문 강성태는 권총을 꺼내는 놈을 향해 쿠크리를 세차게 던졌다.

훅훅훅훅. 퍼윽.

권총을 꺼내던 놈의 눈과 눈 사이에 쿠크리의 날이 반 이상 깊게 박혔다.

털써-억.

놈이 뒤로 길게 넘어갈 때, 강성태가 빈손인 것을 알아챈 다섯 놈이 거칠게 달려들었다.

여기에서 강성태가 몸을 빼내면 기껏 구하러 온 바르지오 만시니가 죽는다.

휙. 터덕. 턱. 터덕.

날아드는 칼날을 연달아 때려낸 강성태는 가장 가까운 놈의 목과 가슴을 연달아 찍었다.

그 짧은 순간에 오른손 팔뚝과 어깨를 베었는데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목을 맞아 “꺽. 꺽.” 대는 놈의 손목과 멱살을 당긴 강성태는 무쇠 칼을 빼앗는 것과 동시에 놈의 몸을 돌려 앞을 막았다.

푹! 푸욱! 푸욱.

세 번의 칼질이 앞에 세운 놈의 몸을 파고드는 동안, 강성태는 빼앗은 무쇠 칼로 놈의 목을 세차게 그었다.

피잇.

잔인한 칼질이었다. 그러나 어설프게 해결하면 엎어져서 버둥대던 놈이 발목을 노릴 수 있고, 악착같이 기어가 묶여 있는 바르지오 만시니의 목을 찌를 수도 있었다.

넷 남았다.

고함을 지른 세 놈이 무쇠 칼을 휘저으며 다가올 때였다.

“권총! 권총!”

바르지오가 신음처럼 쏟아낸 말에 시선을 든 구석에서 상체를 숙인 놈이 권총을 집어 들고 있었다.

빌어먹을 권총.

바르지오만 아니어도 이렇게 당하지는 않을 텐데!

강성태는 또다시 몸을 세우는 놈을 향해 무쇠 칼을 뿌렸다.

훅훅훅훅. 퍼윽.

겨우 몸을 세웠던 놈의 뒷덜미에 무쇠 칼이 자루만 남기고 박혔고,

쿠다당.

요란한 소리와 함께 놈이 앞으로 엎어졌다.

이번에야말로 빈손인 강성태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처럼 남은 세 놈이 무섭게 달려들었다.

바르지오 만시니를 지켜야 한다는 강성태의 약점을 알아챈 눈치였다. 앞으로 달려드는 두 놈과 달리 한 놈은 옆으로 돌아 여차하면 바르지오 만시니의 목을 자르겠다는 것처럼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휙. 턱. 터덕. 핏! 피잇! 핏. 휙휙.

몸을 가르기 위해 날아드는 세 자루의 무쇠 칼을 막거나 피하기는 했지만, 왼쪽 팔뚝과 등이 갈라졌고, 이어서 뒤편 허리가 뜨끔할 정도로 깊게 베였다.

한 번만 앞으로 뛰어나갈 수 있다면 삼합회 조직원 셋은 해볼 만했다. 그러나 뒤에 쓰러트려 놓은 바르지오 만시니 앞을 지켜야 하는 약점이 워낙 컸다.

앞에 두 놈, 옆에서 기회를 노리는 놈 하나.

빠르게 날아드는 무쇠 칼을 강성태가 연달아 때려낸 직후였다.

정면에 있던 놈이 중국어로 고함을 질렀고, 그 직후에 옆에 있던 놈이 몸을 돌렸다.

권총을 집으려는 눈치였다.

다른 선택이 없었다. 그리고 둘이라면 해볼 만했다.

앞을 향해 몸을 움찔했던 강성태는 이를 악물며 오른쪽 놈에게 달려들었다.

휙. 홰액.

반사적으로 찌르는 무쇠 칼 너머의 손목을 잡아챈 강성태는 놈의 팔을 쭉 당겼다.

콰직.

딸려오는 놈의 미간을 이마로 들이받는 순간이었다.

서걱.

급하게 몸을 비틀었지만, 등허리를 파고들던 무쇠 칼이 옆구리 아래를 제대로 갈랐다.

“하오!”

처음 알아듣는 중국말이 그때 터졌다. 그와 동시에 일어난 후끈한 통증이 삽시간에 온몸을 뻣뻣하게 움켜쥐었다. 그러나 이 고통에 끌려가면 남는 건 죽음뿐이었다.

휙. 휙.

날아드는 무쇠 칼을 막을 틈도 없었다.

머리를 얻어맞아 흐물대는 놈의 손에서 무쇠 칼을 훑듯이 뺏어낸 강성태는 몸을 비틀며 권총을 집는 놈을 향해 세차게 뿌렸다.

훅훅훅훅.

먼저 앞에 있는 놈의 칼을 무시할 수 없었고, 다음으로 통증에 힘을 제대로 싣지 못했다. 더구나 앞에서 두 번이나 보았던 탓인지 권총을 집은 놈이 몸을 급하게 숙여서,

콰작.

날아간 무쇠 칼이 놈의 뒤편 나무 벽에 박혔다.

젠장.

핏. 피잇.

거기에 무쇠 칼을 던지고 난 강성태의 옆구리와 팔을 앞에 있던 놈이 또다시 갈랐다.

이렇게 끝나나?

두 놈 남았는데?

곱게 죽어줄 마음은 없으니까 지옥에 가려면 함께 가자.

두려움 없이 싸우다 죽으면 이모네 식구들과 키란이 행복하겠지.

강성태가 이를 악무는 순간이었다.

훅훅훅훅. 퍼윽.

계단의 끝에서 날아간 기형적인 빛줄기가 권총을 든 놈의 왼편 볼을 파고들어 오른쪽 끝으로 날 끝을 내놓았다.

키란이었다.

앞에 있던 놈이 놀라 돌아보는 순간이었다.

그럴 틈이 있어?

곧장 달려든 강성태는 놈의 목을 뾰족하게 세운 중지로 찍었고, 이어 머리를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턱의 구부러진 부분 끝에 손가락을 걸면 아무리 발버둥 쳐도 고개를 빼내지 못한다.

강성태는 남은 힘을 다해 버티는 놈의 목을 사선으로 치켜들 듯 돌렸다.

드드득.

한순간, 놈의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여태껏 강성태를 찔러대던 놈이었다. 그래놓고는 놀라고 당황한 놈의 눈과 얼굴에 공포와 살고 싶다는 욕망이 함께 담겨 있었다.

눈이 똑바로 마주친 상태였다.

으드드득.

강성태는 놈의 얼굴이 뒤를 향할 정도로 세차게 돌려서 완벽하게 숨을 끊었다.

털썩.

놈이 쓰러지는 사이에 이번에는 미간을 얻어맞아 기절한 놈에게 움직였다. 기절해 있는 덕분에 눈을 마주치지 않아서 마음은 편했다.

쓰러진 놈의 머리를 움켜쥔 다음 역시나 사선 방향으로 세차게 돌렸다.

드드드득.

뼈마디가 어긋나는 소리가 2층 거실을 울릴 때, 죽은 놈에게서 두 자루의 쿠크리를 빼낸 키란이 다가왔다.

강성태의 쿠크리를 건네준 키란이 바르지오 만시니를 묶어둔 밧줄을 끊어냈다.

“움직일 수 있어?”

“다리가 안 움직여.”

바르지오 만시니의 답을 들은 키란이 얼른 자세를 낮췄다.

“홍콩을 빠져나갈 방법은?”

“뒷산으로 올라가서 연락하기로 했다.”

그를 등에 업은 키란이 몸을 세운 직후에 강성태는 계단을 내려섰다.

들어올 때는 닫혀 있던 아래층의 방문이 열려 있었고, 수돗물을 틀어놓은 것처럼 피를 흥건하게 뿜어내는 시체들이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었다.

강성태가 앞섰고, 바르지오를 업은 키란이 뒤따라 움직이는 길이었다.

현관을 나선 강성태는 정문을 통과해 곧장 산으로 올라갔다.

“허억. 헉.”

바르지오를 업고 달리는 일은 쉽지 않아서 키란이 거친 숨을 토해냈다.

“조금만 견뎌.”

산을 달리는 길에서 강성태는 스마트폰을 꺼내 전원 버튼을 눌렀다.

잡목들 사이로 파고든 햇살이 강성태 일행을 감시하는 것처럼 사방에서 흔들릴 때였다.

“콰이 조우!”

멀리서 거친 중국말이 터졌다.

그 직후에 강성태는 입력해 놓은 번호를 눌렀다.

‘빨리 받아라! 빨리!’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등과 옆구리, 허리 부근에서 정말이지 참기 어려운 고통이 무섭게 올라왔다.

- 여보세요?

“차 가져와.”

은선곤의 말에 답한 강성태가 통화를 마친 뒤였다.

“전화기를 줘!”

키란의 등에 업힌 바르지오 만시니가 손을 뻗었다. 그의 눈에 잔뜩 올라온 독기를 보며 강성태는 전화기를 넘겨주었다.

“끄응.”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허리를 생으로 찢어대는 듯한 통증이 강성태를 계속 괴롭혔는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내리막길이었다.

“여기가 어디야?”

“타이 탐!”

바르지오의 질문에 답한 강성태는 오른팔을 뻗어 그의 등을 움켜쥐었다. 팔뚝이 끊어지는 듯한 새로운 통증이 달려들었는데 키란을 돕기 위해서는 반드시 견뎌야 하는 고통이었다.

뒤에서 다시 중국어 고함이 터진 다음이었다.

“화이트 테일! 홍콩 타이 탐! 당장 빠져나갈 방법이 필요해!”

연달아 내지른듯한 바르지오의 음성이 들렸고, 이어 저 멀리 아파트를 지난 뒤편 입구에서 은선곤이 타고 온 승용차가 보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차에서 내리지 말라고 했었다. 그러나 피범벅인 강성태와 바르지오 만시니를 업고 있는 키란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조수석에서 내린 은선곤이 뒷문을 열고 있었다.

내리막길을 30미터쯤 남겨두었을 때였다.

“뒤에 따라붙었습니다! 서두르세요!”

은선곤이 악을 바락바락 질렀다.

돌아볼 틈은 없었다.

대신 강성태는 거친 숨을 몰아쉬는 키란의 등에 업힌 바르지오의 등을 좀 더 힘껏 위로 들었다.

마지막 10미터의 내리막을 위태롭게 달린 키란이 승용차와 은선곤을 들이받듯이 부딪치고 나서야 몸을 세웠다.

“타! 타라고!”

키란이 몸을 던지듯 뒷좌석으로 뛰어들었고, 이어 바르지오 만시니를 구겨 넣다시피 밀어 넣었으며, 그 위로 강성태가 끼어들었다.

끼이이익!

앞바퀴가 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승용차가 달려나갔다. 겨우 상체를 세운 강성태가 고개를 돌렸을 때, 내리막길을 달려와 도로에서 씩씩대는 삼합회 조직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홍콩 경찰사격연습장으로. 그리 가야 돼, 미스터 강.”

뒤를 돌아보는 강성태의 시선을 바르지오 만시니가 힘겹게 당겼다.

‘어떻게 할까요?’

질문 대신 조수석에서 상체를 비튼 은선곤을 향해 강성태는 분명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경험하는 진한 피 냄새가 역겨운 눈치였다. 그런데도 은선곤은 의연한 표정과 태도로 상체를 돌리고는 기사에게 목적지를 분명하게 전했다.

“허억. 헉.”

강성태와 키란은 각각 운전석과 조수석의 뒤에 상체를 기댄 모습으로 숨을 골랐다.

앞쪽이 온통 피범벅이어서 옆을 지나는 승용차에서 보는 걸 막고 싶어서였고, 실제로 숨이 가빴으며, 올라오는 고통을 이겨내기 힘들어서였다.

“미스터 강. 나를 납치한 놈이 삼합회 부두목 섭충명이 맞아?”

나직하게 부르는 소리에 강성태는 고개만 돌렸다.

“내가 그 인간이 먹은 밥알의 숫자까지 정확하게 알려주지.”

아직 피조차 제대로 닦지 못한 얼굴로 강성태는 픽 웃었다.

“미안하다. 잘못했다.”

그 직후에 시선을 떨군 바르지오가 지친 얼굴로 사과를 내놓았다.

어색한 정적이 흐른 다음이었다.

“부상이 심한데 경찰사격장으로 갈 필요 있습니까?”

대화를 지켜보던 은선곤이 걱정 가득한, 그리고 아직 적응하지 못한 피 냄새가 힘겨운 얼굴로 질문을 건넸다.

“거기까지만 가면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하겠소. 나보다는 미스터 강을 믿고 가주면 됩니다.”

“다른 사람의 여권으로 입국한 상태라 가능한 한 빨리 출국해야 합니다.”

“내 전공이니까 그것 역시 아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입국기록부터 오늘 승용차가 움직인 CCTV 기록까지 깨끗하게 삭제해 드리겠소.”

이 사람의 정체는 또 뭐야?

의아한 눈을 했던 은선곤이 강성태를 돌아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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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말씀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최종보스를 연재하는 글쟁이 무장입니다.

먼저 부족한 글에 주시는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독자님들의 응원 덕분에 모자란 글쟁이가 여기까지 글을 연재할 수 있었습니다.

원래 최종보스는 17권 30화로 완결 예정이었던 글입니다. 글솜씨가 부족한 점이야 타고난 재능 탓이라 어쩔 수 없더라도 뻔히 보이는 내용을 길게 늘이지는 말자는 결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댓글 중에 독자님들께서 말씀 주셨듯이 사건 자체가 커지면서 자칫하면 글이 급하게 마무리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었고, 엠제이스토리와 스토리위즈(KT) 편집담당자의 조언 또한 비슷한 내용이어서 부득이하게 글을 좀 더 끌고 가고자 합니다.

깔끔하게 17권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점에 대해 먼저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다음으로, 현재 매일 다음 날의 글을 전날 급하게 작성하는 터라 그나마 부족한 글에 완성도마저 떨어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17권 20화 이후에 잠시 연재를 중단하고, 비축분을 조금이나마 모아 다시 연재를 재개할 예정입니다.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만, 정확한 일정은 공지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이 글쟁이의 재능이 부족한 탓입니다.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 또다시 고개 숙여 당부드립니다.

장마와 불볕더위가 번갈아 가며 기승을 부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질병이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빼앗아간 어려운 시기입니다.

모쪼록 건강에 유의하셔서 안전하고 행복한 여름 되시길 바랍니다.

무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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