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17권 - 14화
늦은 오후였다.
저녁 약속을 위해 방지병원을 나선 강성태는 아르윈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단둘이 움직이는 길이었다. 그 덕분에 다른 사람이 듣지 않는 공간에서 준비했던 일들을 점검할 수 있었다.
“필리핀에 부탁한 일들은 얼마나 진행됐어?”
“히트맨 다섯 명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서른 명이 마카오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있었습니다, 형님.”
“벌써?”
“멕시코 현장 근로자의 급여가 워낙 커서 인력을 송출하는 일에 필리핀 가디언스파 보스가 사활을 걸고 달려들고 있습니다. 형님께서 요청하신다면 아마 필리핀 가디언스 조직 전체가 마카오로 넘어갈 겁니다, 형님.”
과장을 어느 정도 담았겠지만, 아르윈의 표정은 진지했다.
하기는, 계획도시를 만드는 사업이었다. 생산 시설에 맞추느라 규모 또한 대단했다.
이런 기회에서 단순히 인력만 송출하고 수수료를 받으면 끝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앞으로도 절대 사업하면 안 된다.
필리핀 근로자들이 이용할 식당, 술집, 그들만의 문화를 즐길 공간이 창출하는 이익을 계산하면 아르윈 말마따나 가디언스파 전체가 달려들 만했다.
그 점은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컨소시엄 업체에 고용된 우리 근로자들이 근무를 마친 저녁이나 휴일에 즐길 만한 음식점, 술집 등은 예상외로 엄청난 이권이었다.
그 외에도 그렇게 확실한 거점을 마련하면 멕시코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와 즐기기 시작한다.
그때부터가 두 번째 기회였다.
우리 음식과 문화에 익숙해진 사람들을 바탕으로 식당과 유흥업소를 멕시코에 퍼트린다면 계획도시에서의 수입은 장난처럼 느껴질 수 있었다.
어쩐지 일이 너무 커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강성태는 시선을 밖으로 돌렸다.
앞선 모든 계획이 사실은 마카오 회의를 무사하게 마쳤을 때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 지금은 훗날을 염려하기보다 바르지오 만시니를 구하는 일이 급했고, 회의가 끝날 때까지 곤잘레스 이두안을 지키는 게 우선이었다.
어둠이 깔리는 건물을 바라보며 강성태가 바르지오 만시니를 떠올릴 때였다.
“저기 형님. 확실하지는 않지만, 일본과 베트남, 태국의 조직이 삼합회와 손잡았는지 확인해보라는 언질이 있었습니다.”
창밖을 보고 있던 강성태의 시선을 아르윈이 당겼다.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가 뭔데?”
“마카오에서 태국의 싸만코차호타 조직과 하노이파 조직원들이 야쿠자로 보이는 인물들과 함께 식사하는 장면을 보았답니다, 형님. 평소 어울리지 않던 두 조직이 일본 야쿠자와 함께 마카오에 있는 걸 보자 그런 의심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아르윈의 보고를 들은 강성태는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멕시코 사업을 빼앗기 위해 얼마든지 손잡을 수 있는 조직들이었다. 더구나 일본 야쿠자는 부산의 조강치가 깨지면서 사채로 굴릴 돈과 마약, 밀수의 통로가 아쉬워져 특히나 삼합회와 손잡을 소지가 충분했다.
“혹시 삼합회와 만나는지 지켜봐 줄 수 있을까?”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형님.”
답을 한 아르윈이 호텔의 입구로 방향을 틀었고, 이어서 도어맨 앞에 차를 멈췄다.
“저녁을 먹을 거라서 시간이 좀 걸려.”
“뒤에 조직원들이 함께 왔습니다. 교대로 저녁 먹으면서 대기하겠습니다.”
확실히 아르윈의 판단과 일 처리는 인정해야 했다. 그 외에도 필리핀 가디언스파의 대가리가 강성태를 극진히 모시라며 당부한 눈치도 보였다.
아르윈에게 고개를 끄덕여준 강성태는 도어맨이 열어주는 문을 통해 승용차 밖으로 나섰다.
저녁 시간이었다.
온갖 모임을 위해 호텔을 방문했던 이용객들이 강성태를 보고는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
‘연예인이지?’
‘너도 그런 거 같지? 어디서 봤더라?’
시선이 주는 느낌은 대개 비슷했다.
“미스터, 강.”
게다가 금발에 정장 차림을 한 곤잘레스 이두안의 비서 두 명이 공손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이자 시선이 더욱 집중되었다.
평소라면 서둘러 로비로 향했을 강성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시선에 드러날 수 있도록 입구에서 시간을 끌었다.
“회장님은 어디 계십니까?”
“스카이라운지로 모시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안내하겠습니다.”
일부러 비서 두 명에게 질문을 던졌던 강성태는 앞서라는 투로 입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어쩜!’
가까이서 강성태의 영어 질문을 들었던 젊은 여성 두 명이 서로 번호를 물어보라는 듯 눈짓으로 권유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호텔 앞에 서 있는 강성태의 사진을 찍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비서들을 따라 호텔에 들어선 강성태는 로비를 가로질러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힐끔거리며 달려드는 시선은 로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럴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강성태가 신강남파 두목이라는 사실과 처절했던 부산에서의 싸움을 보게 된다면 저들의 시선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했다.
간혹 철없는 사람 중에는 조직의 삶에 흥미를 느끼는 이들도 있었는데, 그들 역시 피범벅인 모습, 더럽고 야비한 음모와 배신, 처절한 싸움을 보거나 직접 경험한다면 절대 이쪽을 돌아보지 않으리라고 확신했다.
얽히지 마세요.
깡패는 누군가가 뿜어내는 욕망을 먹으며 살아가는 괴물들입니다.
한순간 아쉬움에 이광준이나 김종수 같은 깡패를 만나 도움을 청하게 되면, 마지막은 결국 지닌 걸 모두 빼앗기고, 인생을 망치게 됩니다.
밝은 세상을 피하듯 로비를 지난 강성태는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면서 정면 안쪽의 거울이 강성태를 비춰주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 입구를 향해 돌아선 강성태는 날카로운 경고를 받은 것처럼 아프게 숨을 내쉬었다.
이모 장숙경에게 말할 정도로 떳떳한 삶을 살고 있는지, 미래를 약속한 안다미에게 부끄러운 짓을 한 건 없는지, 안쪽에 있는 거울이 지금 모습을 돌아보라는 경고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침묵 속에서 올라간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둥그런 조명을 따라 오른쪽으로 움직인 비서 두 명이 라운지 입구에서 강성태를 돌아보았다.
“안내해줘서 고맙습니다.”
두 사람에 인사한 강성태는 안으로 들어가 라운지를 둘러보았다.
강남의 야경을 품은 창을 따라 테이블이 놓였고, 촛불을 켜놓은 중앙의 자리에서 은선곤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는 강성태를 향해 공손한 태도로 상체를 숙였다. 그리고는 강성태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원대한 야망처럼 길게 늘어선 빌딩 숲이 그의 뒤에 있었다. 테이블에 켜진 촛불이 아직은 숨죽여야 하는 그의 현실을 보여주듯 조심스럽게 일렁였고, 천장에서 내려오는 조명들은 훗날 그가 주인공이 될 거라며 주장하듯 빛나고 있었다.
“일찍 왔습니까?”
“아직 7시 전입니다, 회장님. 전망이 워낙 좋아서 지루한 줄도 몰랐습니다.”
악수를 나누는 사이 은선곤은 상처가 가득한 강성태의 손을 분명하게 보았다. 그런데도 그의 눈빛이나 표정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앉죠.”
강성태가 앉기를 기다렸던 은선곤이 맞은편에 자리했다.
“주문은 한 분이 더 오시면 하겠습니다.”
다가온 직원을 돌려보낸 강성태는 다시 은선곤에게 시선을 주었다.
“며칠 뒤에 마카오에서 멕시코 사업을 확정하기 위한 투자자 회의가 있습니다. 일종의 요식절차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전장이라고 봐야 합니다.”
고작 두 번째 보는 자리였다. 게다가 저녁을 먹자고 불러서 마주 앉은 직후였다.
황당하게 느껴질 이야기인데도 은선곤은 무서우리만치 덤덤한 태도였다.
“놀라지 않는군요?”
“모시는 분들이 워낙 걷잡기 어려운 성향을 지니셔서 거기에 적응한 점도 있고, 원래 성격도 어지간한 일에 별로 놀라지 않습니다.”
은선곤의 답을 들은 강성태는 다시 입을 열었다.
“곤잘레스 이두안 회장이 이 자리에 나올 겁니다.”
“예?”
“목숨을 내건 전장이라는 말에도 눈 하나 깜짝 않더니 회장님을 뵙는 게 그 정도로 놀랄 일인가요?”
“곤잘레스 이두안 회장이라면 멕시코 사업을 계획하신 분이 아닙니까?”
은선곤이 당황한 표정을 얼른 감출 때였다.
라운지로 존 보스만이 들어섰고, 뒤따라 들어온 경호원 두 명이 손을 앞으로 잡고 입구 좌우를 지켰다.
“오셨나 봅니다.”
강성태를 따라 몸을 일으킨 은선곤이 입구로 시선을 돌린 직후였다.
노타이에 셔츠, 세련된 정장 차림의 곤잘레스 이두안이 강성태를 향해 곧장 다가왔다.
“미스터 강.”
그는 먼저 강성태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은선곤을 돌아보았다.
“이쪽은 컨소시엄 회장단 총괄 비서, 은선곤 씨입니다. 은선곤 씨. 멕시코 사업을 구상하고 진행하시는 곤잘레스 이두안 회장입니다.”
강성태는 먼저 영어로, 이어서 우리말로 두 사람을 번갈아 소개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은선곤입니다. 말씀은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직접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미스터 강이 내 이야기를 많이 했던가요?”
은선곤의 격식 있는 영어를 들은 곤잘레스 이두안이 확인처럼 강성태를 돌아보았다.
“대학에서 공부할 때 회장님께서 일으키신 정유 사업에 관한 리포트를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국제 유가 하락에 대응하는 방식과 오일 쇼크 때마다 보여주신 놀라운 수완, 그 외에 산유국과의 관계 등을 공부했었습니다.”
“고맙군요. 다음 이야기는 자리에 앉아서 할까요?”
듣기 좋은 평가에 부드럽게 미소 지은 곤잘레스 이두안이 자리를 권했다.
그가 창을 바라보는 자리에 앉았고, 그 좌측에 강성태, 우측에 은선곤이 자리했다.
다른 손님들이 전혀 없는 것으로 봐서 라운지 전체를 사용하는 게 분명했다.
“저녁 메뉴를 미리 주문해 놓기는 했는데 따로 원하는 게 있다면 얼마든지 추가하면 됩니다. 그럼 식사 전에 와인을 한잔할까요?”
곤잘레스가 뒤를 돌아보자 그의 수행원 두 명이 움직여 잔을 내려주었고, 이어 와인을 따랐다. 수행원뿐만 아니라, 주방에도 그가 데려온 요리사들이 분주하게 음식을 만들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잔을 든 이두안이 권해서 셋이서 가볍게 한 모금씩 와인을 마셨다.
잔을 내려놓은 다음이었다.
“나는 미스터 은의 선친을 두 번 뵌 적이 있습니다.”
곤잘레스 이두안이 뜻밖의 말을 꺼냈다.
은선곤의 선친이 그 정도로 힘이 있는 사람이었어?
강성태는 흥미로운 시선으로 곤잘레스와 은선곤,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지금 미스터 은의 모습이 선친과 흡사하군요.”
“제 출신에 대해 알고 계시니 말씀드리기가 편할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제가 이번 멕시코 공사 총괄 책임자로 나서게 될 겁니다. 그 자리를 선택한 대신 저는 더 이상 그룹의 도움을 받지 못합니다.”
영어로 오가는 대화였다.
“물론 이번 마카오에서 위험한 일이 많을 거라는 말도 조금 전에 들었습니다. 그렇더라도 이 공사가 제 인생의 가장 큰 기회라고 여기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매달리고 있습니다.”
말과 달리 은선곤은 속을 알기 어려울 정도로 가라앉은 표정과 눈빛을 하고 있었다.
“일이 진행되면 미스터 은의 생명을 노릴 거라는 사실도 충분히 알겠군요?”
“그렇습니다, 회장님.”
이거 봐?
어쩐지 대화가 빠르게 달려나간다는 생각에 강성태는 침묵을 지키는 태도로 두 사람을 계속 지켜보았다.
“내 목숨을 노리는 조직들이 제법 있습니다. 과거에도 그랬었고,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 마찬가지겠지만, 이번은 유독 위험한 수준입니다. 혹시 나를 노리는 조직에 관해 아는 게 있습니까?”
직선적인 질문이었다.
뭔가 있구나!
그렇지 않다면 곤잘레스 회장은 저렇게 대놓고 질문하기보다 빙글빙글 돌리며 상대방의 숨통을 조이는 스타일이었다.
“중국의 야욕에 따라 삼합회가 개입한 것까지 보고받았습니다, 회장님.”
답을 들은 곤잘레스 이두안이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카오에서 나의 안전을 여기 미스터 강이 책임지게 됩니다. 그 회의를 무사히 끝내서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된다면, 이후 2차 공사의 업체 선정도 지금과 같이 미스터 강이 정하게 될 겁니다. 무슨 뜻인지 이해합니까?”
“한식구가 되든가, 철저하게 이익을 계산하는 장사치로 남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권유로 들었습니다, 회장님.”
은선곤의 답을 들은 곤잘레스 이두안이 의미를 알기 어려운 미소를 얼굴에 가득 담았다.
“선택은 미스터 은의 몫입니다. 이제 저녁을 주문할 생각인데 어떻게 할까요?”
“저녁 초대를 받아서 왔습니다, 회장님.”
“흐하하하.”
태연한 얼굴로 당찬 대꾸를 내놓은 은선곤의 모습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전에 없이 이두안이 통쾌하게 웃음을 보여주었다.
“식사를 준비해.”
그가 지시하자 수행원들이 앞접시와 함께 테이블이 가득 찰 정도로 전채 요리를 올려놓았다.
“마카오 회의에 함께 갈 수 있겠습니까?”
양손을 이용해 샐러드를 옮겨놓으며 곤잘레스가 질문을 내놓았다.
죽을지 모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장소였다. 그런데도 곤잘레스 이두안은 마치 카지노에 함께 놀러 가자는 듯 가벼운 톤이었다.
어떻게 할래?
점점 흥미를 더해가는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강성태는 은선곤의 답을 기다렸다.
시선을 알아차렸을까?
질문을 받은 은선곤이 강성태를 똑바로 보았다.
그의 시선을 따라 곤잘레스까지 강성태를 바라본 직후였다.
“마카오에 간다면 제 안전도 책임져 주실 수 있습니까?”
은선곤의 당돌한 질문에 강성태는 먼저 재미있다는 얼굴로 웃었다.
“과거에는 여기 곤잘레스 회장님의 경호팀장이었지만, 지금은 내 사람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만 지킵니다.”
이번에는 곤잘레스 이두안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강성태와 은선곤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강남파에 저와 같은 두뇌도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강성태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당찬 질문이었다.
장난하는 건가?
날카롭게 변한 강성태의 시선을 은선곤은 가면을 벗어던진 것처럼 열정적인 눈빛으로 마주 보고 있었다.
“왜 이렇게까지 급하지?”
우리말로 던진 강성태의 질문이 건너갔고,
“신강남파를 나름 공부했습니다. 조태완이란 분이 데리고 있는 변호사를 제외하면 두뇌가 없습니다. 멕시코 공사를 진행한다면, 계획도시의 설계와 운영, 그와 동시에 국내 시장을 노리는 삼합회와 야쿠자를 상대하셔야 합니다.”
숨도 쉬지 않은 상태에서 은선곤의 답이 있었다.
“저녁을 하자고 전화하셨을 때부터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함께 일하면서 천천히 평가하셔도 되잖습니까?”
수행원 한 명이 다가와 곤잘레스 이두안의 귀에 대고 영어로 지금의 대화를 전해주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나오는 이유?”
“곤잘레스 회장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제가 모시는 그룹 정세원 회장님이 제게는 배다른 형님 되십니다. 아무리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춰도 제가 능력을 보이면 제거 대상에 속합니다.”
다부지게 말을 뱉은 은선곤이 잠시 숨을 들이마셨다.
“멕시코 현장 책임자가 된 것도 그곳에서 적당히 죽기를 바라서 준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살고 싶습니다. 능력도 보이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어떤 경우에도 저를 지켜줄 벽이 필요합니다.”
마침내 은선곤이 가슴 저 안쪽에 품었던 말을 꺼내놓았다.
“이제 저를 거두시든가, 장사치로 대하시든가, 선택은 회장의 몫입니다.”
밤을 배경으로 화려하게 변한 빌딩들이 머리를 바싹 세운 채 라운지를 기웃거리고, 테이블에서 일렁이는 촛불이 긴장된 순간을 피하려는 듯 요리 위를 뛰어다닐 때, 강성태는 픽 웃었고, 곤잘레스 이두안이 더할 수 없이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은선곤과 함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