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권 - 19화 (331/513)

《331》16권 - 19화

깊은 새벽, 거칠게 달려간 승용차와 승합차들이 사선으로 꽂히듯 맨션 앞으로 달려들었다.

요란한 엔진 소리, 급하게 밟은 브레이크 탓에 터진 타이어 소리가 날카롭게 새벽을 찢었다.

담뱃불을 붙이기 위해 고개를 기울이던 덩치들 둘과 멍하니 서 있던 덩치들이 바라보는 앞에서 승용차와 승합차의 문이 일제히 열렸다.

“뭐야!”

놀란 외마디 외침과 함께 입구를 지키던 부산 덩치들이 자세를 바로잡는 순간이었다.

승용차에서 내린 유충일은 곧장 입구를 향해 움직였다.

“이런 씨발놈들이?”

상황을 알아챈 부산 덩치 하나가 욕을 뱉어낼 때였다.

“성호야!”

“가십시오, 형님!”

유충일이 거칠게 부른 소리에 조성호가 악을 쓰며 답했다.

당황하는 부산 덩치들에게 달려간 광주 덩치들이 쇠파이프와 배트, 회칼을 독하게 휘두르면서 입구는 삽시간에 뚫렸다.

부으응! 퍼서석!

안으로 들어간 유충일을 노리고 날아든 쇠파이프가 현관 유리를 깼지만,

부응! 퍼으윽! 퍼윽! 퍼윽!

작정하고 달려든 최치곤의 숙소 덩치들이 계단을 막아선 부산 덩치들을 마구잡이로 두들겼다.

“이런 씨발 새끼들이! 여기가 어느 분 건물인 줄이나 알고 이래!”

계단 위쪽에 내려오던 부산 덩치가 현관이 울리도록 고함을 지른 직후였다.

“신강남파 보스께서 민병련을 가져오라고 하신 말씀만 듣는다! 부산이고 깡치고, 그런 거 나는 몰라!”

밀리지 않을 정도로 악을 쓴 유충일이 곧장 계단을 휙휙 뛰어올랐다.

혼자 저렇게 가면 위험했다.

최치곤이 급하게 달렸고, 광주 숙소 덩치 열 명이 뒤따랐다.

휘익!

계단 위에 있던 덩치는 대뜸 회칼을 휘둘렀다.

상체를 비틀었으나 옆구리가 갈라졌다. 그런데도 유충일은 곧장 부산 덩치에게 달려들어 울대를 팔꿈치로 세차게 찍었다.

“커흑!”

목을 움켜쥔 부산 덩치의 몸이 구부러질 때, 유충일은 이미 계단을 뛰어오르고 있었다.

부으응! 퍼윽!

기울어진 부산 덩치의 머리를 쇠파이프로 세차게 갈긴 광주 숙소 덩치들이 위로 달려가는 순간에,

“끄아악!”

처참한 비명이 계단 위쪽에서 터졌다.

이를 독하게 깨문 최치곤이 미친놈처럼 계단을 올라섰을 때, 코너를 등진 유충일은 회칼을 든 십여 명을 홀로 상대하고 있었다.

핏! 휙! 피잇! 푹푹!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이 유충일은 아예 목숨을 내놓은 사람처럼 날뛰고 있었다.

팔뚝과 옆구리가 갈라졌고, 어깨를 찍혔는데 그사이에 그는 여섯 명을 혼자 쓰러트렸다.

“치곤이 지켜!”

누가 누구를 걱정한다고!

피투성이가 된 유충일이 아직 서 있는 부산 덩치 셋을 향해 달려들며 고함을 버럭 질렀다.

“형님!”

그의 앞을 광주 덩치 하나가 막아선 직후였다.

“비켜, 이 새끼야!”

앞을 막아서는 광주 숙소 덩치의 뒷덜미를 당겨 빼낸 유충일이 부산 덩치들의 회칼 앞으로 달려들었다.

푸욱!

피하지 못한 회칼이 유충일의 배를 파고들었다.

“이런, 씨벌!”

회칼의 날을 왼손으로 잡은 유충일이 이가 드러날 정도로 독한 얼굴을 하고는 상대방의 옆구리에 회칼을 꽂아넣었다. 그리고는 날을 거꾸로 돌려 위로 들었다.

“끄악! 끄으-악!”

처절한 비명이 어둑한 복도를 가득 울리고는 위와 아래를 동시에 휩쓸었고,

부으응! 퍽! 푹! 푹푹!

남은 두 명을 광주 덩치와 최치곤이 해치웠다.

“서둘러!”

피가 쏟아지는 옆구리를 움켜쥔 유충일이 또다시 계단 위를 향해 달렸다.

독한 표정과 눈빛, 회칼로 옆구리를 가를 정도로 잔인한 칼질, 배를 찔리고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달려가는 몸짓까지, 마약을 먹었나 싶을 정도로 유충일은 거침이 없었다.

“이런 씨발놈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시벌럼들아! 뭐라고 해도 여긴 못 지나가!”

소식을 듣고 새로 달려온 놈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현관에서 거친 음성이 들렸고, 이어 고함, 비명, 유리창 깨지는 소리, 쇠파이프가 철문을 때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계단을 타고 달려들었다.

“허억. 헉.”

악착같이 5층까지 달린 유충일이 문을 벌컥 여는 순간이었다.

휘익! 휙!

회칼이 불쑥 달려들었고, 이어서 뻗어 나온 손들이 유충일의 멱살과 가슴 부위를 붙들고 안으로 끌었다.

“이익!”

푹! 푸욱! 푹! 푹푹!

저 방법밖에 없었을까.

굳이 저렇게 무식하게 문을 열어야 했을까?

“씨발새끼들아!”

단순한 두 가지 의문을 떠올리면서도 최치곤은 유충일의 뒤를 따라 복도에 뛰어들었다.

푹. 푹푹. 푹.

유충일의 몸에 셀 수 없이 많은 회칼이 박히고 있었다.

끔찍한 칼질 속에서 유충일은 또 그만큼 많은 부산 덩치의 목덜미와 옆구리에 쉴 새 없이 회칼을 꽂아넣고 있었다.

푸욱! 푹!

옆구리에 회칼을 맞은 최치곤이 이를 악물며 상대방의 몸뚱이를 찔렀을 때였다.

“뭐 하냐! 치곤이를 지켜!”

광주 숙소 열 명이 최치곤을 둘러싸다시피 몸뚱이를 던졌다.

“비키십시오, 형님!”

푹푹, 광주 숙소 덩치들의 몸뚱이를 찌르는 회칼을 보며 최치곤은 발악처럼 고함을 질렀다.

“우리 형님이 저렇게 버티시는 이유를 몰라! 동생은 얼른 501호를 열어!”

계단 바로 앞이 501호였다.

“뭐 해, 시방! 어여 열드라고!”

광주 덩치의 고함이 터지는 옆에서 최치곤은 옆구리를 감싸고 벽에 기댔고, 악에 받친 신강남파 숙소 덩치들은 501호의 문고리를 배트로 거칠게 내리쳤다.

콰응! 쾅! 콰자작!

“비켜!”

부서진 문고리 안쪽에 손을 넣은 덩치 한 명이 고리를 당기는 순간이었다.

문이 열리며 이번에는 다섯 명 정도가 쏟아져 나왔다. 그들이 손에 든 회칼이 번득이며 숙소 덩치들을 노리는 순간이었다.

“이익!”

최치곤은 이를 악물며 쏟아져 나오는 다섯 명을 향해 달려들었다.

푸욱! 푹푹! 푹!

삽시간에 셋을 찌른 최치곤은 그와 동시에 어깨와 허리, 팔뚝에 회칼을 맞았다.

“으아아!”

그 직후에 복도 안쪽에서 유충일의 고함이 들렸다.

이제 알았다.

유충일이 왜 저렇게 무식하게 달려들었는지.

삽시간에 501호 앞을 비우며 밀고 들어간 유충일은 부산 덩치들을 복도 저쪽으로 밀어냈고, 홀로 막아섰다.

또 그는 입구에서 버티는 조성호에게 10분만 견디라고 당부했었다. 그 안에 민병련을 꺼내기 위해 유충일은 처음부터 죽음을 각오했던 게 분명했다.

부으응! 퍼윽! 퍼으윽!

방에서 나온 다섯 중 남은 두 놈의 머리를 쇠파이프와 배트로 깨트린 숙소 덩치들이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이 씨발 새끼야! 우리 보스께서 찾으신다!”

부으응! 퍼윽! 퍽! 퍼윽!

단박에 배트와 쇠파이프를 휘둘러 민병련을 피범벅으로 만든 숙소 덩치들이 그를 질질 끌고 나왔다.

“형님! 민병련 잡았습니다, 형님!”

“가! 빨리 가! 이 새끼야!”

광주 덩치들에게 고함을 질렀던 유충일이 움찔하더니 “끄으윽.” 하는 비명과 함께 뒤로 밀렸다.

어떻게 칼을 맞으면 뒤통수부터 엉덩이와 허벅지까지 온통 피로 물들 수 있을까?

“성태 형님께 우리 동생들 좀 살펴달라고! 저놈들 좀 챙겨주십사 하고 꼭 좀…! 끄으윽!”

처절한 소망을 말하던 유충일이 고통을 이기지 못한 듯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회칼을 멈추지 않았다.

“형니-임!”

“가야, 이 씨벌럼아! 그냥 가라고!”

악에 받친 유충일이 사투리를 뱉어냈다.

돕기 위해 달려간 광주 동생들을 밀쳐낸 유충일이 회칼을 좌우로 돌려가며 복도를 막아서고 있었다.

저런 남자를 어떻게 혼자 두고 가겠나.

‘성태야. 이거 깡패끼리 싸운 거다. 그러니까 너무 화내지 마.’

이를 악문 최치곤은 살인마보다 더 잔인해 보이는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민병련 데리고 서울로 달려! 성태 형님 뵐 때까지 절대 멈추지 마! 병렬이 형님과 진용이 형님 말씀 아니면 누구 말도 듣지 말고!”

“형님?”

“얼른 안 내려가면 아래 성호 형님과 광주 식구들이 죽는다. 그러니까 서둘러!”

하얗게 빛나는 눈으로 지시를 내린 최치곤은 회칼을 거꾸로 들고 복도를 가로질렀다.

휙. 휘익.

“와, 이 씨벌럼들아! 오라고!”

유충일의 독기에 질린 모양이었다.

이십여 명쯤 되는 부산 덩치들이 주춤거리며 피범벅인 유충일을 노려볼 뿐, 달려들지 못했다.

최치곤은 그런 유충일의 앞으로 나섰다.

“야, 이 씨벌럼아! 너, 시방 뭐 허냐?”

“충일이 형님 모셔주십시오!”

최치곤이 뒤를 향해 버럭 고함을 지른 직후였다.

“너, 최치곤이지? 신강남파 강성태 친구?”

주춤거리던 부산 덩치 한 명이 고개를 비틀며 물었다.

“이런 개 씨발놈이 어디에서 우리 보스 이름을 함부로 불러? 강성태 친구? 에라, 이 씨발 새끼야! 내가 깡치 친구다, 이 개새끼야!”

최치곤이 다부진 대꾸를 내놓는 동안, 광주 덩치들이 유충일을 안고서 뒤로 물러났다.

“치곤이가 저기 있잖아! 놔! 놓으라고!”

“저희가 꼭 데려가겠습니다, 형님. 제발 좀 가십시오, 형님!”

덩치 둘에게 유충일을 맡긴 광주 덩치 셋이 이번에는 최치곤을 둘러쌌다.

“동생. 여기에서 버티는 만큼 성호 형님이 힘들어진다.”

그도 그렇다.

이를 악문 최치곤이 광주 덩치들과 뒤로 물러나는 순간이었다. 기회를 잡았다고 여겼는지 부산 덩치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푹! 푸욱! 푹! 푹푹!

복도라 어차피 세 명 이상은 동시에 달려들지 못했다.

최치곤과 광주 덩치들이 회칼에 맞았는데 그만큼 부산 덩치들을 찔러서 또다시 복도 벽에 요란하게 피가 튀었다.

“죽여! 이 씨발 새끼들!”

“와! 들어오라고! 내가 깡치 친구라니까, 이 개새끼들아!”

하얗게 뒤집힌 눈, 달려드는 회칼쯤 얼마든지 맞아준다는 듯 물러서지 않는 태도, 광주 덩치들이 질릴 정도로 최치곤은 악에 받친 모습이었다.

“들어와, 이 씨발 새끼들아! 부산? 너희가 그렇게 잘났어? 오라고! 이 개새끼들아!”

“동생! 제발 내려가자!”

미쳐 날뛰는 최치곤 덕분에 5층의 입구를 다시 지켰다. 그러나 그 탓에 최치곤 역시 유충일과 비슷하게 피투성이 모습이었다.

“와아악, 이 씨발! 이 깡치 똘만이 새끼들아! 들어와! 들어오라고!”

이십 명이나 되는 부산 덩치들이 악에 받쳐 날뛰는 최치곤을 어찌하지 못해서 주춤거렸다.

“동생! 성호 형님 좀 살게 도와주라!”

보다 못한 광주 덩치가 최치곤을 끌어안다시피 매달리고서야 최치곤은 뒤로 움직였다.

막상 계단에 도착했을 때였다.

“서둘러!”

광주 덩치 한 명이 고함을 질렀는데, 정작 긴장이 풀린 최치곤은 계단의 난간을 짚고는 걸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업혀!”

둘이 뒤를 지키는 사이, 피범벅인 최치곤을 업은 광주 덩치가 힘겹게 계단을 내려섰다.

헉헉 소리를 내며 계단을 내려가는 참이었다.

“형님. 저는 우리 보스 참 좋아라 합니다.”

“알아, 동생! 말하지 마! 말하지 말고 조금만 참아!”

덩치에게 업힌 최치곤이 의식을 잃어가는 듯 혼잣말을 쏟아냈다.

“충일이 형님께 많이 배웠습니다. 형님들도 멋있었습니다.”

“동생이 없었으면 민병련 못 잡았어! 보스께 민병련 가져가야지! 그러니까 정신 차려, 동생!”

어떻게 내려왔는지 모르게 계단을 내려선 덩치가 로비로 나선 뒤였다.

역시나 피범벅인 조성호가 덩치 서넛과 달려들었다.

“이리 넘겨! 그리고 얼른 차로 달려!”

조성호가 최치곤을 받는 동안, 열 명쯤 되는 광주 덩치들이 계단 쪽으로 달려갔다.

“어딜 내려와? 이 씨발 새끼들아!”

뒤따라 내려오던 부산 덩치들을 광주 덩치들이 막는 동안, 조성호는 최치곤을 승용차에 구겨 넣다시피 태웠다.

“가자!”

조성호가 악을 쓰자, 계단을 막아섰던 광주 덩치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얼른 타! 얼른!”

주춤대며 따라오기는 했으나 광주 덩치들이 워낙 독하게 달려드는 데다, 민병련마저 이미 뺏긴 상황이라 부산 덩치들도 더 이상은 나서지 않았다.

마지막 광주 덩치가 다이빙하듯 뒷문으로 뛰어들자 안에 있던 덩치들이 허리를 잡아주었고, 그와 동시에 바퀴 타는 연기를 피워내며 승합차가 출발했다.

피범벅인 머리를 운전석 쪽 뒷문 창에 기댄 최치곤의 눈에 생기가 점점 꺼지고 있었다.

“동생! 동생!”

의식을 붙잡기 위해 조성호가 최치곤의 어깨를 잡고서 흔들었다.

“나 봐! 날 보라고! 우리 지금 민병련 잡아서 보스께 간다! 민병련 잡았다고! 그러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

“형님….”

“그래. 그렇게 버티는 거다! 동생이 눈 감으면 보스께서 무슨 일을 할지 몰라. 그걸 바라는 건 아니지?”

“충일이 형님께서….”

“씨발! 동생이 정신을 붙들어야 우리 충일이 형님도 힘을 얻지! 동생을 잃고 충일이 형님이 어떻게 보스를 뵙겠냐고! 알았어?”

피범벅인 최치곤의 얼굴을 역시나 피를 뒤집어쓴 양손으로 붙든 조성호가 눈을 들여다보며 으르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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