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권 - 1화
제1장. 웃어라, 좀! 이 개새끼야!
무릎을 꿇은 놈들은 오민상의 집 마당에서 얻어터지던 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외에 처음 보는 놈들은 확실히 나이가 있었는데 쏟아질 것처럼 앞으로 내린 머리칼이 눈을 아슬아슬하게 가려서 인상이 고약해 보였다.
전에 얻어맞았던 놈들은 강성태를 보며 주눅 드는 반면, 스물셋이나 넷으로 보이는 놈들 셋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양, 억울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반성?
그런 걸 했다면 이곳에서 무릎 꿇지 않았을 테고, 저렇게 뻔뻔한 눈빛도 하지 않았을 거다.
알았다.
했던 짓 그대로 돌려줄 테니 잠시만 꿇고 있어.
꿇어앉은 놈들을 돌아본 강성태는 조금 전에 상체를 깊숙하게 숙였던 새끼 깡패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강성태의 시선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숙소 막내들입니다, 형님. 소년원 시절부터 이곳 밀동 애들하고 밀접하게 지냈기 때문에 불렀습니다.”
가까이 있던 조덕진이 나직하게 새끼 깡패들에 관해 설명했다.
“대전은 신강남파와 함께 움직인다. 그래서 너희도 이제부터 같은 식구다.”
어둠을 타고 날아간 강성태의 나직한 말에 새끼 깡패들이 고개를 깊숙하게 숙였다.
“우리는 마약, 고리대금업, 인신매매를 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보는 족족 막거나 부순다. 또, 일반인을 상대로 절대 시비 걸지 않는다. 주먹질은 말할 것 없고, 욕이나 인상을 쓰는 것도 금지다.”
무릎을 오래 꿇었는지 중간에 있던 어린놈 하나가 바닥을 손으로 짚고서 몸을 비틀었다.
“이곳에 깔린 어둠처럼, 우리는 짙은 어둠에 숨어서 내뱉는 사람들의 욕망에 기대 사는 깡패다. 그 찌꺼기를 치우는 게 우리의 역할인데 간혹 오히려 욕망에 사로잡히는 놈이 나온다.”
강성태는 무릎 꿇은 놈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렇게 많은 놈들이 여학생 한 명을 협박해서 추악한 짓을 저질렀다. 저놈들은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겠지. 지금껏 그렇게 알고 컸고, 그렇게 행동하면서 살았으니까. 이번 일이 그냥 재수 없게 걸려서 귀찮게 된 거라는 생각 외에 반성은 없을 테고.”
주변에 있던 덩치들이 강성태의 시선을 따라 무릎 꿇은 놈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게 양아치와 깡패의 차이다. 우리끼리 칼부림을 하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선량한 사람을 협박해서 이익을 얻는 건 내가 용납 못 해.”
강성태가 말을 마친 순간이었다.
“이제 그만 보내주면 안 됩니까?”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놈이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서 퉁명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둘러싼 덩치들의 분위기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는데 놈은 전혀 기죽지 않는 태도였다.
저놈이 대가리인 모양이었다.
오래 기다려서 좀이 쑤셔?
그럼 바로 시작해 주지.
“최치곤. 칼 하나 줘.”
“예, 형님.”
멈칫했던 최치곤이 품에서 회칼을 꺼내 강성태가 내민 손 위에 자루를 얹었다.
그 직후였다.
내내 건방을 떨던 놈이 놀란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새끼 깡패들이 뭔가 해주길 바라는 눈길이었는데 당장 강성태 앞에서는 입도 열지 못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눈치였다.
칼을 받은 강성태는 곧장 놈에게 움직였다.
“왜 이래요? 우리 고모가 여기 경찰서 경위예요! 나 건드리면 구속돼!”
10미터쯤 되는 거리를 강성태는 망설임 없이 다가갔다.
뒤로 최치곤과 함께 온 신강남파 덩치 다섯 명이 따랐고, 뒤늦게 조덕진과 대전 덩치들이 무서운 얼굴로 움직였다.
“어떻게 하려고? 사람 살려! 살려주세요!”
강성태가 다가서는 순간, 무릎을 꿇은 놈이 급하게 몸을 일으키며 버럭버럭 고함을 질렀다.
휙! 퍼억!
강성태는 일어서는 놈의 가슴을 발로 민 뒤에 곧장 달려들어서 놈의 목을 밟았다.
“커흑. 컥.”
두 손으로 강성태의 발목을 붙든 놈이 머리 아래가 눌린 뱀처럼 꿈틀거렸다. 강성태는 목을 밟은 오른발에 체중을 실은 상태로 자세를 낮췄다.
“경찰서 경위? 그래서 너는 남순이를 그렇게 짓밟았어?”
놈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본 상태에서 강성태는 거꾸로 든 회칼의 끝을 놈의 오른쪽 쇄골에 가져갔다.
“끄윽. 하지 마…. 끄으윽.”
“여기를 끊으면 다시 붙여도 절대 예전처럼 힘을 못 써. 평생 반성하라는 의미다.”
강성태는 마치 고문하듯 천천히 회칼을 찔러넣었다.
“끼익. 끅. 끄으윽.”
칼날이 몸통을 완전히 관통해 바닥에 닿는 순간,
피윳!
날 쪽으로 밀어가며 빠르게 뽑았다.
“꺼윽!”
지켜보던 밀동의 가해자 놈들이 마른침을 연달아 삼킬 때였다.
“다음은 왼쪽이다. 혹시라도 나쁜 생각이 들면 상처가 쑤실지 몰라. 그럼 더러운 성욕도 가라앉을 테니까 이렇게라도 평생 반성하며 살아.”
강성태가 회칼의 끝을 대자 목을 밟힌 상태에서도 머리를 쪼인 뱀처럼 놈이 요란하게 발버둥 쳤다.
“최치곤. 잡아.”
“예, 형님. 뭐 해? 얼른 팔이랑 다리 잡아!”
최치곤과 신강남파 덩치들이 달려들어 꿈틀대는 놈의 팔과 다리를 힘껏 잡았다.
“살려주…. 끅. 하지 마세….”
“남순이가 그렇게 빌 때, 너는 어떻게 했는데? 아! 동영상 찍었다고 했지? 조덕진. 이거 찍어.”
“예, 형님.”
강성태의 의도를 이제야 알아차린 조덕진이 직접 스마트폰을 꺼내 플래시까지 켜 가며 장면을 녹화했다.
“끄윽.”
강성태가 밟힌 놈의 왼쪽 쇄골에 회칼을 가져가자 스마트폰의 조명을 받은 날이 번쩍거렸다.
푸욱. 피잇!
천천히 들어갔다가 빠르게 나왔다. 그리고 그 직후에 놈의 몸이 축 늘어졌다.
“이번에는 무릎을 끊어 줄 건데 한 걸음을 걸을 때마다 고통이 느껴질 거다. 그럴 때면 남순이를 떠올려. 남은 평생.”
쇄골 부근에서 쏟아진 피가 바닥을 적시며 번지고 있었다.
“잘못했어요! 그만하세요!”
몸을 일으킨 강성태는 울부짖는 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깡패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동네 돌아다니면서 선량한 사람들에게 개 양아치짓이나 하는 게 깡패라고 생각했어? 이게 깡패다. 회칼 들고 다른 사람 찌르고, 나 역시 수도 없이 찔리는 게 깡패라고. 법 아래에서 살아가는 깡패한테 경찰서 경위를 들이대?”
말을 마친 강성태는 반항할 틈도 없이 상체를 숙인 뒤에 놈의 왼쪽 무릎 아래를 세차게 그었다.
피이잇.
“끄으-아!”
어두운 밤하늘에 놈의 비명이 커다랗게 터져 나왔고, 그 직후에 무릎에서 피가 진하게 흘러나왔다.
“여기 있는 놈 중에 깡패가 되고 싶은 놈이 있으면 나와. 내일 당장 회칼을 들고 싸우는 곳으로 보내줄 테니까. 그럴 자신은 없는데 선량한 사람 짓밟는 건 재미있어? 그럼 반대로 당할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해야지.”
피윳!
“끄으윽!”
오른쪽 무릎 아래를 잔인할 정도로 깊게 그은 강성태는 회칼을 거꾸로 든 자세로 몸을 세웠다. 그리고는 새끼 깡패들을 돌아보았다.
“앞으로 어떤 놈이든 힘으로 여자를 짓밟는 짓을 하게 되면 무조건 경찰서로 뛰어. 이놈들은 힘줄을 끊었지만, 너희는 목을 끊어버릴 거니까.”
새끼 깡패들을 향해 경고한 강성태는 무릎 꿇은 놈들을 향해 움직였다. 최치곤이 덩치들과 함께 강성태를 따르고 있었다.
바닥을 짚어 가며 뒤로 밀려나던 놈들이 둘러선 덩치들에 막혀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가 군청 과장인 놈이 누구야?”
우습게도 가해자 놈들의 시선이 한 놈에게 쏠렸다.
“아버지를 믿고 설친 모양인데 그렇다면 남순이 삼촌인 내가 깡패 두목이니까 그만큼 당해야지?”
강성태의 팔에서 빛나는 회칼을 본 놈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반항하지 못하고 당한 남순이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느껴.”
강성태는 천천히 놈에게 다가갔다. 그런 뒤에 얼굴을 세차게 발로 걷어찼다.
콰작! 털썩!
덩치에게 부딪쳤던 놈이 바닥에 널브러진 순간이었다.
“내 조카를 건드린 놈들이다. 어떤 경우에도 내가 책임질 테니까, 앞으로 여기 있는 놈들이 여자를 만날 때마다 지금 순간이 떠오르게 두들겨.”
조덕진을 향해 고개를 돌린 강성태가 냉정하게 지시했다.
“보스 조카를 건드려? 야! 이 개새끼들 조져!”
조덕진이 버럭 고함을 지른 직후였다.
“에라, 이!”
부응! 퍽! 퍽! 퍼억! 퍽! 퍼어억!
꿇어앉은 놈들을 향해 수십 명이 달려들었다.
“후.”
강성태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쉴 때였다. 조심스럽게 다가온 최치곤이 회칼을 당겨갔다.
‘날 시키지?’
강성태를 바라보는 최치곤의 시선에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
“어떤 책임을 져야 할지 모르는 일이라 떠넘기기 싫었다.”
번들거리는 최치곤의 눈을 들여다보며 심정을 전한 강성태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퍽! 퍼억! 퍽! 퍽! 퍼억!
어둠을 타고 그야말로 개 잡듯 사람을 두들기는 소리가 요란하게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만.”
강성태가 나직하게 말하자 조덕진이 물러났고, 이어 가쁜 숨을 길게 내쉰 덩치들이 줄줄이 빠져나왔다.
가해자 놈들은 피떡이 돼서 널브러져 있었다. 꿈틀대는 놈들도 있었는데 대개는 고통을 이기지 못해 몸을 비트는 수준이었다.
걸음을 옮긴 강성태는 군청 과장을 아버지로 둔 놈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얼굴이 온통 짓이겨진 데다, 피범벅을 하고 있어서 당최 알아보기 어려웠다.
찾았다. 이 개새끼.
쓰러진 놈들을 돌아보던 강성태는 고개를 반쯤 바닥에 파묻고 있는 놈을 보며 옅게 웃었다.
“부당한 폭력에 당하는 사람의 심정이 조금은 느껴지냐?”
꿈틀대기는 했으나 놈은 딱히 반응하지 않았다.
시간만 지나고 보자는 느낌이었다.
아버지가 나서면 강성태를 처벌할 수 있다는 믿음도 아스라이 눈가에 달려 있었다.
하긴, 이런 새끼들이 반성하면 그게 더 힘들겠다.
픽 웃은 강성태는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가장 빨리 일어나는 순서대로 세 놈은 보내준다.”
강성태의 말이 끝난 직후였다.
하늘의 계시를 받은 듯 다섯 놈이 미친 듯한 동작으로 몸을 일으킨 뒤에 벌떡 일어났다. 그중 두 놈은 어지러웠는지 휘청였는데 악착같이 자세를 바로잡고 있었다.
다섯 놈이 일어났는데도 다시 세 놈이 꾸역꾸역 바닥을 짚으며 몸을 세웠다.
모두 여덟 놈이 일어선 다음이었다.
그런 놈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강성태는 주변을 둘러싼 대전 덩치들을 돌아보았다.
“대전 조직은 원래 이 모양이냐? 내가 책임진다고 두들기라고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멀쩡하게 일어나? 조덕진. 내 말이 우스워?”
“죄송합니다, 형님.”
속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가해자 놈들이 멍한 얼굴로 강성태를 보고 있었다.
“이놈들 이렇게 두들겨도 4백만 원만 주면 끝이라니까. 한 놈당 4백이 아니라 다 합쳐서 그 금액으로 끝이라고. 혹시 이전에 알고 지내던 사이라고 해서 봐준 거냐?”
“정말 죄송합니다, 형님. 막내 놈들 빼고 제가 직접 손보겠습니다.”
사과하는 조덕진에게서 시선을 돌린 강성태는 물러나 있는 새끼 깡패들을 돌아보았다.
“깡패는 쉬운 거 같아? 그냥 껄렁대다가 부르면 달려가서 고개 숙이면 끝이라고 생각해? 삼합회, 야쿠자, 베트남 조직이 모두 들어와 있어. 그놈들은 사람 하나 죽는 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달려들고.”
고개를 떨군 새끼 깡패들을 바라보던 강성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는 얼굴이라서 차마 잔인하게 못 때린 모양인데, 선량한 사람이 당한 일에 분노하지 못한 놈은 다시 말하지만, 깡패조차 못 되는 개양아치, 그 이상 이하도 아냐.”
말을 멈춘 강성태는 천천히 조덕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마지막 기회다. 차마 아는 얼굴이라 때리지 못하겠다는 놈은 물러나. 그리고 깔끔하게 조직 나가서 양아치로 살아. 알았어?”
“마지막 기회를 주신다고 생각하시고, 한 번만 더 지켜봐 주십시오, 형님.”
강성태를 향해 다부지게 뜻을 밝힌 조덕진이 걸음을 옮겼다. 그런 뒤에 덩치 한 놈이 들고 있던 파이프를 뺏어 들었다.
“지금부터 어설프게 구는 놈이 있으면 숙소에서 내보낼 거다. 큰 형님께서 말씀하신 게 있으니까 곱게 보내준다. 하지만, 오늘 이후로 신강남파니, 대전 식구니 하고 떠들다가 걸리면 아예 발목을 잘라버릴 테니까 알아서 해.”
말을 마친 조덕진이 군청 과장 아들의 목덜미를 세차게 갈겼다.
퍼윽! 퍽! 퍼으윽! 퍽!
“악! 아윽! 아악!”
몽둥이가 떨어지는 소리, 비명, 그리고 악착같이 파이프를 휘두르는 조덕진의 모습이 지켜보던 덩치들을 자극한 모양이었다. 잔인하게 변한 눈을 한 대전 덩치들이 서 있는 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두운 밤이었다.
저러다 죽지 싶을 정도로 잔인한 매질이 산속 낡은 별장 앞에서 오래도록 이어졌다.
**
박노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선정이 고개를 떨군 뒤에 핸드백을 열었다. 그리고는 반으로 접은 누런색 봉투를 꺼내 박노익 앞으로 밀었다.
“확인하겠습니다.”
이선정은 봉투를 들어 내용을 살피는 박노익을 못마땅하게 지켜보았다. 내내 강남의 깡패 두목답게 무게 잡던 박노익이 쩨쩨하게 안에 든 엔화를 살피는 모습에 실망해서였다.
아무렴 이선정이 종이를 잘라 돈 대신 줄 것도 아니고, 약속한 금액을 적게 줄 것도 아닌데 그걸 꼭 앉은 자리에서 확인해야 할까.
아무렴 어떠냐.
강성태만 잡으면 되지.
못마땅한 심정을 애써 누르는 이선정을 향해 박노익이 또다시 히죽 웃었다.
섬뜩한 미소였다. 하지만 강성태를 쓰러트릴 사람이 보여줄 미소라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든든한 느낌도 있었다.
“아줌마.”
뭔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이선정은 멍한 얼굴로 박노익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 앞에서 박노익은 가슴에 꽂은 볼펜을 가리켰다.
“이거 녹화되는 거거든. 아줌마는 살인 교사로 걸린 거야. 나하고 나눈 대화, 그리고 여기 이 엔화가 증거지. 내가 영상이랑 돈 들고 내일 검찰청 가서 자수할 거니까 알아서 해.”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바싹 차리면 산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은 누가 뭐래도 중앙지검 형사부장 검사였다.
“사람 잘못 봤어. 검사가 기소 안 하면 누구도 나를 처벌 못 해. 알아? 이거 깡패라고 소개받았더니 순 양아치였네.”
“그래? 그럼 방송에 나가는 건 어떨 거 같아? 그것도 덮을 수 있을까? 내가 모시는 보스가 JBC 회장, 고강준 고검장, 이우섭 부회장을 부리신다고 하던데, 어디 한 번 해보자.”
누구를 부려? 모시는 보스?
박노익의 대꾸를 듣는 순간, 이선정은 갑자기 세상이 새카맣게 변한 뒤에 빙글빙글 도는 느낌에 상체를 휘청였다.
“지금 뭐라고 그랬어? 모시는 보스? 그게 누군데? 설마…?”
“신강남파 강성태라고 알잖아? 내가 이 영상과 돈을 먼저 그분께 보여줄 텐데 괜찮겠어?”
털썩.
이선정이 다리에 올려두었던 핸드백이 요란하게 바닥에 떨어졌다.
“오늘 자정까지 시간 준다. 그 전에 우리 보스를 만나서 용서를 구해. 우리 보스가 없던 일로 하라고 지시하는 거, 나를 막을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얼이 빠진 이선정을 향해 상체를 기울였던 박노익이 진짜 잔인한 미소를 보인 뒤에 몸을 일으켰다.
최종 보스: 빛을 향해 달리는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