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권 - 12화 (264/513)

13권 - 12화

제5장. 우리가 그런 거 따지는 사이야?

마윤은 소림사에서 운영하는 무술학교 출신으로 그의 꿈은 영화배우였다. 원체 몸이 날렵한 데다, 의지도 강해서 그는 무술학교 교관들이 기대해 마지않는 제자였다.

장봉, 단봉, 삼절곤, 도, 검, 창, 마윤은 무기들을 거의 자유자재로 사용했는데, 특이하게도 비도라 해서 짧은 단도를 던지거나 끈에 매달아 휘두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주머니 속의 송곳은 반드시 드러나는 법인지, 마윤은 15세에 이미 무술 영화의 조연으로 출연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대로 성장했다면 비중 있는 무술 배우로 성장하는 건 따 놓은 당상이었다.

인생이란 게 그렇잖나.

조연으로 영화에 출연한 게 문제였다.

마윤이 돋보이기 시작하면서 함께 무술학교에 다니던 거부의 아들과 당 간부의 아들이 대놓고 시비를 걸었다.

먹는 밥에 흙과 벌레를 뿌려도 참았다.

고단한 상태로 잠자리에 들었을 때, 눈과 얼굴, 심지어 성기에 치약을 바른 것도 한숨 한 번으로 넘어갔다.

발바닥에 라이터를 켜서 가져가면 처음에는 통증을 모른다.

대략 20초에서 30초가량 대고 있다가 라이터 불을 꺼버리면 통증은 그 이후에 일어난다.

자던 도중에 깨어나 미친 듯이 발을 붙들고 구르는데 당장 눈에 보이는 상처도 없다. 그렇게 하루나 이틀 정도 지나면 익어버린 살이 커다랗게 떨어져서 최소 일주일은 절뚝이며 지내야 했다.

“영화판에 가도 대스타가 되기 전에는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난다. 참아. 참고 참아서 나중에 대스타가 되는 것으로 복수해.”

이따금 분노를 이기지 못하는 마윤을 무술 사범이 다독였다. 그 역시 마윤이 당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조언 외에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마윤이 참는 만큼 도발의 정도가 심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경극 연습을 하는 척, 어머니와 누나가 몸을 파는 모습을 과장되게 보이는 순간, 마윤의 인내가 끊어지고 말았다.

그런 비하가 처음이었다면 적당히 끝났을 텐데, 내내 누르던 분노가 폭발한 탓에 마윤은 이성을 잃었다.

사범들과 사관들이 달려왔을 때, 주동자 셋은 다시 무공을 익히지 못할 정도로 망가졌고, 그들을 따르던 다섯은 피범벅이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당시 마윤은 16세였다. 그러나 공산당 간부의 아들을 망가트린 마윤에게는 16세인 중국 촉법 소년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마약이든, 법륜공이든, 어떤 죄목을 붙이느냐가 문제일 뿐, 남은 평생을 교도소에서 보내든가, 아니면 장기를 뽑히고 죽는가의 문제만 남았다.

섭충명은 그런 마윤을 구해주었다.

어릴 적 유술을 익히며 그와 알고 지내던 사범이 급하게 도움을 청했는데, 이상하게 여길 만큼 빠르게 마윤의 일에 손을 뻗었다.

마윤은 그 다음 날,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북경으로 날아갔다.

대머리 섭충명은 장난감을 손에 넣은 아이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마윤을 바라보았다.

“영화를 보면서 네놈이 무척 궁금했었다. 나 역시 유술을 배우며 비슷한 꿈을 지녀서 그랬었는지 유독 너한테 눈이 갔었지. 그때나 지금이나 아버지를 믿고 설치는 놈들은 여전하구나.”

고개를 떨군 마윤을 보며 섭충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에 출연하고 싶으면 홍콩으로 가. 아니면 내 밑에서 성장하든가. 뭐든 네가 원하는 걸 해. 하지만, 사고를 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 섭충명이 소개해서 보낸 곳에서도 사고 치면 그때는 무조건 죽는다.”

대스타가 될 때까지 차별은 변하지 않으리라는 사범의 조언, 섭충명의 무서운 경고, 마지막으로 마윤 홀로 절대 바꾸지 못할 사회의 멸시와 무시, 결정은 의외로 쉬웠다.

“이곳에서 남고 싶습니다.”

고개를 떨군 마윤을 섭충명은 비릿하게 보았다.

당시에 섭충명의 뒤에서 빛나던 주황색 등불을 분명하게 기억한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주황색 등이 빡빡 깎은 섭충명의 머리 위에서 빛났었다.

프리 스테이션의 입구를 비추는 주황색 등을 바라보며 마윤은 독한 눈빛으로 한숨을 뱉어냈다.

만만하게 생각했었다.

한국에서 설치는 조직의 두목이라고 해야 중국으로 따지면 북경의 한구석을 차지한 하부조직의 대가리쯤이라고 여겼다. 거기에 유술을 익혔던 마윤에게 강성태는 손짓 한 번에 숨을 끊어버릴 수 있으리라 여긴 그저 그런 상대였다.

모터사이클로 적당하게 갈아버린 뒤에 중국으로 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강성태는 그 짧은 순간에 몸을 띄워서 마윤을 놀라게 하더니, 앗 하는 순간에 손을 뻗어 헬멧을 잡아채려 했었다.

볼을 씰룩인 마윤은 승용차의 뒷문에 걸친 주먹을 꾹 쥐었다.

자존심이 이렇게 상할 수가 없었다.

당장 지구본에서 한국을 뚝 잘라 중국에 비교하면 정말이지 보잘것없는 크기였다. 어쩌면 마윤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소림사의 전체 반경이 신월동보다 더 클지 모른다.

고작 이런 곳에서 대가리라고 설치는 강성태에게 수모를 당한 꼴이었다.

‘썩어빠진 놈.’

마윤은 분노를 누르며 프리 스테이션에 들어간 강성태를 비웃었다.

낮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저녁에 술을 처먹더니 그것으로도 모자라 포장마차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어 열 잔 가까이 더 마셨으며, 마지막으로 동남아시아 여자를 불러 프리 스테이션에 들어갔다.

마윤이 보기에도 잘생기기는 했다.

심지어 살인마처럼 생긴 부하를 시켜 지키는 의사 애인도 있었다.

그래놓고 한다는 짓이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신월동 횟집에서 술을 섞어 마시고, 이어서 여자를 불러 또다시 술을 처마시는 일이었다.

부으으응! 콰드득.

허공에 떠오른 상태에서 헬멧을 긁고 지나가던 강성태의 손아귀를 떠올리는 순간, 마윤은 다시금 볼을 씰룩였다.

마음 같으면 당장 프리 스테이션에 뛰어들어가 거기 있는 놈들을 모두 죽이고 싶었다.

가만, 그래도 되겠는데?

다섯 놈을 불러서 한꺼번에 지하로 밀고 들어가?

잠시 고민하던 마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작정 따라붙었다. 그 바람에 지하에 먼저 와 있는 인원이 몇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만에 하나, 예상 밖으로 숫자가 많아서 엉뚱한 놈들만 잔뜩 죽이고, 뜻을 이루지 못하면, 섭충명에게 내놓을 변명이 없었다.

지이잉.

마윤은 검지 길이만큼 창문을 내렸다. 그리고는 맞은편의 프리 스테이션을 향해 귀를 기울였다.

요란한 음악과 함께 누군가의 노래가 밖으로 들렸다.

굉장한 실력이었다.

설마, 노래까지 잘 부르는 건 아니겠지?

어쩐지 화가 치밀어서 마윤은 괜히 어금니를 씹었다.

**

강성태와 아르윈은 홀의 구석에 커피를 놓고 앉았다.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은 무대에서는 세 명이 컴퓨터 반주에 맞춰 기타와 드럼, 키보드를 연주하며 흘러간 팝송을 부르고 있었다.

26살의 클라리사는 오스트리아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었다.

가뜩이나 강성태와 아르윈이 시선을 끌던 참이었다. 거기에 사람을 홀리는 커다란 눈과 짙은 눈썹을 지닌 그녀가 짧은 치마로 등장하면서 횟집과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한순간에 몰렸다.

한국말도 적당하게 해서 더 좋았다.

프리 스테이션에 내려온 그녀는 풀죽은 표정으로 구석에 앉아 노래하는 동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성태에 대한 소문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래서 오해한 게 분명했다. 다음으로 횟집에서 끼를 부렸는데 옅게 웃으며 받아주는 강성태를 완전히 잘못 판단했다.

“오빠. 여기서는 나도 술 마실래.”

“죄송합니다, 형님.”

프리 스테이션에 내려선 직후에 고개를 숙이는 아르윈과 삽시간에 변한 강성태의 눈빛을 보며 클라리사는 정신을 번쩍 차렸다.

“미리 말하지 못했으니까 그럴 만하지. 오늘과 내일 고생해 준 거에 대한 대가는 내가 따로 보내줄 테니까 그렇게 처리해.”

“아닙니다, 형님. 정훈이 형님께서 내려주시는 생활비도 있고, 아까 노익이 형님께서 주신 돈도 있으니까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형님.”

그때부터 클라리사는 얌전하게 구석에 앉아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며 시간을 보냈다.

자정이 넘었을 때였다.

클라리사는 눈짓을 받고 몸을 일으켰다.

“형님은 커피 좋아하신다. 그 외에는 얌전히 있다가 나와. 아까처럼 허튼수작 부렸다가는 내가 어떤 놈인지, 너부터 필리핀에 있는 가족 모두 알게 될 거다.”

으르렁거리는 아르윈은 무섭다. 거기에 그의 목덜미에서 눈매를 뒤틀고 노려보는 해적 문신은 더더욱 무섭다.

손등에 그려 넣은 문신과 목덜미에 새긴 문신의 차이는 병졸과 장수, 그 이상이었다.

고개를 떨군 클라리사는 얌전하게 프리 스테이션 앞에 세워둔 승용차 뒤에 올랐다.

“지금부터 두 시간 뒤에 차를 가져와.”

“예, 형님.”

승용차를 타고 가며 강성태가 내린 지시에 아르윈이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은 목동의 중급 호텔에 들어갔다. 그리고 정확하게 두 시간 뒤에 아르윈이 도착했을 때 강성태만 밖으로 나왔다.

새벽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내일 한 번 더 부를 수 있어? 오늘하고 똑같은 시간에?”

“예, 형님.”

혼자 나온 강성태는 호텔을 돌아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은 다음 뒷좌석에 몸을 실었다.

강성태가 탄 차가 출발한 다음이었다.

대각선 건너편에 있던 마윤이 손을 뻗어 운전석의 뒤를 툭툭 쳤다.

승용차는 조용한 도로를 거꾸로 돌아 강성태가 간 방향으로 움직였다.

“차에 타기 전에 뭐라고 떠든 거냐?”

“내일 똑같이 한 번 더 부르랍니다.”

“더러운 새끼.”

마윤은 입가를 비릿하게 뒤틀며 웃었다.

솔직히 말하면 마윤도 하루쯤 데리고 있고 싶을 정도로 강성태가 오늘 데리고 나온 여자는 매력적이었다.

여기나 저기나, 보스가 된 놈들은 꼭 두 종류였다.

조직을 위해 냉철하게 살아가거나, 어설픈 권한을 이용해 온갖 짓을 다 하거나.

듣기에 제법 몸가짐이 바르다고 하더니 강성태도 타락하는 게 분명했다.

**

집에 들어온 강성태는 곧바로 옷을 벗고 샤워실로 향했다.

삼합회 놈들 때문에 별짓을 다 한다, 진짜.

모터사이클로 달려들던 놈이 예사롭지 않았고, 놈들의 숙소가 흩어져 있어서 조금 과하게 움직이고는 있는데,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거기에 최치곤의 연락이 없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뭐야, 최치곤?

샤워를 마치고 나온 강성태가 병원으로 가볼까 하고 스마트폰을 붙드는 순간이었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안다미의 이름이 올린 스마트폰이 몸을 떨었다.

새벽 3시에?

강성태는 급하게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 성태 씨. 지금 어디에요?

날이 날카롭게 선 안다미의 목소리였다. 날카롭기만 한 게 아니라 냉동실에 넣어서 꽁꽁 얼렸던 것처럼 스마트폰에서 냉기마저 풀풀 흘러나왔다.

“무슨 일이에요?”

- 오늘 신월동 오거리 횟집에 있었어요?

그걸 어떻게 알았지?

클라리사를 떠올린 강성태는 드라이아이스가 뒷덜미를 파고든 것처럼 뒤통수가 서늘했다.

- 아가씨도 있었다면서요? 미녀라던데요? 그 아가씨가 회를 입에 넣어줬다면서요? 이번에는 양팔을 모두 다친 거예요?

세상 참 좁다.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데 강성태는 웃음이 먼저 나왔다.

- 지금 어디냐고요?

“집이요. 신월동.”

- 지금 갈 테니까 잠깐 봐요. 왜요? 곤란해요?

여기에서 다른 말을 하면 정말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최치곤이 주변을 지킬 테니까 크게 문제가 될 것도 없을 테고.

“피곤할까 봐 그렇죠. 기다릴게요.”

통화를 마친 강성태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

**

오전 7시였다.

평소라면 새벽 5시 전후로 침대에 눕는 조태완이 가장 깊게 잠들 시간이었으나 오늘은 건물 1층에 들어섰다.

“나오셨습니까, 형님?”

조태완이 미리 지시해 두어서 카페처럼 꾸민 안쪽에는 김정훈만 있었다.

“커피 드시겠습니까, 형님?”

“요즘 약 먹는다, 약. 거기 냉장고에서 홍삼 달인 물이나 한잔 줘.”

“예, 형님.”

홍삼 달인 물을 조태완 앞에 놓은 김정훈이 상체를 숙일 때였다.

문이 열리며 이마가 반쯤 벗어진 중년 남자가 들어섰다.

티셔츠에 허름한 재킷과 정장 바지 차림이었는데 눈매가 제법 매서웠다.

조태완은 바로 몸을 일으켰다.

“어서 와.”

“이른 아침에 뵙자고 해서 너무 실례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끼리 실례는? 앉아, 아, 앉아. 아침 안 했지?”

“급하게 드릴 말씀이 있어서 출근 전에 들른 겁니다. 시간이 급해서 말씀만 짧게 드리고 가겠습니다.”

“서운한데 바쁘다니까 할 말이 없네. 그럼 밥은 다음에 먹고, 홍삼을 진하게 달인 게 있으니까 그거나 좀 마셔.”

자리에 앉은 조태완이 시선을 돌리자 김정훈이 유리잔에 가득 홍삼 달인 물을 가져다주었다.

“어후, 좋다.”

단숨에 들이켠 남자가 잔을 내려다보면서 감탄을 쏟아냈다.

“이 아침에 무슨 일이야? 아, 저 녀석? 알잖아? 저놈은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게.”

김정훈을 돌아본 조태완이 두 번이나 다독이고 나서야 남자가 입을 열었다.

“어젯밤에 JBC 방송국 소신영 회장이 불러서 10시 조금 넘어서 집으로 갔었습니다.”

“밤 10시?”

“예! 거기에서 이런 걸 받았습니다.”

남자는 재킷 주머니에서 USB를 꺼내 탁자에 놓았다.

“신강남파 조직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우리 조 회장님과 강성태라는 보스의 관계에 관해 자세하게 적었고, 그 외에 운영하는 클럽, 신호남파 문도진의 행방불명 이후에 카지노 인수까지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걸 내놓은 이유가 뭐라던가?”

“조태완은 절대 고개 숙일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까 조심스럽게 접근해서 만약 다시 조직을 장악하겠다고 하면 고검장과 함께 밀어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번들거리는 눈을 하고도 조태완은 비릿한 미소를 잊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 있으시면 다리를 놔드리고요.”

조태완을 들여다본 남자가 알겠다는 투로 상체를 뒤로 젖혔다.

“그러실 거 같아서 이렇게 먼저 찾아왔습니다. JBC 회장과 고검장이 노리는 모양이니까 조심하십시오.”

“이렇게까지 신경 써줘서 정말 고맙네.”

“저야 받은 걸 갚는 거지요.”

“은혜를 원수로 갚는 사람 천지인데 자네를 만난 건 내 복이야, 복. 이제 지방경찰청장 자리에 가야지?”

말을 한 조태완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거기 뒤에 놓은 쇼핑백 좀 가져와.”

“예, 형님.”

조태완은 늘 사람을 만나기 전에 세 종류의 선물을 준비한다. 뒤에 놓은 쇼핑백은 가장 커다란 선물을 의미했다.

김정훈이 검은 쇼핑백을 가져와 테이블 옆에 놓았다.

“뭡니까, 이게?”

주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경찰청 강욱 정보과장은 펄쩍 상체를 들며 과장된 반응을 보였다.

“그냥 두 개 넣었어. 지방이라도 경찰청장 되려면 여기저기 밥도 사야 할 테고, 메울 구멍이 한두 곳이 아닐 테니까 함부로 손 내밀지 말고 아쉬우면 바로 나한테 와.”

“매번 이 은혜를 어떻게 다 갚습니까?”

“또 말 서운하게 한다. 우리가 그런 거 따지는 사이야?”

조태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쇼핑백을 당겨 안을 들여다본 강욱 정보과장이 눈을 커다랗게 떴다.

“회장님?”

“다 끝난 걸 뭘 또 그래? 그건 그렇고, 왜 요즘은 가족 여행 없어? 나한테 뭐 서운한 거 있었어?”

“그렇지 않아도 이달 말이 장인어른 생신이라 해외에 갔으면 합니다.”

“그래야지! 오후에 여행사에서 전화하면 그쪽하고 의논해. 일등석 타! 일등석! 알았어?”

“매번 감사합니다.”

“흐하하하.”

뒤통수를 쓸어내리는 경찰청 정보과장 강욱을 보며 조태완이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최종 보스: 빛을 향해 달리는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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