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권 - 5화
별장의 거실은 천장 곳곳에 조명을 달았고, 한쪽에 노래방 기계, 앞쪽 벽을 타고 놓인 드럼, 기타, 앰프, 거대한 소파까지, 최고급 노래 주점 수준이었다.
무대 반대편 주방에는 화려한 바가 있었고, 왼쪽과 오른쪽 벽을 타고 침대방이 여섯 개나 있었다. 거기에 복도로 이어진 별채에는 변태적인 성관계를 위한 기구와 거울들이 설치돼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 별실이 따로 있었다.
천장에 달린 둥그런 조명이 돌아가고, 노래방 기계가 얼른 곡을 선택하라며 재촉했지만, 거실은 조용했다.
대신 주방에 있는 바에 둘러앉은 이들이 식사를 마치고 술잔을 돌리고 있었다.
“회장님 말씀대로 특집 뉴스가 나오면 명분은 충분합니다.”
고강준 검사장은 JBC 회장 소신영을 향해 확신에 찬 음성으로 의견을 내놓았다.
“4조로 묶어 넣으면 허리가 굽어서야 나올 테니 그깟 깡패에 관한 일은 마음 놓으십시오.”
“돈 있겠다, 전관 판검사 부리겠다, 요즘 조폭들은 만만치 않다던데 너무 자신하시는 거 아니오?”
소신영의 염려를 들은 고강준이 재미있다는 투로 웃었다.
공부만 한 약골의 외모였는데 그의 눈빛에서는 세상 모든 일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여유와 자만이 흘러넘쳤다.
“우리 선중일 부장이 계셔서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고강준은 먼저 건너편 우측에 앉은 선중일 부장판사를 돌아보았다.
“내가 서류에 죄가 있다고 적으면 있는 겁니다. 또, 없다고 적으면 없는 거고요. 강성태라고 하셨습니까? 조직폭력배 수괴 강성태는 죄가 있습니다. 되셨습니까?”
“흐하하하.”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린 소신영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투로 선중일 부장판사를 돌아보았다.
“나야 공소장을 보고 판단합니다. 유죄가 입증되면 남는 건 형량을 정하는 일이니까 오랜만에 역도 한번 하지요. 그러면 되겠습니까?”
부장판사가 말하는 역도란 판결봉을 들었다가 바로 내려놓는다는 은어로 검사가 구형한 형량을 재판부가 그대로 선고한다는 의미였다.
한마디로 무기징역이든, 사형이든 고강준이 구형한 형량을 선중일 부장판사가 그대로 선고하겠다는 약속이었다.
“흐하하하!”
내용을 알아들은 소신영이 이전보다 더 커다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뒤에 이우섭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런 분들이 대한민국을 이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하지요. 퇴임 후 1년에서 2년, 전관으로 바짝 당기고 나면 공천해 드려야지요. 우리 당에서도 두 분에 대한 평가가 워낙 좋아 염려할 것도 없습니다. 다만, 우리 소 회장님의 도움이 많이 필요합니다.”
“홍보와 비용은 염려하지 마십시오. 우리 고 검사장과는 다르지만, 언론이 나쁘다고 하면 나쁜 인간 되는 거고, 뛰어난 인물이라고 하면 그렇게 인정받는 세상입니다.”
JBC 소신영 회장과 이우섭 국회부의장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자! 걱정은 이만하고, 이제부터는 제대로 즐겨봅시다. 오늘은 특별하게 다른 곳에서 아이들을 데려왔으니 새로운 맛이 있을 겁니다.”
소신영이 고개를 돌리자 주방 입구에 있던 젊은 직원이 고개를 깊게 숙였다.
“세상이 좋아져서 실컷 즐겨도 내일 주사 한 대 맞고서 푹 자고 일어나면 말끔합니다. 과학의 발전은 이래서 좋은 건가 봅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이렇게라도 풀어야 더 발전적으로 일할 수 있는 거지요. 그런 것도 모르는 무지렁이들이 같은 잣대를 들이댈 때면 나라가 확 뒤집혀서 다시 독재 시대가 왔으면 싶습니다.”
“이게 모두 너무 가르쳐서 그런 겁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우리가 더 노력해야지요. 이쪽을 봐라, 하면 우르르 고개를 돌리는 세상을 만들 때까지, 이렇게라도 스트레스를 풀며 최선을 다하십시다.”
소신영과 이우섭이 대화를 주고받은 다음이었다.
다들 기대하는 시선으로 바깥을 돌아보았다.
**
강성태의 앞에 앉은 이세종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몸담은 JBC 방송국의 회장의 비리를, 그것도 마약 파티의 현장을 덮친다는 사실을 들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러니까 형님….”
“소신영 회장. 이우섭 부회장. 고강준 검사장. 선중일 부장판사.”
말을 더듬는 이세종에게 강성태는 분명하게 네 명의 이름을 다시 들려주었다.
사실 고강준 검사장의 이름을 듣고부터는 강선영의 표정도 이세종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형사부장 검사가 선배, 혹은 상사의 느낌이라면 검사장은 임원급, 그러니까 부사장이나 전무 느낌이 강했다.
솔직히 말하자.
고강준 검사장만 없다면 검사 강선영은 소신영 회장이나 이우섭 국회의장, 선중일 부장판사가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
왜냐고? 검사라 그렇다.
거기에 여차하면 잡아들인 뒤에 수습한다는 당찬 강단도 있었다.
하지만, 고강준은 이야기가 달랐다.
잡아넣겠다고 아무리 설쳐도 고강준 고검장은 강선영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존재였다.
뒤통수를 세차게 얻어맞은 것처럼 멍한 상태에서 강선영은 강성태를 돌아보았다.
어쩌면 이렇게 무식하게 달려들 수 있지?
넋이 완전히 빠진 이세종, 멍한 상태로 앉아 있는 강선영이 침묵하는 사이에 덩치 한 명이 강성태에게 다가왔다.
“양길동이 올라갔습니다, 형님.”
강성태가 고개를 끄덕이자 덩치가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보고를 들은 강성태는 강선영과 이세종을 향해 입을 열었다.
“두 사람 모두 당황하는 거 이해한다.”
나직한 음성이었다.
“먼저 참석자를 알려주지 않은 이유는 모인 인간들이 워낙 거물이어서 말이 새나갈 위험을 막고자 했고, 다음으로 두 사람이 선택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
아직 말뜻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강선영과 이세종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이어질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선영 검사. 동생의 복수를 위해 죽일 수도 있다던 말은 진심이었지?”
보도국장과 덩치들이 지켜보는 앞이었다.
검사 신분으로 강선영은 차마 그렇다는 답을 하지 못했다.
예상했다는 듯 덤덤하게 강선영을 바라보던 강성태는 이세종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세종 국장. 백억 대의 수익을 위해 개발 사업을 가져와 주면 뭐든 한다고 했었지?”
“그거야….”
뭔가를 말하려던 이세종이 강성태의 눈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JBC 회장인 줄 몰랐다는 대꾸가 변명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비밀이 새나갈 걸 염려해서 사전에 말하지 않는 건 내 선택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이 당황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니까 두 사람은 이만 돌아가.”
시선을 떨구고 있던 강선영과 이세종이 약속한 듯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지금 두 사람이 나와 함께 별장에 가게 된다면, 내일이든 모레든 JBC 회장과 고강준 검사장이 두 사람을 따로 부를 거다. 그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압박하겠지.”
그렇겠구나.
정말이지 단순할 정도로 뻔한 예측이었는데 워낙 당황한 나머지 두 사람은 그 정도 일조차 짐작하지 못했었다.
“그들이 요구할 내용도 충분히 예상되지. 내가 조직원들 데리고 강제로 마약 투약했다고 하든, 아니면 두 사람을 협박했다고 하든, 그것도 아니면 다른 사건을 토해내게 하든, 끝장을 보려 들 거다.”
두 사람은 강성태의 말을 부인하지 못했다.
“보도국장에게는 고강준 검사가 달려들겠지. 지금 하는 개발 사업부터 그동안 있었을지 모를 사소한 비리,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을 모조리 뒤지겠다고 협박할 텐데, 보도국장은 그걸 견디기 어려워.”
고개를 떨구는 이세종을 바라보던 강성태는 다시 강선영에게 시선을 돌렸다.
“반대로 강 검사에게는 JBC 회장이 압박을 넣겠지. 동생 문제부터 최근 감사 건까지 들춰서 비리 검사의 대명사로 보도하겠다고 협박할 거다. 동생 이름과 얼굴을 방송에 내보내면서 평소 행실이 문제라고 떠들 텐데 그거 감당할 수 있겠어?”
“좋아. 그렇다고 쳐. 그럼 내가 주눅 들지 않고 들어가도 그건 마찬가지잖아! 내일 불렀을 때, 똑같이 요구할 거 아냐?”
강성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기 싫은 성격의 강선영이 톡 쏘는 듯한 질문을 내놓았다.
“당연히 내일 부르겠지.”
“거 봐!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돼? 뭘 할 수 있냐고?”
“죽이게 도와 달라며? 사람을 죽인 뒤에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거라 생각했냐? 영웅이라도 될 줄 알았어? 내일 검사장이나 방송국 회장이 불렀을 때 그런 각오로 협상해야지. 안 되면 같이 죽는다는 각오로.”
또다시 말문이 막힌 강선영이 입술만 움찔거릴 뿐 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형님. 저는 하겠…….”
뒤늦게 나서던 이세종이 강성태의 눈빛을 받고는 입을 다물었다.
“보도국장. 고개 들어. 그리고 뒤를 돌아봐.”
무슨 말인가 고개를 들었던 이세종이 2층 거실을 돌아보았다.
“백억 단위의 이익이 오가는 개발 사업을 가져오는 게 쉽지 않다는 거 알지? 그런데도 내 말 한마디에 피 흘리는 싸움에 뛰어든 식구들이다. 보도국장이 회장에게 불려가 고개 숙이는 순간, 저 식구들이 줄줄이 구속돼. 심지어 병원에 있는 조 고문과 이병렬은 수괴라는 이유로 진짜 머리가 하얗게 돼야 세상에 나오고.”
시선을 떨구고 있는 이세종을 보며 강성태는 옅게 웃었다.
“개발 사업은 진행할 테니까 그게 걱정되는 거라면 안심하고 돌아가. 그리고 경고하는데 앞으로 우리 식구 이름 팔고 다니지 마. 그런 일로 나를 만나게 되면 그땐 지금과 확실히 다를 거다.”
덤덤한 음성이었으나 강성태의 경고에는 서늘한 냉기가 담겨 있었다.
“너도 가고.”
“나는 왜? 깡패 네가 옆에 있을 거 아냐? 그럼 나는 견딜 수 있어.”
“오늘이야 넘어가겠지. 하지만 내일이라도 불러서 압박하면 너는 절대 소 회장이나 고 검사장을 상대로 못 버텨. 그러니까 오늘은 이만 돌아가.”
“솔직히 느닷없이 이런 걸 알려주는 건 반칙이잖아?”
강선영의 항변에 강성태는 옅게 웃었다.
“죽이고 싶을 정도라며? 네 동생이 당했던 것보다 더 추악한 현장이 있는데 검사장이 계셔서 안 되겠어? 그게 흔히 말하는 선택적 정의라는 거냐? 너랑 형사부장이라는 사람과 다른 게 뭐냐?”
습관처럼 말을 되받으려던 강선영은 강성태의 눈매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무슨 사람 눈빛이 저렇게 매서운지.
험악한 인상에 몸집이 커다란 덩치들이 왜 강성태에게 꼼짝 못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은 느낌이었다.
말문이 막힌 강선영을 물끄러미 보던 강성태가 몸을 일으켰다.
“차 하나 준비해서 여기 강 검사 보내드리고, 이세종도 보내. 혹시 다시 오더라도 별장 근처에 절대 오지 못하게 하고.”
“예, 형님.”
차갑게 말을 한 강성태가 2층 거실을 나서자 덩치들이 줄줄이 따랐다.
모두 나가지는 않았다.
강성태의 지시를 받은 덩치 셋은 손을 앞으로 잡은 자세로 거실에 남았다.
“밖에 차가 있습니다. 모시겠습니다.”
“깡패 좀 불러줘.”
“형님께서 보내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야! 너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래? 딴소리 말고 깡패 불러와.”
“이러면 강제로 모시게 됩니다.”
“너, 진짜 혼나고 싶어?”
“후!”
강선영을 달래던 덩치가 솟구친 짜증을 털어내는 것처럼 한숨을 푹 내쉬었다.
“보도국장이고, 검사고, 우리 형님께서 챙기실 때는 고개 숙이지만, 아니면 그냥 잣도 아닌 겁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들고 가 드릴까요, 아니면 걸어서 가시겠습니까?”
예상보다 뻑뻑한 대꾸였다.
꺾일 만도 한데 강선영은 또 파랗게 독이 오른 눈으로 덩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입술에 힘을 꾹 준 채 스마트폰을 들었다.
“국장님도 얼른 가십시오.”
“여기 정훈이도 왔냐?”
“아, 거 씨발! 아까 형님이 하신 말씀 못 들었어? 식구 팔아가 걸리면 진짜 밤길에서 뒤통수 조심해야 해. 돼먹지 않게 이름 팔지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일어나!”
덩치의 거친 반응에 이세종은 기가 팍 꺾였다. 그래놓고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스마트폰을 귀에 댄 강선영을 살폈다.
“여보세요? 깡패! 난데 잠깐 좀 봐.”
분명 강성태와 연결된 통화였다.
“생각할 시간을 좀 더 줘야지. 그래. 옆에 있어. 뭐?”
앞에 있는 덩치를 힐끔 본 강선영이 스마트폰을 내리고는 스피커통화 버튼을 눌렀다.
“스피커통화야. 말해.”
- 거기 누구 있어?
강선영이 알려주고 나서 강성태의 음성이 나왔다.
“서근달입니다, 형님.”
스마트폰을 향해 상체를 숙이는 덩치를 강선영이 고소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 내가 보내라고 했는데 여태 뭐 하고 있어?
“죄송합니다, 형님.”
고소한 표정을 짓던 강선영이 화들짝 놀란 얼굴로 스마트폰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야, 깡패! 잠깐 좀 보자고.”
강선영이 급하게 말을 건넨 뒤였다.
- 정신 차려, 강선영 검사. 네가 검사라서 받아준 게 아니라 억울하게 당하고도 하소연할 곳 없는 사람이라 함께한 거니까. 고문님이 손쓰지 않았다면 너는 이미 징계 먹고 지방에 가 있는 힘없는 검사 나부랭이야. 그러니까 그만 설치고 돌아가.
냉정한 말을 끝으로 통화가 끝났다.
“이제 그만 가시겠습니까, 검사님?”
그 직후에 통화를 듣고 있던 덩치가 나직한 음성으로 강선영을 재촉했다.
**
칠흑같이 세상을 뒤덮은 어둠을 승용차의 라이트 불빛이 밀쳐냈고, 예상하지 못했던 빛에 반응한 날벌레들이 쉼 없이 달려들었다.
그렇게 가든 주차장에서 강성태를 태운 덩치는 삼거리에서 별장이 있는 방향을 향해 움직였다.
거친 도로를 타고 10분쯤 달린 뒤였다.
산의 중간에 뜬금없다고 여길 정도로 커다란 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세 채로 보였는데 세 곳 다 어둠을 품고 있었다.
저 세 곳 중 하나는 불이 켜져 있어야 하지 않을까?
“별장에 있다는데 왜 세 건물 모두 꺼져 있지?”
“내부에 있는 모든 창에 암막 커튼을 이중으로 쳐놓았다고 들었습니다, 형님.”
하여간, 나쁜 짓에는 더럽게 꼼꼼한 인간들.
강성태가 픽 웃을 때, 별장이 보이는 곳에서 방향을 튼 승용차가 도로 옆에 있는 농가 앞에 멈췄다.
오래도록 방치됐는지 건물은 낡았고, 마당에는 풀이 가득했다.
이 깊은 산의 중턱을 깎아 앉은 별장이 뜬금없다면, 느닷없이 나타난 농가는 황당한 느낌이었다.
“오셨습니까, 형님?”
강성태가 차에서 내리자 십여 명의 덩치들이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별장 앞에 주차장이 있는데, 형님. 경비는 따로 없지만, 기사들이 아래를 보고 있어서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셔야 할 거 같습니다, 형님.”
“양길동은?”
“아까 올라갔는데 아직 특별한 연락은 없었습니다, 형님.”
상황을 들은 강성태는 고개를 돌려 별장을 바라보았다.
“가자.”
“예, 형님.”
강성태가 지시하자 주차장에 있던 덩치들이 농가 옆으로 있는 산길을 향해 움직였다.
나무와 마구잡이로 자라난 풀을 헤치고 난 길이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울퉁불퉁한 바닥이 구두를 밀어냈고, 이어서 진하게 피어난 흙냄새가 강성태와 덩치들에게 달려들었다.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실제로는 15분쯤 걷고 나서야 별장 옆의 둔덕에 도착했다.
중간쯤부터 들렸던 노랫소리가 이제는 가사를 알아들을 정도로 커다랗게 울렸다. 다만, 암막 커튼 탓인지 여전히 건물 셋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강성태는 별장 앞쪽에 세워놓은 네 대의 대형 승용차를 먼저 눈에 담았다.
“기사는?”
“주차된 차들 너머에 작은 움막 보이십니까, 형님? 저 안에 있습니다, 형님.”
강성태는 덩치가 가리킨 움막을 바로 찾았다.
세 동짜리 별장을 지을 정도면 직원들 휴식 공간에 조금 더 신경 써 줘도 되지 않을까?
참 치사하게들 산다.
강성태가 휴식 공간을 보며 입맛을 다실 때였다.
지이잉. 지이잉.
바로 옆의 덩치가 들고 있던 스마트폰이 짧게 울었다.
액정을 확인한 덩치가 바로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주사를 놓는다는 양길동의 신호입니다, 형님. 가시면 되겠습니다, 형님.”
별장을 보며 픽 웃은 강성태는 곧바로 걸음을 옮겼다.
최종 보스: 빛을 향해 달리는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