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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권 - 12화 (141/513)

7권 - 12화

송원이 쓰러진 직후였다.

강성태는 문도진과 송대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두 인간은 아예 등을 문에 대다시피 붙어 있었다. 그 앞을 신호남파 덩치들 열 명이 회칼을 든 채 지키고 있었다.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여태껏 버틴 광룡의 조직원들이 문 쪽을 향해 움직였다.

오십 명쯤 되던 숫자가 지금은 일곱 명이었다.

이제 신호남파 열 명에 광룡의 남은 조직원 일곱만 해치우면 끝난다.

“후.”

강성태가 나직하게 숨을 내쉴 때였다.

털썩.

강성태의 뒤편에서 누군가 주저앉는 소리가 들렸다.

숨 막힐 듯 긴장된 순간이라 그런지, 바닥을 울리는 소리가 가슴을 파고드는 것처럼 섬뜩하게 들렸다.

강성태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치곤아.’

이병렬의 다리에 기댄 자세로 주저앉은 최치곤이 힘겹게 고개를 들고 있었다. 볼, 목덜미, 가슴이 온통 피로 물들었고, 허벅지 부근의 바지도 여러 곳 갈라져 있었다.

“얼른 끝내고 폭탄주 마시자.”

강성태의 눈을 본 최치곤이 중얼거리는 투로 건넨 말이었다. 어쩌면 지금 저 말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최치곤을 다리로 버텨주는 이병렬도 엉망이었다.

찢어진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가 오른쪽 눈을 흠뻑 적셔서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처럼 보였고, 회칼을 든 손등 바로 위쪽이 벌어져 뼈가 드러나 있었다.

옆에서 버티는 김진용도 피투성이인 건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김진용은 배를 움켜쥔 채 억지로 상체를 세운 모습이었다.

“김진용.”

“예, 형님.”

광룡의 조직원과 신호남파의 덩치들을 배경으로 고개를 돌린 강성태가 불렀고, 볼을 씰룩인 김진용이 안간힘을 쓰며 답했다.

외로워 보였나?

아니면 신호남파 덩치들을 상대로 홀로 서 있는 게 안쓰러웠을까?

강성태를 바라보는 김진용의 눈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치곤이 데리고 무대 쪽으로 가 있어.”

“형님?”

강성태의 눈을 들여다본 김진용이 볼을 씰룩하는 순간이었다.

“진용아. 보스 말씀대로 해.”

이병렬이 나직하게 부르고는 뒤편을 고개로 가리켰다.

고개를 숙여 인사한 김진용은 몸을 세우고는 무대 위를 돌아보았다.

조태완이 당했는데, 변웅진과 조은우가 배신했는데…….

휘익! 땡강!

김진용은 보란 듯이 무대 쪽을 향해 회칼을 던졌다.

처절한 싸움을 지켜보고만 있는 김종수와 정영권, 태완이파 덩치들에게 던지고 싶은 욕을 대신해 보인 행동이었다.

상체를 기울인 김진용이 오른팔로 최치곤의 상체를 붙들었다.

지이이익.

무대로 힘겹게 향하는 김진용, 다리를 길게 편 채 딸려가는 최치곤, 두 사람이 지나간 자리에 길게 이어진 핏물이 지금껏 있었던 살벌한 싸움을 증명하는 모습이었다.

“김정훈. 다친 동생들 뒤로 물려.”

“예, 형님.”

태완이파에서 유일하게 독기를 보이던 김정훈이 회칼을 든 채 상체를 돌렸다.

“너, 너, 너, 쓰러진 애들 데리고 무대 쪽으로 나가.”

“형님?”

“지금은 성태 형님 말씀 들어!”

“실례하겠습니다, 형님.”

김정훈의 지시를 받은 덩치가 고개를 짧게 숙인 뒤에 한 걸음을 커다랗게 움직여 옆으로 빠져나왔다.

태완이파 덩치들이 바라보는 앞이었다.

문도진과 송대길, 신호남파, 광룡의 조직원들까지 작은 움직임마저 놓치지 않으려 집중한 순간이었다.

꾸벅.

옆으로 나선 덩치가 강성태를 향해 상체를 깊게 숙였다.

몸을 세운 덩치의 눈 역시 김진용과 같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토록 많은 태완이파 덩치들이 있는데 싸우는 인원이 이것뿐이라는 울분, 오십이 넘는 숫자와 싸우고도 버텨냈는데 결국은 뒤로 나가야 하는 갑갑함이 놈의 눈에 가득 담겨 있었다.

“고생했다.”

“아닙니다, 형님.”

볼을 씰룩인 그가 김정훈이 가리켰던 덩치들과 뒤로 물러났다.

시선을 앞으로 돌리기 전이었다.

강성태는 확인처럼 이병렬을 들여다보았다.

말은 필요 없었다.

다부진 이병렬의 눈이 힘도 됐다.

입술을 굳게 다문 강성태가 시선을 앞으로 돌린 다음이었다.

“형님. 저 새끼들 약 처먹은 거 같습니다.”

김정훈의 나직한 말이 건너왔다.

실제로 문도진과 송대길 앞을 막아선 놈들은 눈이 반쯤 풀어져 있었고, 의미를 알기 어려운 공포와 분노를 얼굴에 담은 채 히죽대고 있었다.

저런 놈들 상대해 봤다.

마약 카르텔에 반항하거나 정보를 넘긴 농부들, 조직원, 반대 조직원을 잔인하게 살해할 때면 그들도 마약을 사용했었다.

아마도 강성태가 뿔 달린 악마처럼 보이거나, 아니면 칼로 난도질하는 순간의 쾌감을 기대하며 몸서리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저놈들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더한 놈들은 자신의 몸뚱이가 갈라지는 순간에 오히려 짜릿한 쾌감을 느끼고, 더욱 버둥거린다.

거기에 상대방의 몸을 가르며 또 극한의 쾌감을 느낀다.

자신이 베이든, 상대방을 가르든, 최고의 희열을 느끼는 놈들이니만큼 확실하게 죽일 수밖에 없었다.

진짜 잔인한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침묵 속에서 강성태의 손을 타고 흘러내린 피가 쿠크리의 날을 지나 바닥에 방울방울 떨어질 때였다.

“이쯤에서 그만하자.”

선심을 쓴다는 듯 문도진이 거만하게 조건을 던졌다.

“여기에서 끝내. 네놈이 아끼는 두 놈도 병원에 데려가야 할 거 아냐?”

저래 놓고 기회가 생기면 다시 달려들 거다.

해적을 상대할 때, 경호할 때도 이랬다.

그래서 강성태는 이럴 경우에 답이 정해져 있었다.

“광룡은 삼합회의 똘만이라 그렇다고 친다. 너를 위해 이렇게 나선 놈들에게 꼭 약을 처먹여야 했냐?”

옅게 웃은 강성태는 대답 대신 바닥을 향해 있던 쿠크리의 날 끝을 앞으로 들었다.

“야, 이 미친 새끼야! 지금 날 죽이면 수습이 안 돼!”

“내가 뒤를 걱정하는 사람으로 보여?”

“그러니까 그만하자고! 어? 야, 이 미친 개새끼……!”

문도진의 욕이 끝나기 전이었다.

강성태는 곧장 문도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가장 앞에 있던 이미 붙어봤던 광룡 조직원의 칼을 왼팔로 막은 강성태는 쿠크리를 옆으로 날려 목을 사정없이 그었다.

카각! 서걱! 서거걱!

두 놈이 쓰러진 뒤였다.

일그러진 눈과 묘한 미소를 단 신호남파의 덩치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카각! 서걱! 서걱!

강성태가 두 놈의 목을 긋고 앞으로 뛰어나가는 순간이었다.

푹!

‘끄윽.’

화끈한 통증이 왼쪽 허리 위의 등에서 달려들었다.

목이 갈라진 놈이 기괴한 눈빛과 미소를 지으며 쑤셔 넣은 회칼이었다.

진짜 지옥은 지금부터다!

콰작! 

왼팔의 팔꿈치로 놈의 턱을 갈긴 강성태는,

써걱!

쿠크리를 휘둘러서 칼을 쥔 손목을 끊었다.

카각! 칵! 카가각!

등에 박힌 회칼을 빼낼 여유 따위 없었다.

급하게 몸을 돌린 강성태는 연달아 날아드는 회칼을 왼팔로 막은 뒤에 손목들을 노리고 쿠크리를 휘둘렀다.

써걱! 써걱!

손목을 자르는 강성태나 잘린 손목을 하고도 악귀처럼 달려드는 놈들 모두 섬뜩한 모습이었다.

팔을 물어뜯으려 달려드는 놈의 머리를 이마로 받은 강성태는 다시 손목과 목을 가르며 앞으로 나갔다.

“야, 이 약쟁이 새끼들아!”

“이 개새끼들!”

손목을 자른 놈들을 향해 달려든 이병렬과 김정훈, 그리고 다섯 명 남은 숙소 덩치들이 거친 고함을 질러댔다.

배에 칼을 맞고도 히죽대고, 피범벅인 손을 들어 눈알을 파내려 달려드는 독기에 밀리지 않으려 내뱉은 욕이었다.

강성태는 이를 악문 채 칼을 든 덩치들의 손목을 잘랐다. 그러면서 악착같이 앞으로 나갔다.

카각! 써걱! 서걱! 

단숨에 죽이지 못해 미안하다!

목을 갈라도 회칼을 휘두를 거라 방법이 없다!

지금 살아나가도 더 강한 자극을 원해서 스스로 약을 하게 돼. 약에 취하면 사람의 목을 가르고 싶어 발버둥 칠 거고.

카각! 써걱! 서걱! 

사람을 죽이는 거로 약발을 받은 놈들은 부모, 부인, 자식 가리지 않고 주변에 있는 사람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악마가 돼!

써걱! 서걱! 서걱!

치료 방법은 죽는 거밖에 없다.

그래서 이게 서로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와아악!”

물려고 달려드는 놈의 얼굴을 강성태가 밀어낸 직후였다.

지쳤는지 단숨에 떨쳐내지 못하고 손목을 잡혔다.

바로 그때.

푹!

오른쪽 앞에서 날아든 회칼이 어깨 아래로 들어가 등 쪽 날갯죽지로 불쑥 나왔다. 이놈이 칼을 돌리면 오른팔을 못 쓰는 건 나중 일이고, 힘이 빠져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다.

“끄응!”

강성태는 이를 악물고 회칼을 잡은 놈의 손목에 쿠크리를 걸었다.

“죽여! 죽이라고!”

홱! 써걱!

문도진의 고함이 터질 때, 강성태는 칼을 잡은 손목에 걸었던 쿠크리를 힘껏 당겼다. 그런 뒤에 날을 옆으로 비틀고 놈의 목을 두 번 갈랐다.

어깨에 박힌 회칼 탓에 오른팔을 제대로 돌리지 못했다.

왼쪽에서 번득, 신호남파 덩치가 휘두른 회칼이 눈에 들어왔다.

염병!

강성태가 눈을 독하게 뜨는 순간이었다.

“형님!”

처음 듣는 음성과 함께 시커먼 그림자가 강성태의 곁을 파고들었다.

푸욱!

“끄으-.”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김정훈의 숙소 덩치인 모양이었다.

강성태는 대신 칼을 맞은 덩치를 왼손으로 붙들며 동시에 쿠크리를 빠르게 휘둘렀다.

회칼을 찔러넣은 놈의 손목과 목을 가른 직후였다.

강성태는 칼에 맞은 덩치를 왼팔로 안은 채 뒤로 물러났다.

“김정훈! 뒤로 데려가!”

“예, 형님.”

김정훈이 훅 달려와서 피범벅인 손으로 덩치를 안고 물러났다.

“허억. 헉. 허억.”

거친 숨을 토해낸 강성태가 시선을 돌렸을 때, 문도진과 송대길 앞에는 다섯 명밖에 없었다.

허벅지를 왼손으로 누른 이병렬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온몸이 피투성이인 김정훈이 악착같이 강성태의 뒤로 다가오고 있었다.

강성태의 시선을 받은 송대길의 눈알이 흔들렸다.

다시 문도진에게 시선을 돌린 강성태는 눈과 눈이 마주친 상태에서 왼손을 들어 어깨에 박힌 회칼을 손잡이를 잡았다.

“끄윽!”

단숨에 뽑은 회칼을 왼편으로 던졌고,

땡강!

다시 등으로 손을 돌려 허리 위에 박힌 회칼을 자루를 잡았다.

아직 문도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 상태였다.

“끄으응!”

뒤에 있어서 단숨에 뽑지 못했다.

고통도 그만큼 길었고.

땡강!

두 번째로 회칼을 던진 강성태는 독기 가득한 눈으로 문도진을 노려보았다.

다섯 놈?

저놈들을 해결하면 이병렬과 김진용, 최치곤을 병원으로 데려갈 수 있다.

이병렬이 태완이파와 신호남파를 관리하는 동안 강남에서 마약이 도는 일도 없을 테고.

너만 잡으면 끝나, 문도진.

“그만하라고, 이 미친 새끼야!”

질린 얼굴로 문도진이 욕을 뱉었고,

와락!

강성태는 그런 문도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카각! 써걱! 서걱! 카가각! 써걱! 써걱!

단박에 두 명을 상대한 강성태는 마지막 남은 놈의 회칼을 왼팔로 막았다.

퍼억!

놈이 회칼을 찌르기 전에 이마로 미간을 들이받은 강성태는 쿠크리를 빠르게 휘둘렀다.

휘익! 서걱!

마지막 놈의 목을 가른 직후였다.

강성태의 배를 향해 회칼이 날아들었다.

급하게 상체를 틀었으나 회칼은 배의 옆을 파고들었다.

“씨발 놈아!”

송대길이었다.

욕을 뱉은 놈이 강성태의 목을 왼손으로 붙들고 밀며 회칼을 더욱 깊게 찔러넣었다.

“끄으.”

“뒈져! 그만 좀 뒈지라고!”

터억.

강성태는 아래로 늘어트린 쿠크리를 송대길의 손목에 걸었다.

“이 미친 개새……!”

써걱!

“끄악! 끅!”

오른손 손목을 움켜쥔 송대길이 비명을 질러댈 때였다.

“너는 이리 와!”

김정훈이 불쑥 튀어나와 울부짖는 송대길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송대길의 배에 회칼을 크게 쑤셔 넣었다.

독하게 인상을 찌푸린 김정훈이 회칼의 날을 힘껏 돌렸다.

“컥! 커흑!”

경련처럼 몸을 떨던 송대길을 김정훈이 밀쳐낸 밀쳐냈다.

그사이 강성태가 상대하지 못한 두 명을 해치운 이병렬이 곁으로 다가왔다.

“내가 한다.”

이병렬이 던진 짧은 말을 충분히 알아들었다.

의미도 분명하게 알았다.

강성태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병렬은 절뚝이는 걸음으로 문도진에게 다가섰다.

“야! 강성태! 카지노 전부 넘겨주마! 야!”

“도진이 형님. 제가 모시는 보스입니다.”

“병렬아! 내가 카지노 넘겨줄게! 태완이파 작업한 거 사과할게! 야! 이병렬!”

이병렬은 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문도진에게 다가섰다.

그리고 지켜보기 역겨울 정도로 애원하던 문도진의 눈이 그 순간 바뀌었다.

꽉.

이병렬이 들고 있던 회칼을 문도진이 움켜쥐었다.

“개새끼가!”

그리고는 오른손에 든 회칼을 빠르게 앞으로 내질렀다.

지친 데다 다리마저 성치 않은 이병렬이 회칼을 막을 방법은 없어 보였다.

젠장!

강성태는 몸을 던지다시피 앞으로 달리며 쿠크리를 뻗었다.

휙! 카각!

쿠크리의 날에 걸린 회칼을 강성태는 세차게 휘감았다.

땡가-앙!

“치사하게 둘이……!”

푸욱!

억울하다고 외치던 문도진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고, 이어 비참하게 일그러졌다.

이병렬이 손을 빠르게 옆으로 틀었고,

“커흑!”

이병렬을 안는 듯이 팔을 걸었던 문도진이 천천히 무너져 내렸다.

털썩.

길고 잔인하며, 처참한 싸움의 종료를 알리는 장면이었다.

강성태는 이병렬에게 앞으로 기울어진 그의 팔을 당겼다.

“씨발. 마약이고 지랄이고, 이제 이런 싸움 그만하자.”

오른쪽 눈이 피에 물든 이병렬이 던진 말이었다. 그런 뒤에 그는 강성태의 배 옆에 박힌 회칼로 시선을 내렸다.

“놔둬. 이건 그냥 병원 가서 뽑자.”

강성태의 요구에 이병렬이 픽 웃었다.

서 있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쿠크리를 칼집에 꽂은 강성태는 누가 누구를 부축하는지 모를 모양으로 이병렬과 함께 문에 기댔다.

“봤냐, 이 새끼들아!”

홀의 중앙에서 포효하는 김정훈 너머에서 무대 아래쪽에 기대앉은 김진용과 최치곤이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영권 숙소에서 여기 수습하고! 웅진이 숙소와 은우 숙소는 지금부터 신호남파 정리한다! 싫은 새끼 있으면 나와! 강남 주인 되기 싫은 놈 나오라고!”

“저 새끼는 치료부터 해주고 지랄을 떨든가.”

이병렬의 말이 웃겼다.

웃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몸이 나른해서 강성태는 벽을 타고 천천히 주저앉았다.

“보스! 야! 보스! 성태야! 강성태! 야!”

어깨를 붙든 이병렬의 고함이 멀리서 들렸고,

“서둘러, 이 새끼들아! 얼른 성태 형님과 병렬이 형님 병원으로 모셔!”

다급한 김정훈의 지시가 좀 더 아련하게 들렸다.

“성태야! 야아! 강성태!”

강성태의 어깨를 붙든 이병렬의 얼굴이 아른아른 여러 개로 보이면서 그가 부르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왕왕 울렸다.

이모.

이런 거 진짜 싫었는데 그러기엔 너무 많은 걸 봤어요.

모른 척 못 해서 미안해, 이모.

장숙경을 떠올린 강성태의 얼굴 앞에 홀을 기다시피 달려온 최치곤이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야! 이러지 마! 야! 왜 이래!”

얼굴에 피칠을 한 최치곤이 강성태를 향해 악을 써대고 있었다.

말했잖아.

불러도 못 일어날 때가 한계라고.

아프가니스탄에서 한 번, 멕시코에서 또 한 번, 두 번 있었어.

“성태야-아!”

“얼른 모셔! 빨리!”

강남에 당분간 마약은 없을 거니까.

이 소문이 나면 광룡도 주춤할 테니까.

최치곤을 향해 옅게 웃은 강성태는 고개를 옆으로 스르륵 떨어트렸다.

최종 보스: 빛을 향해 달리는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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