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권 - 5화
변웅진은 몸에 딱 붙는 정장을 즐겨 입었는데 몸에 닿는 건 속옷부터 양말까지 명품으로 두를 만큼 스타일을 중시했다.
“회칼을 고를 때도 명품인지 아닌지를 먼저 봐야 진짜 건달이다.”
평소 관리하는 숙소 덩치들에게 입버릇처럼 해대는 말 역시 스타일과 폼에 관한 내용일 정도로 그는 보여주는 면에 신경 썼다.
문을 살핀 변웅진은 스마트폰을 들어 통화버튼을 눌렀다.
트와일라잇을 관리하며 정말 폼 나게 살았다.
강성태가 들이닥쳐 온통 휘젓기 전까지 말이다.
그날 사건으로 스타일 망가지는 바람에 변웅진은 강성태를 담글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하겠다고 벼르던 참이었다.
스마트폰을 통해 신호음이 두 번쯤 울린 뒤였다.
- 여보세요?
바삐 받은 문도진의 음성이 건너왔다.
“변웅진입니다, 형님.”
- 무슨 일이냐?
“태완이 형님 수술이 끝났답니다. 사흘이 고비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형님.”
- 누가 그래?
“좀 전에 강성태가 종수 형님께 문자로 알려준 내용입니다, 형님.”
- 후.
입을 동그랗게 말고 뱉는 한숨이 스마트폰을 타고 건너왔다. 문도진은 말할 것 없고, 태완이파 누구도 조태완이 살기를 바라지는 않았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강성태가 내일 새벽 모임을 사흘 뒤로 미루잡니다, 형님.”
- 그 새끼가? 조 회장 끼고돌겠다는 거 아냐?
“아에 대놓고 그렇게 문자했었습니다, 형님.”
- 하아, 참.
이대로 사흘이 지나서 조태완이 의식을 차리면 태완이파는 정말 강성태의 손에 들어간다.
- 다른 생각하지 말고 어떡해서든 강성태를 클럽으로 불러.
“강성태를 작업했는데 태완이 형님이 일어나시면 수습할 방법이 없습니다, 형님.”
문도진의 요구에 변웅진은 쉽게 따르지 못했다.
변웅진이 강성태를 작업하면, 막말로 조태완은 근심 하나를 던 꼴이었다. 그러나 생명을 구해준 데다 병원 앞을 지켜준 강성태를 허락 없이 작업했다는 징계를 피하기는 어렵다.
김동팔의 일도 있어서 멋대로 행동한 변웅진은 클럽 관리에서 밀려날 공산이 컸다.
- 적당히 불러놓고 빠져.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클럽에 형님이 오시면 일이 커집니다, 형님.”
- 그럼 어쩌자고? 이대로 강성태 아래로 들어가겠다고? 나랑 통화한 게 끝까지 숨겨질 거 같아? 이렇게 의논한 걸 조 회장이 알게 되면 너는 그냥 죽어.
그건 그렇다.
문도진과 연락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변웅진은 그날로 죽은 목숨이다.
- 동팔이가 처음부터 내 말대로만 했었으면 이미 조직 손에 쥐었다. 망설이다가 강성태만 좋은 꼴 만들어주고 뒈진 거 아냐. 내가 강성태 작업하고, 조 회장 찾아가 볼 테니까 독하게 마음먹어. 조직 손에 넣으면 다 끝나.
조태완을 찾아간다는 말에 변웅진은 마른침을 삼켰다.
- 시간 끌다가 동팔이 짝 난다. 얼른 나가서 종수부터 설득해.
김동팔을 떠올린 변웅진은 창을 향해 이를 드러냈다.
“예, 형님.”
그런 뒤에 독한 음성으로 답을 내놓았다.
**
응급실에서 나온 이병렬이 김진용을 향해 고갯짓을 던졌다.
“빨리 들어가 봐라. 의사가 도라이 끼가 좀 있다.”
“다녀오겠습니다, 형님.”
이병렬의 말투가 심상치 않아서 김진용은 군소리하지 않고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다.
“달수야. 출출하니까 애들 시켜서 먹을 것 좀 사 오라고 해. 넉넉하게 사. 밖에 애들 다 먹게.”
“예, 형님.”
서달수에게 야식을 지시한 이병렬은 그제야 강성태에게 다가왔다.
“여기 있어 봐야 애들만 힘들다. 안에 있자.”
실제로도 강성태가 함께 있는 바람에 김진용부터 서달수, 최치곤까지 자세를 풀지 못하고 있었다.
최치곤을 향해 눈짓을 전한 강성태는 병원 로비를 향해 움직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기본만 들어와 있는 조명 아래로 텅 빈 의자들이 강성태와 이병렬을 맞아들였다.
“종수하고 통화했냐?”
“우선 이걸 먼저 봐.”
의자에 앉은 강성태는 김종수에게 보낸 문자를 찾아서 이병렬에게 내밀었다.
“뭐야? 정말 사흘 뒤로 미뤄?”
스마트폰을 돌려준 이병렬이 의미심장한 눈을 하고는 강성태를 들여다보았다.
“이거 아니지?”
“반응 보자. 만약 새벽에 모이자고 조르면 김종수까지 다른 생각을 품은 거니까 거기에 맞춰 행동하면 된다. 거기에 가능하면 문도진도 함께 잡으려고.”
“씨발. 일 키우는 거 하나는 대한민국 최고다. 클럽 맡은 놈들이야 모인 자리로 가서 두들긴다 치고, 도대체 문도진은 어떻게 불러내냐?”
말을 하던 이병렬은 정신이 번쩍 든 것처럼 고개를 비틀었다.
“아니지? 태완이파도 상대하기 벅찬데 무슨 수로 신호남파까지 감당하냐?”
“급한 건 우리가 아니잖아. 그냥 하나씩 부수자.”
“하나씩?”
이병렬이 말을 배우는 사람처럼 반문했을 때였다.
우우웅. 우우웅. 우우웅.
강성태의 스마트폰이 손안에서 울었다.
“김종수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조용한 로비였다.
굳이 스피커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김종수의 음성이 들릴 정도여서 강성태는 통화버튼을 누른 뒤에 볼륨을 최고치로 올렸다.
“여보세요?”
입 앞에 스마트폰을 눕힌 강성태가 전화를 받은 직후였다.
- 김종수입니다, 형님.
조심하는 음성이 건너왔다.
“무슨 일이야?”
- 애들하고 의논했는데 말입니다, 형님. 어차피 정리할 거면 태완이 형님 일어나시기 전에 조직을 정비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입니다, 형님.
“그냥 알아듣기 쉽게 말해.”
- 사흘 뒤로 미룰 것 없이 새벽에 모여서 형님과 의논하면 어떨까 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형님.
김종수의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느낌이어서 강성태는 먼저 옅게 웃었다.
“병원을 비워두기 그래. 그냥 사흘 뒤로 해.”
- 병원에는 병렬이가 지키지 않습니까, 형님?
어쩌면 강성태의 예상이 이토록 적중하는지, 코웃음을 터트렸던 이병렬이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러지 말고 만나서 이야기하자. 거기 정영권이라고 있다고 했지? 둘이서 병원으로 와.”
- 지금 말씀이십니까, 형님?
“아니면 사흘 뒤로 하든가.”
고민하는 모양인지 답은 바로 나오지 않았다.
강성태와 이병렬이 시선을 마주친 다음이었다.
-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형님. 20분쯤 걸립니다. 대신 숙소 애들 몇 명은 데려가겠습니다.
“그건 편할 대로 하고.”
김종수의 답이 있었다.
강성태는 대꾸조차 없이 손을 들어 종료버튼을 눌렀다.
“됐다.”
“어떻게 하려고?”
“김종수하고 정영권이 오면 바로 데리고 가자. 클럽 맡은 놈들이 셋이라니까 하나씩 불러내서 끝내. 너랑 나, 진용이면 되겠다.”
습관이 된 것처럼 이병렬의 고개가 불쑥 올라왔다.
“명분 걱정하는 거면 지금 오는 두 놈이 있잖아.”
“김종수랑 정영권이 앞마이 세우려는 거지? 그럼 좀 달궈서 가자.”
“어떻게?”
강성태의 질문을 받은 이병렬이 주차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다부진 표정으로 서달수와 최치곤을 보았다.
**
김종수가 나가고 난 뒤였다.
사무실의 문을 잠근 변웅진은 빠르게 통화버튼을 눌렀다.
“변웅진입니다, 형님.”
- 어떻게 됐어?
“지금 막 종수 형님이 영권이 데리고 병원으로 출발했습니다, 형님.”
- 내일 새벽은?
“그걸 만나서 결정하자고 해서 지금 달려간 겁니다, 형님.”
- 그 새끼, 참. 영권이까지 갔으니까 다른 짓은 못 할 테고. 결정되는 대로 바로 알려.
“예, 형님.”
변웅진은 공손하게 답을 내놓았다.
어느새 조직 보스인 것처럼 지시하는 문도진이 못마땅했으나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
통화를 마친 문도진은 이를 지그시 깨물며 시선을 들었다.
“애들은?”
“전부 대기 중입니다, 형님.”
“긴장 풀지 말고 있어. 말 안 나가게 단도리 했지?”
“예, 형님.”
송대길의 답을 들은 문도진은 앉아 있던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대길아.”
“예, 형님.”
세븐 우드 호텔의 카지노 고객용 룸이었다.
창으로 다가간 문도진은 아직 화려함을 벗지 않은 강남을 내려다보았다.
바깥에서 화려한 밤을 품은 유리가 안쪽으로 문도진과 그 뒤에 서 있는 송대길을 거울처럼 확실하게 담아주었다.
“그날 너만 그런 게 아니라 내 자존심도 박살났었다. 그걸 확실히 갚아줘야 하지 않겠냐?”
“맡겨주십시오, 형님.”
“조태완이 소유하던 클럽만 세 개다. 이제 너도 그 정도는 관리할 때 됐잖아?”
“감사합니다, 형님.”
유리에 담긴 송대길이 단단하게 답하며 상체를 깊숙하게 숙였다.
**
김종수는 승용차의 뒷좌석에서 강성태와 만났던 상황을 적당하게 돌려서 들려주었다.
“형님이라고 부르셨단 말입니까, 형님?”
“그럼 어떻게 하냐? 병렬이 새끼가 눈알을 벌겋게 뜨고 달려들지, 태완이 형님은 강성태 손안에 있지. 너라도 있으면 해보겠는데 방법이 없잖아.”
“아, 형님도 참.”
“가면 너도 일단 숙여.”
“형님?”
“그래야 우리말을 믿어. 그렇게라도 새벽에 불러내면 다 끝나잖아. 아니면 병원에서 한번 들이대든가?”
내내 버티던 정영권이 마른침을 삼키며 답을 내놓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태완이 형님이 일어나면 동팔이가 차지했던 자리를 강성태가 손에 쥐어. 태완이 형님이 깨어난다고 해도 한동안 조직이 강성태 뜻대로 돌아갈 테고.”
그렇게 되나?
정영권이 어쩌면 좋겠냐는 투로 김종수를 바라보았다.
“줄 잘 타야 돼, 인마. 너, 웅진이 해볼 수 있어? 아니잖아. 그러니까 여차하면 강성태 줄이라도 타야지. 일단 형님이라고 부르고 숙여. 강성태가 이기면 그쪽에 붙을 여지를 둬야하지 않겠어? 깡패도 요즘은 라인이다. 줄 잘 서야 살아.”
김종수가 달래도 정영권은 쉽게 답을 내지 못했다.
‘강성태가 눈만 부라려도 고개 숙일 놈이…….’
아니꼬운 생각이 들었지만, 김종수는 숨 한 번 내쉬는 거로 감정을 눌렀다.
“내가 클럽 하나 너한테 맡기자고 했다.”
“예? 형님?”
“만약 강성태가 조직 관리하게 되면 판 다시 짤 거 아니냐? 병렬이가 나선다고 하던데 내가 그렇게 말해놨으니까 일단 내 말대로 해.”
“말씀대로 하기는 하는데 클럽이 탐나서 그런 건 아닙니다, 형님.”
‘염병한다.’
김종수는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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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를 마친 김진용이 대기실로 들어왔다.
“치료 끝내고 나왔습니다, 형님. 치곤이가 앞에 있길래 바로 들여보냈습니다.”
정수리에서 왼쪽 아래의 머리카락을 잘라냈는지 그쪽이 훤하니 비어서 얼핏 보면 원형탈모가 심하게 진행된 것처럼 보였다.
“의사가 좀 이상하지 않았냐?”
“말 몇 마디 안 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형님.”
김진용이 답을 한 뒤였다.
“조금 뒤에 김종수와 정영권이 올 거다. 시보리 좀 줄 거니까 거기 맞춰 움직여.”
“예, 형님.”
김진용이 고개를 숙이는 찰나에 서달수가 덩치 둘과 함께 들어왔다. 1회용 그릇과 물병을 들었는데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지만, 멸치국물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밖에 애들은?”
“다 돌렸습니다, 형님.”
서달수가 빈 의자에 그릇들을 내려놓을 때였다.
주차장으로 승용차 두 대가 들어섰고, 혹시나 싶었는지 밖에 있던 덩치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김종수일 거다. 진용이 네가 가서 데려와. 정영권이까지 둘만 데려와. 봐서 인원수대로 국수 좀 더 가져오고.”
“예, 형님.”
고개를 숙인 김진용이 로비를 나섰다. 그리고는 차에서 내린 김종수에게 인사한 뒤에 처음 보는 덩치까지 함께 데리고 로비로 돌아왔다.
꾸벅, 상체를 숙인 김종수가 시선으로 정영권을 가리켰다.
“말씀하셨던 정영권입니다, 형님. 인사드려라. 이분이 강성태 형님이시다.”
“인사드리겠습니다, 형님. 정영권입니다, 형님.”
“반갑다.”
“예, 형님.”
강성태와 이병렬에게 차례로 인사한 정영권은 한 살 위인 김진용에게도 고개를 숙였다. 다음으로 서달수가 정영권에게 인사하면서 복잡한 절차가 끝났다.
“앉아. 마침 야식 먹으려던 참이니까 같이 먹자.”
“저희는 괜찮습니다, 형님.”
“보스가 권하시는데 그러지 말고 받아.”
“실례하겠습니다, 형님. 맛있게 드십시오, 형님.”
한 번 사양했던 김종수는 이병렬이 재차 권하자 정영권과 함께 국수를 받아들었다.
목적이 있어서 온 김종수였고, 정영권은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거기에 김진용과 서달수가 손을 앞으로 모은 채 서 있어서 멸치국물이 아니었다면 국수 가락이 목에 달라붙었을 정도로 분위기가 뻑뻑했다.
10분쯤 걸렸다.
육개장에 단련된 덕분인지 강성태는 그나마 수월하게 국수 한 그릇을 먹었다. 강성태를 시작으로 이병렬, 김종수, 정영권이 젓가락을 놓았다.
“달수야. 거기 커피 좀 뽑아와.”
“예, 형님.”
이병렬이 지시하자 그릇을 한쪽으로 치운 서달수가 구석에 있는 자판기로 움직였다.
“진용아. 칼 있지?”
“예, 형님.”
그 직후에 이병렬이 질문을 던지자 조금 전까지 국수가 놓였던 자리 위로 김진용이 서슬 퍼런 회칼을 놓았다.
“김종수, 정영권. 너희 둘 다 스마트폰 내놔.”
“이병렬? 왜 이래?”
김종수의 대꾸를 들은 이병렬이 강성태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한테 문도진의 번호가 있거든. 직통이라니까 너희 둘 중 누구라도 문도진과 통화했다면 그 기록이 있겠지. 그걸 확인해야 내가 너희 둘을 믿을 수 있으니까 다른 소리 말고 스마트폰 내놔.”
강성태의 말이 건너간 직후였다.
정영권이 의아해할 정도로 김종수의 낯빛이 핼쑥하게 바뀌었다.
“조태완이 모사에 당해서 칼 맞았고, 김동팔은 죽기까지 했는데 설마 문도진과 또 손을 잡지는 않았겠지? 그렇지, 김종수?”
“예? 형님?”
마른침을 삼킨 김종수가 애타는 눈으로 이병렬을 돌아본 직후였다.
“김종수. 마지막 기회다. 문도진이 새벽에 오기로 했다면 지금 말해. 내가 전화기 꺼내서 번호 확인하게 되면 진짜 죽는다.”
이병렬이 회칼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커피를 가져다 놓은 서달수가 품에서 회칼을 꺼내 아래로 들었다.
계산이 빠른 김종수, 대가 약한 정영권, 결정은 김종수의 몫이었다.
망설이는 김종수의 눈을 들여다본 강성태가 옅게 웃자 이병렬이 몸을 일으켰다.
그 직후였다.
“죄송합니다, 형님.”
김종수가 고개를 떨어트렸다.
“새벽에 클럽으로 문도진이 오기로 했을 거 같은데, 맞아?”
“예…, 형님. 저는 사실 거부하려고 했는데 클럽을 맡은 놈들이 이미 연락하고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형님.”
“이런 개 양아치 새끼가…….”
회칼을 들고 다가서는 이병렬을 피해 김종수가 움찔하며 고개를 뒤로 빼냈다.
“정영권.”
“예, 형님.”
“지금부터 새벽이 오기 전에 클럽 세 개 모두 정리할 건데 자신 있어?”
“예? 형님?”
“내가 병렬이와 뒤를 지켜준다. 조태완이 저렇게 누워 있는데 문도진과 손을 잡았던 놈들이다. 그래도 마지막에 조태완이 불렀던 게 넌데 이럴 때 뭔가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
숨이 막히는지 정영권은 목젖만 울렁일 뿐 답을 내놓지 못했다.
“조용하게 세 놈을 해결하고 클럽에 들어온 문도진을 잡는다. 그럼 조태완과 김동팔의 복수까지 마친 거라 명분도 좋지. 그 정도는 해줘야 클럽을 맡기지.”
김종수와 정영권이 동시에 놀란 눈으로 강성태를 보았다.
주눅 든 두 놈을 향해 강성태는 거부하기 어려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김종수. 어디부터 하는 게 좋아?”
“트와일라잇 관리하는 변웅진이 사무실에서 연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형님.”
계산 빠른 인간이 완벽하게 꺾인 얼굴로 내놓은 답이었다.
“사무실이 어딘데?”
“클럽 옆 건물입니다, 형님.”
픽 웃은 강성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병렬아. 김종수나 정영권을 지켜보고 있다가 허락 없이 전화기 만지거나 몸을 빼려고 하면 알아서 처리해.”
“맡겨주라.”
조금 전에 몸을 일으켰던 이병렬이 고개를 숙이며 묵직하게 답을 내놓았다.
“가자.”
강성태가 일어서자 이병렬이 회칼을 까딱여 김종수와 정영권을 일으켜 세웠다.
김진용과 서달수가 바삐 움직여 앞을 열었고, 응급실에서 나온 최치곤이 당황한 표정을 얼른 삼켰다.
최종 보스: 빛을 향해 달리는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