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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319화 (319/325)

제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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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와 애덤이 사라진 직후, 화연은 그들이 있었던 공간의 빈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서, 선배?”

물론 영의가 갑작스럽게 허공으로 사라지는 거야 본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가 자의적으로 간 게 아니라 타의에 의해 끌려갔다는 게 문제였다.

화연도 영의를 따라 다른 세계로 가 본 적이 있었고, 기본적으로 각성자란 인원들이 게이트라는 이공간으로 다녀오는 경우가 잦은 직업이었다.

그러나 방금 전 보았던 것은 게이트처럼 형태가 명확하지도 않았고, 색 또한 불길한 검은색이었다.

모든 빛을 흡수해 버려서 보일 것이 없어진 나머지 검은색으로 보이는 그런, ‘진정한 어둠이란 건 이런 것이다’ 같은 감상이 들게 하는 칠흑.

화연은 그들이 사라진 허공에 뭔가 손잡이라고 있다고 믿듯 계속해서 손을 휘저어 보았지만, 허공은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비어 있기에 허공이라 하는 것이었다.

빛을 잃은 이가 어둠 속에서 길을 찾기 위해 손을 뻗듯 빈 공간에 손을 휘적이는 것도 잠시, 화연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이, 이럴 때가 아니야. 연락을 해야……!”

지금 그녀가 해야 하는 일, 지시받았던 일은 애덤의 제압과 구속.

그 외에도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영의의 안전 확보와 현재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특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의 안정이었다.

거기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화연은 용신에게 연락하기 위해 휴대폰을 꺼냈으나, 거기에는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연락처가 없는데?’

용신과 연락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영의가 가지고 있었고, 지금 그 휴대폰은 가져오지 않았으니 그의 집에 있을 터였다.

어떻게든 연락처를 안다고 하더라도, 용신은 영의에게 줬던 전화에서 오는 연락이 아니라면 받지 않을 게 뻔했다.

‘아니, 그 이전에…… 지금 터진 사태를 수습하러 간 거겠지. 연락해도 못 받을 정도로 바쁠 거야.’

그녀는 방금 전 용신이 급하게 떠나간 것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진압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고, 결국 자신 혼자 힘으로 여기서 벗어나거나 위기를 알려야 한다는 판단 끝에 곧바로 창고를 벗어났다.

* * *

한편, 영의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것과 동시에 검은 공간 속으로 함께 투신한 애덤과 드잡이질을 벌이고 있었다.

검은 공간으로 들어온 그 순간 영의에게는 끝없이 추락하듯 떨어지는 감각이 느껴졌고, 애덤이 자신을 껴안고 동반 자살이라도 하려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그를 떼어 놓기 위해 이런저런 수단을 써 봤다.

밀어도 보고, 손가락을 꺾으려고도 해 봤지만 애덤은 그를 꽉 붙잡고 깍지까지 끼고 있었기에 뾰족한 수가 없었다.

결국, 드잡이질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퍽, 퍼억.

정확히는 드잡이질이 아닌, 일방적 구타였지만 양쪽이 서로 이기겠다고 용을 쓴다는 점에서는 드잡이질이었다.

“이 자식……!”

영의는 지금 있는 검은 공간에서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기에 감각과 대략적인 느낌만으로 애덤을 공격하고 있었다.

‘이상한데? 왜 이렇게 튼튼하지? 아니, 튼튼하진 않지만 끈질긴……. 어쨌든 왜 이렇게 계속 버티지?’

그의 손에는 애덤이 얻어맞고 근육을 경직시키는 감촉과, 뼈에 금이 가고 때로는 그것이 부러지는 감촉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주먹이 계속 애덤을 난타하고 있음에도, 애덤에게서는 고통스러워하는 반응이라거나 그를 잡은 것을 풀어 줄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전 부러뜨린 뼈가 다시 때렸을 때 또다시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는 등 이상함투성이였다.

그쯤 되어서야, 영의는 애덤에게 무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체 어떻게……? 똑같은 쇄골이 두 번 부러질 수는 없는데!”

‘좀비…… 아니면 뱀파이어…… 아, 진짜. 그때 뱀파이어 얘기를 들어서 그런가 그게 갑자기 생각나네.’

마치 죽어도 죽지 않는 괴물처럼, 다쳐도 그게 눈 깜짝할 사이에 회복되는 것만 같았다.

애덤은 영의가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때 비로소 입을 열고 그를 쳐다보았다.

“크흐흐흐, 이게 바로 내가 받은 축복이지. 절대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나에게 딱 걸맞은 새로운 재능.”

‘젠장, 뇌기만 제대로 쓸 수 있었어도.’

뇌기는 처음부터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그것도 적당한 수준이 아니라 살상에도 충분할 수준의 강력한 뇌기를.

하지만, 어째서인지 몸속을 순환하던 뇌기가 바깥으로 나오려고 하기만 하면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탓에 육탄전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둘의 드잡이질이 계속해서 이어지던 도중, 검은 공간이 사라지고 둘은 어딘가로 떨어졌다.

터엉.

“으윽!”

영의는 속이 빈 철제 구조물로 떨어진 듯, 무언가 울리는 소리가 났다.

쿠웅. 뿌드득.

애덤은 떨어지는 위치나 방식이 조금 잘못된 것인지, 묵직한 물체에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영의는 그 순간 애덤이 자신을 잡은 힘이 약해진 것을 느꼈고, 곧바로 그의 양쪽 팔을 밀어낸 다음 다급히 몸을 빼냈다.

그렇게 몸의 자유를 얻은 뒤, 상황 판단을 위해 주위를 돌아본 영의는 지금 그가 서 있는 장소가 낯익은 장소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긴?”

바닷속에서 푸르게 변한 동전처럼, 민트색에 가까운 녹색.

한쪽에는 책을, 다른 한쪽에는 횃불을 든 손을 높이 치켜들고 있는 동상.

미국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이었다.

“미국? 아니, 그보다…… 그 이상한 공간을 거쳐서 이런 데로 떨어졌다고?”

영의는 공간 이동에 대해서 매우 빠르고 확실한 수단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이동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방금 전 같은 경험이 어색했다.

결과는 같아도 도중에 거친 과정이 하늘과 땅 차이였으니,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영의가 이곳을 확인하는 동안 바닥에 쓰러졌던 애덤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크윽…… 역시 치료가 조금 더디군.”

애덤은 일반적으로는 꺾일 수 없는 각도로 꺾인 자신의 왼쪽 다리를 내려다보았고,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그것의 상태를 무시하고 냅다 두 다리로 버티고 일어섰다.

일반적이라면 고통에 신음하거나 일어설 수 없었을 텐데, 애덤은 부러진 다리가 멀쩡한 다리인 것처럼 우뚝 서서 영의에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뚜둑.

뚝.

한 발짝 한 발짝 걸어올 때마다 뚜둑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것은 부러진 다리가 더 악화되는 소리가 아니라 꺾인 다리가 원상태로 돌아오는 소리였다.

검은 공간에서의 일로 확신하고 있었던 영의였지만, 지금 눈앞에서 부상이 낫는 모습을 보자 영의는 애덤이 정말로 기괴하고도 무서운 상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친.”

마치 몸이 잘려도, 어딘가가 부러지거나 총을 맞아도 덤벼 오는 영화 속 캐릭터와도 같은 모습.

애덤은 곧바로 영의에게 돌진하며 소리쳤다.

“자! 한번 싸워 보자고! 악당 두목과 정의의 히어로! 싸움에 이 이상의 이유가 있겠어?!”

물론 명분으로만 보자면 싸울 만하지만, 영의는 애덤과 싸울 명확한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애덤은 영의와 싸워야만 한다는 듯이 그에게 전력으로 돌진해 왔고, 영의는 그를 제압하기 위해서라도 싸움에 응해 주었다.

그렇게 싸우기 시작하는 그들의 머리 위에는 검은 구멍이 뚫려 있었지만, 영의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 * *

뉴욕에서 한참 떨어진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

용신은 이곳에서 벌어진 사태를 진압하던 도중 무언가를 감지하고 거기에 이상함을 느꼈다.

물론 전 세계에 난리가 벌어지고 있었으니 이상한 일이 없을 리가 없지만, 그가 느낀 것은 없어야 할 것이 생긴 것에 대한 이상함이었다.

“어째서……? 그쪽 균열은 닫아 놓고 적당히 집어 놨을 텐데.”

방향은 뉴욕.

분명히 아까 열리기 전에 닫아 놨을 공간의 균열이 다시 발생한 것 같았다.

‘다시 뜯어진 건가? 아니면 누군가가 뜯은 건가? 뭐가 됐든 이렇게 되면 일 처리를 할 수가 없는데.’

물이 새는 파이프 하나를 고쳤더니 다른 곳에서 물이 새는 것이 반복되는 것만 같은 상황.

용신은 우선 원인을 확인해 보기 위해 카라카스에 열린 균열을 닫아 두고 곧바로 뉴욕으로 향했다.

뉴욕에 도착한 용신은 맨해튼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자유의 여신상 쪽에 균열이 열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위에서 싸우고 있는 두 남자도 본 용신은 어떻게 된 일인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저거군.”

자유의 여신상의 머리 위, 허공에 생겨난 검은 구멍이 점점 옆으로 찢어지며 그 크기를 넓혀 가고 있었다.

그는 그 검은 구멍에서 모종의 기운이 흘러나와 그 아래에 있는 애덤에게 흡수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저 멍청이는 중요한 것도 모르고 그냥 싸우고만 있군…….”

한편, 자유의 여신상에서 싸우고 있는 영의는 위에 있는 구멍이고 뭐고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왜 이렇게 잘 싸우지? 몸은 뭐 훈련한 것 같은 몸이 아닌데?’

운동을 좋아하는 일반인 내지는 과거 운동선수 경력이 있던 사람의 수준에 불과한 몸에 주먹이나 귀 등에 별다른 특이점이 보이지 않는 애덤은 영의를 상대로 거의 비등한 승부를 보여 주고 있었다.

‘타격계는 대부분 맞아 주거나 흘리고…… 팔꺾기는 본인이 같이 돌아 버리고, 집어 던지면 공중에서 균형 잡고 내려와 버리고……. 어떻게 전부 다 정석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거지?’

아무것도 모르는 이는 자신에게 들어오는 관절기에 대처하지 못하지만, 조금이라도 아는 이는 피하거나 대응할 수 있듯 애덤은 영의의 기술들에 완벽하진 않아도 숙달된 움직임을 보이며 막거나 피하고 있었다.

‘변칙적으로 기습해 봐도 바로 죽일 수가 없고 오히려 카운터로 달려드니까 대책이 없네? 뇌기는 아까 소진해서 아직 조금 모자라고…….’

심지어 부상을 입어도 치유되니, 가끔은 육참골단의 마음으로 돌격을 해 올 때도 있었으니 영의로서는 골치 아프기 그지없었다.

거기에 짜증이 밀려온 영의는 애덤이 보여 주는 움직임과 기술에 대해 물어보았다.

“……어디서 뭐 싸움 좀 했나 봐?”

나름의 재능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움직임이었으니까.

“격투기만 40년을 했지. 근육이나 반사 신경이 훈련되진 않았어도, 그 정도는 힘으로 때우면 되거든!”

영의는 애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자신도 거의 평생을 수련해 왔으니 질 수 없다는 마음이 들었다.

[44%]

그리고 아까 거의 소진했던 뇌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자 영의는 곧바로 단기결전으로 끝내려 했다.

빠직, 빠지직!

“와라!”

애덤은 영의가 스파크를 튀기는 모습을 보고 자세를 낮추며 그를 도발해 왔고, 영의가 기꺼이 그 도발에 응하기 위해 앞으로 뛰어나가려던 순간.

“오라고 가 주면 어떡하냐, 멍청한 놈아. 황소도 아니고.”

용신이 그의 뒷덜미를 잡아채 멈춰 세웠다.

“……아저씨?”

“위를 봐라, 멍청아. 저거 보이냐?”

영의는 용신의 말에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았고, 거기에는 하늘을 칼로 찔러 구멍을 내고 찢어낸 것같이 생긴 검은 공간이 있었다.

“설명하면 길지만, 저놈은 저기서 나오는 힘으로 회복하고 그게 반복될수록 저게 커진다. 그리고 그게 길어지면 이 세계가 망하는 거지.”

용신의 설명을 듣자, 영의는 애덤이 왜 그를 도발하며 싸우려고 한 것인지 이해가 갔다.

자신과 싸우면서 부상과 회복을 반복하면 그의 주의도 끌고 저 공간을 넓힌다는 두 가지 목적을 한 번에 달성할 수 있었으니까.

“……눈치가 빠르군!”

애덤은 용신의 등장에 곧바로 뒤로 물러서며 자신의 등 뒤에 검은 구멍을 열어 작은 균열을 형성했고, 영의를 잡고 뛰어들었을 때처럼 그 안으로 사라지려 했다.

“자, 그럼 알아들었지? 가서 붙잡아라. 둘이서 잘해 봐.”

“네?”

용신은 영의의 몸을 짐짝처럼 들어 올린 뒤 애덤 쪽으로 집어 던졌고, 애덤이 채 도망가기도 전에 영의는 그와 충돌하여 작은 균열 속으로 함께 사라졌다.

작은 균열이 닫히는 걸 본 용신은 머리 위에 열린 큰 균열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자…… 그럼,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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