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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314화 (314/325)

제3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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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바이크를 타고 달려온 상대 남자는 타고 온 바이크가 폼이 아니라는 듯, 본격적인 복장이었다.

검은 가죽 바지와 징 박힌 가죽 재킷과 가죽 장갑, 헬멧 아래에 쓰고 있는 두건까지.

바이커 갱들과도 같은 옷차림에 더불어, 덩치도 제법 컸다.

“드디어 내려오는군? 허약해 빠진 놈들이나 타는 마정석 바이크에서.”

남자는 영의가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오기 시작하자 미소를 지으며 그를 노려보았다.

“허약해 빠졌다니……. 최신 기종을 좋아할 수도 있는 거잖아?”

“바이크는 심장을 울리는 엔진 소리와 진동이 있어야 바이크라고 할 수 있지. 그런 게 없다면 그건 그냥 피자 배달 스쿠터일 뿐이다.”

알고 말한 건 아니겠지만, 남자는 의외로 영의의 과거를 정확하게 맞혔다.

“말 참 예쁘게 하는 재주가 있네. 뭐…… 얼굴이 개밥 같으니 재주라도 예뻐야지.”

남자의 얼굴은 좋게 말하면 사나이답고 마초스러웠지만, 나쁘게 말하면 산적 같은 얼굴이었다.

영의는 그런 외모에 관한 말로 남자와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방금 전 남자가 보여 줬던 힘을 신경 쓰며 대응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는 네 얼굴은 얼마나 잘났길래 이러지?”

헬멧에 가려진 영의를 쳐다보며 적의를 드러내기 시작하는 남자.

“적어도 개밥 수준은 아니지.”

“……그럼 내가 직접 개밥으로 만들어 주지!”

남자는 곧바로 영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고, 그의 징 박힌 장갑이 영의의 헬멧을 향해 날아들었다.

“마침 머리통도 은색이니 딱 개 밥그릇감이군! 네놈은 예전부터 주시해 왔지만 스카우트 대신 납치로 대신하겠다!”

남자의 빠른 선공에, 영의는 생각했던 것보다 빠른 싸움 시작에 혀를 차고는 자신도 마찬가지로 주먹을 휘둘렀다.

“쯧. 조금은 더 참을 것 같았는데 바로 달려드나.”

쿠웅.

한차례 주먹과 주먹의 충돌.

두 남자는 서로 주먹을 교환한 뒤 뒤로 조금씩 물러섰다.

‘겉모습에서부터 힘이 제법일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빠르고 정확하기까지 하다?’

누가 봐도 무식하게 힘을 쓸 것만 같은 남자에게 예상외의 기교가 있는 것에 놀란 영의.

‘뭐지 저놈……? 빼짝 마른 놈이 아무렇지 않게 주먹을 맞교환한다고?’

그리고 비록 각성자라 할지라도 자신보다 마른 체형이라 체급과 힘이 더 약할거라 생각한 상대가 자신의 주먹을 아무렇지 않게 막아 낸 것에 놀란 남자.

남자는 그리 어렵지 않은 상대로 생각한 영의가 의외로 귀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이름을 물어봐야 안 밝히겠지. 나는 <신인류>의 대표자, 스콧 밀러다. 여기서 널 쓰러뜨리고…… 새로운 세계의 구성원으로 만들어 주마!”

남자, 밀러는 어차피 대화 같은 건 안 통한다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싸워 보면 알겠다는 마음인 건지 곧바로 물리적인 대화를 시도해 왔다.

밀러와 영의는 거리를 두는 과정에서 서로의 바이크가 있는 곳까지 물러난 상태였고, 밀러는 자신의 바이크에 걸려 있던 쇠사슬을 꺼냈다.

촤라라락!

채찍처럼 이리저리 휘면서도, 자체적으로 상당한 질량을 가지고 있어 위력도 기대할 수 있는 무기.

그대로 휘둘러도 되고, 손에 감아서 너클처럼 쓰거나 밧줄처럼 쓸 수도 있는 상당히 준수한 무기였다.

그리고 영의 또한, 쇠사슬이 얼마나 쓸 만한지 익히 알고 있었다.

“비겁하게 무기냐!”

“비겁은 없다. 승리나 패배! 둘 중 하나의 「결과」만 남게 된다! 수단은 아무래도 상관없지!”

밀러의 말에, 영의는 무의식적으로 마음속 한구석에서 그 말을 반박할 수 없음을 느꼈다.

“칫…….”

시합이나 수양을 목적으로 무를 단련하고 힘을 길렀다면 수단까지 깔끔해야 했다.

하지만 영의는 처음 무술을 배울 때부터 실전파였다.

실전파라는 건 결국 어떻게 하든 상대를 이기는 것만이 최종적인 목적인 이들이란 뜻이고, 그것은 눈앞의 상대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쐐액! 쐐애액!

재빠르게 움직이며 공기를 찢어 내는 강철 고리들.

철그럭, 짜악!

그것은 때로 약간의 변화를 받아 움직임을 일순간 바꾸는 것만으로도 큰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영의는 그 모든 공격을 피하거나 쳐내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엄청난 기술이군! 나와 같은 기교파라니! 더욱 마음에 들어! 꼭 데리고 가서 여기 온 목적을 불게 하고 내 부하로 만들어야겠어!”

“기교……파? 네가?”

영의는 밀러가 아스팔트 바닥에 다리를 박아 넣어 바이크를 멈춘다거나, 콘크리트 조각을 손으로 던져 샷건의 탄환처럼 쓰는 행동을 보았기에 그가 기교파라고 하는 말을 의심했다.

“음? 하하! 이 힘은 최근에 얻었지! 힘으로는 이겨 낼 수 없어서 기술만을 갈고닦았던 과거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럼, 기교파와 기교파의 기술 싸움이라도 해 볼까!”

밀러는 기술과 힘을 둘 다 얻었다면서 기술 싸움을 하자는, 다소 불평등해 보이는 말을 내뱉었지만 영의는 그의 말에 응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교라…… 무림에서는 그게 기본이었지.’

현실에서야 힘만 있으면 해결되는 게 제법 많았지만, 무림에서는 그런 게 먹히지 않는다.

아무리 힘이 강해 봐야 기술을 제대로 갈고닦은 고수 앞에서는 흐르는 물처럼 손에서 빠져나갔으니까.

그리고 영의는, 그런 무림의 비무대회에서 우승까지 해 온 몸이었다.

‘우승은 나중에 판정받은 거지만, 적어도 준결승까진 갔지!’

영의는 체내의 뇌기를 활성화시키는 것과 동시에, 아까보다 한층 더 빨라진 움직임으로 밀러의 쇠사슬 끝부분을 잡아챘다.

텁. 촤륵.

회전하던 도중 움직임을 멈추게 된 쇠사슬은 아래로 늘어지며 소리를 냈다.

“……더 빨라지다니.”

“시작부터 있는 힘 없는 힘 다 때려 붓는 건 비효율적이잖아. 숨기는 거 한두 개는 있어야지.”

밀러와 영의는 사슬을 잡은 채 서로를 노려보았고, 이내 각자 사슬을 당기기 시작했다.

촥!

팽팽하게 당겨지며 위아래로 떨리기 시작하는 사슬.

“말랐지만 힘깨나 쓰는군!”

“흐읍!”

영의는 판세를 가져감과 동시에, 무기를 빼앗기 위해 체내에서 순환하는 뇌기를 더욱 키워 가며 팔에 힘을 주었다.

드드득.

갑작스럽게 증가한 힘에, 밀러는 쇠사슬을 잡고 있는 몸째로 끌려가는 것을 느꼈고 그 당혹감에 무심코 놀라는 소리를 입 밖으로 내었다.

“윽?!”

영의와의 힘 싸움에서, 갑작스럽게 밀리기 시작하자 위기감을 느낀 밀러는 숨기려 했던 수단을 꺼내기로 했다.

“어쩔 수 없지. 어디까지나 숨기려고 했는데…… 어차피 사람도 안 오니……. 이봐! 아까 숨기고 있는 거 한두 개는 있어야 한다고 했던가? 그럼 보여 주지!”

밀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두건이 갑작스럽게 벗겨졌다.

단단히 묶여 있었고, 헬멧에 눌려 있기까지 했기에 일부러 머리를 세차게 흔드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풀리지 않을 두건이 머리에서 흘러내렸다.

두건이 흘러내리고 드러난 그의 머리 스타일은 앞머리를 깔끔히 뒤로 쓸어 넘긴 올백 스타일이었지만, 그 빗겨진 머리칼의 틈새에서 검은색의 뭔가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가발……일 리는 없고.”

영의는 밀러의 머리에서 새어 나오기 시작한 검은색 연기 같은 것을 유심히 보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으오아아아!”

밀러가 힘찬 기합성과 함께 사슬을 잡아당겼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팔이 빠질 것만 같은 엄청난 힘에, 영의는 사슬에 신경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숨겨 둔 힘이냐?”

“그래! 이제 널 이 사슬로 묶어서 데려가는 일만 남았지!”

재킷과 장갑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현재 밀러의 손과 몸 일부분도 검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 부분이 점점 더 많아질수록, 영의를 끌어당기는 힘은 강해졌다.

지직, 지지직.

아까는 밀러가 끌려가고 있었지만, 지금은 영의가 끌려가고 있었다.

‘일단 지금 힘 싸움은 못 이길 테니 한 방을 노려야 하는데…….’

상황이 변화하기 시작하자, 영의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려 보려 했다.

그러나 뭔가를 생각해 보려 하기도 전에, 밀러가 쇠사슬을 팔에 감고 거칠게 잡아당겼다.

“흐아!”

끌려가던 그 순간, 영의는 이 힘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거다.’

촤라락!

“음?!”

당겨지는 순간, 영의는 그대로 뛰어올라 쇠사슬을 당기는 힘을 그대로 받아 밀러에게 날아갔다.

밀러는 영의가 날아오는 것에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예상했다는 듯 오른팔을 뒤로 뻗었다.

“그대로 눕혀 주마……!”

영의가 하려는 공격에, 그대로 카운터를 꽂아 넣겠다는 생각과 맞힐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나는 동작.

여기서부터 밀러의 패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밀러가 카운터를 준비하고, 영의를 맞히기 위해 팔을 휘두른 순간 영의에게서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파앙!

총을 쐈을 때처럼, 공기가 팽창하여 밀려나는 소리와 함께 영의의 몸이 빛에 휩싸이고 그 빛의 일부가 밀러에게 날아왔다.

“칫!”

밀러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빛, 영의의 뇌창을 양팔을 들어 막아 냈고 다행히도 전류는 팔에 감겨 있던 사슬을 타고 땅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러나 영의가 노린 것은 밀러가 가드하기 위해 손을 올린 동작 그 자체였다.

“빈틈!”

밀러의 양팔이 위로 올라가자, 영의는 그의 하반신을 노리기 위해 접근해 왔다.

그리고 밀러 또한 영의의 행동에서 그의 노림수를 대략적으로 짐작했다.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빈틈을 공략한다는 건가. 어림도 없다!’

밀러는 곧바로 발을 들어 세차게 내리꽂아 아스팔트에 박아 넣었다.

콰앙.

그리고, 아스팔트에서는 작은 지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드드드드득.

“받아라!”

콰앙!

밀러는 아스팔트를 차올려 산탄처럼 흩뿌렸고, 그 검은색 산탄은 영의의 몸을 향해 곧바로 쇄도했다.

이곳으로 달려오는 속도가 있었으니, 잘못 맞는다면 치명상을 피할 수 없으리라.

‘그대로 쓰러져라!’

일반적이었다면 그 선택은 괜찮은 수준이 아니라 완벽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누구라도 이미 달려들기 시작한 공중에서 방향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했을 테니까.

하지만, 하필 상대방은 그게 가능한 인물이었다.

파짓, 파앗!

영의는 밀러를 향해 일직선으로 쇄도하다가, 직각으로 옆으로 꺾은 뒤 산탄을 피했다.

“어떻게?!”

일반적으로는 수직 방향에서 충격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대각선으로 꺾여야 했지만, 영의는 벡터라는 걸 무시하는 듯 직각으로 꺾어 피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밀러는 목격할 수 있었다.

영의의 발이 땅이 아닌 공중을 디디는 것을, 그리고 공중에서 대기를 발판 삼아 더 빠르게 가속해 오는 것을.

‘제기랄……!’

방금 전 아스팔트의 샷건을 쏘느라 다리는 균형을 잃었고, 양팔은 전격을 막기는 했지만 약간의 저릿함이 남아 있어 둔하게 움직였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의 안에 있는 힘을 더욱 끌어내기로 결정했다.

뿌드득.

얼굴의 일부까지 검게 물들 정도로 힘을 끌어낸 밀러.

그 정도까지 다다르자 밀러는 팔의 저릿함이 느껴지지 않았고, 컨디션이 좋을 때처럼 움직일 수 있었다.

“잠시 당황했지만, 이제 문제는 없다!”

아직 하반신은 불안정했지만, 주먹은 상체만으로도 휘두를 수 있었기에 그는 영의를 그대로 격추시키려 했다.

“아니, 문제가 많을걸.”

영의가 말을 꺼낸 직후, 밀러는 자신의 오른팔이 움직이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이건!”

그는 아까 전 영의를 맞히기 위해 사슬에서 손을 놓았고, 그 결과 사슬은 그의 팔에 감긴 채 바닥에 떨어졌었다.

‘사슬에서…… 전류가!’

그것은 영의가 날린 뇌창에 담긴 뇌기를 땅에 흘려 보내는 데에는 도움을 주었지만, 역으로 영의가 그것을 이용해 그의 팔에 뇌기를 흘려 넣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여기까지 하자. 그리고, 또 새로운 인질이 생겼네.”

밀러는 영의의 새로운 인질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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