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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312화 (312/325)

제312화

(13)

교외에 버려진 시체 안치소의 내부에서는 굉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쾅!

쿠구궁.

마치 철거 공사라도 하는 듯, 바깥에서도 알 수 있을 정도의 굉음과 진동이 지속적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후우, 진짜……!”

“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한 건지, 아니면 드디어 세상이 망할 징조인 건지……!”

<은기사단>의 구성원들은 모두 각자의 무기와 능력으로 눈앞의 적들을 찌르거나 메다꽂고, 불을 붙이는 등 무력화시키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공격에는 자비심이 없었고, 그런 만큼 상대들도 무참히 죽어 나가고 있었지만 거기에는 그럴 이유가 있었다.

불과 3분 전.

그들은 부검실에서 5:1의 싸움으로 상황을 간단하게 정리하려고 했지만, 상황은 그 전에 빠르게 마무리되었다.

쾅!

다이카가 팔을 잘라 낸 남자에게 빠르게 다가간 영의는 그 머리를 붙잡고 바닥에 내려찍었다.

바닥의 타일에 금이 가고, 살짝 파일 정도로 강하게 내려찍었기에 죽거나 기절했을 거라고 판단했던 영의.

제아무리 고통을 못 느껴도 뇌에 충격이 가해지면 기절할 것이라 생각했기에 그런 행동을 취했던 것이다.

“기절시켰어.”

“보통은 목 뒤를 때리지 않나?”

“그건 고통으로 기절시키는 거고. 진짜 제대로 기절시키려면 경동맥을 조이거나 머리를 때려야지.”

영의는 바닥에 쓰러진 팔 잘린 남자를 쳐다보았고, 꿈틀거리는 움직임마저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에 바깥으로 나가려 했다.

“방금 전 소리에도 안 오는 걸 보니 아무래도 여기 있던 녀석들은 도망쳤거나 숨은 모양인데.”

지금 이곳은 고요한 밤중의 건물. 다이카가 일으킨 소란과 기자재들이 떨어지는 소리, 영의가 남자를 제압하며 난 소음까지 생각해 보면 청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 이상 못 들을 리가 없었다.

“젠장……. 일단 밖으로 빠져나가자고. 여기 넘치는 시신만 봐도 정신에 문제가 생기겠어.”

“적어도 여기 왔다 간 녀석들은 전부 수상한 놈이란 정보는 확실해졌으니…….”

아무도 없을 것 같다는 판단하에 <은기사단>이 부검실을 나가려던 순간, 그들의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툭. 드르르륵-

심지어 무언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까지 났으니, 무언가 있다는 확신을 가지기엔 충분했고 뒤를 돌아본 그들이 마주친 것은 다시 일어나 그들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한 남자였다.

제아무리 죽은 척만 하고 안 죽었다고 하더라도 머리를 강하게 얻어맞고, 팔까지 잘려 지금쯤이면 쓰러져 경련해도 모자랐을 상황.

신체 절단 시의 출혈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던 영의는 슬쩍 잘린 부분의 팔을 쳐다보았고, 그것을 보자 경악했다.

“저거 팔 잘린 거…… 뭐야?!”

잘려 나간 팔에서 붉은색의 피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었고, 오히려 절단면이 검게 변해 출혈을 막고 있는 모습이었다.

“뭔데…… 뭔데?!”

“좀비잖아?! 진짜 좀비가 있잖아! 사람 아니었잖아!”

다이카는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 좀비라고 외치며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고, 다른 이들도 좀비 같은 그 모습만큼은 놀라웠던 건지 잠시 굳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베테랑이었고, 공포 요소에 약한 다이카를 제외하고는 금방 정신을 되찾았다.

“그래도 몸뚱이는 사람이니……!”

텁, 뚜두둑.

영의는 남자에게 달려들며 잘리지 않은 팔의 손목을 잡고 그대로 회전시켰다.

어깨나 팔꿈치 관절이 아닌, 팔 그 자체를 축으로 드릴의 심이 회전하는 것처럼 남자의 팔이 나선형으로 뒤틀렸다.

그렇게 양팔이 사용 불능이 되었고.

“흐읍!”

뿌득.

인드라는 남자가 다가올 때 다리, 그것도 무릎관절을 향해 발 차기를 날렸고 그것은 다리를 땅에 디디며 관절에 하중이 가장 크게 작용되는 짧은 순간에 적중했다.

그로 인해 한쪽 다리가 뒤로 꺾였으며.

그 외에도 발뒤꿈치의 힘줄을 끊은 화연의 검과, 팔꿈치 부근에서 잘린 팔을 몸에 붙여 버린 찬드라의 염력이 있었다.

그 결과, 남자는 바닥에 쓰러져 사지를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아니, 되어야 했다.

지직.

지이익.

하지만 남자는 바닥에 쓰러졌음에도 불구하고 관절과 뼈가 돌아간 팔로 기면서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다이카는 공포가 한계를 넘어서 버렸다.

“지…… 진짜 좀비잖아! 죽어!”

파짓, 콰앙!

너무 놀라거나 심한 공포에 몰렸을 경우 오히려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 주듯, 다이카는 남자의 머리통을 짓밟아 터트려 버렸다.

머리가 터지고 나서야, 남자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허억, 허억, 후우. 흐으으.”

남자의 머리를 부순 뒤, 공포에 질렸던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 숨을 몰아쉬는 다이카.

“엄청 과격하군…….”

인드라는 다이카의 행동을 보며 과격하다고 말을 하면서도,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었다.

“내가 사람 머리를 터트려 본 적은 없어서 그런데…… 원래 뇌라는 게 검은색이야?”

“그럴 리가 없지. 피가 통하는 이상 신체는 붉은색 계열이거나 백색, 황색이 전부다. 복부의 장기는 조금 다르지만, 모종의 이유로 썩지 않는 이상 검은색이 나올 수는 없어.”

“그렇지? 그런데…… 왜 이놈은 검은색이지?”

영의는 남자의 시신을 살펴보았고, 거기에는 붉은색이어야 할…… 붉은색이었던 혈액이 전부 검은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모르겠군……. 모종의 인체 개조인가?”

“슈퍼솔저 혈청 같은 거?”

“비슷하지만, 더 나쁜 물건일 수도 있지. 신체 능력 향상은 없이 좀비처럼 만드는 건, 군인을 여러 단점을 감수하고 강하게 만드는 과감한 결정이 아니라 소모품으로 쓰겠다는 거니까.”

수명이 깎이거나 장기의 기능 저하, 뼈나 근육의 혹사 같은 부작용을 고려하고 약물을 쓰는 건 힘에 대한 대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을 좀비처럼 만드는 것은, 더 강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죽어서도 움직일 수 있는 소모품 병사를 만들 뿐이었다.

“……이건, 확실히 문제가 있어. 아저씨를 불러야겠네. 전부 나가자고.”

영의는 용신에게 도움을 청하려 했고, 그 이전에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 안전을 확보하려 했다.

그러나 그들이 바깥으로 나가려던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치직. 우리 뒤를 캐는 인간이 있다고 들었는데, 거짓말처럼 있었군.

부검실의 천장에 달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

“여길 보고 있었나…….”

-여길 어떻게 알아낸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다행히도 실험은 얼마 전에 끝났다. 오늘은 테스트 겸 동네 양아치를 하나 데려다가 써먹어 봤는데…… 실전 테스트도 됐군.

스피커의 목소리는 테스트와 실험 같은 이야기를 꺼내더니, 이내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여기 있는 건 명령도 제대로 안 듣는 실패작들뿐이지만…… 거기 있던 누군가가 말한 것처럼 좀비 같은 역할은 잘 수행하지. 그럼 난 도망가야 하니, 좀비 친구들과 잘 놀길 바란다.

-뚝.

본인이 할 말만 하고 끊어 버리는 스피커의 목소리.

“뭐야! 무슨 흑막처럼 허세만 부리고!”

다이카는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짜증을 냈고, 영의는 부검실의 어딘가에 있는 전기의 흐름을 감지했다.

“……저기 있군.”

파직, 푸쉬식.

천장의 구석에 작게 숨어 있던 감시카메라를 부순 영의는 곧바로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문이 열리자 부검실에 켜져 있는 조명이 복도로 퍼져 나가 어두웠던 복도가 아주 조금 밝아졌고, 복도에 널려 있던 바디 백과 비닐봉지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부스럭, 부스럭-

뚜둑, 뚜두둑.

꿈틀거리기 시작한 비닐봉지와, 구석의 일부분이 뜯겨 나가기 시작한 바디 백.

복도에 있는 모든 시신들이 깨어나 움직이는 상황에, <은기사단>은 그것들을 모두 돌파하고 나가야만 했다.

그렇게 3분간의 싸움 끝에, 그들은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도달했다.

싸우는 도중에도 그들은 여러 가지 유용한 대응 수단을 찾기 위해 시도했다.

전격으로 지진다거나, 단순히 물리적 공격을 해 본다거나, 얼린다거나 하는 것들.

찬드라가 대부분의 방법을 실험해 본 결과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불에 태웠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움직임을 저지할 수 있었다.

그 어떤 고통도 느끼지 않는 것 같아 보이면서도 불이 붙었을 때에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리거나 제자리에서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여 줬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움직임을 막더라도 진짜 좀비처럼 머리를 파괴하지 않는 이상 움직임을 완전히 멈출 수는 없었기에 모두가 적당히 무력화하는 수준에서 끝냈다.

좀비에게 감염된다는 상황을 걱정해 파편이 튀는 머리 공격은 할 수 없었으므로, 대부분 멀리 던진다거나 하반신을 못 움직이게 부수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영의는 뇌창을 던져 머리를 꿰뚫음과 동시에 주변에 튀는 검은 피를 전부 증발시키거나 상처를 지지는 수준의 기예가 가능했지만, 백은 넘어 보이는 적들을 좁은 곳에서 상대할 순 없었다.

“일단 나가! 목 꺾어도 안 죽는 걸 어떻게 피 안 튀게 잡아!”

<은기사단>은 계단을 달려 나가 1층에 도달했고, 영의는 찬드라에게 소리쳤다.

“찬드라! 계단 터트려!”

터트리란 말에 잠시 멈칫했지만, 2층으로 가는 계단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의 바로 위에 있는 구조를 보고 곧바로 이해했다.

“……그렇군!”

지금 당장 길을 막을 장애물을 구해 올 순 없었으니, 영의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폭파시켜 길을 틀어막으려 했다.

어차피 건물은 계단 하나 없다고 무너질 이유가 없었고, 지하에는 다른 출입구가 없으니 계단만 막으면 모든 게 해결됐기 때문이다.

물론 엘리베이터 통로가 있었지만, 지능이 거의 없다시피 한 지하의 시신들이 그것을 이용할 가능성은 없었다.

“깨어나는 대지!”

찬드라는 천장을 향해 손을 뻗으며 자신의 능력을 발동했고, 토양과 바위를 조종하는 능력은 시멘트의 재료인 석회에도 유용하게 작용했다.

구구궁.

콰앙!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벽에서 떼어져 그대로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그야말로 계단 위에 또 다른 계단을 겹친 것과도 같은 상태.

지하로 향하는 입구가 완전히 틀어막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손 하나 들어갈 크기의 틈밖에 남지 않았다.

“이 정도면…… 그럴듯하게 틀어막은 거겠지?”

“나중에 치우기도 편하긴 하네.”

영의는 깔끔하게 떼어져 떨어진 계단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뚜껑이 있다면 이런 형태일까 싶을 정도로, 계단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입체적인 구조물이었으니까.

“내가 들어 올리기엔 너무 큰데?”

“어차피 그 아저씨가 올 테니까 상관없지.”

영의는 찬드라의 말에 용신이 해결할 거라 얘기했고, 곧바로 건물 밖으로 나가 용신에게 통화를 요청했다.

-제대로 설명해 봐. 뭐라고?

영의는 용신에게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려 했지만, 단순히 전화를 걸어 ‘좀비입니다!’라고 외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네, 그러니까 여기에 뭔……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결국 다른 동료들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동료들의 의견은 전원 동일했다.

“좀비지.”

“좀비라니까?!”

“머리를 터트리지 않는 이상 계속 살아서 움직이고 지성이 없다……. 그걸 줄이면 좀비 같다라고 하지 않습니까?”

“선배, 제가 생각해도 그것 이상으로 정확한 답이 없는데요.”

그들의 말에, 영의는 한숨을 내쉬며 좀비라고 말하기로 결정했다.

“그게…… 좀비가 있어요.”

-좀비……?

“미친 소리라고 생각하실 건 알지만, 진짜. 사실이에요. 진짜로다가. 제 바이크 걸…….”

영의는 용신을 설득하기 위해 이런저런 말을 덧붙이기 시작했지만, 용신은 선뜻 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알겠다. 바로 가지.

“아, 네. 알겠습니다…….”

“뭐래요?”

“……바로 오겠다는데?”

“너무 미친 소리 같아서 직접 보러 오는 거 아닐까……?”

그들은 용신이 너무 빠르게 온다는 대답을 한 것에 의문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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