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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310화 (310/325)

제3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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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이 독특한 데다 쉽게 접할 수 있어 익숙하게 느껴지지만, 언제 맡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알코올 향이 코를 찔러 올 정도로 심하게 풍기는 방이 있었다.

이곳에서 숨만 잘못 쉬더라도 취할 것만 같고, 만에 하나 여기서 라이터를 꺼내 들고 불을 켜려고 시도하는 그 순간 모든 게 불타 폭발할 것만 같은 그런 방이었다.

알코올만이 아니라 다른 화학약품도 이것저것 섞인 향이 풍기고 있었지만, 그 어떤 사람을 데려와도 자극적인 화학약품들이 여러 가지였으니 개별적인 냄새를 명확히 구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조명 또한 LED 같은 효율적인 조명 기구를 사용한 설비가 아니라 형광등, 그것도 덮개 없이 형광등이 그대로 비치는 구식 조명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얇은 철판을 지붕처럼 씌워 반사판 효과를 내는 최소한의 기능만 가진, 옛 조명 기구들이 실내를 밝혀 주고 있었고 그 어디에도 창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우우웅-

방의 한구석에는 환풍기가 자신이 할 일을 최대한 열심히 하고 있었지만, 알코올 향을 날리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았다.

심지어 그 환풍기는 지금까지 청소하거나 전원을 끄고 관리한 적이 없는 건지 본래 외장 부분과 같이 백색이었어야 할 환풍기 날개가 검은색으로 보였다.

방의 내부에는 무기질적이고 싸늘함을 느끼게 하는 은색의 스테인리스 제품들이 이곳저곳에 널려 있었고, 그중 가장 큰 것이 환자를 이송할 때 쓰는 바퀴 달린 간이침대처럼 생긴 물건이었다.

하지만, 최소한의 쿠션이나 접히는 부분이 있는 간이침대와 달리 방 안의 침대는 쿠션이 없고, 단순한 구조의 탁자처럼 받침대와 바퀴 달린 다리만이 존재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람의 몸, 그것도 부검실이나 안치실에서 시신을 싣는 용도의 침대였다.

방의 내부, 벽과 바닥에 발린 타일에는 순백색과 흑색이 곳곳에 퍼져 있었다.

누군가가 말만 들었을 때에는 백색과 흑색으로 포인트를 줌과 동시에 실패할 일이 거의 없는 단순한 장식이라 생각했겠지만 본래 이 방에 있는 타일들은 본래 전부 백색이었다.

흑색은 백색의 타일 위로 덮어씌워졌을 뿐이었다.

실내에 풍기는 화학약품 향, 그리고 낡은 조명에서 풍겨 나오는 분위기, 거기다가 수없이 많이 널려 있는 시신 운반대까지.

어딘가의 시체 안치소라고 생각이 들 법한 장소였지만, 이곳은 그런 형편 좋은 장소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안식을 얻고 그것을 준비하기 위한 장의사의 경건한 일터나, 죽음을 맞이한 이유를 밝혀내기 위한 부검의의 도전이 펼쳐지는 도전의 장도 아니었다.

멀쩡한 몸과 두 발로 걸어 들어와서, 다시 멀쩡하게 걸어 나가거나 죽어서 나가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만드는 장소였다.

딱, 딱, 터엉.

다소 흐릿한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한 남자가 약병을 손에 들고 손끝으로 두드리다 시체 운반대의 위로 내려놓았다.

“……실험의 결과는?”

약병을 쥐고 있던 남자의 손은 마치 물감에라도 담갔던 것처럼 검게 물들어 있었고, 그것은 그의 앞에 서 있는 다른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성공률 80%, 대부분 신체 개조율 16%, 거부반응은 팔 하나 시점에서 정점. 그 부분만 극복하면 오히려 안정을 되찾음…….”

“……역시나 <탐구자들>과 <비스트>인가. 수단 방법 안 가리는 맹목적 집단 둘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니 이렇게 결과가 깔끔하고 빠르게 나오는군.”

이곳은 다름 아닌 <탐구자들>의 실험장이었다.

마력과 각성자의 신비를 연구하기 위한 미친 과학자들의 집단으로, 민간인을 상대로 상해를 입힌다거나 하는 일은 없어 크게 위험하다 여겨지진 않았지만 마정석과 현금 등을 강탈하는 경우가 잦았기에 경찰들에게 어느 정도 요주의 인물로 취급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대부분 연구자들이었고, 본인들 스스로가 각성자인 경우도 있었으니 본인의 신체부터 연구한 데다가 사람에게 섣불리 손을 댔다가 연구고 뭐고 영영 손댈 수 없을지 모른다는 위험부담을 안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전, 그들을 지원하는 존재가 나타나자 그들의 광기와 탐구심은 극한까지 자극받았다.

돈, 마정석, 거기다가 강화계 각성자들의 모임인 <비스트>의 인원들을 실험체로 제공받기까지 했으니까.

<비스트>는 신체를 강화하기 위해 무슨 수라도 쓰는 이들이었고, <탐구자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 위해서라면 불에도 뛰어들 이들이었으니 둘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탐구자들>은 한계를 뛰어넘는 신체 개조와 마력 주입을, <비스트>는 죽는 부담이 있더라도 더욱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도중에 몇 명이 사망하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그 누구도 그것을 애도하거나 하지 않았다.

더욱 강해질 수 없었던, 다시 말해 약자였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그들이 얻어 낸 연구 결과와 실험 결과는 각성자 우월주의 단체 <신인류>에게 넘어갔다.

<비스트>가 먼저 실험해 본 결과물 중에서 가장 적합한 것을 찾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적합한 실험 결과로 수많은 부하들을 강화시키는 것이고.

혁신적인 무언가 없이, 단순히 따로 놀던 조직 몇을 붙여 놨을 뿐인데 전력이 급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따로 있을 때에는 그저 겉돌던 이들이 하나의 구심점 아래에 모이자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그렇다 치고…… 새로운 실험 결과는 왜 여기 없지? <비스트> 녀석들이 새 힘을 시험하겠다고 탱크에 쓰는 강철 장갑판을 뚫는 것을 봤는데. 개조 범위가 손까지만 한정된 것도 이 이상 참아 주기 힘들군.”

“그 부분은 우리끼리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스폰서가 와야 가능한 시술이라…….”

끼익-

<탐구자들>과 <신인류>의 대표자 둘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누군가가 음습한 방의 문을 열고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아, 보스.”

“스폰서.”

자리에 있던 두 남자는 곧바로 일어서서 문을 열고 들어온 이에게 인사를 했다.

“인사는 됐고, 일이 조금 생겼다.”

방금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는 선지자, 이들을 모두 규합한 존재이자 제대로 모습을 드러낸 뒷세계의 왕이었다.

“일……?”

“이번에 새로 실험해서 강화된 <비스트>의 5명이 전원 사망했다. 그 이유는 싸움에서의 패배.”

선지자의 말에 <탐구자들>과 <신인류>의 대표자는 깜짝 놀랐다.

“그 5명이……?!”

“전차 장갑판도 뚫던 구성원들이?”

“날뛰어 보라고 풀어놨지만, 곧바로 텐징을 습격하러 갈 줄은 예상 못 했지. 조금 더 말을 잘 듣는 녀석을 골랐어야 하나…….”

선지자는 뭔가 생각할 게 있는지 잠시 입을 다물었고, 그사이에 두 남자는 말없이 시선을 교환했다.

‘어떻게 된 거지?’

‘나도 모른다. 하나 알 수 있는 건 그 다섯 명도 권왕을 이기지는 못했다는 거지.’

둘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하던 도중, 선지자는 생각을 끝낸 건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새로운 실험이다. 신체 개조율을 더 올려. 양팔에서, 상체나 하체 둘 중 하나까지로 바꾼다. 최소치는 30%, 최대치는 50%.”

“그, 그렇게 올리면 실험 대상자들이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못 하겠다는 건가?”

선지자는 <탐구자들>의 대표를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았지만, 그렇다고 그가 그 시선에 위축되는 모습을 보여 주지는 않았다.

“아니…… 죽으면 실험체들이 줄어들어서 곤란합니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게 아니라, 실험체가 줄어든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는 발언은 <탐구자들>이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광기 가득한지를 보여 주고 있었다.

“그건 걱정 마라. 내가 함께 참여할 테니까. 실험체도 <혁명군>의 강화계 능력자들 중에서 얼마든지 만들어 내면 된다.”

선지자는 실험체 정도야 얼마든지 보충할 수 있다는 말을 했고, 그는 실제로 그것을 가능하게 할 재력과 힘, 기술이 있었다.

“그렇다면…… 곧바로 다음 실험, 아니. 개조 수술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럼 나는 다음 대기자를 불러오지.”

<탐구자들>의 대표자와 <신인류>의 대표자는 이렇게 개조 수술을 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닌지, 능숙하게 서로가 할 일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 나도 잠시 옷만 수술복으로 바꾸고 오지.”

선지자 또한, 수술 등이 익숙한지 곧바로 방 밖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방금 전 들어왔던 문을 통해 나갔다.

끼익- 덜컹.

문이 닫히기 직전 아주 잠깐의 순간, 문틈으로 검은색과 붉은색이 가득한 거대한 크기의 비닐봉지와 시체 운반용 바디 백들이 방의 바깥 통로에 여기저기 쌓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 * *

한국.

영의는 미국의 작은 마을 포크스에 은거 중인 메리에게서 추적에 도움이 될 만한 <비스트>라는 확실한 단서와, 제법 중요한 충고들을 이것저것 들었었다.

만약 할리우드에서 만든 영화였다면 3분의 첨단 과학 및 공상 과학이 버무려진 단서 추적 장면.

‘비스트에 대한 정보는?!’

‘몇 년 전, 단체로 무장 강도 행각을 벌였던 범죄 집단입니다!’

‘은신처에 대한 정보는 있나?’

‘찾고 있습니다!’

2분의 위성 및 CCTV를 통한 위치 파악 장면.

‘나와라…… 나와라…….’

‘얼굴 인식에 잡힐 정도로 나왔어야 하는데.’

그런 장면에서는 여러 대의 CCTV 화면과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화면에 스쳐 지나가며 도중에 불일치라는 글자가 떠야 하고, 긴장이 극에 달했을 때 화면이 멈춤과 함께 [일치]라는 글자가 생겨야 한다.

‘찾았다.’

‘위치는 어디지?!’

‘루마니아 외곽입니다!’

그런 다음에 5분간의 멋진 장비와 차량 준비 모습 등을 보여 준 뒤 곧바로 출동했을 것이다.

‘준비해 보자고!’

‘드디어 네가 힘을 쓸 때다, 예쁜아. 총알 좀 쏟아 보자.’

‘이런 차까지 있었어? 말을 해 주지!’

‘안 물어봤잖아?’

무기나 차량을 보여 주던 도중, 등장인물 간의 간단한 농담과 가벼운 장면을 통해 다시 긴장을 고조시키기 전 분위기를 풀어 주는 장면까지 있어야 한다.

그런 액션 영화와도 같은 상황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기술력과 비밀을 가진 비밀 집단이었지만…….

제아무리 영의의 인생이 다이내믹하고 영화 같다고 해도 정말로 영화와 똑같지는 않았다.

첨단 과학과 공상 과학이 버무려진 단서 추적은 용신의 신비한 마술과 현실적인 과학기술로 끝났고, 위성이나 CCTV는 사용할 권한이 없었다.

물론 용신이야 전자 기기의 단자에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역추적을 시행한다거나 기록 삭제, 내부 정보 읽어 들이기 같은 기행을 벌일 수 있었지만 영의의 수준으론 삭제 말고는 그 어떤 것도 흉내 낼 수 없었다.

멋진 장비와 차량 준비 모습 같은 건 5분씩이나 보여 줄 필요도 없이 2분이면 충분했다.

집에서 신발을 신고 헬멧을 챙긴 뒤 바깥으로 나와 바이크를 꺼내고, ‘잊은 거 없나?’라고 한번 기억을 떠올려 본 뒤 그대로 나가면 됐으니까.

장비가 필요하면 주머니에서 꺼내면 되는 노릇이었고.

그러나 그런 신속한 출동 준비(?)와 마법 같은 추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정보 제공자인 용신이 정보를 주지 않으면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신세였기 때문이다.

-기다려라. <비스트>란 녀석들에 대해서는 금방 찾았지만 어째선지 미국 쪽에서 그쪽 관련 정보를 전부 없애고 있어. 네가 들었다던 말이 함정일 가능성도 있으니, 정보를 더 모아 보도록 하지.

“하아…… 진짜. 뭐든지 간에 하루빨리 끝내야 마음이 놓일 텐데.”

블랙 펜타곤 습격 사실에 대한 정보도 있었고, 용신의 정보망에는 영의가 메리에게 전해 들었던 ‘검은 옷만 입고 다니는 이들’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에 활동이 잠시 지체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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