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309화 (309/325)

제309화

(10)

블랙 펜타곤 습격 이후.

그곳을 습격한 자들의 정체가 과격 각성자 단체 <비스트>라는 것이 보도되었다.

물론 습격당한 곳이 블랙 펜타곤이고 내부의 피해 상황 등에 대해 자세한 보도를 내보낼 순 없었기에 언론에는 그들이 군사기지와 병기 보관 시설을 습격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강화계 우월주의 과격 각성자 단체 <비스트>, 군사시설 습격. 그들이 노린 것은 병기 개발용으로 보관되던 마정석들이라고 밝혀…….]

[데일리 뷰 제임스 존스 편집장, ‘그들은 무엇을 위해 갔는가? 군사기지를 습격할 정도의 무언가가 있을 것’ 발언. 미군은 숨겨 둔 비밀을 공개하라.]

[미국이 숨기고 있는 비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과연 완벽 초인 ‘패트리어트’는 인간이 맞는가? 슈퍼솔저 실험에 대한 의혹!]

[최근 늘어난 범죄와 테러에는 미 정부의 손길이 있었다! 미국에서만 테러가 적은 것이 그 이유!]

군사기지가 습격당했다는 사실에 온갖 음모론과 루머들이 떠돌았고, 일부 사람들만 믿는다 하더라도 인구수가 인구수였으니 불안에 떠는 사람들 의 수가 엄청났다.

그렇게 불안해지는 사람들이 늘자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점차 그 불안감이 전염되기 시작했고, 정부 측에서는 군에 그것을 가라앉히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게끔 했다.

[미 육군, 자세한 것은 기자회견에서 발표할 예정. ‘근거 없는 유언비어나 억측은 법적 대응까지 고려할 것. 그러므로 기다려 달라.’]

그렇게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발표로 미 정부는 시간을 버는 것과 동시에 민심을 진정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그런 다음, 기자회견에서도 정부는 나름대로 잘 대응했다.

“그들이 어떻게 우리 군 시설의 위치를 알아냈는지, 그리고 보안을 침투한 건지는 아직 조사 중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 사태를 일으킨 범인들을 반드시 체포할 겁니다.”

미군 측 대변인이 지금까지 조사한 결과와 대략적인 정보, 그리고 기자들의 이런저런 질문을 받아 주고 끝내기 위해 마무리를 시도하던 그때.

한 기자가 손을 들었다.

“지, 질문 있습니다!”

“뭐죠?”

“습격을 감행했던 범인들 대부분이 사망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된 일입니까?”

텐징은 습격을 가해 온 <비스트>의 구성원 전부를 곧바로 죽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적당히 봐주지도 않았다.

전원이 중상을 입고 현장에서 쓰러졌기에, 수용소의 의료 환경으로는 갑작스럽게 생겨난 다섯 명의 중환자를 살려 낼 수 없는 노릇이었다.

<비스트>의 습격으로 인해 부상을 입어 당장 치료해야 할 환자들도 상당히 많았던 데다, 현장 의료진들에게도 습격을 감행해 온 이들을 굳이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겨나지도 않았다.

결국 두 명은 그 자리에서 사망, 두 명은 중상이지만 어떻게든 이송 후 입원하여 치료를 시작했지만 회복 도중 사망에 이르렀던 것이다.

“다섯 명이 습격했고, 그중 네 명이 사망했습니다. 이게 정말로 옳은 일입니까? 전부 죽이는 게 미국의 방식입니까?”

지금 이 기자회견은 습격 이후 3일이 지난 시간대에 열렸고, 그들은 극비에 가까운 블랙 펜타곤과 달리 어느 정도 정보의 확보가 가능한 민간 병원이나 군 병원에 옮겨졌던 만큼 습격자들의 생사에 대한 정보는 제법 풀려 있었다.

그리고 정부와 군의 고위 관계자들이 그런 정보 유출에 대해 둔감할 리가 없었기에 그들은 이미 준비해 둔 대답이 있었다.

“저희는 경찰이 아닙니다. 미국의 안보를 해치는 적들에게는 얼마든지 사살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상대 쪽이 전원 각성자였으므로, 부대원들로서는 최선을 다한 결과였습니다.”

상대는 맨몸으로 차를 던지고 벽을 부숴 대는 각성자.

반면 그들과 맞서 싸우는 이들은 비록 수가 많고 총이라는 무장을 갖췄지만 일반인보다 조금 더 튼튼할 뿐인…… 아니, 각성자 입장에서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군인들이었다.

그런 군인들로서는 살아 숨 쉬는 인간 병기들이 달려드는데, 죽이지 않고서는 살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라 해명했다.

“집에 무장 강도가 쳐들어왔을 때 총으로 쏴서 죽일 경우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입증만 되면 살인으로 처벌받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보안 시설에 경고문까지 붙은 군사시설에 각성자가 쳐들어온 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제가 알기로, 두 명은 현장에서 사망하고 두 명은 병원에서 치료 중 사망이라고 들었습니다. 발전한 의료 기술이 사람 두 명조차 살리지 못할 정도입니까?”

기자는 집요하게 그 부분을 물고 늘어지려 했고, 기자회견장에 나온 미군 측 대변인은 질문을 회피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 기자회견에서 모든 질문에 깔끔하게 답을 내고 의혹을 잘라 내야 한다. 대답을 피하거나 얼버무리려는 태도를 보인다면 약점이 되고 만다.’

여기서 대답을 피했다가는 언제라도 기회를 노리는 음모론자들과 자극적인 소재에 눈이 먼 언론사들, 그리고 허구한 날 인권을 외쳐 대는 자칭 운동가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게 뻔했다.

이곳에 나오기 전에도 수없이 지적받았던 부분이었기에, 그는 작성된 예상 답안들을 훑어보았다.

‘현재에도 이식 장기 부족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존재하기에, 수복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된 장기는 제아무리 치료에 각성자들의 능력을 쓴다 해도 어쩔 수 없다. 이걸로 해야겠군.’

여러 가지 예상 질문과 거기에 적합한 해명, 그리고 그런 해명에 대한 근거들을 적어 둔 종이는 여러모로 쓸모 있었다.

“장기에 손상, 그것도 이식 말고는 해결할 수 없는 치명적인 손상은 각성자들의 능력이 사회 곳곳에 내려앉은 근래에도 큰 문제입니다. 즉사하지 않은 중상자 2인을 살려 보려 노력했지만 대체할 장기를 구할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정말 치료할 방도가 없어 사망한 것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질의응답에 시간을 너무 쏟은 것 같군요. 마지막 질문 하나만 더 받고 끝내겠습니다.”

기자들은 질문할 거리들이 이것저것 있었지만 미군 측에서 대부분 발표를 했고, 그럼에도 궁금한 건 아까 질문을 했었다.

그 이외에 방금 전의 질문으로 추가적인 정보까지 알아냈으니, 기자들은 이제부터 수집한 정보를 빠르게 기사로 써 내면 되는, 단순 시간 싸움을 필요로 하는 순간이었기에 질문할 거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때, 아까 질문을 꺼냈던 기자가 다시 손을 들었다.

“질문 있습니다.”

미군 측 대변인은 혹시나 다른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질문을 위해 손을 든 것은 그 기자 한 명뿐이었다.

질문을 받겠다고 말한 것은 본인이었기에, 어떻게 회피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래요, 이번엔 뭡니까. 병원비라도 물어보실 겁니까? ‘범죄자를 치료하기 위해 쓴 돈이 4인 가구 몇 달 치 생활비였다!’ 이런 기사라도 쓰겠다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다소 짜증이 섞인 농담이었지만, 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그 누구도 그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아까부터 혼자 계속 질문을 해 온 게 신경 쓰였고, 기자들은 1초라도 빨리 방금 전 적은 것들을 기사로 내보내고 싶었으니까.

“정말 마지막 질문입니다. 현장에서 부상을 가장 적게 입었던 인물이, 얼마 전 취조를 위해 갇혀 있다가 유치장에서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건 어떻게 된 겁니까? 내장 파열까지 있었다는 다른 범인들과 다르게, 외상만이 전부였다고 들었는데……. 누군가에게 죽임이라도 당하지 않는 이상, 죽을 리가 없는 사람이 왜 죽었습니까?”

질문을 던지던 기자는 갑작스럽게 충격적인 정보를 입 밖에 내뱉었고, 전혀 예상치 못한 정보가 나오자 미군 측 대변인은 깜짝 놀란 나머지 그 말에 반응을 보여 주고 말았다.

“……그걸 어떻게!”

기자회견장으로 오기 전, 그는 변명상의 군사기지가 아니라 진짜 군부대의 교도소에 구금되어 있던 <비스트>의 생존자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는 정보를 들었다.

하지만 군에서 체포한 범죄자가 암살당했다는 소식을 알리는 것도 적절치는 않았고, 또 다른 테러범들의 존재를 알게 되면 생겨날 혼란을 막기 위해 일단 나중에 발표하기로 결정하고 비밀에 부쳤지만 기자 한 명이 갑자기 그것을 폭로해 버린 것이다.

그 사실이 밝혀지자, 수많은 기자들이 다급히 일어나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게 사실입니까?! 범인들이 전원 사망했나요?”

“중상이 아니었지만 사망이라니! 혹시 입막음을 위한 살해일 가능성이 있습니까?!”

“테러범들과의 교전에서는 살상이 문제 될 것이 없더라도, 생포한 이들까지 살해하는 겁니까?!”

수많은 기자들의 질문에, 미군 측 대변인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 했다.

“질문은 방금 전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럼 이만.”

여론을 안정시키기 위해 실시했던 기자회견은, 오히려 여론을 더욱 들끓게 만들었고 음모론자들은 자신들의 설이 맞는다며 더더욱 부풀려진 음모들을 뿌리기 시작했다.

[미군이 개발 중인 비밀 무기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 무서워 습격자들을 전원 사살했다!]

[각성자와 현대 과학을 결합하여 만든 슈퍼솔저 프로젝트는 사실이다! 사망한 시신들은 전원 타박상으로 인해 죽었다!]

그렇게 수많은 음모론과 루머들이 언론에 넘쳐 나기 시작했을 때, 비밀을 밝혀냈던 기자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조사하려 들지 않았다.

아니, 조사를 해 봤지만 그 어떤 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다른 넷의 사망이나 습격 사실에 대해 이미 알고 왔던 기자들도 있었지만, 그중 누구도 알아내지 못했던 다섯 번째 인물의 사망과, 호송 당시의 부상 상태까지 알고 있었던 한 남성 기자.

군에서는 그 남자와 관련된 내부 인물을 찾으려 했고, 여론에서는 그 남자와 알고 지내던 동료들에 대해 알아보려 했지만 아무도 남자에 대해 알지 못했다.

기자회견 날, 그 남성은 혼란스러워진 기자회견이 끝나고 한참 뒤에야 건물을 나왔다.

그리고 목에 건 출입증과 기자 신분증을 모두 벗은 뒤 쓰레기통에 넣었고, 잘 정돈된 정장의 단추를 풀고 매고 있던 넥타이도 벗어 쓰레기통에 함께 집어넣었다.

그런 다음, 남자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누며 길거리의 인파에 섞여 들어갔다.

누구보다 큰 충격을 던져 주었지만, 그 누구도 정체를 모르는 의문의 기자는 그렇게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 * *

불이 꺼진 어두운 방.

TV 한 대만이 방 안에 짙게 내려앉은 어둠을 밝혀 주고 있었다.

방 안의 소파에 앉은 한 남자는 TV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고, 그 속에서는 군복을 입은 누군가가 수많은 사람들의 질문을 무시한 채 나가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미군의 기자회견, 정작 중요한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아…….]

우우웅, 우웅-

소리가 꺼진 TV 탓에 고요했던 방의 침묵을 깨는 작은 소리가 울렸다.

진동 상태로, 조심스럽게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는 휴대폰.

방 안에서 TV를 노려보던 남성은 휴대폰을 들어 통화를 시작했다.

“그래.”

-일은 제대로 처리했습니다. 그보다…… 이런 질문 하나로 전부 해결이 되는 겁니까?

“내가 전에 뭐라고 했지? 너는 스스로 생각하려는 태도 하나만 버리면 정말 완벽한 남자라고 말했을 텐데.”

-죄송합니다, 보스. 어떤 방식으로든 보셨겠지만 일은 전부 시키신 대로 처리했습니다.

“그래……. 잘했어. 이대로 몸을 숨겨라. 보수는 지급했다.”

남자의 말 이후, 통화 상대는 보수에 대한 확인을 하는 듯 휴대폰에서 잠깐의 침묵이 감돌았다.

-……확인했습니다.

“그래, 그보다 내 호칭은 이제 보스가 아니라고 했지?”

-죄송합니다, 보…… 아니. 미스터 닷지.

“알면 됐어.”

남자…… 닷지는 휴대폰의 통화를 끝낸 뒤, TV 화면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사회의 혼란과, 정부에 대한 불신을 만드는 건 알겠지만…… 너무 약한 게 아닌가? 어디에 쓰려는 거지?”

닷지는 자신의 상사가 지시한 내용에 철저히 따르고 있었지만, 그 의도를 알 수 없어 의문에 빠졌다.

“요즘 들어 실험에 몰두하는 것도 그렇고…… 뭔가 있고, 수상하기도 하지만…… 따를 수밖에 없으니…….”

수십 년 동안 자신이 하는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는 몰라도, 이득인지 손해인지는 확실히 계산하고 분별해 냈던 닷지였다.

하지만 지금 그는 자신에게 이득이 되고 있으니 선지자를 따르고 있었지만 언제 그것이 손해가 되어 돌아올지 파악할 수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