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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294화 (294/325)

제29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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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무중력이란 상황에 놓이면 어떻게 될까?

정확히는 무언가에 끌려갈 정도로 큰 인력을 받고 있지 않은 상태…… 쉽게 말해 우주 공간이라면 어떻게 될까?

보통은 공기가 없으니 질식사로 죽을 거란 생각을 먼저 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죽을 것이다.

극저온에 노출되어 얼어붙거나, 태양 빛과 이런저런 우주 방사선 등에 맞아 죽음에 급격히 가까워지기는 하지만 결국은 산소가 없어서 죽는 것이 더욱 빠르다.

사람의 몸은 진공 상황에 노출되기 시작하면 호흡기…… 코와 입, 그리고 거기에 연결된 폐의 노출로 인해 폐의 혈액 속 기체들이 기화되기 시작한다.

폭탄 등이 주변에 터져서 발생한 급격한 기압 변화로 인해 폐가 역으로 뽑혀 나와 사망한 사례도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확실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그 정도 수준은 아니더라도 폐의 공기가 빠져나올 정도로는 충분한 여건이기에 공기가 부족해진 폐는 쪼그라들기 시작하며, 숨을 쉬고 싶어도 쉴 수 없게 변해 버린 뒤 고통스럽게 질식사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이 정복하기엔 너무나 먼 우주 공간에서도 맨몸으로 나갈 경우 그렇게 숨이 막혀 사망하는 수준에서 그치지만, 지구에서 더욱 처참하게 사망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본래 지구에는 대기가 있고, 그에 따른 기압이 모든 물체에 적용되고 있지만 그 압력은 지하로, 물속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강해진다.

1,000km의 대기가 몸을 짓누르는 압박감이, 무려 10m 남짓한 물기둥의 압박 같은 수준이니 지상에서 10m만 잠수하면 평소의 두 배 가까운 압력을 받게 되는 것이다.

100만과 10.

10만 대 1이라는 비율만 봐도 알 수 있듯 대기압과 달리 수심에서의 압력은 상상 이상의 것이 되고, 그러한 압력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압력을, 나는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다!’

영의에게 달려들어 최후의 일격을 날린 뒤 웃기 시작한 하오다.

그는 영의를 손가락으로 가리킨 채로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후흐흐흐…… 흐하하하하! 나는 이미 ‘싸움에 진 개’가 되었지만! 네놈은 어떨까?! 지금 네놈의 오른손은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하오다의 말대로, 영의는 오른손이 뭔가 부푸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마치 손으로 꾹 눌러 둔 풍선이 손에 힘을 빼자 다시 원래대로의 크기로 되돌아가려는 듯한, 팽창의 느낌.

“너……?”

영의는 다급히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며 하오다를 노려보았지만, 하오다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네놈 오른손의 주변은 압력을 낮춰 두었지……. 8기압 차이라면 인간의 몸은 풍선처럼 터진다. 90m에 달하는 물기둥이 네 몸속에 압축되어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지.”

1980년대, 심해에서의 작업을 위해 감압 장치에서 체내 압력을 올리던 인부들 전원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저압력의 공기에 노출되는 사건이 있었다.

바람이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향하며 생기듯, 고기압의 육체와 저기압의 환경이 만나자 그러한 자연의 법칙상 기압이 높은 육체의 구성 물질들은 저기압인 바깥쪽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온몸이 처참한 광경으로 찢겨 나가듯이 사망한 사건에서는 인간의 신체 부위가 폭발물 없이도 폭발하여 10m 이상 흩뿌려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그 당시 있었던 신체와 대기와의 압력 차는 8기압.

하오다는 그 사건을 인터넷에 몰두하던 료를 통해 우연찮게 접했고, 응용할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고 기술 개발까지 했지만 부작용 탓에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 금단의 기술을 꺼내 든 것이다.

“지금 네놈의 몸과 바깥의 압력 차는 무려 20기압……! 오른팔 하나는 그대로 날려 버리고도 남을 수치다!”

하오다는 지금 영의의 몸과 바깥 공기 사이에 모종의 보호막을 만들고 있었다.

그 때문에 영의의 손이 터져 나가지 않은 것이지만, 문제는 그것이 이후에 더 큰 폭발로 다가올 장치라는 것이다.

그렇게 팔의 체내 기압을 점점 올려 가는 하오다였지만, 영의는 상황의 심각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자신의 팔만 내려다볼 뿐이었다.

“……이질감이 드네.”

영의는 자신의 팔을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고, 옆에 있던 인드라는 태연한 영의를 보고는 당황하여 그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기압 차는 제법 위험하다. 폭발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잠수병의 위험은 있다고……!”

“크흐흐, 그렇다는군. 이제 위험성은 대충 알겠지? 자! 나를 돌려보내라! 그 팔은 물론이고 온몸이 생일에 터트린 폭죽처럼 터져서 멀리 날아가기 싫다면 말이야! 내가 네놈 팔에 만들어진 임시 보호막을 없애는 순간, 너는 죽는다!”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웃음을 흘리는 하오다는 영의에게 인질극을 시도했다.

영의의 목숨과, 하다못해 팔이나 손을 잃기 싫다면 자신을 살려 보내라는 조건을 내세운 하오다.

“……흐음, 부하들은?”

영의는 마치 그 제의를 수락하겠다는 듯, 하오다의 통과에 대해서 묻는 대신 부하들에 대해 물어 왔다.

“필요 없다. 영업 사원 출신 중년과, 어린애 놀음이나 다름없는 선수권 출신이라도 쓸 만해서 받았지만 패배했으니, 쓸모가 없지. 다른 녀석들은 죽건 말건 상관없다. 그런 녀석들이니까.”

혹시나 부하들을 함께 데려가게 해 달라고 하면 협상이 깨지거나 무효로 돌아갈 것만 같았던 하오다는 나름 탐이 날 만한 먹이인 자신의 부하들을 던져 주기로 했다.

그러나 영의는 하오다의 말을 듣고 잠시 뭔가를 생각하듯 허공을 응시했다.

“뭐 하고 있는 거냐! 날 살려 준다면, 부하들은 모두 넘기겠다! 네 몸도 멀쩡하게 풀어 주고 말이지!”

영의의 결단이 미뤄지는 듯하자 그것을 재촉하려는 듯 방금 전의 내용을 보다 자세하게, 그리고 보다 큰 목소리로 외치는 하오다.

영의는 하오다의 그런 소리를 듣자마자 창고의 문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들었지? 그렇다는데.”

이내, 문밖에서는 다소 멀쩡한 상태의 간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오다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시즈카나 야이바는 포박되어 있었지만, 두 다리가 움직이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는지 두 발로 걸어와 그 모습을 비쳤다.

“……그게, 사실입니까?”

“아니, 뭐…… 자기 살겠다고 다른 사람 파는 거야 이해하겠지만…… 당신이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냐? 아앙?”

마치 방금 나온 말이 사실이냐는 듯, 그리고 하오다에 대해 실망했다는 듯 동요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겐지와 이오리.

“…….”

“주군……!”

시즈카는 하오다의 본성에 대해 좀 더 직접적으로 알고 있었으니 침묵했고, 믿음을 끝까지 지켜 왔던 야이바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들을 팔아넘기는 추한 모습에 충격받은 듯했다.

“저것 봐, 저런 인간이라니까?”

다이카는 사건이 해결되는 것 같아 보이자 팔짱을 끼며 만족한 듯 친구인 료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내가 명령을 안 따른 거지…….”

“뭐래, 그 전에도 안 따랐으면서.”

“으음…….”

그렇게 부하들의 시선을 받는 것과 동시에, 하오다는 머릿속으로 한 가지 결단을 내렸다.

-동귀어진.

어차피 부하들의 마음은 자신에게서 멀어졌고, 자신이 벌인 짓을 커버해 줄 이도 이제 없다.

선지자의 입장에서 하오다란 조금 쓸 만하고 힘깨나 쓰는, 그 이름 정도는 알 법하지만 결국 부하 A의 수준에 불과했으니까.

더군다나 도시에서 난동을 피우다 알 수 없는 세력에 의해 중국으로 강제 이동당한 후 체포된 텐징과 샤오롱과는 달랐다.

둘은 원래 선지자의 지시에 따라서 난동을 피운 것이었으니 최대한의 편의를 봐주었다.

그 과정에서 복수를 성공시켰으니 둘을 더 이상 부릴 명분이 없음에도, 일단 시킨 일까지는 잘해 주었으니 뒷바라지를 해 주었다.

‘그렇지만…… 나는 어떻지?’

조직이 드러날지도 모르는 단초를 제공했고, 그것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서 결국 선지자와 그 아래의 파드레까지 불렀다.

하지만 자신을 가졌던 전투에서 패배했고, 도움을 주기 위해 뛰쳐나왔던 파드레까지 어딘가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단순히 아끼는 부하 A나 B가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의 간부이자 2인자인 파드레의 실종이라면…… 웬만한 일은 전부 웃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선지자라 할지라도 분노할 사안.

어떻게 해도 지금까지처럼의 길이 보이지 않자, 하오다는 극단적인 선택지를 고르기로 했다.

“크흐흐, 이거…… 결국 이렇게 됐군. 함께 죽자고.”

파앙!

마치 큰 북을 치듯, 큰 소리가 창고의 내부에 울렸다.

“크으으으윽! 능력을…… 해제했다. 이제…… 너는…… 죽겠지……!”

기압을 직접 조작해야 하므로 계속 뻗어 있던 하오다의 손은 손목에서부터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이 조각나 사라져 버렸다.

그의 손이었던 육편과, 혈액은 창고의 내부에 이리저리 튀어 천장까지 닿아 있었다.

그리고 그런 폭발이 일어날 것을 예고하기라도 하듯, 하오다와 영의의 사이에 있던 공간에서 갑작스러운 돌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무려 20기압의 차이다! 그대로 찢겨서 핏물이 되어라!”

하오다는 출혈이 일어나기 시작한 자신의 손목 부분을 급히 지혈하기 시작하면서도 영의가 죽는 모습은 계속 보겠다는 건지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인드라가 그런 하오다의 모습에 그를 제압하거나 때려눕히기 위해 다급히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발악을……!”

“괜찮아.”

그러나 당사자인 영의가 그런 인드라를 막아 세웠고, 영의는 돌풍의 진원지가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왔음에도 아무런 표정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하오다는 그런 영의의 태연함이 극도의 공포가 초래한 패닉이라고 생각해 자만하기 시작했다.

“너무 공포에 질려서 아무것도 못 하는…… 거……. 너…… 너어어……!”

그러나, 그 자만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파지지지직, 파직-!

돌풍의 진원지가 영의를 지나며 급격히 세기가 줄어들고, 창고의 내부에 공기의 흐름이 잔잔해졌다.

“흐음, 여기저기 피가 엄청 튀었네. 여기 빌린 곳이라고 했는데. 뒤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그건…… 대체…….”

“아, 천장이니까 어차피 못 보려나……?”

영의는 일전에 인드라가 했듯이, 팔에 눈부실 정도의 전격을 두른 채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네놈…… 어떻게……. 아니…… 불가능한데……!”

하오다는 자신의 지식과, 눈앞에서 일어난 현상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상황을 맞이하자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인드라가 그랬듯, 전격을 둘러 봐야 외부 충격이나 자기력에 영향을 받는 금속 물질 등에 대해서 이점을 얻을 뿐이지 내부로부터 터져 나오는 방금 전의 일격을 해결할 순 없었다.

그 때문에 그도 손목을 잃게 된 것이고.

그리고 몸이 터져 나갔어야 할 대상인 영의는 정작 그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듯 오히려 하오다를 칭찬하고 있었다.

“……뭐, 나쁘진 않았어. 공부 좀 했나 봐? 나는 뭔 소린지 모르겠지만…… 우주 공간에서도 전기나 자석은 확실히 통하잖아?”

영의는 하오다가 사용한 기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고, 개념도 제대로 잡히지 않았지만 일단 신체에 피해를 입는 기술이란 걸 듣자마자 곧바로 비장의 수단을 꺼냈다.

아즉시뢰, 뢰즉시아.

일순간 몸을 뇌기로 바꿔 버리는 그 비술은, 기압 차이로 인해 팔이 폭발하는 것을 무시할 수 있었다.

“우주가 아니라 심해 공간과 관련된 이야기였다만……. 어떻게 멀쩡하지? 그 기술은……?”

인드라는 지금까지 하오다가 한 말을 나름 이해하고 있었고, 배경지식도 있었기에 영의가 부상을 당할 거라 생각했지만 방금 눈앞에서 일어난 이변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오? 이과인가 봐?”

영의는 뜻밖이란 생각에 인드라를 흥미로운 눈으로 쳐다보았고, 인드라는 그런 눈빛이 거북한지 영의에게 불만을 표했다.

“이래 보여도 IIT 출신이다. 그 눈 하지 마라. ‘의외로 지식인?’이라는 눈빛, 그 눈빛 하지 마. 아까 저 녀석도 그런 눈으로 날 쳐다봤다고.”

“솔직히, 인도인이 그리스의 옛 명언을 꺼내면 당황스러울 만하긴 하지.”

찬드라는 다이카가 인드라를 의외라는 눈빛으로 쳐다본 것을 이해한다는 듯이 이야기했고, 인드라는 그런 찬드라의 입을 틀어막았다.

“시끄러워.”

인드라와 찬드라가 서로 가볍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며, 아직 손목에서 출혈이 일어나고 있는 하오다는 고개를 떨구었다.

“젠장…….”

방심시키거나 일시적인 좌절에서 오는 게 아닌, 가슴속에 깊이 사무치는 패배감 때문에 뻣뻣하던 목에 결국 힘이 들어가지 않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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