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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291화 (291/325)

제291화

(17)

잠시 발도가 막혔지만, 그 정도 상황을 상정해 두지 않았다면 달인이 아니었다.

“잔재주를!”

검을 살짝 뺌과 동시에, 검집을 털어 내어 검을 완전히 뽑아낸 하오다는 곧바로 유려한 움직임과 함께 검을 휘둘렀다.

오른쪽 아래로부터 재빠르게 쳐올리는 사선 베기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수직 방향의 참격.

휘릭, 콰악!

발도가 막혀도 일순의 망설임이나 당황 없이 이어지는 이연격이었지만, 영의는 첫 번째의 사선 베기를 마치 다음 수를 읽기라도 한 것처럼 회피했고 두 번째의 참격은 왼팔에 낀 수갑으로 막아 냈다.

“흐읍!”

영의는 참격을 막아 낸 뒤, 곧바로 반격하기 위해 오른손에 장착된 수갑을 내질렀다.

철컥.

내지르는 것과 동시에 내부의 장치를 작동시켜 스파이크를 돌출시킨 영의.

하지만 하오다 또한 근접전에 약한 이가 아니었다.

차악, 탁!

놀랍게도 검사의 생명인 검을 손에서 놓고, 양손을 재빨리 움직여 영의의 오른손을 옆으로 비껴 냄과 동시에 위로 쳐올렸다.

“충각 돌리기.”

앞으로 향하는 힘이 수직으로 위로 올라가는 일은 없어야 했지만, 어째선지 영의의 주먹은 급격한 경사를 그리며 위로 치솟았다.

마치 위에서 누군가가 줄로 묶어 잡아당기거나 오른손에만 중력이 역으로 작용하기라도 하는 듯, 위로 솟아 올라가기 시작하는 주먹.

오른팔이 위로 올라가자, 그의 옆구리가 그대로 드러났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이상한데!”

이미 검을 손에서 놓았지만 하오다에게는 다섯 자루의 검이 더 남아 있었고, 아까 보인 발도의 속도라면 그를 베어 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하오다는 영의를 베어 낼 수 없었다.

팔이 위로 치솟기 시작하자, 그 흐름을 끊어 내거나 통제하려고 하는 대신 그대로 몸을 실어 역으로 하오다에게 접근했기 때문이다.

하오다로서도 자신에게 날아드는 발 차기와 아직 여력이 남은 영의의 왼손을 경계하고 있었기에, 슬쩍 물러나며 영의의 왼손에서 떨어지는 검을 챙겨 간격을 벌렸다.

“재밌군. 스릴이 넘쳐.”

간만에 전투다운 전투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다른 모든 생각이 의식의 저편으로 밀려났다.

“난 무서워. 공포가 넘쳐.”

반면 영의는 아까 하오다를 도발하듯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진지하지 않은 말을 했다.

“……말장난을!”

하오다는 또 영의가 그를 도발하는 거라 생각했기에 소리를 질렀지만, 영의도 억울한 면이 있었다.

“진짜인데!”

아직은 단순한 일본도의 형태를 상대하고 있었지만, 나머지 검들과 맞서 싸우는 것은 그도 모르는 영역이었기에 무서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힘도 제한되고 있으니…….’

하오다는 검을 양손으로 잡은 뒤, 상단에서 내려치는 거합 베기 자세로 영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간다!”

“오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그 이후로도 여러 번의 공방이 이어졌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제대로 된 유효타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채앵!

“……이대로는 안 되겠군.”

발목과 발치를 집요하게 노리며 하단을 파고들던 검을 영의가 밟아 멈춰 세우자 검에서 손을 떼고 물러난 하오다.

그는 허리춤에 있는 다른 검들에 손을 뻗었다.

영의는 그가 다른 검을 뽑는 것을 막기 위해 뛰쳐나가려 했지만, 아까 보여 준 대로 하오다의 발도 속도가 더욱 빨랐다.

촤앙-

“어우 씨!”

빠른 데다 예리하기까지 한 참격.

그러나 그 참격은 ‘닿지 말아야 할 거리’인 영의의 뒤편까지 닿고 있었다.

영의는 순간적인 불길함을 느끼고 몸을 숙인 덕에 날아든 참격을 피할 수 있었다.

“뭐냐……? 검기? 장풍?”

“아귀도. 굶주린 아귀와도 같은 이 검은 공간까지 집어삼키지.”

하오다가 뽑은 검은 표면에서 물이 흐르는 것처럼 같이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저건…….’

천장에 매달린 조명의 빛이 검의 표면에 반사되어 마치 잔잔하게 흘러가는 개울물에 비치는 햇빛처럼 일렁이는 것같이 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검의 주변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고, 방금 전 들은 아귀도라는 이름이 헛된 이름이 아닌 것 같았다.

“……뭔진 몰라도, 일단 보이는 게 다가 아닌 것 같네.”

영의는 자신의 뒤쪽에 있는 벽에 검흔이 선명하게 남은 것을 보고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진짜인가……. 저 톱날 달린 검 말고도 손잡이가 기괴한 것들도 여러 가지 있지만, 대부분은 비슷한 형태야…….’

영의는 하오다의 허리춤과 등 뒤에 달린 검집들을 바라보았다. 수라도라는 이름을 들었던 톱 같다던 검 이외의 것들은 모두 방금 전 손에서 놓아 버린 것과 비슷했다.

“나 참…… 사람 힘들게.”

하오다는 새로운 검을 뽑아 들었기 때문인지, 대치를 이어 나가던 방금 전과 달리 본인이 직접 달려들기 시작했다.

“카아-앗!”

기합성과 함께 달려든 하오다는 영의에게서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검을 연속으로 휘둘렀고, 영의가 가까이에서 회피하거나 막아 내지 못하는 만큼 검을 휘두르는 속도는 아까보다 빨랐다.

쐐애애애앵-

“잠ㄲ-”

마치 줄넘기를 연속으로 몇 개씩 넘을 때처럼, 채찍을 휘두를 때처럼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런 소리가 울리면 어김없이 영의의 등 뒤, 창고의 벽을 이루고 있는 패널의 금속부가 마치 커터 칼을 맞은 페트병처럼 찢기고 있었다.

영의는 그렇게 날아드는 하오다의 모든 공격을 수갑으로 튕겨 내어 옆으로 흘렸고, 속도가 빠른 만큼 살짝 힘을 가하는 것으로도 궤도를 바꾸기에는 충분했다.

팍, 팍, 팍.

금속으로 이루어진 게 아닌, 우드락으로 만든 듯 검흔을 남기며 안쪽으로 푹푹 들어가는 벽.

“빠르지만…… 위력이 그만큼 강하진 않네. 그래서 이길 수 있겠어?”

“네놈의 몸에 닿기만 하면 된다. ‘거리’라는 이점 앞에서 지구전으로 끌고 간다면 내 승리지.”

하오다와 영의는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이전에 날린 참격에 의해 금속부가 찢어졌던 창고의 벽은 그 아래에 있는 스티로폼 부분이 드러났고, 내부에 가득했던 하얀 스티로폼 알갱이들이 두 사람의 사이로 날아와 바닥으로 느릿느릿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스티로폼 알갱이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두 사람의 눈높이를 지나쳤을 때,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꽈드득.

검을 잡은 하오다의 양손에 조금씩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지직-

바닥을 디딤대로 삼은 영의의 신발이 뒤로 조금씩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사악.

스티로폼 알갱이가 바닥에 떨어지자, 아무런 소리가 없었음에도 두 사람은 그게 신호라도 되는 듯이 서로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에야아아아-!”

상단에서 내려치는 것을 택한 하오다.

“수면 차기!”

그에 반하듯, 바닥이 볼링장의 레인처럼 미끌미끌하기라도 한 듯 매끄럽게 다가오는 동시에 자세를 낮춰 하단을 공격하는 영의.

머리에 검이 내리꽂히거나 다리의 관절 부분에 발 차기를 맞고 옆으로 넘어져 균형을 잃거나, 둘 다 방어는 생각하지 않은 공격 일변도의 상황이었다.

죽거나 죽이거나의 상황.

하오다는 진검이었지만, 영의는 거의 맨몸이었으니만큼 리스크는 영의가 크고 리턴은 하오다가 큰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하오다는 극도로 발달한 자신의 동체 시력으로 지금 보이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하염없이 느려진 세계에서 마치 투수가 직구로 던진 야구공이 날아드는 것과 같은 속도로, 매섭고도 빠르게 다가오는 발 차기.

반면 자신의 검은 그것보다 더 빨랐다.

‘내가 먼저 닿는다!’

머리에 다가가는 검날이 닿을 거란 확신에, 하오다는 방금 전 보여 주었던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단순히 검으로 승부를 내려고 했다.

이대로 조금만 있으면 평소 손질해 둔 날카로운 검날이 모발을 가르고, 연약한 두피를 갈라내고, 두개골을 지나 그대로 머리로 파고들 테니까.

하지만 머리에 닿기 전, 영의의 머리칼 한 가닥이 검에 부딪혀 ‘톡’ 하는 소리와 함께 끊어졌을 때.

그러한 절체절명의 순간에 영의가 미소를 지었다.

“……안 썼구나?”

깡!

영의가 미소를 지음과 동시에, 그의 몸이 갑작스럽게 가속하기 시작하더니 하오다의 무릎 관절을 발로 차 버렸다.

목표를 잃은 하오다의 검이 콘크리트 바닥을 때리며 허무한 쇳소리가 공중에 울려 퍼짐과 동시에,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뿌드-득.

생나뭇가지가 탄성과 유연함 탓에 조금 뒤틀리며 꺾이는 듯한 다소 저항감 있는 파열음과 함께, 하오다는 몸이 붕 뜨는 것을 느끼며 시야가 뒤집혔다.

그 감각은 과거, 각성자가 아니던 시절 그가 겪었던 패배를 떠올리게 하였다.

* * *

창고의 바깥, <부시도 스피리츠>의 간부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젠장, 풍림화산이 이렇게 힘을 못 쓰네.”

푸화악!

평소의 정장 차림이 아닌, 다소 헐렁한 트레이닝복을 입은 이오리가 손에서 불꽃을 뿜어내고 있었다.

“정확히는 음, 뢰까지 여섯 명 중에 둘이 없으니 그렇지.”

그의 옆, 트레이닝복이라도 전신을 감싼 이오리와 달리 양 소매 부분을 뜯어낸 도복 차림을 한 겐지가 이오리의 말에 답해 주었다.

“화력과 교란 담당이 없으니 불편해서 그런 거 아니야?”

“그것도 맞는 말 같네.”

<부시도 스피리츠>에서 오랜 시간 활동하며, 풍림화산이라는 팀 별명과 개개인에게도 별도의 별명이 붙은 그들.

게이트 내부의 괴수들을 잡을 때에도, 간혹 길드를 습격해 오는 정체불명의 암살자들을 대처할 때에도 그들은 똑같이 행동했다.

본래 4인 구성의 팀이었고, 시간이 지나며 6명으로 늘었지만 그들의 기본 전술은 언제나 같았다.

몸놀림이 빠르거나 은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시즈카나 야이바가 화염능력자인 이오리가 발을 묶고, 화력 담당이 타격하는 구조였다.

4인 체제일 때는 그때그때 손이 남는 사람이나 하오다가 화력을 맡았지만, 다이카가 들어온 이후로는 다이카가 주로 타격을 맡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부수적인 피해를 막아 주는 것이 바로 겐지.

자이언트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게, 그는 압도적인 신체 내구력을 가지고 있었다.

인드라를 상대로 몇 번이나 공방을 주고받았음에도 멀쩡한 그의 모습이, 그 방어력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이거…… 아무리 우리에게 내일이란 시간이 있다지만 내일까지 공격해도 제압은 힘들겠는데.”

인드라는 팔에 새겨진 금강저 문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겐지의 몸을 두들겼지만, 겐지는 말 그대로 거인처럼 인간의 공격 따위 소용없다는 듯이 몸으로 받아 내고 있었다.

“그러면 나라도 좀 도와주지? 혼자서 1:2를 언제까지고 계속할 수는 없단 말이야.”

한편, 찬드라는 시즈카와 이오리를 상대로 2:1…… 정확히는 3:1의 싸움을 하고 있었다.

“이…… 닌자가! 쏘는 수리검이! 의외로…… 매섭다고!”

찬드라는 말하는 와중에도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수리검을 피하고 있었다.

한쪽 팔이 성하지 않아 직접 달려들지는 않지만 사각에서 은밀하게 그를 노려 오는 시즈카의 수리검은 집중을 흐트러트리기에 충분했다.

료는 싸우기 싫다고 했지만, 시즈카가 길드에서 얻었던 이권 등을 내세워 그를 압박해 온 것이다.

결국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료는 시즈카가 이리저리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지워 주었다.

그 덕분에, 어두운 밤 속에서 소리 없이 날아드는 수리검들이 더욱 위협적이게 되었다.

“이거나 처먹어라!”

콰아아-!

더군다나, 가끔 잊을 만하면 날아드는 이오리의 화염이 위협적이기도 했고.

창고 근처에서 그런 싸움이 이뤄지고 있을 때, 거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다이카가 야이바와 대치하고 있었다.

“나는 너를 높게 사고 있다. 다이카. 다만 주군의 뜻이니만큼…… 일단 제압하도록 하지.”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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