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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288화 (288/325)

제28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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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가 확실히 효과가 있을 것 같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던 시점에, 하오다는 이미 한국에 도착해 있었다.

공항의 넓은 부지에서, 일반적인 항공사들의 여객기들이 하는 것처럼 공항에 가까이 착륙하지 않고 조금 떨어진 활주로에 착륙하는 소형 전용기.

그 전용기에서 여러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내리기 시작했다.

“흐음, 원래 마땅히 이래야 하는 건데 말이지.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어.”

“우리나가 여객기와 서비스가 불편하다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전용기가 더 좋단 말이야.”

“지금 우리는 놀러 온 게 아니야, 다들 정신 차리라고.”

<부시도 스피리츠>의 간부들이 일제히 비행기의 바깥으로 나왔다.

야이바, 겐지, 이오리를 선두로 한 세 남자들이 내린 뒤에 그들과 달리 전신을 무장한 하오다가 천천히 비행기 바깥으로 몸을 드러냈다.

하오다는 다른 간부들 중 한 명인 료의 목덜미를 잡고 끌고 오듯이 데려오고 있었으며, 료는 마지못해 따라간다는 듯 느릿느릿 뒤를 따랐다.

“료…… 네가 다이카와 친했다는 건 알지만 지금 녀석은 죄인이다. 그것도 중죄인. 잡아서 내 앞에 무릎 꿇리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수색에 협조는 해라.”

“…….”

그리고 다른 모두가 내리자, 마지막으로 시즈카가 한쪽 팔에 붕대를 감은 채로 비행기에서 내렸다.

“보이나? 시즈카의 저 팔이? 다이카가 번개로 지진 팔이다. 화상 정도의 치료는 큰 문제가 아니지. 하지만, 다이카를 잡기 전까지 저 팔이 낫는 일은 없을 테니 빨리 찾는 게 좋을 거다.”

하오다는 료의 목덜미를 잡고 시즈카 쪽을 향하게 하며 그렇게 경고하듯 말했고, 이내 료를 풀어 준 뒤 모여 있는 다른 이들과 합류하였다.

“아직 소식은 없다지.”

모여 있던 이들 중, 야이바가 하오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상황을 보고했다.

“네, 주군. 요청은 넣었지만 아직 수사를 시작하진 않았다고 합니다. 다이카가 눈에 띄는 장소에서 발견된 것도, 사고를 친 것도 아니라서 지연되고 있습니다.”

수색 요청이야 별문제가 없으니 접수되었지만, 한국의 입장에서는 전력을 다해 그런 요청을 들어줄 이유가 없었다.

선지자를 통해 압박을 넣는다면 곧바로 수색을 시작하겠지만, 선지자는 합법적인 경로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쪽을 주로 사용했으니 굳이 도와주지 않았다.

“그렇군……. 그렇다면 직접 해결을 해야겠지.”

하오다는 지금 당장이라도 어딘가로 쳐들어가려는 듯, 발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야이바의 말에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나 주군…….”

“음?”

지금부터 야이바가 하려는 말은 다른 이들에게 들리면 안 되는 종류의 말인지, 매우 가깝게 근접하여 작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다른 인원들은 조금 수상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근래에 다이카와 자주 어울려서인지, 내키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감도는 중입니다.”

다이카가 본의 아니게 자주 어울린 다른 간부들…… 이오리나 겐지 등은 다이카가 갑자기 사고를 치고 나갈 만한 전조를 못 느꼈기에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하지. 모두들, 주목해 주길 바란다.”

하오다는 다른 간부들의 주목을 끌며 그들의 앞으로 향했다.

“시즈카, 이쪽으로 와라.”

다른 이들의 주목이 모이자, 시즈카를 불러 그의 옆에 두는 하오다.

“모두들, 시즈카가 다이카에게 공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알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그럴 이유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하오다는 무장을 하고 있었기에 당연히 검을 가지고 있었고, 그가 가진 검 중 한 자루, 천도를 뽑아 휘둘렀다.

촤악-

시즈카의 팔이 잘리든 말든,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그녀의 팔 위를 가로지르는 경로로 호쾌하고 빠르게 휘두른 하오다.

그의 검이 휘둘러지는 것은 발도에서부터 납도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매우 매끄러운 동시에 신속했기에 검날을 제대로 본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그 한 번의 휘두름 이후, 붕대는 깔끔한 좌우대칭으로 바닥에 떨어졌다.

투두둑.

‘……어떻게 한 거지?!’

‘마치 원하는 것만 베었다는 듯이 붕대만 잘렸다.’

하오다는 분명히 시즈카의 팔을 향해 검을 휘둘렀고, 완벽한 기술로 살갗 위의 붕대만 자르는 수준에서 끝날 거라 생각했던 이들은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붕대가 사라지자 시즈카의 맨살이 드러났고, 그들은 두 번째의 충격을 받았다.

화상을 입어 붉게 변하고 짓물러진 피부, 그리고 그런 피부 아래에서 푸른색으로 올라온 번개무늬의 흉터들.

이 자리의 간부들은 전기 화상을 입어 본 적은 없지만, 일반적인 화상으로는 저런 상처가 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다이카가 시즈카를 공격했고, 그 결과 이런 부상이 남게 되었다. 그 누구도 그 사실에 대해서 반론은 없겠지?”

하오다의 물음에, 다른 간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

“개인적인 사정이나 생각은 나중으로 미뤄라. 같은 소속의 동료를 공격했고, 그 결과 부상을 입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다이카를 쫓아서 잡을 이유로는 충분하다. 알겠나?”

“……예!”

“그럼 따라와라!”

하오다의 말이 망설이던 그들에게 행동할 의지를 준 것인지, 간부들은 앞서 걸어가는 하오다의 뒤를 성큼성큼 따라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개인적인 감정과 무언가 사정이 있을 거란 생각도, 눈앞의 사실과 조직에 대한 규율만큼 명확하지는 않았으니까.

료는 그런 상처들을 눈앞에서 보았음에도 아직 의지가 굳어지지 않았다.

“다이카…… 왜?”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 한 줌의 의문을 만들고 망설임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했기에, 료는 느릿느릿하지만 확실하게 앞서 나간 하오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의 기세 좋은 입국과 달리, 시간이 지나도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영의의 뜻밖의 행운과 용신의 빠른 결단, 그리고 도망자 세 사람의 눈치와 인내심이 어우러져 그 어떤 단서도 남기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보다, 이렇게 직접적인 수색을 할 거라면 인력을 더 동원할 수 있게 길드원들을 데려오거나 현지의 사람들을 고용하는 게…….”

“안 된다. 우리의 일은 우리의 손에서 끝내야 해. 타인의 개입을 허용하면 안 된다.”

수색을 시작한 지 4일째 되는 날, 하오다와 간부들은 입국 후 지금까지 CCTV가 없으면서도 사람이 지낼 수 있을 만한 지역들을 위주로 수색했다.

간부들은 지금 이러는 것이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하오다는 생각이 달랐다.

‘이미 범죄자라는 수배가 내려졌으니 합법적인 출국 방법은 없어졌고, 불법적인 경로도 다 막혀 있다. 남은 건 농성과 잠복뿐이야…….’

합법적인 루트는 공조 요청으로 막아 두었고, 불법적인 루트…… 정식으로 등록하지 않고 밀입국을 도와주는 순간 이동 능력을 가진 각성자들은 이미 선지자를 통해 전부 막아 두었다.

찬드라를 통해 어떻게 인도로 건너가더라도 그곳에는 다른 이들이 대기 중이고, 도주를 하지 않는다면 남는 방법은 숨어드는 것밖에 없었으니 천천히 찾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안 되겠군.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하오다는 매우 꺼림칙하지만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야 했기에, 선지자에게 또 다른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그 늙은이의 힘을 빌려야 하는 때가 오다니…….’

* * *

한편, 영의는 자문을 구하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런 방식으로 싸운다는 생각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자신이 직접 싸워야 한다는 말을 하는 대신, ‘뇌기가 날아들 때 이렇게 싸우는 방식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접근한 영의.

“호오…… 벼락을 갈라내거나 되쳐 낸다라. 재밌는 생각이군그래. 하지만 번거롭군. 어째서 그런 귀찮은 방법을 택해야 하지? 받아칠 정도로 반응할 수 있다면 피하면 되는 것을.”

혁련무강에게서는 ‘다른 방법이 있는데 굳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내가 곧 벼락이고 벼락이 곧 나인데 왜 그런 귀찮은 짓을 하느냐? 그냥 받아 내서 뇌기를 흡수하면 그만인 것을.”

뇌기와의 절대적 상성을 자랑하는 독고휘에게서는 별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생각대로의 답이 나오자 맥이 빠졌다.

“벼락이든 불이든 무슨 기운이라도 유의 묘리가 아니라 정면에서 받아 내서 돌려준다고? 재밌겠구나! 한번 해보자!”

팽소운과 갈성천 같은 육체파는 직접 해보자고 달려들기 시작했으므로, 영의는 거기서 도망쳤다.

“그럼 이만, 안녕히 계세요.”

무림에서는 조언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고, 그렇다고 호엔하임이나 일라이저를 찾아가기에도 애매했다.

‘내가 마법을 쓸 순 없으니까…….’

영의는 마법의 재능이 없었고, 실드나 보호막 같은 경우에는 그것 또한 에너지의 흐름이므로 하오다의 검이 그걸 베어 낼 가능성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널 찾아온 거야. 어떤 공격을 쏴도 그걸 검으로 피하거나 받아치는 상대를 어떻게 이겨야 할까?”

“……뭘 어떻게 한다고?”

결국, 영의가 찾아온 것은 베키였다.

“장비 같은 거 없어? 에너지 소비 없이 뭔가를 막아 낸다거나 하는 거.”

반쯤은 자포자기로, 반쯤은 마지막 희망으로 생각하고 베키를 찾아온 영의였지만 베키는 의외의 대답을 들려주었다.

“있긴 있지. 에너지 소비 없이 검을 막기에 최적화된 물건.”

“어? 진짜?”

“저~어기 대장간에 가서 방패 하나 달라고 해.”

그녀는 말 그대로 검을 막는 기본적인 물건을 언급했고, 영의는 그 대답에 살짝 실망했다.

‘뭔가 혁신적인 게 나올 것 같았는데…….’

“왜, 안 돼? 그럼 갑옷도 달라고 해.”

방어구에 대한 제한 내용도 있었기에, 영의는 어깨를 늘어뜨렸다.

“흐으음…… 진짜 정면승부 말고는 방법이 없나?”

영의가 그렇게 고심하기 시작했을 때, 베키는 어깨가 축 늘어진 영의의 모습에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결국은 칼잡이란 거잖아? 뭐 소드 마스터니 뭐니 하는 걸 목표로 검을 단련하는 이상한 녀석들이야? 그냥 도망쳐 버려. 그런 이상한 녀석들 상대해 주지 말고.”

“……그게 됐으면 이러지를 않지.”

베키의 말은 계속 이어졌고, 그녀는 이런저런 말을 하다 보니 자신의 옛날이야기까지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뒷골목에서 생활하던 시절에는 그런 칼이랑 자주 마주쳤어야 했어. 보통은 발레리랑 같이 2:1로 뒤통수를 까고 그랬었는데 가끔 혼자 마주칠 때가 있단 말이야? 말 그대로 절체절명의 상황인데 나는 살아남았어.”

“그런 경우에는 도망치기도 도움을 요청하기도 힘드니까 눈에 모래를 뿌리거나 냅다 정강이를 까고 손을 뼈가 보일 때까지 물어뜯어서 칼을 뺏은 다음에 그대로 머리를 돌로 내려찍어서 기절시키고 그랬지. 물론 어릴 때니까 세게 휘둘러도 죽진 않아서 다음 날 가 보면 안 보이고 가끔 보복도 당하고 그랬는데 뭐 어쨌든 혼자 다니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으니까…….”

그런 베키의 말이 이어질 때, 영의는 베키의 말 중간에 눈이 번쩍 뜨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응?!’

“잠깐, 방금 뭐라고 했지?”

“어? 돌로 머리를 깼다는 거?”

“그 이전에.”

“그러니까…… 혼자 마주친 거?”

“그 사이에, 눈에 모래를 뿌리고…… 칼을 뺏어?”

영의는 그 말에서 해결책까지는 아니지만 실마리에 가까운 것을 찾았다.

“응.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니까. 가끔 석탄이나 숯의 재 같은 걸 뿌려 줘도 좋아.”

“그래, 그렇단 말이지…….”

영의는 지금까지 많은 것을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본인이 그랬고, 본인이 만나 왔던 이들…… 특히 무림인들이 영의의 가치관을 조금 바꾸어 놨기에, 그 자신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사실을 자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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