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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286화 (286/325)

제28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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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신의 단독 행동 지시에 영의는 상당히 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검…… 검을 어떻게 공략을 해야……? 아니, 그 이전에. 번개를 베어 낸다라…….’

“행님, 무슨 생각을 그래해예?”

병찬, 병민과 함께 어울릴 때에도.

‘굳이 검을 공략할 필요는 없지 않나? 눈치채지도 못할 만큼 빠르게 달려가서 그대로 기절시키면……. 아냐, 실패하면 칼침인데.’

“선배, 오늘은 출근하는 날 아니지 않아요?”

휴일이라 집에서 쉬어도 될 때에도.

‘흐음, 칼잡이라…… 무림에서 누구랑 한번 대련 같은 걸 해 봐야 하나? 아니, 그쪽이랑은 상당히 다르지. 단순 강화계가 아니니까.’

“빈틈이다!”

휘익, 타아앙!

“크어억!”

휴일에 출근한 겸 지하에서 훈련을 봐줄 때에도 고민은 계속 이어졌다.

“Another day, another loser…….”

기습에 실패하고 반격을 맞은 뒤 바닥에 쓰러져 영어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앨런.

“뭔 뜻이야? 한국말로 해! 좀 더 크게!”

그런 앨런의 도전기를 지켜보는 길드원들은 앨런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내가 그럼…… 그렇지…….”

적절하게 해석하여 뜻에 맞게 말해 주는 앨런이었지만, 길드원들은 앞부분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내가 영어 모른다고 한심해하지 말고! 뭔 뜻이냐고, 앨런!”

“그 뜻 그대로…… 으윽.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

앨런은 바닥에 쓰러진 채 정말 기절하기라도 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길드원들은 그것에 속지 않았고, 곧바로 나오라고 소리쳤다.

“농담할 여유 있으면 나와 임마!”

“Ok. 나갈게.”

앨런은 정말 농담을 하고 있었던 듯, 재빠르게 몸을 굴려 링 밖으로 빠져나갔다.

한편, 그 와중에도 영의는 계속 고민을 하고 있었다.

* * *

며칠 전.

“흐음…….”

용신이 그에게 나서기 싫다며 공략을 맡겼을 때, 영의는 당연히 반발했다.

“아니, 제가요? 혼자서?”

물론 텐징도 이겼으니, 직접 싸워도 질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번개를 베어 낸다는 말과 혼자 상대해야 한다는 말에 되물은 것이다.

하지만 용신은 거기에 한술 더 떠, 제약까지 걸어 버렸다.

“번개는 쓰면 안 돼. 신체 능력을 강화시키는 것까지야 상관없지만, 네가 자주 쓰는 이동 기술과 공격 기술, 전부 못 쓴다.”

뇌룡보와 뇌창을 비롯한 모든 위력적인 공격기를 금지시켜 버린 것이다.

“네?!”

“거기다, 아주 불가능하진 않지.”

용신은 당황하는 영의에게 그리 불가능하진 않다며 그가 가진 것을 정리해 주었다.

“왜? 아직 남은 거 있잖아. 그 가시 나오는 보호대도 있고, 신체 능력과 거기에 각인된 싸움 기술들은 어디 갖다 팔았냐?”

영의에게는 장비가 있었고, 용신의 말을 들으니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완전한 방호 능력은 기대하지 못해도 갑옷 수준의 방어력은 있을 테니 한 대 맞고 두 대 친다는 느낌으로 가면…….’

다이카의 이야기를 듣고 종합해 본 결과, 적인 하오다의 신체 스펙은 자신과 비슷하거나 더 낮다.

초인적인 반사 신경과 동체 시력은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아무리 반응속도가 빨라도 초고속의 싸움에서 막는 것과 공격을 동시에 해낼 순 없을 테니까.

방어구에 의존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영의는 자신의 은색 슈트를 제대로 한번 써먹을 생각을 했지만 용신은 그마저도 금지시켰다.

“맞다, 너 신원 노출하면 안 된다. 여기 얘네들이야 내가 기억을 지울 거니 괜찮지만, 그놈하고 싸울 땐 네 본래 신원으로 맞서 싸워야 돼.”

“네?!”

그렇게, 맨몸으로 하오다와 싸워서 이겨야 한다는 미션을 받게 된 영의는 그날 이후로 계속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 진짜. 하필이면 또 납득할 만한 이유까지 들어서는…….’

-잘 들어라. 내가 찾는 놈이…… 최소한 그 테러범들이랑 연관되어 있는 게 확실한 놈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직접 나서면 얼굴이 팔렸으니만큼 눈치채고 도망갈 가능성이 높아. 그러니 네가 직접 나서서 잡아야 한다.

용신은 자신이 직접 나서면 안 된다는 말을 했고, 영의 또한 헬멧을 쓴 모습이 이미 목격된 상태이니 그런 특징들 없이 싸워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두 번이면 모를까, 여러 번씩 목격되면 특정성이 성립되어서 무슨 난감한 상황이 생긴다고 했었는데…….’

이미 용신은 텐징을 한국에서 중국으로 옮길 때 한 번, 영의와 일본에 다녀오며 한 번씩 자신의 존재가 목격된 적 있었다.

여기서 몇 번이고 더 목격되게 된다면, 용신에게는 불이익이 생기고 영의와 지구에는 그가 그런 불이익을 감수할 만큼의 이점이 없었기에 더 이상 나서지 않는 것이었다.

‘하긴, 그 아저씨가 내 뒤치다꺼리 해 주러 온 건 아니니까.’

용신은 본래 이곳에 본인이 직접 나서서 일을 해결하러 온 것이 아닌, 영의가 벌인 일을 보고 다른 일을 줄일 수 있겠다 싶어 온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영의를 수족처럼 부리며 그를 지켜보고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고.

-뭐…… 내가 할 의무는 없다는 거지. 지난번에 덩치 놈을 이동시켰을 때처럼 인원이나 능력의 한계 때문에 외부인을 섭외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내가 도와주겠지만, 이번엔 아니잖아? 해 봐야 일기토인데.

그렇게 간단하게 말하고는, 어디론가 홀연히 떠난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하냐고…….’

아무리 필요한 일이라지만 A급, 그 이상의 각성자를 상대로 뇌기의 방출 없이 이기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것도 칼잡이를 상대로 맨몸인 내가 어떻게 이겨 보냐는 거지…….’

영의 또한 나름의 성장을 거듭하여 마력량만큼은 A급 이상이었지만 신체 능력이 거의 동일하다면 더 빠르고, 더 강한 상대가 이긴다.

그리고 상대방은 영의보다 빠른 게 확실하고, 맨몸 대 도검이라 한 번의 실수도 치명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지.’

영의 또한 무림의 경험과 비급, 그리고 집안에서 배우고 접한 것들 덕분에 나름 검술을 알고는 있지만 섣부르게 검과 검으로 맞붙는 것을 시도하다가는 죽을 게 뻔했다.

“으으음…….”

그의 고민은 날이 갈수록 깊어져만 갔고, 해결책이 마법처럼 짠! 하고 튀어나오는 일은 없었다.

* * *

어딘가의 밀실.

“음, 그래. 뭐. 너한테 들은 얘기도 있고, 나도 정보가 없는 건 아니니까 조사를 해 봤는데…… 없어.”

선지자는 노트북에 있는 카메라와 화상 회의의 화면, 그 너머의 상대에게 말을 꺼내고 있었다.

-그랬는데 어째서?! 일본의 주변에는 전부 CCTV가 도로마다 하나씩 있는 국가들뿐인데!

그 또한 방해나 변수가 될 수 있는 인물, 특히 그중에서도 중국에서 난입한 남성과 은색 남자에 대해서 최대한 찾고 있었기에 다른 일에 할애할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일에는 그 또한 나름 노력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기밀이어야 할 정보가 유출되었기 때문이다.

“나도 우리들의 중요 정보는 아니더라도 테러를 한다는…… 꼬리가 될 수 있는 정보가 유출된 만큼 열심히 찾아봤지만 정말 없어. 정말 운 좋게 CCTV가 없는 곳만 골라서 도착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선지자는 그 말을 하며 옆에 놔둔 태블릿을 슬쩍 쳐다보았다.

[주요 인물 > 아스트라 > 찬드라 - 각성자의 능력 복제. 복제 과정에서 다소 열화됨. 본래 능력자보다 약화되거나 많은 체력을 소비하게 만듦. 강화계는 신체 능력상 다소 무리. 그 탓에 전투 중 과로로 사망.]

“……순간 이동 능력으로 건너간 것은 확실해. 찬드라 정도의 인물이라면 주위에 순간 이동 능력자 한둘이야 얼마든지 있을 테니, 능력을 복제했겠지. 지금 당장 보이지 않았다면 아마 북한이나 중국의 시골, 산이나 바닷속 같은 지역이 가능성이 높지. 러시아도 나름 가능성이 있고.”

-그렇다면 왜 아직도 보이질 않는 거지?

화면 너머의 상대인 하오다는 대체 왜 도망친 이들이 목격되지 않은 건지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없었다.

“아마 지금은 단순히 숨어 있는 거겠지. 녀석들은 그래 보여도 한 길드의 수뇌야. 머리가 제법 돌아간다고. 최악의 경우에는 아예 안 들키고 인도까지 가겠지.”

선지자는 하오다가 냉정하게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을 인지하고는 그에게 차분히 상황을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찬드라는 다른 이의 능력을 쓸 때 체력 소모가 크니 단거리, 해 봐야 400~500km 정도가 한계겠지. 그 거리로 한국과 일본, 일본과 러시아의 왕래는 어떻게 가능할지 몰라도 곧바로 인도로 갈 순 없어.”

-그렇군…….

“지금 인력을 동원해서 녀석들을 찾기 시작했으니, 조금만 기다려 봐. 미국 쪽에 있는 닷지란 녀석이 만든 인물판별 알고리즘이라는 게 아주 물건인데, 변장은 물론 성형수술을 했어도 어느 정도 감지해 내는 성능이 아주 대단해.”

이미 사람을 시켜 수색을 진행 중에 있었으니, 선지자는 기다리기만 하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녀석들은 인도인이니 중국에 대해 좋은 감정이 있을 리 없겠지. 물론 그런 감정이 행동에 큰 지장을 주진 않겠지만, 뭐 하러 정체를 숨겨야 하냐는 불만 정도야 있으려나. 뭐, 그래 주면 나야 좋지만. 중국에는 CCTV가 엄청나니까. 들키지 않고 인도에 복귀하려면 육로가 제일 빠르니 중국을 거쳐 가겠지.’

그 인물판별 알고리즘에 대한 믿음도 상당했고, 또 물건을 구하기 쉬운 편의점 등지나 도시의 골목에 CCTV가 있을 수밖에 없는 한국이나 중국은 거의 무조건적으로 거쳐 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를 통해 중앙아시아로 내려가더라도…… 기차 없이 동쪽 시베리아에서 러시아 중앙까지 가기는 힘들지. 기차를 타면 발각될 테고. 밀입국자처럼 숨는 경우는…… 못 찾겠지만. 생각해 보니 그쪽이 더 그럴듯하네.’

선지자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하오다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는 한국이나 중국으로 갔을 것 같지만, 찬드라는 나름 책사란 말이지. 중국에 대한 감정을 참고 중국으로 갔거나 러시아 쪽으로 쭉 돌아서 갔을 수도 있어. 중앙아시아에는 CCTV가 없는 나라도 많으니까 그쪽이 낫지 않을까?”

선지자는 인도로 가는 방법 중 가장 돌아가는 방법이지만 그들이 중앙아시아나 러시아로 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 달리, 하오다는 뜻밖의 말을 내뱉었다.

-나는 한국으로 간다.

“음? 왜지?”

-직감이다. 그곳에서 불길함이 느껴졌으니.

하오다는 감이라는 근거 하나로 한국행을 결정했지만, 선지자는 그런 그의 결정에 대해 뭐라고 말하지 않았다.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까지 제안했음에도 상대가 그걸 마땅한 근거 없이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상황이었지만 선지자는 그냥 넘어갔다.

“흐음, 뭐…… 그래. 그러든가. 그럼 우리 아가씨들을 인도로 보내 둬야겠네. 하필이면 평소 여론이 좋았고 살인을 저지한 상황이라 범죄자로 수배 내릴 방법이 없어서 문제야. 대신, 확실하게 처리해. 네가 길거리 참수 같은 돌발 행동을 해서 간단하게 못 끝낸 건 알지?”

선지자는 미소를 짓던 평소의 모습에서, 웃음기를 싹 거두고 굳은 표정으로 하오다를 쳐다보았다.

마치, 봐주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듯이.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지.

하오다 또한 그의 의도를 모를 정도로 흥분한 상태는 아니었기에, 알겠다고 대답한 뒤 화상 회의를 종료했다.

“하아…… 귀찮게. 구경꾼들을 미리 없앴다거나 눈이 없는 곳에서 참수를 했으면 또 모르겠는데……. 저 다혈질을 계속 써야 하나?”

벅벅-

선지자는 귀찮다는 듯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노트북에 다른 화면을 띄웠다.

[블랙 펜타곤 붕괴 계획]

[패트리어트 이용 가능성]

[극비 - 시베리아 대수림 속 검은 게이트 발견 보고서]

“……조금만 있으면 된다. 이미 세상에 나타나기 시작했어…….”

선지자는 노트북 앞에서 양손을 모은 뒤, 기도하듯 두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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