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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285화 (285/325)

제28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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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면서 이야기하자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는지, 다이카를 비롯한 도망자 세 사람은 영의가 사 온 간식거리를 하나씩 손에 쥐고 먹으면서 자신들의 사정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첫 주자는 이번 사건에서 가장 많은 것을 알고 있는 핵심 인물인 다이카였다.

“으음, 그러니까…… 쩝. 처음엔 저도 그렇게 의심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사람이 보일 수 있는 광기 정도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하나 더 먹어도 되나요?”

다이카는 사정 설명을 하면서 호떡 하나를 모두 먹은 뒤 남은 것을 가리키며 더 먹어도 되는지 물어 왔다.

그녀는 어째선지 영의에게만큼은 존대를 하고 있었는데, 영의는 그 이유를 몰랐지만 은인에 대한 예의 정도로만 여기고 있었다.

“다 얘기해 주면 얼마든지 갖다줄 테니 계속 얘기해 봐.”

“고맙습니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은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게 있어요. 얼마 전, 신주쿠에 있는 가게에서…… 집 밖에 있는 사람의 행방을 묻기 위해 가게 사장과 그 부인, 심지어 점원까지 협박하던 때였어요.”

다이카가 신주쿠에서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하자, 집 밖에서 아주 작은 부스럭 소리가 들렸지만 집 안에 있던 이들 중 그 소리를 들은 이는 영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지?”

“사장님과 그 부인을 잡아 두고 정보를 털어놓으라고 하고 있었어요. 사장님의 손가락을 밟아서 부러뜨리고……. 사장님은 그저 모른다고 하거나 거짓말을 하면 될 뿐인데, 고집 있게 말하지 않겠다고 해서 그렇게 됐죠. 아마 모른다고 했어도 결과는 같았겠지만…….”

그때, 물증이 없으니 모른다고만 하면 될 것을 사장이 말하지 않겠다고 하여 문제가 생긴 것은 맞았다.

다만 다이카는 그 당시 하오다라면 모른다고 해도 의심만으로 추궁을 진행할 수 있었을 거라 확신했다.

“거기까지는 심문의 일종으로 받아들일 수야 있었어요. 그런데 그 이후, 부인을 데려오라고 말할 때 쇼군즈의 잔챙이들이 들이닥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어요.”

그렇게 신주쿠에서 대형 참살극이 일어나고 말았다.

그것도 평범한 식당에서.

그러나 그때, <부시도 스피리츠>는 전력을 다해서 사건을 은폐하려 들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그 정도의 참사가 발생했으면 길드의 이미지를 위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했을 텐데, 하오다는 당당하게 있었던 것이다.

[<부시도 스피리츠> 마스터 마루이치 하오다, ‘나는 잘못 없어’ 입장 발표!]

-너무 당당한데?

-쇼군즈의 영역에서, 쇼군즈네 패거리가 먼저 가게로 우르르 들어간 건 목격자가 있잖아. 그 녀석들이 수작 부린 거 아냐? 칼받이들 내세워서 여론전 하겠다고?

-그럴듯한데? 쇼군즈 녀석들, 야쿠자 출신이잖아. 아직도 손가락을 자른다고 하던데?

그리고 그런 당당한 태도 탓에, 오히려 평소 이미지가 안 좋던 <쇼군즈>가 뭔가 잘못했지만 그 잘못을 감춰서 뒤집어씌운 거라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쇼군즈> 간부 3인, 정계 A 참의원에게 뇌물 건네줬단 의혹…….]

[<부시도 스피리츠> 길드, 사건 발생 당시 퇴로 없는 좁은 지하에서 시민들과 함께 있었다……. 단순 제압으로는 상황 타결 힘들었을 것.]

[와세다 대학 K 교수, ‘야쿠자끼리의 항쟁은 서로 조직을 보존하자는 암묵의 규칙이 있지만 그건 야쿠자들끼리의 이야기일 뿐이다. 정당방위에 가깝다’ 발언.]

그런 비호 여론이 생성되자마자, 알 수 없는 지원과 <쇼군즈>의 치부가 하나둘 들춰지며 비난의 화살은 <쇼군즈> 길드에게로 향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살인을 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기에, <부시도 스피리츠>의 명성 또한 낮아지게 되었지만 일단 일이 커지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그다음부터, 매일매일 대장…… 하오다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서 하루는 마음먹고 물어보러 갔었어요. 근데, 그날이 하필이면 도쿄로 갔던 날이었어요.”

“도쿄……?”

영의는 도쿄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일본 국내에서도 자세한 진상을 아는 이들이 직접 빌딩에 들어갔던 경찰 관계자 및 보고를 듣고 정보 통제를 지시한 윗선의 인물들뿐이었으니까.

“도쿄에 있는 쇼군즈의 본거지, 그 빌딩의 모두를…… 베어 냈던 날. 하오다는 단신으로 거기에 쳐들어가서 말단 문지기부터 일하는 관계자들, 쇼군즈의 두목 시마무라까지…… 수백 명을 전부 참살했어요.”

“혼자……? 각성자들 수백 명을?”

“네, 전원 각성자는 아니었지만 A급과 B급이 백 명 정도 있었지만…… 전부 참살당했죠.”

영의는 경험과 지식을 통해, 아무리 무기가 있다 해도 단신으로 무장한 상대 수십 수백 명을 상대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었다.

‘야쿠자면…… 총도 있을 텐데? 그걸 칼 한 자루로 돌파했다고? 무슨 삼국지에 나오는 맹장들도 아니고.’

각성자가 각성자 무리, 길드를 혼자 밀어 버렸다니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그가 알기로 하오다는 텐징처럼 전차같이 밀어붙일 수 있는 괴물 같은 각성자가 아니었으니까.

“저도 처음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싸워 보고 나니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계속 얘기하자면, 도쿄에서 쇼군즈를 모조리 도륙한 사실을 경찰의 관계자를 통해서 어렴풋이 알아낸 다음부터는 계속 하오다를 의심했어요.”

다이카는 그 이후로 하오다에게서 조금 거리를 두려고 했고, 잠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휴가를 신청하기도 했지만 전부 반려되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저한테 이메일이 왔죠.”

<아스트라> 길드, 정확히는 찬드라가 보낸 이메일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하자 인드라가 슬쩍 끼어들었다.

“그 이메일을 보낸 게 바로 우리지. 하하, 한자권에서는 이걸 선견지명이라고 하던가?”

영의가 바깥에 다녀올 때 호떡만 사 온 게 아니었고, 검은 봉지 안에는 번역기까지 있었기에 그들은 원활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물론 인드라와 찬드라 둘 다 영어를 할 수 있는 데다가 영의는 어떤 말이든 알아들으니 의사소통에 큰 장애는 없었겠지만.

“선견지명은 아니고 그냥 우연이었습니다. 다만, 이렇게까지 된 걸 보면 필연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아스트라>의 두 사람이 뭐라고 말하든, 다이카는 자신이 하던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아무튼, 요즘 국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테러에 대해 이야기할 것과 조약…… 뭐 그런 거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의미가 없어졌으니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그리고 마침내 우리를 만난 것이지.”

“만나긴 했죠. 그런 다음에…… 아무리 의심이 가고 수상해도 최소한 나라에 해가 될 일은 안 할 것 같았으니, 고향과 가족을 위해서라도 그 제안을 전달하러 갔고요.”

다이카는 <아스트라> 길드에서 온, 상호 협력 조약에 대한 이야기를 하오다에게 전달하기 위해 그의 자택까지 갔지만 만나지 못했다는 이야기까지 털어놓았다.

“내일 다시 오라는 말만 들어서…… 결국엔 제가 직접 찾아 나섰죠.”

그 이후, 집 안의 여기저기를 찾아보다가 다실에서 비밀 통로를 찾아냈다는 이야기를 한 다이카.

방범 장치들과 그것을 뚫은 방법, 그리고 시즈카의 주의를 돌린 부분은 다소 민감하기도 했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생략했다.

“집 안에 비밀 장치라…… 너무 정석적인데.”

“믿을 게 그만큼 없었나 보지. 닌자 방지 장치까지 달았을 거고.”

“아무튼, 그 지하에서 저는 하오다가 테러를 중단해 달라는 요청을 하는 대화를 엿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작은 소음이 생겼는데, 아마 그걸 눈치채고 쫓아온 것 같기도 하고요. 집에 있었을 때의 행동이 수상했다면 시즈카부터 저를 잡았을 테니까요.”

그때부터 도망쳐서, 도쿄의 부모님 집을 거쳐 공항까지 도달했다는 다이카.

“그다음은…… 옛 동료와 목숨 건 싸움을 벌이고, 모든 걸 걸고 부딪쳤다가 무력하게 패배한…… 싸움에 진 개와도 같은 결말이죠.”

다이카는 무력하게 패배한 것이 마음에 크게 걸리는 듯, 본인을 깎아내렸다.

“…….”

영의와 다이카가 서로 침묵하고 있는 동안, 인드라가 영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에 대해서 할 말이 있는데, 일본의 ‘사무라이’ 하오다와 그 능력에 대해 알아낸 것과, 대책이 있다.”

“능력은 그렇다 쳐도, 대책까지?”

영의는 인드라가 한 번의 충돌만으로 대책까지 세워 둔 것에 다소 놀라며 그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 보기로 했다.

“일단, 번개…… 그것도 저 아가씨가 쏜 번개를 깔끔하게 두 동강 내는 검술을 처음 봤을 때는 단순히 뭐든 갈라낸다는 생각을 했지.”

인드라가 하오다와 대치하기 직전, 그가 쓰는 능력을 잠시 관찰한 적이 있었다.

번개를 정확하게 베어 내는, 말 그대로 뭐든 베어 내는 것만 같은 능력.

하지만 그가 직접 검과 맞부딪치며 알아내 본 결과, 그렇게 형편 좋은 능력은 아니었다.

“직접 대치해 봤을 때는, 검이 예리하긴 했지만 뭐든 베어 내지는 못했지. 그래서 생각한 게 눈에 보이지 않는 보호막 같은 걸 검날처럼 얇게 갈아내어서 오는 공격을 갈라낸 게 아닐까 싶었다.”

아주 얇고, 튼튼한 보호막을 검 위로 덧씌워 날아드는 공격을 막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했던 인드라.

“하지만 쏘아진 번개를 잡아다가 그대로 튕기는 모습을 보고 확신했다. 어떠한 종류의 힘을 그대로 잡아 두거나,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시키게끔 변형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한 번에 알아듣기 힘든 다소 난해한 설명에, 영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대체 무슨……?”

“……?”

영의와 다이카의 의문 표시에, 인드라의 옆에 있는 찬드라가 부가 설명을 해 주었다.

“검에 전류가 흐를 때, 그걸 그대로 검에 담아 둔 다음 뿜어내거나 아예 받아 내지도 않고 흘릴 수 있다는 이야기지. 쉽게 말해, 형태가 없는 에너지에 형태를 만든다는 이야기다.”

번개는 일정한 형태로 움직이지 않고, 물이나 불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것을 모종의 형태로…… 그것도 만지고 작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한다면 번개 줄기를 가르는 것도, 받아다가 되치는 것도 가능하다.

“그냥 모래나 흙은 검으로 갈라내기 힘들지만 그걸 뭉쳐 점토로 만들면 갈라낼 수 있는 것과 같지.”

쉽게 말해 검으로는 베어 낼 수 없는 번개 줄기가, 하오다의 힘이 미치는 일정 공간 내부로 들어갔을 때에는 나무토막처럼 검으로 벨 수 있는 형태가 된다는 뜻이었다.

“그렇군, 외부에서 날아드는 공격은 그런 식으로 베어 내거나 흘려 내고…….”

“가까이에서 행하는 공격은 본인의 검술과 신체 능력으로 해결한다 이거지……. 지금까지 단순히 강화계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단련의 성과였다니.”

영의와 다이카가 하오다의 능력과 그 수준에 고민할 때, 인드라는 추가적인 정보를 말해 주었다.

“더군다나, 본체의 반사 신경도 보통은 아니었지. 그야말로 짐승 같은 수준이랄까.”

인드라는 하오다와 대치했을 때 그가 보여 준 빠른 판단력과 반응속도가 뇌리에 깊이 남았다.

“거기다가, 용도를 알 수 없는 다른 검들까지. 이래저래 변수가 많은 상대지.”

“육도…… 나도, 인도 외에 쓰는 걸 본 적이 없어. 직접 활동하던 옛날에는 자주 썼다던데, 내가 길드에 들어갔을 때는 활동이 거의 없어져서…….”

하오다는 여러모로 생각할 것들이 많은, 골치 아픈 상대였다.

그리고 그렇게 대략적인 정보 취합이 끝난 영의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집 밖으로 나갔고, 아까의 모습 그대로 서 있는 용신과 만났다.

“이야기는 대충 들었나 보군.”

“……네. 마찬가지로 들으셨겠지만.”

“그래……. 어떻게 상대해 볼 거냐?”

“네?”

용신은 자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듯, 영의가 하오다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 물어 왔다.

“그놈 뒤에 내가 찾는 배후 세력이 있는 건 확실하지만, 내가 나서긴 싫다. 네가 직접 한번 공략해 봐.”

“……네?”

그렇게 영의에겐 하나의 작지만 작지 않은 숙제가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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