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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283화 (283/325)

제283화

(9)

밤중에 일본에서 일어난 난데없는 추격 사건은 아직 한국에 알려지지 않았다.

다이카를 찾아서 잡기 위해 뿌렸던 수배 명령인 데다가, 해외에 알려져서 일이 커지는 건 곤란했던 하오다가 어느 정도 수준을 조정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해외에서 일어난, 그것도 텐징 같은 국제적 거물 범죄자가 연루되지 않은 사건 등은 통상적으로 사건 발생 다음 날쯤에 보도가 되기 마련이었다.

물론 인터넷 뉴스나 사람들이 직접 퍼다 나르는 SNS는 지금도 정보를 뿌리고 있었지만, 그 매체의 특성상 정보의 정확성을 신뢰할 수 없었다.

[방금 부시도의 내분이 일어났다! 전국시대가 돌아오고 있어!]

[나리타 공항 앞인데, 여기 완전 물바다인 데다 얼음까지 있어. 부시도의 길드장은 엄청 열받았고.]

단순히 일어난 일을 곧바로 써서 올리는 사람들.

[현장에 외국인들이 끼어들었는데, 누군지 아는 사람? 피부색이 조금 어두웠는데. 뱀 같은 문신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밤이라서 잘 못 봤는데, 중동이나 미국 쪽 각성자가 끼어든 것 같지 않아?]

자신들이 본 것들에 주관적 생각이 섞여 정확하지 않은 추측성 정보를 올리는 사람들.

[일본에서 유학 중인 Jake River입니다. 방금 Lightning Jutsu를 쓰는 닌자와 그것을 베는 사무라이의 대결…….]

[이미 삭제된 글입니다.]

└[도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연속인 게 확실하다니까?!]

[사용 중지된 계정입니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 안 해 주는 게 이상하다니까? 평소에 연예인 스캔들에는 득달같이 달려들던 매스컴은 미국 언론인가?]

└[일주일 전에 처음으로 글을 쓴 계정이 갑자기 중지라고? 뭔가 수상하잖아! 정부는 뭘 하는 거냐!]

그냥 내용을 알 수 없는 글에서부터 무슨 이유에선지 긴급하게 삭제되거나 계정이 중지되는 글이 있기도 하는 등, 일본에서 나오는 정보들은 혼란 그 자체였기에 처음 보는 사람들은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다.

평소 인터넷상에 다소 흥미로워 보이는 것들이 있으면 곧바로 퍼 날라 와 공유 후 의견을 피력하는 SNS 중독자들,

[지금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링크)]

그런 SNS 중독자들마저도 너무 갑작스러운 사태에 공유 후 관찰을 선택할 정도였으니 그 상황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를 보여 주고 있었다.

물론 그거야 인터넷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이나 일부 알 수 있었을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런 대부분의 사람들 중 하나처럼 별다른 생각 없이 밤중의 산책을 즐기던 영의.

평소라면 집에서 시간을 보냈을 그였지만, 오늘따라 갑자기 산책을 나오고 싶은 기분을 느껴 바깥으로 나와 있었다.

그의 산책은 공원이나 길거리를 걷는 다른 이들의 산책과는 조금 달랐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한산한 길거리나 깔끔하게 정돈된 공원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면 영의는 깊은 산골에서 평안을 얻었다.

“하아…… 역시 옛날 생각이 나서 좋네.”

수련을 하던 옛 시절도 떠오르고, 고요하고 고즈넉한 숲속 분위기가 영의에게는 딱 맞았다.

쿵, 쿠웅.

그러나 그런 산책도 잠시, 그의 앞에 갑작스럽게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바스락, 따닥!

산속에서 썩어 가기를 기다리던 낙엽이 스치는 소리와, 잔가지들이 부러지는 소리도 함께.

“……뭐야?”

물론 그가 산책 중인 곳은 어두운 밤의 산속이었기에, 지나가던 야생동물이 영의의 등장에 깜짝 놀라 몸을 피하면서 소리가 나는 경우는 있었다.

영의의 입장에서도, 야생동물 하나나 둘 정도 있는 거야 아무렇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방금 난 소리는 야생동물들이 내는 도주나 경계의 소리와는 전혀 다른, 갑작스럽게 떨어진 무언가가 그대로 산비탈을 타고 내려가는 소리였다.

더군다나 영의는 더 큰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 방금 떨어져서 미끄러지는 물체에서 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으윽…… 어디야, 여긴?”

고통스러워하는 한 여성의 신음 소리와 의문 섞인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이 입 밖으로 꺼낸 언어는 영의에게 익숙하면서도, 그리 낯설지 않은 언어였다.

‘……일본어?’

그리고 여성의 목소리에 이어 들려오는 다른 목소리들.

“찬드라, 여긴 어디지?”

“후욱, 후욱. 나도 몰라. 곧바로 수도 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거리가 조금 모자랐나 본데. 적어도 바다는 아니니, 충분히 올 만큼은 왔군. 그래도 체력을 최대한 쏟아부은 보람이 있어.”

또 다른 목소리의 주인들은 영어를 쓰고 있었지만, 영국이나 미국의 것이 아닌 독특한 억양이 섞인 영어였다.

‘어쨌든…… 이런 사람들이 여긴 왜 온 거지?’

영의는 우선 기척을 숨기고,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재킷의 주머니에서 헬멧을 꺼내서 썼다.

‘평소에 매일 입고 다니던 옷이라 다행이네.’

지금은 빛 한 줄기 없는 밤중의 산속이었기에, 목소리의 주인들은 어둠속에서 말을 나누었다.

“젠장, 어찌 되었건 어떻게 할 거지? 찬드라 네가 날아서 가면 조난을 당할 일이야 없겠지만.”

“무슨 일이지? 휴대폰, 내 휴대폰이…….”

“인드라, 일단 불부터 밝히는 게 낫겠어. 시라이시 양이 휴대폰을 급하게 찾는군.”

“아, 내 통역기는 아까 어딘가에 떨어트렸나 봐. 번역이 안 돼.”

영의는 가만히 숨어서 세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그들의 이름을 대략적으로 알아낼 수 있었다.

‘인드라면…… 인도 쪽 각성자인데. 근데 왜 이 시간에 한국 강원도의 야산에?’

그들이 왜 여기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할 무렵, 찬드라의 손끝에서 작은 불꽃이 피어났다.

“아그니가 없는 게 아쉽군. 그 녀석은 몸 안에 불을 켜서 주위를 밝게 했는데.”

“난 아그니처럼 몸이 불에 면역인 게 아니라고. 거기다 지금 상태로는 이 정도 불이 한계……. 아, 안녕하지?”

찬드라의 손에서 피워진 불꽃은 상당히 크기가 있었기에 그들 주위를 밝히는 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불이 밝혀지면서 시야가 확보된 다이카는 눈앞에 있는 두 남자를 보고 당황했다.

“어어…… Hello?”

번역기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기에, 다이카는 어색하게나마 아는 영어를 최대한 동원하려 했다.

‘일본인, 그리고 인도인 두 명……? 강원도 산속에? 왜?’

영의는 그 상황을 본 이후 머릿속에 의문만이 샘솟았으며, 다이카를 지난번에 봤다는 기억조차 떠올리지 못했다.

어두운 산속에서 작은 불꽃에 비치는 모습만으로는 확인이 힘들었으니까.

우웅.

그러나 그때, 영의의 휴대폰이 작게 울렸다.

옷 속에 있던 휴대폰이 잠깐 울린 것이라 영의마저도 몸에 느껴진 진동과 시야 한구석의 작은 알림 표시가 아니었다면 눈치채지 못할 수준의 작은 소음이었다.

“찬드라, 네가 번역을 좀 해 줘야겠어.”

“일단 도망쳐 온 곳이긴 한데, 어떻게 된 건지에 대해서 말해 주면 고맙겠군.”

“어어…… 자세히 얘기하면 조금 긴데.”

세 사람은 도망치는 데 성공했다는 안도의 감정과 서로 상황 파악에 관한 대화를 나누느라 그 작은 진동을 눈치채지 못한 듯싶었다.

‘누구지?’

영의는 일단 저 세 사람이 도망쳤다는 사실까지는 알았지만 자세한 내막은 몰랐기에, 헬멧의 기능 겸 알림이가 알려 주는 문자 확인 기능으로 확인을 하기로 했다.

[지금 한국에 인도인 2명, 일본인 1명이 있을 거다. 찾으면 곧바로 연락해라.]

용신에게서 온, 지금 상황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것 같은 지시가 담긴 문자였다.

‘이걸 알고 있나? 아니, 뭐 그럴 수도 있긴 한데. 이렇게 딱 맞는 타이밍에 정확하게 말을 한다고?’

영의가 아무리 용신이라고 해도 이렇게 타이밍 좋게 그들이 나타난 것에 대해 잠시 의문을 가지는 사이에, 문자가 하나 더 도착했다.

우웅.

[일본에서 뭔가 문제를 일으키고 쫓기고 있는데, 근래에 수상하다 싶은 놈이 연관되어 있다.]

[(사진) 찾아보고 발견하면 바로 연락하도록.]

도쿄에서 일어난 칼부림, 그것도 알던 사이인 가게 사장이 휘말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용신이 <부시도 스피리츠>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결국 오늘, 때마침 수상하게 갑작스러운 내분의 정황이 보이고 당사자가 도망치자 정보를 취합하여 영의에게 보낸 것이다.

그리고 그 당사자들과 곧바로 만나 버린 영의는 발견했다는 답변을 보냈다.

[찾았는데요.]

[어디서? 어떻게?]

찾으라는 말을 한 지 1분도 안 되어 찾았다는 답변이 돌아오자, 그 용신이라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는지 의문을 표시했다.

[산책하다가 앞에 떨어지던데…….]

이렇게 일찍 발견할 줄은 몰랐던 용신은 영의에게 그들의 은닉을 지시했다.

[일단 안전한 곳을 찾을 때까지 숨길 수 있는 장소에 숨겨 둬라. 겉모습이 너무 눈에 띄는 조합이니까.]

그러나 영의는 그 지시를 그대로 이행할 자신이 없었다.

‘……경계심이 가득해 보이는데?’

어느새 대화를 나눌 만큼 나눈 세 사람은 경계하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산을 내려가고 있었다.

“일단 부상을 치료해야 하는데…… 주위에 병원은 없나?”

“허억, 독수리의 눈으로도 투시를 할 수는 없다고. 주변에는 전부 산뿐이야. 후욱, 체력만 좀 남았어도 하늘로 갔을 텐데.”

“젠장…… 몸만 조금 멀쩡했어도.”

하오다와의 싸움에서 옷을 찢어 먹은 인드라, 다른 건 전부 멀쩡하지만 체력의 한계가 온 찬드라.

그리고 지혈은 어느 정도 되었지만 피에 젖은 상의와 움직일 때마다 고통에 몸을 움찔거리는 다이카까지.

누구 하나 수상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생각해 보니 나도 수상하기로는 마찬가지 아닌가?’

세상천지에 은색 헬멧을 쓰고 야밤에 산에서 산책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그것도 산책로가 닦여 있는 동네 뒷산도 아닌 강원도의 태백산맥인데.

영의는 어차피 수상한 사람들끼리 그다지 경계할 필요는 없을 거라 생각하고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로 결정했다.

바스락-

“야밤에 실례-”

싸울 의사가 없다는 듯 양손을 머리 위로 들고, 그들에게 천천히 접근하기 시작한 영의.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누구냐고 묻는 말도, 경계하는 태도도 아닌 다짜고짜 날아드는 주먹이었다.

빠지직!

번개를 두르고 휘둘러지는 인드라의 주먹.

“그걸…… 피해?”

인드라는 누군가가 나타나자 곧바로 대응하기 위해 문답무용으로 가한 공격이었지만, 느긋하게 걸어오던 상대가 그것을 피하자 당황했다.

영의는 그 주먹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 냈고, 자신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주먹을 보며 순간 긴장했다.

‘뇌기가 끌어 올려지는 걸 몰랐으면 무조건 맞았겠는데…….’

“진정하고, 수상한 사람은…… 맞긴 하지만. 일단 불부터 밝히자고.”

영의는 헬멧을 조작하여 야간 조명 기능을 켰다.

조명이라기보다는 야간에 착용자의 모습이 잘 보이도록 발광하는 기능에 가까웠지만, 지금같이 작은 불꽃 하나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훨씬 도움이 될 것이었다.

파앗.

조명이 켜지자, 영의의 모습을 확인한 도망자 세 사람은 당황하는 반응을 보였다.

“은색 헬멧……? 왜 여기에?”

영의도 나름 유명인이었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인드라와 다이카는 한 번씩 은색 헬멧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전적이 있었으니 그 존재를 알고 있었다.

“나쁜 제안을 하러 온 건 아니야. 도움이 될 제안이고, 부상 치료나 은신에는 괜찮을…….”

부상자인 다이카나 도망쳤다는 그들의 입장을 고려해 나름 단어를 하나하나 생각하며 말을 꺼내고 있는 영의.

“네! 갈게요!”

하지만 그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가장 조심스러워하고 몸을 사려야 할 다이카가 선뜻 따라가겠다며 소리쳤다.

“……?”

“나도 가도록 하지.”

“괜찮은 생각 같군.”

다른 둘도 영의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영의는 일이 너무 잘 풀리자 갑자기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일이 해결됐으니 넘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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