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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276화 (276/325)

제27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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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SNS와 인터넷에서 한 건물에 드나드는 수상한 차량들과 그곳에서 나오는 수상한 상자들이 조명받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봉쇄된 야쿠자들의 아파트, 그리고 그곳으로 드나드는 수많은 공무원들……

심지어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수많은 약품과 통들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서는 나올 때는 빈 통만 무더기로 가지고 나오는 모습은 의심을 품기에 충분히 수상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근래 늘어난 테러들 중 하나인 탄저균을 보관 중인 테러리스트를 체포했고 그 과정에서 퍼져 나온 균을 제독 및 추가적으로 은닉한 무기들을 수색하기 위해 건물을 봉쇄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 과정에서 <쇼군즈>가 표면상으로는 합법적인 일을 했지만 뒤로는 불법적인 일을 하며 마약 거래나 밀수 등을 하는 도중에 테러범이 유입되었다고 발표한 정부.

<쇼군즈>가 <부시도 스피리츠>에 밀리긴 해도 수도인 도쿄에 자리 잡은 대형 길드인 데다 나름 입지도 있어서 신뢰가 형성되어 있던 시민들은 충격받았다.

그런 대형 발표 때문이었을까, 사건 현장 주변의 CCTV 기록 중 일부만 깔끔히 지워져 있다거나 건물 내에 살고 있던 이들에 대한 처우나 현 상황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에 의문을 품는 이들은 없었다.

일본은 국내 최대 규모의 길드 중 하나를 범죄자 집단으로 몰아갔음에도 사회나 국가 경제가 크게 휘청이지 않았다.

본래 <쇼군즈>의 배후에 야쿠자나 범죄 조직들의 손길이 닿는 검은 돈과 인력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했고, 근래의 대세는 <부시도 스피리츠>였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정도 반발하는 목소리나 진상 규명, 현장 취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일본 정부는 국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화학 테러인 만큼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며 모든 의견을 묵살시켰다.

먼 옛날, 옴진리교 테러 등의 경우가 있었으니만큼 여론도 더 이상 밀어붙일 수 없었기에 결국 사건은 그렇게 종결되었다.

그렇게 일본에서 일어난 살육극은 수도에서 일어날 뻔한 대형 테러를 막아 낸 미담과 영웅담으로 남게 되었고, 다른 나라에도 그렇게 알려지게 되었다.

* * *

한국.

신화 길드 지하 훈련장.

두 명의 사내가 링의 한가운데에서 서로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양손을 눈높이까지 들어 올리고 긴장한 채 주춤거리며 상대를 노려보는 금발의 남자.

그리고 그 반대편에서 양손을 허리 인근에 둔 채 천천히 발을 움직이는 남자.

남자가 발을 옮기며 아주 잠깐 중심이 불안정해졌을 때, 금발의 남자가 재빠르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That's a 빈틈!”

금발의 남자는 고양잇과 맹수와도 같은 날렵함과 민첩함으로 날쌔게 달려들었지만, 상대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빈틈 아니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금발 남자의 목을 잡은 뒤, 어깨와 허리를 번갈아 손으로 밀어내며 무게중심을 빠르게 이동시키는 남자.

휘익-

“What the……?”

금발 남자는 자신이 무엇을 당한 건지조차 모르는 듯, 공중에서 회전하면서도 어안이 벙벙해져 있었다.

터엉!

“깔끔한 한판.”

금발의 남자가 바닥에 대자로 쓰러지자, 그를 넘겨 버린 남자는 링을 내려오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결판이 남과 동시에, 링 주변에서 구경하던 이들이 탄성을 질렀다.

“앨런, 아깝다! 마지막은 진짜 좋았는데!”

“좋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정도였던 게 문제였지만 아무튼 잘했어!”

링 위에 쓰러진 앨런의 분투를 보며 응원과, 내기를 하던 신화 길드의 길드원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길드원들의 성원 속에서 앨런과 싸운 것은 신화 길드의 임시 교관으로 취직한 영의.

영의의 실력을 고려해 보면 앨런이 패배하는 것은 당연했다.

“괜히 교관이 아니라니까! 진작에 포기하지 그랬어!”

그리고 다른 길드원들도 영의의 실력에 대해서는 직접 목격하고, 몸으로 겪으며 격차를 확실하게 각인했기에 맞서 싸우는 것은 포기했다.

“나 안 할 거야, 포기……. I'll never 빤스런.”

다만 앨런만이 아직까지도 영의에게 계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었을 뿐.

“그래, 장하다. 언젠간 되겠지.”

영의 또한 그런 앨런이 싫지만은 않은지, 앨런에게 격려의 한마디를 해 주며 지하 훈련장을 벗어났다.

일주일 전, 영의는 화연의 소개와 영석의 추천으로 신화 길드의 무술 교관으로 오게 되었다.

지하의 훈련장에 모인 길드원들 앞에서, 영석이 영의를 가리키며 소개해 주었다.

“오늘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계약직으로 새롭게 온 임시 무술 교관이 있어서다. 다들 잘 환영해 주도록.”

어디까지나 임시라는 말과, 계약직이라는 설명이 덧붙었지만 갑작스럽게 교관이 생기자 길드원들은 의문을 품었었다.

그리고 그런 길드원들 중, 영의의 얼굴을 알아보는 이들도 있었다.

“전에 부길드장님이랑 같이 왔었던 사람 아냐……?”

화연과 함께 왔었던 당시, 그의 얼굴을 기억해 둔 사람들.

“가끔 배달 오던 그 사람 아닌가……?”

그것보다 이전, 배달 일을 뛰던 시절에 영의의 얼굴을 봤던 사람들.

“그보다, 유명한가……? 아니, 실력이 있나……?”

알아보는 이들보다 알아보지 못하는 이들이 더 많았고, 그들은 영의의 실력…… 내지는 경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잘 알려진 각성자나 유명 인사는 아니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곳은 서울에 위치한 신화 길드의 본부.

각자 자신이 가진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사람에게 가르침을 받기에는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점에 대해서는 화연도, 영석도, 영의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영의는 그런 불신의 눈빛들을 정면으로 받아 내며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뭐…… 대충 믿음이 안 가고, 정보도 없고 하단 건 잘 알겠으니…… 제일 알기 쉽고 편하게 한번 증명하는 시간을 가져 봅시다.”

영의는 증명의 시간을 가지자는 말을 했고, 그 앞에 ‘알기 쉽고 편하게’라는 말을 덧붙였다.

화연은 영의가 그의 기준으로 편하게라는 말이 뭔지 알았고,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설마……?”

“자, 아무나 한 명. ‘내가 뭐 어떻게 해도 이길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 와서 싸워 보죠. 알기 쉽게. 그리고 편하게.”

화연의 불길한 예감대로, 영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불만이나 의심이 있다면 직접 실력으로 알아보라는 것.

영의의 당당한 태도와, 갑작스러운 1:1 승부의 제안에 위축된 길드원들은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 그들에게 적절한 동기부여가 된 것이 영의의 주머니에서 나온 속성 마석이었다.

“날 상대로 이기면 이게 주머니에 들어가는 거고, 내가 이기면…… 그냥 증명으로 끝나는 거지. 어때?”

제법 도발적인 영의의 말은 길드원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좋아, 요즘 돈이 좀 필요했는데!”

“실력은 몰라도 돈은 확실히 있나 보네? 돈 벌기 쉽네!”

영의가 가진 속성 마석을 보며 물욕이 동하거나, 그의 도발에 넘어간 길드원들은 곧바로 앞으로 걸어 나왔다.

하지만 그런 이들 중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거나 영의의 태도에 불길함을 느낀 이들도 있었다.

‘너무 자신만만한데……. 그리고 길드장이랑 부길드장이 데려온 거면 교관으로서 최소한의 증명은 끝냈다는 거 아닌가?’

‘속성 마석은 돈만 있다고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닌데…… 그걸 아무렇지 않게 걸다니. 확신이 있는 거겠지?’

나름의 통찰력이 있거나, 생각이 깊은 이들은 나서지 않고 가만히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이 앞으로 나섰다.

“별도의 능력 발현 없이, 가진 신체 능력만으로 1:1. 어때? 공평하지?”

강화계도 속성계도 가지고 있는 신체 능력 이상의 것을 사용하지 않은 단순한 대련이란 조건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참여했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만만한 참여의 뒤로 이어진 결과는 신화 길드원들의 처참한 패배였다.

별도의 휴식 시간 없이 이뤄진 1 대 수십…… 재도전까지 고려하면 수백 명을 상대로 싸운 셈이지만 영의는 그들 모두를 쉽게 제압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계속 도전해 오고 있는 것은 두 명…… 정확히는 세 명이지만 공식적으로는 두 명뿐이었다.

“으어, 흐어어……! 아무나 도움 좀?”

“알아서 오게 놔두자.”

“언젠간 오겠지.”

앨런의 도움 요청에도 불구하고, 길드원들은 앨런의 요청을 무시하고 떠나갔다.

어차피 혼자 일어날 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Hey! 도움!”

힘을 모두 쓴 채 링 위에 쓰러져서 도움을 청하는 앨런.

“……퇴근하고 찾아가겠습니다.”

“그냥 지금 하면 안 되려나……?”

“안됩니다. 제 근무 시간이라서요.”

영의의 옆, 나중에 도전하겠다고 공지하는 서울 지부장 정훈.

그리고 번외로 아무도 없을 때 도전해 오는 화연이 있었지만 공식적으로는 정훈과 앨런뿐이었다.

실력의 검증을 끝냈고, 그 이후로 여러 가지 소문도 돌았다.

영의의 형인 영웅이 단군 길드 교관 출신에 현직 아카데미 강사로 있다는 소문.

영의 본인도 어린 시절 대회 등에 참가했던 경력이 화려하고, 화연과 출전했던 대회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는 과거의 정보.

영석과 정훈이 뿌리거나, 과거 화연의 방에 들어갔던 경험이 있는 이들이 떠올린 정보들이 암암리에 퍼져 나갔다.

그 소문들은 영의의 신뢰 형성에 상당히 큰 도움을 주었고, 덕분에 영의는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교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장비를 바꾸고 난 이후로 연습하는데 뭔가 불편한 느낌이 들어서 그런데요…… 분명히 똑같은 조건으로 맞췄는데 왜 이런 걸까요? 자세는 똑같은데…….”

“발을 조금 더 뒤로. 무의식적으로 몸이 조금 움츠러들어 있는데, 그것만 교정해 보면 조금씩 차이점이 느껴질 거예요.”

누군가를 자신의 방식대로 가르치는 대신, 본인의 스타일을 유지하되 조금 더 효율적이고 실전적인 방향으로 다듬어 주는 그의 교육 방식도 한몫했다.

지연이야 배워 둔 게 기초밖에 없고 적극적으로 가르침을 청해 왔으니 영의의 마음대로 가르쳐도 상관없었지만, 이들은 이미 현역으로 활동 중이었기에 자신들의 몸에 밴 전투 습관 등이 있었다.

그리고 영의는 그런 습관을 최대한 좋은 쪽으로 교정하는 동시에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대부분의 길드원들은 영의의 날카로운 지적이나 안목에 감탄하며 그의 말을 따랐고, 화연은 그 광경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뭐, 확실히…… 경력으로 따져 보면 제일 수련을 많이 했을 테니까. 진짜 예전에 밀어붙여서라도 영입할 걸 그랬어.”

일전에, 영의가 단순히 배달업만 뛰고 있을 때 화연은 지속적으로 영의를 길드의 교관직으로 채용하려 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그녀의 부길드장 직위와 본인의 서울 지부장 자리를 맞바꾼 정훈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진작 그러셨으면 될 걸 왜 굳이 미룬 겁니까? 게다가 본인이 거절했다고 들었었는데, 지금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교관으로 온 거고요?”

지금까지 본인이 거절해 온 교관 자리를 굳이 승낙한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는 정훈.

“글쎄, 평소에도 길드에 취직한다는 생각은 안 했던 거 같은데……. 아마 뭔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킬 만한 일이 있었던 게 아닐까?”

화연은 영의가 신화 길드의 임시 교관직에 대해 물어 왔을 때가 영국에서의 습격 사건이 보도된 날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게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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