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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270화 (270/325)

제27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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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 본부. 대회의실.

이곳에는 현재 각 세력의 대표 격의 인물들이 자리해 있었다.

황실…… 즉, 정부에서 나온 이들 중 대표이자 금의위의 서기관 장충.

떠돌이였던지라 책임질 세력이 없어 상대적으로 한가로웠기에 사파의 대표로 임명된 검귀 장산.

정파 최고의 고수이자 배분으로도 거의 정점에 다다른 인물인 검황 독고휘……가 대표였지만 정치를 좀 할 줄 아는 무림맹주가 맡는 게 낫지 않겠냐며 떠넘기고 도망갔다.

그로 인해 정파 대표의 자리에 앉아 버린 무림맹주, 남궁선.

본래 정파의 대표이긴 했지만 그보다 더 대단한 인물이 많았기 때문에 대표의 후보쯤 되는 위치였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소림의 방장, 한 세가의 가주, 뭐가 되었건 각자 챙겨야 하는 조직이 있었기에 회의같이 번거로운 것은 맹주라는 적당한 이름을 가진 남궁선에게 냉큼 떠넘겨 버린 것이다.

그리고 마교의 대표는 당연히 교주인 혁련무강이었지만 다른 인물들과 비슷한 이유로 떠날 수밖에 없었고, 대신 회의에 참여한 이가 바로 혁련운이었다.

“다른 분타나 본산에 대한 정보는 안 나왔소?”

남궁선이 장충에게 수색 결과에 대해 물어보았다.

아무래도 수색에 용이한 사람 수로 따져 보면 각 지역의 관군이 압도적이니, 수색에 있어서만큼은 그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었던 무림맹.

“아직 수색 중이오. 찾기만 하면 그대로 몰려가서 관련자와 그 일가친척까지 모조리 박살 낼 거란 걸 익히 알고 있으니, 더더욱 철저히 숨기고 있겠지.”

“그렇군……. 놈은 아직도 입을 안 열었을 테고. 참으로 골치 아프군. 매일매일 대대적인 수색을 벌이느라 재정이 위험한데…….”

남궁선은 무림맹주로서 현실적인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당장 수색에 사용되는 비용 중 인건비와 숙박비 등은 무인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지역 무관 등의 협조로 어떻게든 아낄 수 있었다.

수색 과정에서 우연히 찾은 잊힌 고인의 유품이나 영물, 영약 등이 어느 정도 이득을 남겨 주고 있었지만 그걸 빼더라도 식비나 자원의 범주를 벗어난 활동에 대한 추가적인 지출 등에 대해서는 맹의 예산에서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물건들이 값어치가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그만큼 현금화하기도 힘들고, 발견한 이에게 어느 정도 보상을 해 주고 있었기에 손해가 더욱 커지고 있었다.

그런 고민은 장충 또한 가지고 있었지만, 그 손해의 주체는 국가였다.

국내에서 수색에만 사용했고, 각 지역의 관군을 움직였으니 대대적인 병력의 이동도 없었다.

식사야 원래도 지급하는 것이었으니, 문제 될 것은 없었고.

즉 병력이나 병장기, 군량미의 손실이 크지는 않았기에 오랑캐 토벌의 횟수를 한두 번만 줄이면 해결될 수준이었다.

하지만 장충에게는 시간이 문제였다.

하루빨리 이 일을 끝내야 하는데 잔당의 뿌리를 뽑지 못했으니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런 고민을 안고 있는 둘과 달리, 고민 따위 별로 없는 장산이 입을 열었다.

“스승도, 전 무림에서 가장 고문을 잘하는 기술자가 손을 써도 입을 안 연 녀석이 뭘 알겠어? 그런 건 대충 포기하고 잔당이나 싹 쓸어 내자고. 그것만 끝내면 다 끝나니까.”

장산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은 포기하고 할 수 있는 부분을 집중하자고 했다.

“네, 그게 가장 현실적이고 나은 방법입니다. 거기다가 그나마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강시를 만드는 핵심 기술은 실전되었다는 겁니다.”

장산의 말에 동의하며 희망적인 부분을 언급하는 혁련운.

강시들 중 황룡강시급들은 마의를 비롯한 무림의 고수들이 참여한 가운데 해부해 본 결과 원리나 재료 등을 알 수 없는 공정이 있었다.

거기다가 갈성천 등이 기억하는 공손환의 발언 내용을 조합하여 내려진 결론은 교주가 일일이 만든 강시들이었고, 아직까지 평화로운 것으로 보아 추가적으로 만들어진 강시들은 없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래, 다 좋은데…… 지금 같은 상황이 이틀째 반복되니 문제일세.”

“어제도, 오늘도. 새로운 정보가 없었지.”

“산 하나에서 이름 날리는 산적의 잔당이나 수적의 잔당을 전부 잡아내는 데에도 시일이 걸리는 만큼,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녀석들을 잡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너무 오래 걸리는군.”

“못해도 사흘까지는 기다려 보도록 하지요. 정보가 있더라도 여기 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전서구를 보냈더라도 모두가 완벽하게 도착하는 경우는 별로 없으니.”

“그런가…….”

지금 이곳에 모인 이들이 뭔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입을 열지 않을 게 분명한 공손환을 심문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일단 기다리기로 결론이 나자, 각 대표들은 회의실을 나서 각자의 거처로 돌아갔다.

마교의 대표, 혁련운은 무림맹의 본부에서 나와 숙소로 사용하는 고급 객잔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평소에 무림맹에 올 일이 있어 쉴 곳이 있는 정사파의 대표와 협조를 구할 수 있는 구석이 많은 황실 측과 달리, 마교는 숙소로 일반 객잔을 빌려야 했다.

무림맹 측에서 편의를 봐주어도 될 일이지만, 마교도 돈이 없는 건 아닌 데다 신분상 누군가에게 신세를 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장자인 혁련강은 완전한 파문은 아니지만 반쯤 파문, 차남도 천하제일 비무대회에서 그리 높은 성적을 내진 못했다.

거짓말처럼 영의만 만났던 대진운이 나빴던 것이지만, 뜻밖의 고수를 마주치는 일이 잦은 무림에서 그런 대진운의 경우는 변명거리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혁련무강이 천하제일 비무대회가 열리기 전 말했던 대로, 준결승 진출이라는 가장 높은 성적을 거둔 혁련운이 후계자로 선점되었다.

그런 마교의 후계자가 정파의 세가나 문파에게 식객처럼 신세 지는 것은 용납되기 힘들었기 때문에 따로 숙소를 잡은 것이다.

혁련운이 전세 낸 객잔의 안으로 들어서자, 객잔의 주인이 냉큼 달려와 그에게 허리를 숙였다.

“어이쿠, 어서 오십시오. 손님!”

점주의 입장에서는 당장 객잔을 사고도 남을 금액을 지불해 당분간 객잔을 빌린다고 했으니, 절을 해도 모자란 최상의 고객이었으니까.

초기에는 실제로 절을 했지만 혁련운이 거절했기에 허리를 숙이는 것으로 타협했다.

“조금 씻고 싶은데.”

혁련운은 수많은 업무로 인해 쌓인 피로를 씻기 위해 목욕을 요청했고, 점주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인 뒤 뒤로 물러갔다.

“그럼 바로 데운 물을 준비하겠습니다! 잠시 자리를 비우신 동안 말씀하신 대로 방을 깨끗이 정리해 두었습니다!”

점주는 방을 청소했다는 말과 함께 곧바로 물을 데우기 위해 어디론가 향했고, 혁련운은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경비 겸 수행을 위해 따라온 수라대의 병사들은 지금 객잔 바깥에 있었고, 호위 겸 연구를 위해 남은 마의는 무림맹에 있었기에 지금은 객잔 안에 그 누구도 없을 터였다.

‘그런데…… 어째서 방 안에서 기척이 느껴지는 거지?’

청소까지 끝냈다고 하니 방에는 아무도 없어야 하는 상황.

침입자인지, 아니면 그리 반갑지 않은 손님일지는 몰랐지만 혁련운은 후자라 생각하고 자신의 방문을 재빠르게 열었다.

벌컥!

“아니?!”

정답은 둘 다였다. 침입자도 있었고, 반갑지 않은 손님도 있었다.

“아, 왔네.”

“……어서 와.”

혁련운의 방 안에는 느긋하게 앉아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영의와 대놓고 드러누워서 이불까지 덮고 있는 당세진이 있었다.

“……어떻게 들어오신 겁니까? 경비 수준을 낮췄다고는 해도 침입자를 허용할 정도로 호락호락한 이들이 아닌데.”

혁련운의 이 질문은 영의가 아닌, 세진을 향한 질문이었다.

‘귀인은 무슨 놀라운 모습을 보여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영의는 어떤 모습이나 기행을 보이든 납득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신비한 모습만 가득했으니까.

하지만 세진은 아니었다.

“……분명히 지난번에 들어온 통로는 다 막았고 주의도 시켜 뒀습니다만.”

세진이 혁련운의 숙소에 몰래 들어오는 게 한두 번 있었던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그녀가…… 당가가 제공하는 숙소와 그녀의 잠입을 피하기 위해 별도로 객잔을 전세 내기까지 했으니.

하지만 그녀는 어떤 방책을 세워도 어떻게든 숨어 들어와서 저렇게 누운 채로 혁련운을 맞이하는 것이다.

“나, 숨고 몰래 들어가는 거…… 잘해. 도둑 할아버지가…… 가르쳐 줬어.”

세진이 자랑스럽게 미소 지으며 말하자, 방의 천장에서 누군가가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이 녀석! 도둑 할아버지라니! 엄연히 스승인데!”

“거기 있었군요, 침입자.”

“침입자도 아니다! 내가 네 애비보다 나이가 많아! 말을 높여라, 이놈!”

천장에서 고개를 내밀며 나타난 인물은 바로 비야신투였다.

“도둑 할아버지…… 도둑이었잖아?”

“그건, 그건…… 맞다만. 크흠, 크하하하! 도둑 중에서도 최고였지!”

말을 돌리려는 의도인지, 평소처럼 호탕하게 웃으면서 자기 자랑을 하는 비야신투.

“아무튼…… 이 둘은 왜 온 건진 몰라도 나는 좋은 정보랑…… 또 좋은 물건 하나 주러 왔지.”

영의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혁련운에게 천천히 다가왔고, 그의 말을 들은 혁련운은 고개를 느릿느릿하게 끄덕였다.

“좋은 정보랑…… 물건 말입니까.”

“내가 저~기 뭐냐…… 지하 감옥에서 들은 건데. 공손환이 호남에 뭘 숨겨 놓은 것 같던데?”

영의는 무림맹 뇌옥에서 들은 내용을 혁련운에게 얘기해 주었고, 혁련운은 호남이란 말을 듣자 반문했다.

“호남, 말입니까?”

전혀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라서 그런 게 아닌, 너무 뻔해서 나온 반문이었다.

“어. 호남에 뭐가 있다고 하면서 지 혼자 웃더라고.”

“호남은…… 가장 먼저 뒤져 본 곳입니다만. 하북과 인접한 지역인데다 유동 인구가 많아 숨기에 딱 좋았으니까요.”

혁련운은 호남은 이미 수색해 본 곳이라 말했고, 영의는 혁련운의 대답에 고민하기 시작했다.

“쓰읍…… 호남이라고 했는데……? 뭐 어디 산골짜기나 그런 데까지 다 찾아봤지?”

“예, 산에 있는 초목 하나하나까지 다 뒤져 봤습니다. 산의 절벽 틈새에서 자라던 영약까지 찾아낼 정도였으니. 저길 보시면 아실 겁니다.”

혁련운은 방의 한쪽 벽에 걸려 있는 지도를 손으로 가리켰다.

지도는 본래 군사용도로 쓰이기 때문에 상세한 지도를 소지하기만 해도 처벌받았지만, 지금은 수색 작전을 진행 중이었기에 국가에서 만든 지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 상세한 지도에는, 수색된 지역에 모두 작게 공(空)이라고 쓴 종이가 걸려 있었다.

“찾아봤지만 없었다는 뜻입니다.”

혁련운의 대답에 영의는 문득 호남의 지도를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여기는 찾아봤어?”

영의가 손으로 가리킨 곳은 호남의 자랑인 동정호.

“거긴 동정호입니다만, 수공에 능한 이들을 뽑아 살펴봤지만 바닥에도 수상한 것은 없었습니다.”

혁련운과 무림맹의 인원들 또한 나름 생각이 있었기에, 물에 숨겨 둔 것이 없나 모두 수색해 봤었다.

하지만 영의는 거기서 더 나아간 수색을 제의했다.

“물 아래는?”

“예?”

이미 바닥까지 뒤져 봤는데 그 아래를 찾으란 소리에 당황하는 혁련운.

“호수 아래 지하 공간은? 파 봤어?”

“귀인, 아무리 그래도 그런 건…….”

호수의 아래에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공간에 대해 묻자, 혁련운은 그쯤 하라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그때, 가만히 대화를 듣던 비야신투가 입을 열었다.

“크하하하하! 그러고 보니 그런 곳이 가끔 있었지! 영 헛된 소리는 아니야. 나도 까먹고 있었는데, 저 말을 들으니 기억났다.”

비야신투는 영의가 한 말이 의외로 말이 되는 소리라는 듯 동의하는 말을 했다.

“예?”

“그, 오래된 무덤이나 비밀 동굴이 있거든? 그런 건 의외로 작은 폭포나 강, 연못 아래에 만드는 경우가 많아. 도굴하러 들어오면 지지대를 무너뜨려서 전부 수장시킬 용도로.”

그가 과거에 털어 본 몇몇 유적이나 비밀 무덤 같은 경우, 간혹 도굴 시도에 모든 것을 무너뜨리려는 장치들이 있기도 했었다.

그리고 동굴 속 작은 폭포 아래의 공간에 땅굴을 파 놓고 거기에 장치를 설치한 것은 직접 겪어 보기도 했었던 비야신투.

“동정호만큼 크고 깊으면 힘들 수도 있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그 분야의 전문가인 비야신투의 증언에, 혁련운은 마음이 조금 복잡해졌다.

“……알겠습니다, 일단 내일 제의는 해 보도록 하지요. 그보다 좋은 물건은 어떤 겁니까?”

그리 말이 안 되는 소리는 아니지만 옛 고인들을 강시로 만들어 살려 낼 수준의 조직이었으니 무슨 짓인들 못할까 싶은 생각에 일단 마음속에 담아 두고 영의가 말한 좋은 물건에 대해 묻는 혁련운.

좋은 물건에 대해서는 세진도 흥미가 생긴 건지, 이불을 밀어내고 슬쩍 다가왔다.

“재미있는 사람, 혹시 그거 독이야?”

“글쎄……? 하지만 정체만 들으면 되게 좋아할 거야.”

영의는 재킷 주머니 부분에 손을 넣으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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