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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260화 (260/325)

제260화

(11)

중난하이(중남해)의 인근 골목.

용신은 아무것도 없는 골목을 보며 혀를 찼다.

“……쯧. 도망갔나.”

어떠한 노인을 쫓아서 온 용신이었지만, 노인은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다.

‘마법 같은 거면 흔적을 추적하고, 다른 방식이면 느낌이 있겠지만…… 다르군. 어떤 세계든 간에 조금씩 다른 특수한 능력들이 생겨 버리니까, 적응하기 귀찮단 말이지.’

제대로 마음먹고 쫓아가서 잡으려 한다면 문제가 없었지만, 눈에 띄지 않는 범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용신이 골목을 나간 뒤, 골목 안에 있던 그림자가 살짝 꿈틀거렸지만 그 누구도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한편 영의는 지금 손에 짧은 노끈을 들고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묶어야…….’

영의는 지금 눈앞에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남자는 몰라도 여전히 바닥에 누워 있는 권왕을 어떻게 옮길지 고민 중이었다.

‘뒤로 들쳐 메고……? 아니면…….’

바이크를 여기서 꺼낼 수는 없었으니, 직접 들고 가야 했다.

그러나 그 고민도 잠시, 그의 주위로 수많은 군인들이 다가왔다.

“움직이지 마라! 손들어!”

총을 겨누는 이들과, 위협적으로 손에서 불꽃을 피워 올리는 등 각자의 방법으로 영의를 포위한 군인들.

“하, 결국은 중국에 잡혀 죽는 건가…….”

“5년 전에도 이럴 예정이지 않았나?”

“마지막 순간만큼은 내가 선택하려고 했었지.”

텐징과 샤오롱은 서로 마지막 순간이라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그때, 어디론가 갔던 용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그들을 붙잡고 곧바로 현장에서 사라졌다.

“어디로 갔나?!”

“갑자기 사라져서……!”

“찾아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야 한다!”

현장에 있던 초인 전대들은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살려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지만, 당연하게도 그 어떤 성과도 올리지 못했다.

한편 영의는 자신을 구하러 온 용신을 보며 작게 웃었다.

“역시, 절 구하러 오셨군요?”

아무도 없는 산속에 떨어지게 된 네 남자.

“아니, 놓쳐서 돌아온 거다.”

영의는 용신이 자신을 구하러 온 게 아닌, 목표를 놓쳐서 돌아온 것에 불과하다는 말을 듣자 놀랐다.

“놓쳐요? 왜?”

용신 정도 되는 능력자가 뭔가를 실패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던 영의.

하지만 그때 입을 여는 이가 있었다.

“……그 노인네만큼 암살과 잠입에 특화된 괴물도 없을 거다.”

지금까지 계속 바닥에 쓰러져 있던 텐징이, 파드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입을 연 것이다.

“……노인네?”

영의는 노인네라는 말에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파드레를 보지도 못했고, 주변에서 대기하다가 텐징과 싸운 것이 그가 한 일의 전부였으니까.

하지만 샤오롱은 텐징의 말에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이며, 그들의 본래 목적 중 하나였던 혼란을 틈탄 암살을 위해 왔던 노인이라면 파드레밖에 없었다.

“남미계, 60대 전후, 깔끔한 정장 차림. 맞습니까?”

샤오롱은 파드레의 특징을 그대로 읊어 주었고, 그 말에 용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너희 상사가 맞나 보군.”

용신은 샤오롱과 텐징의 앞에 쪼그려 앉아 그들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놈 말이야,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거든? 뭐 아는 거 있어?”

마치 얼마 있냐고 묻는 불량배와도 같은 모습.

텐징과 샤오롱은 그의 물음에 아는 것을 대답하기 시작했다.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어떻게 하는 건지는 몰라도 보안이 삼엄한 장소에도 아무렇지 않게 잠입하는 능력이 있다.”

일전에 여러 번 보았던, 파드레의 묘기와도 같은 잠입 기술과 암살 능력에 대해 증언하는 텐징.

“거기다가 짧은 거리이긴 해도 순간 이동 비슷한 기술도 구사했었습니다.”

직접 파드레의 암살에 따라가 본 적 있었던 샤오롱은 그가 현장에서 보였던 기술을 말해 주었다.

“으음…… 짐작이 가는 것도 있고, 가지 않는 것도 있군. 그 정도면 충분해.”

용신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일어섰고, 텐징과 샤오롱을 보며 작게 웃었다.

“그래, 어디 수용소가 좋냐? 개인적으로는 미국이 제일 좋을 것 같은데.”

어떤 수용소가 좋냐고 묻는 질문에, 샤오롱은 고개를 떨궜다.

‘……확실히 끝인가.’

저항을 포기했던 시점에서 이미 이들에게 투항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정보를 발설했으니 배신행위도 있다.

지금 이곳에는 선지자의 눈과 귀가 없었지만, 수용소란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들은 곧 어딘가로 잡혀갈 것이었다.

각국의 정상이나 중요 기관의 핵심 인물들과 연을 맺고 있는 선지자가 세상에서 얻지 못하는 정보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물론 정말 국가에서도 모를 정도로 비밀리에 꽁꽁 숨은 인물들은 가끔 모르는 것 같기도 했지만…….’

눈앞에 있는 이들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것만 하더라도 확실히 완벽하게 모든 것을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각성자를 수용할 수 있는 수용소를 따로 만들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비밀리에 진행할 수 없는 문제였고, 텐징을 고려하면 아무 국가에나 던져두어도 나중에 강대국의 수용소에 이감될 수밖에 없다.

그들은 나름 쓸 만한 인재들이었고, 선지자가 원하는 인재상이기도 했다.

인성이나 성격, 가치관이야 어찌 되었건 명령한 대로 철저하게 따르고, 맡은 일은 확실하게 해 두는 타입.

일만 확실하게 한다면 우월주의에 빠지거나 반쯤 미친 인물, 그리고 작전 중에 다른 짓을 하는 이들도 간부 자리를 잘 유지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우리를 다시 빼내겠지.’

아무래도 거물인 만큼 사법 거래나 대타를 넣고 은밀히 빼 오는 작전은 불가능하니, 대규모 폭동이나 탈옥이 예상되었다.

샤오롱과 텐징은 본래 선지자의 휘하에 들어갔던 이유부터가 복수였으니, 그 복수를 완수한 이상 더 이상 충성할 이유도 의리도 없었다.

그 와중에 용신과 영의는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어디가 좋을 것 같냐? 추천 좀 해 봐.”

“제가 그런 데를 알 리가 없잖아요…….”

수용소를 추천받는 용신과 아는 바가 없어 고개를 젓는 영의.

“젊을 때 한두 번 다녀오든가 했어야지. 인생에 필요한 경험인데.”

“대체 누가 수용소를 인생의 필수 코스로 가는 건데요? 군대도 아니고!”

샤오롱은 둘의 대화 중 은색 헬멧을 쓴 남자의 언어는 한국어라는 것을 알았지만 다른 쪽의 언어는 알 수 없었기에 영어로 말을 꺼냈다.

“우리를 수용소에 보내 봐야, 조직 쪽에서 대규모 구출 작전이나 폭동을 일으킬 겁니다. 괜히 피해를 일으키긴 싫으실 텐데요.”

이대로 놓아 달라는 의도도 아니고, 그저 경고 내지는 조언에 가깝게 꺼낸 말이었다.

“글쎄,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지. 아니면 뭐? 도와줄 테니 풀어 달라, 아니면 가둬 봐야 소용없으니 그냥 놔줘라 이런 거냐?”

용신은 곧바로 유창한 영어로 대답해 왔고, 샤오롱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삶의 이유가 사라졌으니 수용소에서 생을 보낼 생각일 뿐입니다. 제대로 된 신분은 중국에만 있고…… 범죄 기록도 없지만.”

“좋아…… 뭐, 하고 싶은 대로 해라. 근데, 그건 알아 둬라? 세상이 망하건 뭘 하건 간에 살아 있어야 뭐라도 하는 거다.”

영의는 그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어 용신을 빤히 쳐다보았지만, 샤오롱은 뭔가 깨달은 게 있는 듯 눈을 감았다.

“나 잠깐 이놈들 좀 버려두고 올 테니까, 넌 돌아가 있어. 일이 복잡하고 귀찮아졌네…….”

샤오롱과 텐징을 들어 올린 용신은 곧바로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혼자 남게 된 영의는 바이크를 꺼낸 뒤 지도에 의지해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 *

텐징의 서울 난동 사건이 일어난 날, 텐징은 서울에서 사라진 시간보다 한참 지난 저녁 시간대에 미국에서 목격되었다.

어째서인지 부상을 입고 기력 없이 혼자 앉아 있는 것이 FBI의 건물 앞에서 발견되었고, 그는 곧바로 체포되었다.

그의 체포 소식은 곧바로 국제적으로 퍼져 나갔고, 텐징을 찾기 위해 이를 갈던 중국은 FBI의 정보통을 통해 뉴스 보도보다 더 빠르게 체포 소식을 입수했다.

그는 국제적 수배자였던 데다, 중국 쪽에서 범죄를 저지른 이력이 있었기에 중국은 텐징의 인도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국민도 아닌 텐징을 사형 집행 국가에는 인도할 수 없다며 중국 측의 요청을 거부했다.

텐징의 체포 하루 뒤, 한 아시아인 남자가 미국 백악관에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남자는 경호원과 경비 인력들을 모두 뚫고 유유히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으며, 경비 인력들은 그때의 기억이 없다고 증언했다.

남자는 경호원이 가지고 있던 권총으로 대통령을 두 번 쐈으나 모두 손이나 발과 같은 비살상 부위에 맞았고, 이내 총성에 반응한 사람들이 모두 집무실 쪽으로 달려갔다.

뜻밖에도 남자는 죽일 의지가 없었다는 듯이 두 번의 사격 후 집무실의 창문 앞에 털썩 주저앉아 바깥 풍경을 쳐다보기 시작했고, 그는 곧바로 정신을 차린 경호원들에 의해 체포되었다.

대외적으로는 정신 질환을 가진 미등록 아시아인 각성자가 백악관에 침투하기만 했다는 식으로 보도되었다.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신 조작의 능력을 가진 각성자였고 아시아인인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미등록 각성자로 판단되었다.

미국은 이 남자에 대해 중국 측에 항의했지만, 중국은 텐징을 내놓으라는 말만 할 뿐 남자에 대해서는 그 어떤 입장 발표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 간격을 두고 체포된 두 중범죄자는 같은 타이밍에 구류되었고, 둘 다 변호사의 선임을 거부했다.

재판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둘 다 종신형을 선고받고 미국의 각성자 수용소인 블랙 펜타곤에 들어갔다.

각성자들만을 위한 수용소로, 일반 수용소보다 더욱 삼엄한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블랙 펜타곤.

모든 수감자는 항상 구속구를 착용하고 있어야 했고, 조금이라도 수상한 낌새가 보인다 싶으면 몸에 심어진 칩과 구속구의 충격 장치로 죽지 않을 만큼의 전기 충격을 받게 된다.

구속구를 무시할 만큼 강인한 강화계나 전기 충격에 저항할 수 있는 각성자들의 경우에는 그마저도 뛰어넘는, 맹수 우리 같은 철창에 갇히거나 특제 구속구에 속박되어야 했다.

그런 수용소 생활의 첫날, 샤오롱은 구속구에 묶여 끌차에 실려 가는 텐징과 함께 복도를 걸으며 작게 속삭였다.

“친구, 하마터면 수용소가 아니라 비밀 감옥에 갈 수도 있었단 거 알고 있었어?”

“비밀 감옥?”

온몸이 두꺼운 강철과 강화섬유로 만든 끈에 묶여 있었지만, 입만큼은 뚫려 있었던 텐징.

둘은 이제 막 입소하던 차였기에 샤오롱의 손과 텐징의 몸 위에는 이런저런 물품들이 있었다.

그들과 함께 입소하여 뒤에서 따라오는 다른 죄수들에게는 없는, ‘어째서인지 특별하게 그들 둘만’ 가지고 있는 물품들.

죄수복이나 칫솔 등의 기본적인 물품들 말고, 책이나 카세트 플레이어 등의 물건이었다.

둘의 대우가 특별하다는 것을 보여 줌과 동시에, 둘에게 누군가의 영향력이 닿는다는 증거였다.

샤오롱은 자신과 텐징이 들고 있는 물건들을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런 걸 받을 수 있는 여기서도 감당할 수 없는 놈들을 위한 감옥. 패트리어트가 직접 잡아다가 손발을 박살 내고 숨만 붙여 놓는다는 곳.”

“재밌군.”

“네가 저항의 의지가 없어서 여기로 보낸 걸 거야.”

샤오롱과 텐징이 복도를 걸으며 계속 서로 간에 대화를 나누자, 교도관이 다가와 샤오롱에게 테이저건을 쏘았다.

“떠들지 마라! 첫날부터 잡담이냐!”

과격하고 언제 폭주할지 모르는 각성자 집단들을 상대해야 하니, 인체에 위험할 수준으로 개조된 테이저건.

콰드드드득-

강화계인 텐징에게는 먹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샤오롱에게 쏜 것이지만, 텐징이 그것을 막아 냈다.

마치 포장된 액션 피규어처럼 전신을 특수합금 판으로 뒤덮고 머리만 내놓은 상태에 가까웠던 텐징이었지만, 강철판 안에 있던 강화섬유와 와이어로 이루어진 1차 구속과 외부 합금 판을 모두 뜯어내고 빠져나와 테이저건을 막아 낸 것이다.

“부당한 폭력을 행사해서야 되나.”

“……윽?!”

텐징은 엄청난 전기 충격을 몸으로 받아 내고도, 아무렇지 않게 옷에 붙은 모래나 먼지를 털듯 툭 쳐서 바늘을 떼어 내고는 다시 구속구의 위로 드러누웠다.

권왕은 자신의 의지로 수용소에 갇히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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