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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256화 (256/325)

제256화

(7)

중난하이에서는 전에 없던 혼란이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침입자의 등장과, 그 침입자의 위험 수준이 세계 최고의 수준이었다는 것에 경비 인력들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쉽게 뚫려서 우왕좌왕할 시설이 아니었지만, 침입자가 너무 갑작스럽게 침입해 온 것이 실책이었다.

순간 이동 능력자에 대한 대책으로 비상 탈출용 지하 통로를 제외한 출입구는 하나만 만들어 두었고, 그 어떤 인물이라도 그 출입구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조치했다.

그리고 중국이 자랑하는 수없이 많은 CCTV와 첨단의 신원 인식 장치 등을 이용해 조금이라도 위험해 보이는 인물은 곧바로 실시간 감시를 했다.

거기에 초인전단을 포함한 비밀리에 키워 둔 특수부대 또한 시내의 시민이나 청소부 등으로 위장시켜 심어 놓아 외부의 접근을 철저하게 막고 있었다.

하지만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그 보안이 지구의 것과 전혀 다른 순간 이동으로 인해 깨졌고, 상황이 최악의 경우로 치달은 것이다.

그런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 낸 걸어 다니는 천지재변, 텐징은 단 한 명의 사내만을 찾아 나서고 있었다.

“특무대 사령관은 어디냐……!”

현재는 서기장 자리에서 내려와 각성 특무대의 사령관이자 초인 전대의 대장 자리에 앉은 전 서기장 훠창을 찾고 있었다.

각성 특무대를 창설하고, 그들로 하여금 이득을 추구하며 소모품처럼 내다 버렸던 인물.

훠창은 그의 친우이자 전 특무대원 샤오롱의 원수임과 동시에 본인의 원수이기도 했다.

각성 특무대의 인원 손실을 이유로 비난받았고 서기장의 자리에서 내려왔다고 당 내에 알려졌고, 복수를 준비하던 시절의 그도 암흑가에서 그렇게 전해 들었었다.

그러나 선지자가 알려 준 실상은 혹시나, 만에 하나의 경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서기장의 자리에서 내려와 초인 전대의 대장 자리에 앉았다는 것이었다.

여차해서 특무대의 존재가 들켰을 경우 명령에 따르기만 했다는 변명을 하려는 목적과 각성 특무대에 대해 조금 더 확실한 통제권을 쥐려고 한 것이었다.

그래도 일단 신분이 신분인지라 현재 서기장(텐징은 이름도 몰랐다)보다는 늦게 대피할 것이고, 결국 그의 손안에 원수의 목이 들어왔다.

“컥, 크흐억…….”

투타타타-

“죽어라!”

주변 경호 인력들이 최선을 다해 텐징의 몸에 칼날이나 총알을 쑤셔 박고 있었지만, 텐징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날 아는가.”

텐징의 몸에서는 퍽퍽거리는 소리만 울렸을 뿐, 그 어떤 상처나 피도 생겨나지 않고 있었다.

“대체…… 무슨…….”

주변 경호 인력들 중에서도 각성자들은 존재했고, 그들은 자신들이 최선을 다해 공격했음에도 흠집 하나 나지 않는 텐징을 보며 경악했다.

“네……놈……! 그때 죽였어야……!”

5년 전, 강력한 강화계 각성자인 텐징에 대한 정보를 얻자마자 그를 포섭하려 했고, 회유가 안 된다고 판단되자 제거를 명령했었다.

하지만 임무는 실패로 돌아갔고 증거 인멸을 위해 파견했던 특무대의 인원들도 전멸했었다.

훠창은 그때 더 많은 인원을 투입해서 텐징을 제거해야 했다며 늘 후회를 했었다.

그리고 그 후회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리 길게 이어지진 못했다.

“그럼 죽어야지.”

뚜둑.

텐징이 동전을 잡듯 목을 잡은 손에 아주 살짝 힘을 줬을 뿐인데, 훠창의 목은 너무나도 가볍고 간단하게 꺾여 버리고 말았다.

“사령관님……!”

경호 인력들 중, 유독 신체 능력이 특출 나 각성자로 추정되던 이가 훠창에게 사령관이라는 호칭을 쓰는 것을 본 텐징.

공식적인 직함은 초인 전대장이라는 호칭으로 따로 있었기에, 그를 사령관이라고 부를 이들은 특무대원들밖에 없었다.

“……특무대원인가.”

“이놈……!”

텐징은 특무대 소속이 확실함에도 자신을 보며 분노를 표출하는 특무대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네놈들을 이용하고, 어둠 속에서 더러운 일에만 쓰던 놈인데 화를 내는 건가.”

“닥쳐라! 사령관님은 진정으로 당과 이 나라를 위해……!”

이름 모를 특무대원의 말을 듣는 순간, 텐징은 머릿속으로 번개가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의 각성자 아카데미 앞에서 만난, 은색 헬멧을 쓴 사내와 맞붙었을 때 맞았던 바로 그 번개보다 더 강렬한 번개를.

‘이미…… 틀렸나. 의미가 없군…….’

“…….”

이내 말없이 뒤로 돌아선 텐징은 곧바로 바깥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복도를 지나, 초록색으로 반짝거리며 빛나는 비상구 이정표를 따라 걷는 텐징.

그의 등 뒤와 머리, 가슴팍으로 셀 수 없이 납탄과 특수 철갑탄, 각성자들의 불과 충격파를 비롯한 수많은 공격들이 날아왔지만 그는 그 어떤 것도 느낄 수 없었다.

그렇게 밖으로 나오자 그의 얼굴로 햇빛이 쏟아졌다.

총도, 화염도, 칼이 다가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그였지만 찬란한 햇빛은 그런 그에게도 공평하게 작용했다.

실내에만 있다가 바깥으로 나오자 밝은 햇살에 눈을 찌푸렸고, 이내 눈앞에 누군가가 서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넌…….”

햇빛에 조금 적응되자 눈앞의 상대를 분간할 수 있었고, 텐징은 자신의 앞에 선 남자를 보고 작게 미소 지었다.

“……오랜만이지?”

번역기가 없음에도, 어째서인지 말이 통하는 상대방.

그때에는 한국어를 쓰고 있었고, 지금처럼 은색 옷을 입고 있지도 않았다.

헬멧 자체는 지난번과 똑같지만, 자신과 싸우면서 생긴 흠집이 없어진 데다 세세한 부분이 다른 것으로 보아 새로운 것인 듯했다.

“달라졌군.”

지난번에 마주쳤을 때와는 상당히 많이 달라졌지만 단 하나,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었다.

두근, 두근-

강자를 마주했을 때 자연스럽게 가슴에서부터 올라오는 희열과 흥분이 감도는 고동 소리.

지금까지 복수만을 생각해 오며, 수련과 명상을 주로 했다.

그 외에 다른 취미는 굳이 만들지 않았다.

자신의 친구인 샤오롱은 음악을 듣거나 하는 취미 활동을 가졌지만 자신에게 취미라고 할 것은 어릴 적부터 없었으니까.

‘아버지는 신원도, 이름도, 시신도 어디 있는지 모른다. 저 높은 초모룽마(에베레스트)의 차갑고 신성한 품속에 안겨 있겠지.’

어릴 적에 아버지 없이 자란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원지대를 뛰어다니는 것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나를 혼자 키웠다. 그리고 나는 그런 어머니의 고생을 보답하기 위해 가장 돈을 잘 버는 구르카 용병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

그에게 붙은 이름은 텐징. 성은 없었으며, 그저 텐징이었다. 셰르파들 중 가장 유명하고, 에베레스트의 최초 등정자로 이름을 남긴 텐징 노르가이의 이름을 딴 것이었다.

‘피나는 노력 끝에, 용병이 되는 데에는 성공했다. 어머니도 내가 용병이 되었다는 것에 걱정하면서도 기뻐해 주셨다. 당신께서는 어떻게 되더라도, 내가 먹고살 길은 확실히 보장되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기쁨도 오래가지 못했다.’

용병이 되고 연봉을 모아 뭔가를 사기도 전에, 그의 일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어둠을 틈타 파병 전날 밤 모인 용병들의 캠프를 습격한 자들과의 싸움은 치열했다. 하지만 나는 죽지 않았고, 놈들과 결전을 벌이려던 순간 다른 습격자들이 있었지.’

당시에만 해도 미숙했기에 부상을 당한 몸으로 습격자들을 모두 처치한 텐징은 그들 중 유일한 생존자인 샤오롱을 심문했다.

‘하지만 그는 소모품으로 이용당한 처지였고, 가족이자 친구들을 모두 잃었기에 함께 복수하자는 제안을 해 왔다. 그리고 나 또한…… 복수를 할 명분은 충분했다.’

함께 동네에서 뛰놀며 우정을 다지다 함께 용병 시험에 응시한 옛 친구, 용병의 일을 알려 주던 선배, 그리고 아들을 걱정하는 마음에 모았던 돈을 털어 보양식이라며 푸짐한 만찬을 준비했던 어머니까지.

그와 가까웠던 모두가, 죽음을 맞이했다.

-안타깝군……. 그리고, 용감하군. 우리의 제의를 거절하는 데에 어떤 대가가 따라오는지는 아나?

우연한 사고도 아니고, 악의 가득한 살해도 아닌, 단순히 제의를 거절했다는 이유 때문에.

그 이후로 그는 말 그대로 수라의 길을 걸었다.

상처를 치료하고, 복수를 하기 위해 뒷골목과 암시장 등에서 활동했었다.

고향에서 떠나온 이후 그는 싸우는 것과 복수 이외에는 그 어떤 재미나 흥미도 느끼지 못하게 되었고, 뒷세계에서 들어오는 목숨 건 위험천만한 의뢰들은 그에게 딱 맞았다.

그렇게 복수를 준비하다 실행하기 전에 그를 찾아온 선지자의 휘하로 들어가게 되었고, 거기서도 누군가를 처리하거나 무언가를 파괴하는 행위만을 반복했다.

물론 그가 선지자를 쉽게 믿을 리 없었고, 몰래 빠져나가 단독 행동을 하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매번 선지자가 보여 준 행보와, 그 옆에 있는 신부라는 노인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그는 말 그대로 미래를 보는 듯, 모든 행동을 정확하게 맞히고 그가 계획한 대로 일이 풀렸으니까.

그런 그를 믿고 따르기만 한다면 평생의 숙원인 복수는 쉽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일이 그렇게 풀리지 않았다.

지금 그의 숙원인 복수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인물이 도와줬으며, 정작 복수를 완료하고 나자 대체 왜 그를 죽여야 했는지마저도 알 수 없었다.

친구의 원수? 아무것도 모른 채 소모품으로 키워지고 이용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니면, 가까운 이들과 가족이 살해당한 원한을 갚기 위해?

이미 특무대는 5년 전의 특무대와 달리 완전히 세뇌된 인원들로 채워져 있었고, 훠창이 없더라도 누군가는 특무대를 만들어 내고 지휘할 것이었다.

거기다가, 이제는 특무대의 구성원을 납치하거나 할 필요가 없는 단계까지 간 것 같았다.

가족이 살해당한 원한을 갚는 것? 이미 5년 전에 그 살해자들은 전부 죽었다.

자신의 손으로 죽이지 못하고, 증거 인멸을 위해 출동한 다른 특무대들에 의해서.

그때부터 이어져 온, 복수 하나만을 위해 살아왔던 메마른 인생이었다.

하지만 간혹 위험한 일을 하며 마주친 강자들과의 싸움만큼은 그런 무미건조한 삶에서 유일한 쾌락이었고, 유일한 기쁨이었다.

그 때문에 충동적으로 움직이는 횟수가 늘었고, 중국이 아닌 곳에서는 더더욱 충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삶에 그나마 활력을 찾아 주는 것이 투쟁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그 투쟁을 그의 몸과 마음이 원하고 있었다.

평생 매달렸지만 허무하게 끝난 복수와, 그 복수에 의미가 없음을 깨달아 버린 그의 몸과 마음에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그래,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 하지만…… 그렇기에, 나는 더욱 기쁘다.”

텐징은 자신의 앞에 때마침 나타난 은색 헬멧의 사내를 보며 이것이 숙명이라고 생각했다.

“……?”

정작 그 사내인 영의는 갑작스럽게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텐징을 보며 당황했지만.

“나는 텐징이다. 초모룽마의 품에서 태어나고, 그곳에서 자랐으며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수라장을 거쳤지만 나는 여전히 텐징이다.”

“대체 무슨…….”

영의는 텐징이 갑작스럽게 자기소개를 시작하자 정말로 당황하여 무슨 의미냐고 물어보려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그 이름을 버리고 권왕으로서 너와 싸우겠다. 내 생애 최후이자 최고의 순간을! 너와의 결판으로 장식하겠다!”

그러나 텐징…… 아니, 권왕은 그런 영의의 말을 무시하고 총알과 불꽃에 너덜너덜해진 상의를 찢어 버렸다.

“우오오오오!!”

“아니, 이런 얘기는 못 들었다고요…….”

영의는 눈앞에서 기세를 끌어 올리는 텐징에게서 눈을 돌려 자신의 뒤편을 바라보았고, 그곳에는 한가롭게 새로운 콜라병을 기울이는 용신이 있었다.

바지 주머니에 한쪽 손을 찔러 넣고 다른 손으로 콜라병을 기울이는 용신.

그리고 그때 그의 옆으로 군인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초인 전대다! 길을 비켜라!”

각성자들로 이루어진 중국의 특수부대, 초인 전대가 현장에 도착하자 시민들은 곧바로 길을 비켜 주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적합한 사유만 있다면 현장에서의 즉결 처분 권한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이 싸움을 시작하려 하는 영의와 권왕을 보고 미소 지었다.

“운이 좋군, 잡아야 할 놈 둘이 모두 모여 있다니.”

그때, 영의와 권왕을 중심으로 반투명한 장막이 생겨남과 동시에 미소 짓던 초인 전대의 대원이 바닥에 쓰러졌다.

“뭐냐! 어떤 놈이!”

초인 전대의 구성원들은 주변을 둘러보며 습격자를 찾으려 했지만, 그들이 볼 수 있는 것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거나 신기해하며 구경중인 사람들뿐이었다.

“끄윽.”

사람들 중에 콜라를 먹고 트림을 하는 남자가 있긴 했지만, 콜라만 아닐 뿐이지 다른 음식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 남자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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