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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255화 (255/325)

제255화

(6)

5년 전.

각성자가 세상에 나타난 지도 5년이 흘렀고, 세상은 각성자의 존재를 일상처럼 여기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그것에 익숙해진 것은 일반인들뿐만이 아닌, 국가나 범죄 조직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본래 새로운 기술이 생겨나면 군사와 의학, 범죄에 가장 먼저 사용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그 집단들이 신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테스트하려 시도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언제나 찾고 있다는 것이다.

잘만 활용된다면 권력의 형태로든 돈의 형태로든 그들에게 이득이 되니까.

각성자들에 대한 것 또한 마찬가지였고, 각성자의 군사화에 대해 가장 선두를 달리고 있던 것은 의외로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었다.

각성자들 개개인이 호송 과정에서 탈출할 때도 있었고, 그렇게 눈에 띄는 이들이 있다 보니 언론에서도 빠르게 냄새를 맡고 사건을 키웠기 때문이다.

언론과 시민들의 눈치를 보는 구석이 조금이라도 있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언론의 눈치를 볼 이유도, 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중국 내부에서 각성자들로 이루어진 요인 암살 및 공작 임무 특화 부대인 각성자 특무대, 각성 특무대가 생겨났다.

그들이 훈련하거나 국내에서 활동하는 경우도 있었고, 정말 가끔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중국은 합법적인 각성자 부대, 초인전단을 만들어 활동시켰다.

타국이 보기에도 대외 선전의 이미지가 강했던 초인전단이었기에, 역으로 특무대는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 특무대가 만들어진 지 5년째가 되던 날, 당에서는 자유를 조건으로 그들에게 명령을 내렸었다.

그 명령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목적이 뭔지는 모르지만 특무대가 해야 할 일이 복잡하고 뒤가 구린 일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일반적인 일이었다면 다른 부대를 사용했을 테니까.

그리고 특무대는 명령에 따라 소속된 인원들 중 가장 뛰어난 소대를 파견했고, 소대는 전멸했다.

특무대가 마지막으로 교신한 장소는 티베트였고, 당시 티베트에서 구르카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지만 그 누구도 특무대의 존재를 몰랐기에 세상에는 단순히 구르카 용병의 범죄라고만 알려졌다.

하지만 그 당시에 특무대에서 살아남은 인원이 있었고,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특무대 출신이자 당시 파견된 소대의 소대장, 그리고 최후의 생존자였던 샤오롱.

그리고 그런 샤오롱을 살려 준 데다 그때 있었던 사건에서 빠져나오는 데에 큰 역할을 했던 텐징.

둘은 그렇게 현장을 빠져나와 암흑가에 의탁했고, 중국에 복수하기 위해 칼을 갈았다.

하지만 그들이 세운 계획은 선지자에 의해 저지당했고, 더 좋은 때와 좋은 장소, 그리고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 주겠다는 제의에 그들은 선지자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텐징은 복수를 하게 해 주겠단 말 한마디만 믿고 그를 따라왔다.

그러나 지금, 텐징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한때는 적이었지만 지금은 뜻을 함께하는 동지인 샤오롱과 함께 뒷골목에서 계획을 매일마다 새로 짜며 복수를 다짐했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수도 없이 보았던 주석의 집무실 내부를 찍은 비밀 사진과 똑같은 광경이 그의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닌가.

“여긴…….”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들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란 이들이 있었고, 그들은 곧바로 비명을 지르며 침입자가 있다고 소리 질렀다.

“많이 좋은 장소지? 풍경도 좋고, 주변에 있는 이웃들도 좋……은 편은 아닌가. 하지만 권력만 잡으면 여기만큼 좋을 장소는 없을 거야.”

텐징은 자신을 잡아챘던 사내를 노려보았다.

방금 전까지 서울 한복판에 있었던 자신을 베이징에 있는 중난하이, 중남해로 데리고 왔으니까.

‘순간 이동 능력을 가진 각성자인가……?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말이 안 되는데. 이곳으로 들어올 수 있는 순간 이동 능력자는…….’

상대방이 보여 준 능력도 놀랐지만, 그에 비해 느껴지는 기세가 범상치 않자 텐징은 그를 살펴보려 했다.

하지만 정작 상대방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꾸짖듯, 손가락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뭘 생각하고 있는 거지? 저길 봐, 어딜 봐도 한가락 하게 생긴 애들이 막 움직이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해 가는 거겠지?”

남자가 가리키는 방향에는 비상 상황에 반응하여 이곳으로 달려오는 군인들의 인파가 보였다.

“비상! 위험인물이 나타났다!”

“모두 위치로 이동해라!”

그런 군인들의 파도 속에서 역으로 파도를 거슬러 올라가는 정장과 평상복 차림, 심지어 똑같은 군복을 입었음에도 다급하게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단순히 도망이라기에는, 목적성을 가지고 있는 듯한 움직임.

“자, 뭐 해? 할 일을 해야지?”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자리에서 사라졌고, 텐징은 남자가 사라지자 자신이 해야 할 일, 그토록 바라던 일을 하기 위해 자리를 박찼다.

한편, 중난하이의 바깥.

비상이 걸린 내부와는 달리 바깥은 매우 여유롭고 평화로웠다.

내부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외부는 관광지로도 유명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거나 여기저기 구경하는 등 평온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그런 관광객들 중 한 명으로 보이는 청년이 병에 담긴 콜라를 마시며 의자에 앉아 있었다.

“……슬슬 때가 됐는데.”

청년이 콜라를 들이켜기 위해 병을 들려던 그때, 그 병을 잡아채는 누군가의 손길이 있었다.

“그때가 지금이지.”

정장을 입은 사내가 청년의 콜라를 빼앗아 전부 마셔 버렸고, 청년은 그런 사내를 못마땅하게 쳐다보았다.

“용신 아저씨. 그걸 다 뺏어 먹어야 했어요?”

“몸 움직이기 전에 탄산 먹으면 안 좋으니까 그렇지.”

“뭐야, 아저씨가 다 해결하는 거 아니었어요?”

청년, 영의는 용신을 쳐다보며 자신이 할 일이 없는 것 아니냐며 물었지만 용신은 고개를 저었다.

“일손은 이럴 때 부려 먹으라고 고용한 거란다. 조금 이따가 네가 난입해야 할 때가 있을 거야.”

용신은 그렇게 말하며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을 눈 옆에 가져다 댔고, 그 순간 그의 오른쪽 눈이 살짝 빛났다.

“흐음, 잘 때려 부수는군.”

“여기서 보여요? 아니, 뭐 못 보는 게 더 이상하긴 한데.”

“애초에 이 나라의 순간 이동은 가 본 장소가 아니면 못 간다고 했던가? 비효율적이야.”

각성자들의 순간 이동 능력은 ‘눈에 보이는 장소’ 또는 ‘다녀와 본 적 있는 장소’를 이동하는 것이 전제된다.

물론 해당 장소의 영상이나 사진 등으로 다녀오려는 생각을 한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진이나 영상만으로 순간 이동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랬기에 영의를 비롯한 배달부들이 틈새 시장으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고.

순간 이동 능력자들의 그러한 제한 때문에 각국의 중요 인물들은 비상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순간 이동 능력자들을 기용하는 일은 없었다.

역으로 말한다면 모종의 보수나 협박으로 인해 자신에게 암살자들을 불러올 수 있었으니까.

경호 인력들도 허수아비는 아니지만, 준비하고 들어오는 암살자를 무조건 막을 수 있단 보장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순간 이동 능력자들과는 달리 용신은 다른 원리의 순간 이동을 사용할 수 있었고, 그것은 다녀온 곳이 아니더라도 사용할 수 있었다.

“좌표만 대충 알면 되지만…… 뭐, 실제로도 투명화로 잠깐 들어갔다 나왔으니까.”

용신은 직접 침투까지 해 보고, 좌표까지 계산하여 텐징을 주석의 집무실로 던져 놓았고 지금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언제쯤 들어가면 되는 건데요?”

“아마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될 것 같은데.”

* * *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혼란에 빠져 있었다.

“뭐야?!”

“어디로 간 거야?”

갑작스럽게 도심에서 난동을 부리던 텐징이 사라졌으니, 당황하는 각성자들.

“나는 보긴 봤는데…….”

“갑자기 누가 뛰어들어서 붙잡고 사라졌어……. 순간 이동 능력자 아닐까?”

몇몇 사람들은 눈이 좋았거나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각성자들은 탄식을 내뱉었다.

“자살이나 다름없는데……!”

당장 순간 이동으로 상대방을 이동시키는 것이야 그렇다 쳐도, 텐징쯤 되는 상대가 기습으로 어디론가 가 버리더라도 자신에게 붙어 있는 이를 잡지 못할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누구였는지 얼굴 본 사람?”

“몰라요, 워낙 빠르게 사라져서.”

“아무튼! 전부 연락 돌려! 유명하거나 등급 높은 사람은 아닐 테니, 국내 어딘가에 있을 거야!”

현장에 있던 황준이 주변에 있던 각성자들에게 서둘러 수색하라며 소리를 쳤다.

그리고 그때, 현장으로 신화 길드의 인원들이 도착했다.

“여어~ 황준이.”

“……장영석?”

트럭에서 내린 영석과 그 뒤를 따라오는 중장비들을 보고 당황하는 황준.

“네가 올 줄 알았으면 포클레인 몇 개는 안 빌려도 되는 건데 말이야.”

“왜 이제 온 거지? 아니, 왜 네가 온 거야? 은퇴한 녀석이…… 심지어 중장비까지 불러 두다니.”

황준과 영석은 서로 친분이 있었지만, 상대방의 의도까지 알 만큼 친분이 두텁지는 않았다.

“하나씩만 묻자고. 뭐…… 사후 처리 하려고 왔지. 직접 싸울 일도 없으니, 내가 와도 되는 거고. 또 중장비는 여기 난장판 된 거 치우려고 부른 거지.”

“어떻게 그렇게 일일이 맞춘 듯이 온 거지……? 마치 미리 알기라도 한 것처럼…….”

황준은 상황에 딱 맞게 도착한 타이밍과 장비들을 보며 놀랐다.

미래라도 내다보지 않는 이상, 이렇게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제때 올 수는 없으니까.

“뭐, 그렇게 됐어. 그리고 아까 날뛰던 녀석은 국내에 없을 거야. 빨리 현장 정리나 하자고.”

“뭐……?”

황준은 영석의 말에 당황했지만, 텐징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전까지는 일단 영석에게 협조하기로 했다.

현역으로 활동할 때부터, 허튼 말을 하지 않았던 영석을 믿었기 때문이다.

한편, 현장을 정리하기 시작한 각성자들과 달리 진심으로 놀라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현장에서 직접 지켜보던 파드레가 놀라서 움직임을 멈추고 있던 사이, 그의 귀에 연결된 이어폰으로 음성이 들려왔다.

-신부님,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그것도 아주 크게 말이야.

-파드레? 대체 무슨 일입니까? 어떤 이의 난입이 있었던 것 같은데, 신원은 확인했습니까?

선지자와 작전보좌역의 샤오롱에게서 들려오는 무전.

둘 모두 파드레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로 현장 상황을 볼 수 있었기에, 텐징이 사라진 것 자체는 알 수 있었다.

-어어…… 그러고 보니 GPS 장치가 있지 않았던가? 또 쓸데없는 짓 할까 봐 붙여 둔 거.

선지자는 텐징에게 부착해 둔 GPS 장치에 대해 언급했고, 샤오롱이 곧바로 그것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신호가 잡힙니다. 다행히 이상한 곳으로 가지는 않은 것……. 응? 여긴……!

“왜? 무슨 문제라도?”

파드레는 지금 GPS를 볼 수 없었기에 샤오롱이 왜 놀라는지 알 수 없었다.

-중국, 그것도 베이징이네. 위치로 보면…… 이런. 누구라도 깜짝 놀랐겠는데?

선지자는 GPS가 나타내고 있는 위치를 보며 살짝 감탄했고, 샤오롱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잘됐군요, 숙원을 성취할 수 있게 됐으니.

-뭐…… 원래 의도한 건 이게 아니었지만. 원래대로라면 오늘 죽을 운명이 아니었을 텐데……. 뭐 크게 상관은 없겠지?

선지자는 계획이 틀어졌음에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본래 목적지에 일찍 도착한 데다 사전에 경고도 해 주지 않았기에 사고가 생길 확률이 더 커졌지만, 텐징의 성정을 고려했을 때 사고를 안 칠 리가 없었으니까.

“그럼, 저는 일단 중국으로 이동하겠습니다. 현지 백업 인원과 합류하도록 하지요.”

파드레는 우선 텐징을 찾으러 갈 겸, 일의 마무리를 위해 순간 이동 능력을 가진 조력자를 찾으러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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